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대학에 입학 했을 때었다. 학교라는 굴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그러니까 집에서의 구속과 법적으로 당당한 성인이라는 그 기쁨들을 한 껏 느끼고 있을 때였다. 물론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그리 좋은 대학을 들어오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진땀을 빼고 그것에 대한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 마냥 즐겁거웠다. 세상이 나의 중심이라는 생각.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생 보지도 못했던 귀신을 그렇게 무서워하고, 기억나지도 않던 악몽 하나에 하루종일 떨었던 내가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대학다니던 곳은 무척이나 기온 변화가 심한 곳이었다. 여름이 되면 TV 아나운서가 늘 '오늘 최고온을 기록한 OO지방은...'이라고 말하는 곳이라 보면 된다. 그 날도 너무 더운 날씨가 밤까지 계속 되서 자취방에서 팬티 하나만 달랑 입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심심하다......'
심심 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 오티니 엠티니 신입생 환영회니 하는 북적북적한 행사가 보조리 끝난 하반기 대학 방학은 흥청망청 하며 놀아 재끼던 나에게는 살인적이게 길었고, 더위 또한 살인사건 하나 일어날 정도로 길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멍하게 방에서 선풍기만 껴앉고 있던나는 도저히 지루함을 참을 길이 없어서 핸드폰을 들었다.
"아, 뭐하냐?"
"....어어어."
수화기 넘어에서 흘러나온 맥빠진 대답은 그놈이 나와 비슷한 심정으로 하루를 살았다는 느낌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다는 회심을 미소를 짓고는 그놈에게 말했다.
"성우(가명)야. 나 심심하다."
"나도......"
"이럴 때 필요한 건 재밌는 놀이!"
"?"
난 성우에게 아침부터 멍하게 있으면서 생각해 놓았던 것들을 들려주었다. 상당히 심심했던 성우도 내 이야기를 듣더니 미친듯이 웃으면서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난 내 계획을 대강 말해주고 전화를 끊고는 필요한 준비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튼튼한 노끈, 빨간 물감, 그리고 흰 천, 그리고 가발은......성우가 다른단대 연극부에서 빌려온다고 했으니 이것으로 준비 끝!
난 앞으로 벌어질 재밌는 일을 생각하면서 준비물을 들고 성우의 집으로 갔다. 그것이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의 시작인 줄 모르고서 말이다.
"야? 가발은?"
"들고 왔지! 내가 설명하니까 그 사람들도 웃으면서 빌려주더라. 잘해보라고."
"크크크. 미친놈들. 자기들이 걸리면 어떡할려고."
"설마 병신이 아닌 이상 그러기야 하겠냐?"
나와 성우는 그렇게 웃으면서 이벤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쯤 되면 다 알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귀신의 집' 을 패러디한 '귀신의 대학가' 가 바로 우리의 계획이었다. 난 굉장히 겁이 많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담력이 센 성우가 귀신 분장을 하기로 했고, 난 그동안 다른 조력자들을 구했다.
"여보세요? 성현(가명)이냐?"
"어 왜?"
"재밌는거 한다. 성우 집으로 5분."
"무슨 일?"
"오면 안다 새끼야."
나, 성우, 그리고 내가 부른 또 다른 친구인 성현. 그렇게 셋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더 무섭게 보일까 궁리를 하며 분장을 마치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학가라고 해봐야 술집 몇개와 식당, 편의점이 다였고 그 외에는 전부 논밭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불이 환한 대학교 안 보다는 대학주위에 위치한 어두컴컴한 곳을 한 지점 정하고는 시시덕 거리며 이동했다. 우리가 정한 자리는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 어느 골목이었는데, 평소에도 정말 음산한 거리였다. 술집이 밀집한 곳을 벗어나 어느 자취 건물로 가는 길이었는데 오른쪽엔 논이 펼쳐져 있고, 왼쪽에는 나지막한 언덕 위에 무덤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가로등도 하나 없는 그런 길목이었다. 우리는 도착하자 마자 길 왼쪽에 위치한 무덤 주위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무덤뒤에 있다가 사람이 오면 일어나서 놀래켜 주자던 성현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장난이라고 해도 밤중에 무덤 가까이 가서 앉아 있기에는 너무 꺼림칙 하기 때문이었다.
