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스러운 알량한 자존심을 떨쳐버릴 수 있었으면...

전망200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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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식은 시내에서 최고급이라고 알려진 예식장에서 했지만 시부모님이

안계시는 시댁가족은 눈물바다,  가난한 신랑 만나 간다고 내심 못 마땅해

하는 우리 부모님은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론 억울하다는 생각을,  나 또한

나보다 10년 일찍 결혼하여 잘 사는 친구랑 비교 되어 미련스러운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친구를 멀리 하고 꼭꼭 숨어 살았다.

우연히라도 친구를 만나면 슬그머니 피해버리고 5년을 살았더니 내 삶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고  남편의 나이와 함께...

하루는 같은 동네에 산다는 직장 친구를 우연히 만나 집 약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래서 설마 하는 생각으로 가르쳐 줬더니 다음날 당장 찾아온 친구...

 

천만 다행으로 그때는 형편이 친구보다 나아진 상태였지만 이사와 함께

또 연락을 끊고,   지금 만나는 친구들은 어릴적 시골 부잣집 아이로 자란 내가

배불리 밥을 먹었을 때 양식이 없어 굶었다고 고백하는 어린시절 피붙이 같은

몇몇 친구들이다.

밥을 굶고도 안죽고 살아난 정말 고마운 친구...

 

시골엔 부자나 가난하나 도토리 키재기 같은 살림살이...

가난을 벗하고 살아온 친구들은 무서운 힘을 가졌고 지금은 부모 잘 만난 도시

친구들보다 부유하게 살며,  마음 또한 넉넉해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껴안아줘 가며 살아가고 있다.

미련한 알량한 자존심은 한쪽의 친구를 보내고 또 다른 한쪽의 친구를 만나고...

 

지금 나는 우리방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인연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로의 지난날을 거침없이 툭 터놓고 얘기 할 수 있는 나이인 중년에서 만난

귀한 친구들... 

어린날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친구 ...

건강 때문에 좌절을 겪었지만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맑은 영혼을 지닌 