"야, 사람 오냐? 어떻게 놀래켜 주지?"
"막 뛰어나가라. 미친년처럼."
"-_-그러다가 내가 집단린치 당하면?"
"그러니까 여자나 한 사람 정도만 지나갈 때 하면 되잖아."
"음......"
처음에는 들뜬 기분으로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길 기다렸고, 처음 2~3명은 우리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을 수 있을 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완전 몸이 얼어서 주저앉아버린 여학생부터, 술이 얼큰하게 취한 남자가 줄행랑을 치는 것 까지. 술에 취한 사람이 휘청거리며 미친듯이 뛸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알았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을 놀래키며, 웃고 떠들고, 놀래켜 준 사람에게 혼나기도 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한참을 사람들을 놀래키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무렵.
"야 이제 사람 안지나다닌다."
성우가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를 펴면서 저려오는 다리를 두드렸다. 꽤 오랜시간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은 것 갔다는 생각을 한 나는 시계를 보았다. 시침은 새벽 2시를 알리고 있었다.
"그만 갈까?"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크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던 나와 성현은 조금만 더 하자며 성우를 말렸다. 성우는 투덜거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딱 한사람만 더 하고 가자고 하고는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우리는 성우가 올 동안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쭉 나열하며 키득거렸다. 그러던 도중, 길목 밑에서 인기척이 들였다. 또 사냥감(?) 이 걸려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때 까지 성우는 화장실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화장실이 딸린 건물이 그 곳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는데 성우는 2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 했지만 이미 인기척을 우리가 숨어있는 바로 앞 길목에서 나고 있었다. 성현이는 성우 욕을 하면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을 살폈다. 그리고는 갑짜기 픽픽 웃었다.
"야, 계속 봤는데 진짜 나도 놀랬다."
"왜?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왜 그러는가 싶어 반대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우리가 숨어있던 나무는 내가 안아도 양손이 마주 잡히지 않는 나무였다)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귀신 분장을 한 성우였다. 그런데 좀 떨어진 곳에서 보니 정말 그럴 듯 했다. 성현과 나는 서로 피식 피식 웃다가 성우를 불렀다.
"야 어디가 임마!"
"미친척 하지말고 빨리 와라. 그러다 사람 노치면 어쩔려고 임마!"
그러나 우리의 부름에도 성우는 아무말도 없이 우리 앞을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우에게 욕을 하며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던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성우의 걸음 걸이가 너무 어색해서였다. 마치 치마 밑에 바퀴가 달려 있는 것처럼, 미끄러지듯 성우는 우리 앞을 걸어가는 것 이었다. 비록 우리가 숨을 곳과 길과는 5~6미터정도 떨어져 있었다고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너무 어색했다. 난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는 큰 소리로 성우를 불렀다.
"야이 미친새끼야! 그래 무섭다!! 이제 됐냐? 그만해라 좀! 지랄 말고 빨리 와 임마!"
성현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고개를 까딱거리며 성우를 불렀다. 하지만 성우는 우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는 듯이 점점 우리와 멀어지며 반대편으로 가기 시작했다. 미끄러지듯이...
그 쯤 되면 뛰처나다서 성우를 붙잡아 개패듯이 패는게 우리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성우가 반대편으로 사라지기 까지 그 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뭔지 모를듯한 느낌이 우리 발을 꽉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성우가 사라지자, 성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곽을 열어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고 했다. 그 때였다.
"나 왔어."
"아악!"
"으아악!"
나와 성현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성현는 담배를 입에서 떨어뜨리곳 부리나케 길목으로 뛰어나갔고 나는 그자리에 굳어서 고개를 돌리지 못한 체 얼어있었다. 방금 우리 앞으로 지나간 성우의 목소리가 바로 내 등 뒤에서 들렸기 때문이었다. 난 침을 삼키고는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 무표정을 한 성우가 서 있었다.
"어, 어......"
"왜 그래?"
"아, 아니 방금 전에 길에서 너 지나갔는데......"
성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길목으로 도망갔던 성현도 조심조심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성우를 살폈다. 그렇게 몇 분간의 정적. 숨을 고른 우리는 성우에게 달려들었다.
"어디 갔다 이제왔어 이새끼야! 무서워서 뒤지는 줄 알았잖아!"
"아 신발. 아 신발."
성현은 계속 그렇게 욕을 하며 성우를 때렸고 난 삿대질을 하며 소릴 질렀다. 성우는 그런 우리의 반응에도 모르겠다는 듯이 여전히 표정없이 서 있었다.
"아......놀랬다."
"그래... 10년 감수 했네."
"그런데 있잖아......."
"....?"
"......그럼 방금 지나간건......?"
"......"
그제서야 우리는 성우를 만났단 안도감이 가시고 다시 공포에 물들었다. 영문을 모르는 성우는 그냥 무표정하게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성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여기 서있는 성우가 방금 지나간 성우와 결부시켜보려고 했지만, 길 반대쪽으로 사라진 성우가 성현이 담배 한개 빼내서 불을 붙일 동안에 우리 뒤로 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성우에게 방금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런데 니가 뒤에 와 있잖아.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아, 그만 가자. 진짜 무섭다."
"그래야 겠다. 휴......"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쉬는 동안에도 성우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평소같았으면 분명히 같이 호들갑을 떨었을 성우였는데,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입을 굳게 다물로는 눈을 반쯤 뜨고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난 그런 성우의 반응이 신경쓰여서 그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
"야, 신발. 너 까지 그러지 말고. 우린 충분히 무서웠다고. 그런데, 진짜 그거 너 아니야?"
"아. 놀랬다. 내 담배....씨, 어디 떨어졌어."
그때였다. 길 끝에서 뭔가가 빠르게 걸어오는 발소리가 느껴졌다.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방금까지 느꼈던 공포를 이름 모를 그에게도 느끼게 해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 발걸음의 주인공을 본 순간 우리는 온 몸이 얼어 붙는 것이 느껴졌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까전 우리 앞을 지나간 성우였던 것이다.
"야~들아. 무섭지? 흐흐흐. 내 연기 어때?"
그렇게 다가오며 말하는 성우의 목소리에 우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우리와 같이 있던 성우를 돌아보았다.
우리와 같이 있던 무표정한 성우는, 어느새 눈을 부릅 뜨고 입을 벌린 체 양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웃고 있었고, 치아가 위치할 곳에서는 새빨간 피뭉치가 한움큼 물려 있었다.
뛰었던 것 같다. 정말 그렇게 뛰어본 적은 없었다. 나와 성현은 어리둥절하는 성우를 낚아 체다 싶이 하며 골목을 질주해 술집이 밀집한 거리까지 뛰쳐나왔던 것 같다. 나와 성현은 내 자취방까지 뛰어와서 이불을 덮고는 부들 부들 떨고 있었고, 성우는 궁금한 얼굴로 우리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캐물었지만, 눈을 뜬 체로 아침을 맞이 하고 나서야 성우에게 설명을 해주고 우리는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의 3달 동안 해가 지면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고, 성현은 무섭다며 자신의 자취방에서 아예 짐을 싸들고 나와 우리집에서 같이 몇 달 동안 살았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성현과 성우(물론 가명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했었다.)를 만나면 그게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며 웃지만, 당시에는 정말 끔찍한 경험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실화 - (두명의 친구)
제가 겪은 실화 하나 올려 보려고 합니다.
편의상 반말 형식으로 하겠습니다.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대학에 입학 했을 때었다. 학교라는 굴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그러니까 집에서의 구속과 법적으로 당당한 성인이라는 그 기쁨들을 한 껏 느끼고 있을 때였다. 물론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그리 좋은 대학을 들어오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진땀을 빼고 그것에 대한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 마냥 즐겁거웠다. 세상이 나의 중심이라는 생각.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생 보지도 못했던 귀신을 그렇게 무서워하고, 기억나지도 않던 악몽 하나에 하루종일 떨었던 내가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대학다니던 곳은 무척이나 기온 변화가 심한 곳이었다. 여름이 되면 TV 아나운서가 늘 '오늘 최고온을 기록한 OO지방은...'이라고 말하는 곳이라 보면 된다. 그 날도 너무 더운 날씨가 밤까지 계속 되서 자취방에서 팬티 하나만 달랑 입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심심하다......'
심심 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 오티니 엠티니 신입생 환영회니 하는 북적북적한 행사가 보조리 끝난 하반기 대학 방학은 흥청망청 하며 놀아 재끼던 나에게는 살인적이게 길었고, 더위 또한 살인사건 하나 일어날 정도로 길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멍하게 방에서 선풍기만 껴앉고 있던나는 도저히 지루함을 참을 길이 없어서 핸드폰을 들었다.
"아, 뭐하냐?"
"....어어어."
수화기 넘어에서 흘러나온 맥빠진 대답은 그놈이 나와 비슷한 심정으로 하루를 살았다는 느낌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다는 회심을 미소를 짓고는 그놈에게 말했다.
"성우(가명)야. 나 심심하다."
"나도......"
"이럴 때 필요한 건 재밌는 놀이!"
"?"
난 성우에게 아침부터 멍하게 있으면서 생각해 놓았던 것들을 들려주었다. 상당히 심심했던 성우도 내 이야기를 듣더니 미친듯이 웃으면서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난 내 계획을 대강 말해주고 전화를 끊고는 필요한 준비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튼튼한 노끈, 빨간 물감, 그리고 흰 천, 그리고 가발은......성우가 다른단대 연극부에서 빌려온다고 했으니 이것으로 준비 끝!
난 앞으로 벌어질 재밌는 일을 생각하면서 준비물을 들고 성우의 집으로 갔다. 그것이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의 시작인 줄 모르고서 말이다.
"야? 가발은?"
"들고 왔지! 내가 설명하니까 그 사람들도 웃으면서 빌려주더라. 잘해보라고."
"크크크. 미친놈들. 자기들이 걸리면 어떡할려고."
"설마 병신이 아닌 이상 그러기야 하겠냐?"
나와 성우는 그렇게 웃으면서 이벤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쯤 되면 다 알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귀신의 집' 을 패러디한 '귀신의 대학가' 가 바로 우리의 계획이었다. 난 굉장히 겁이 많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담력이 센 성우가 귀신 분장을 하기로 했고, 난 그동안 다른 조력자들을 구했다.
"여보세요? 성현(가명)이냐?"
"어 왜?"
"재밌는거 한다. 성우 집으로 5분."
"무슨 일?"
"오면 안다 새끼야."
나, 성우, 그리고 내가 부른 또 다른 친구인 성현. 그렇게 셋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더 무섭게 보일까 궁리를 하며 분장을 마치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학가라고 해봐야 술집 몇개와 식당, 편의점이 다였고 그 외에는 전부 논밭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불이 환한 대학교 안 보다는 대학주위에 위치한 어두컴컴한 곳을 한 지점 정하고는 시시덕 거리며 이동했다. 우리가 정한 자리는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 어느 골목이었는데, 평소에도 정말 음산한 거리였다. 술집이 밀집한 곳을 벗어나 어느 자취 건물로 가는 길이었는데 오른쪽엔 논이 펼쳐져 있고, 왼쪽에는 나지막한 언덕 위에 무덤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가로등도 하나 없는 그런 길목이었다. 우리는 도착하자 마자 길 왼쪽에 위치한 무덤 주위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무덤뒤에 있다가 사람이 오면 일어나서 놀래켜 주자던 성현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장난이라고 해도 밤중에 무덤 가까이 가서 앉아 있기에는 너무 꺼림칙 하기 때문이었다.
"야, 사람 오냐? 어떻게 놀래켜 주지?"
"막 뛰어나가라. 미친년처럼."
"-_-그러다가 내가 집단린치 당하면?"
"그러니까 여자나 한 사람 정도만 지나갈 때 하면 되잖아."
"음......"
처음에는 들뜬 기분으로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길 기다렸고, 처음 2~3명은 우리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을 수 있을 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완전 몸이 얼어서 주저앉아버린 여학생부터, 술이 얼큰하게 취한 남자가 줄행랑을 치는 것 까지. 술에 취한 사람이 휘청거리며 미친듯이 뛸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알았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을 놀래키며, 웃고 떠들고, 놀래켜 준 사람에게 혼나기도 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한참을 사람들을 놀래키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무렵.
"야 이제 사람 안지나다닌다."
성우가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를 펴면서 저려오는 다리를 두드렸다. 꽤 오랜시간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은 것 갔다는 생각을 한 나는 시계를 보았다. 시침은 새벽 2시를 알리고 있었다.
"그만 갈까?"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크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던 나와 성현은 조금만 더 하자며 성우를 말렸다. 성우는 투덜거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딱 한사람만 더 하고 가자고 하고는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우리는 성우가 올 동안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쭉 나열하며 키득거렸다. 그러던 도중, 길목 밑에서 인기척이 들였다. 또 사냥감(?) 이 걸려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때 까지 성우는 화장실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화장실이 딸린 건물이 그 곳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는데 성우는 2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 했지만 이미 인기척을 우리가 숨어있는 바로 앞 길목에서 나고 있었다. 성현이는 성우 욕을 하면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을 살폈다. 그리고는 갑짜기 픽픽 웃었다.
"야, 계속 봤는데 진짜 나도 놀랬다."
"왜?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왜 그러는가 싶어 반대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우리가 숨어있던 나무는 내가 안아도 양손이 마주 잡히지 않는 나무였다)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귀신 분장을 한 성우였다. 그런데 좀 떨어진 곳에서 보니 정말 그럴 듯 했다. 성현과 나는 서로 피식 피식 웃다가 성우를 불렀다.
"야 어디가 임마!"
"미친척 하지말고 빨리 와라. 그러다 사람 노치면 어쩔려고 임마!"
그러나 우리의 부름에도 성우는 아무말도 없이 우리 앞을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우에게 욕을 하며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던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성우의 걸음 걸이가 너무 어색해서였다. 마치 치마 밑에 바퀴가 달려 있는 것처럼, 미끄러지듯 성우는 우리 앞을 걸어가는 것 이었다. 비록 우리가 숨을 곳과 길과는 5~6미터정도 떨어져 있었다고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너무 어색했다. 난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는 큰 소리로 성우를 불렀다.
"야이 미친새끼야! 그래 무섭다!! 이제 됐냐? 그만해라 좀! 지랄 말고 빨리 와 임마!"
성현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고개를 까딱거리며 성우를 불렀다. 하지만 성우는 우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는 듯이 점점 우리와 멀어지며 반대편으로 가기 시작했다. 미끄러지듯이...
그 쯤 되면 뛰처나다서 성우를 붙잡아 개패듯이 패는게 우리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성우가 반대편으로 사라지기 까지 그 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뭔지 모를듯한 느낌이 우리 발을 꽉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성우가 사라지자, 성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곽을 열어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고 했다. 그 때였다.
"나 왔어."
"아악!"
"으아악!"
나와 성현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성현는 담배를 입에서 떨어뜨리곳 부리나케 길목으로 뛰어나갔고 나는 그자리에 굳어서 고개를 돌리지 못한 체 얼어있었다. 방금 우리 앞으로 지나간 성우의 목소리가 바로 내 등 뒤에서 들렸기 때문이었다. 난 침을 삼키고는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 무표정을 한 성우가 서 있었다.
"어, 어......"
"왜 그래?"
"아, 아니 방금 전에 길에서 너 지나갔는데......"
성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길목으로 도망갔던 성현도 조심조심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성우를 살폈다. 그렇게 몇 분간의 정적. 숨을 고른 우리는 성우에게 달려들었다.
"어디 갔다 이제왔어 이새끼야! 무서워서 뒤지는 줄 알았잖아!"
"아 신발. 아 신발."
성현은 계속 그렇게 욕을 하며 성우를 때렸고 난 삿대질을 하며 소릴 질렀다. 성우는 그런 우리의 반응에도 모르겠다는 듯이 여전히 표정없이 서 있었다.
"아......놀랬다."
"그래... 10년 감수 했네."
"그런데 있잖아......."
"....?"
"......그럼 방금 지나간건......?"
"......"
그제서야 우리는 성우를 만났단 안도감이 가시고 다시 공포에 물들었다. 영문을 모르는 성우는 그냥 무표정하게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성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여기 서있는 성우가 방금 지나간 성우와 결부시켜보려고 했지만, 길 반대쪽으로 사라진 성우가 성현이 담배 한개 빼내서 불을 붙일 동안에 우리 뒤로 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성우에게 방금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런데 니가 뒤에 와 있잖아.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아, 그만 가자. 진짜 무섭다."
"그래야 겠다. 휴......"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쉬는 동안에도 성우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평소같았으면 분명히 같이 호들갑을 떨었을 성우였는데,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입을 굳게 다물로는 눈을 반쯤 뜨고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난 그런 성우의 반응이 신경쓰여서 그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
"야, 신발. 너 까지 그러지 말고. 우린 충분히 무서웠다고. 그런데, 진짜 그거 너 아니야?"
"아. 놀랬다. 내 담배....씨, 어디 떨어졌어."
그때였다. 길 끝에서 뭔가가 빠르게 걸어오는 발소리가 느껴졌다.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방금까지 느꼈던 공포를 이름 모를 그에게도 느끼게 해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 발걸음의 주인공을 본 순간 우리는 온 몸이 얼어 붙는 것이 느껴졌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까전 우리 앞을 지나간 성우였던 것이다.
"야~들아. 무섭지? 흐흐흐. 내 연기 어때?"
그렇게 다가오며 말하는 성우의 목소리에 우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우리와 같이 있던 성우를 돌아보았다.
우리와 같이 있던 무표정한 성우는, 어느새 눈을 부릅 뜨고 입을 벌린 체 양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웃고 있었고, 치아가 위치할 곳에서는 새빨간 피뭉치가 한움큼 물려 있었다.
뛰었던 것 같다. 정말 그렇게 뛰어본 적은 없었다. 나와 성현은 어리둥절하는 성우를 낚아 체다 싶이 하며 골목을 질주해 술집이 밀집한 거리까지 뛰쳐나왔던 것 같다. 나와 성현은 내 자취방까지 뛰어와서 이불을 덮고는 부들 부들 떨고 있었고, 성우는 궁금한 얼굴로 우리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캐물었지만, 눈을 뜬 체로 아침을 맞이 하고 나서야 성우에게 설명을 해주고 우리는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의 3달 동안 해가 지면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고, 성현은 무섭다며 자신의 자취방에서 아예 짐을 싸들고 나와 우리집에서 같이 몇 달 동안 살았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성현과 성우(물론 가명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했었다.)를 만나면 그게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며 웃지만, 당시에는 정말 끔찍한 경험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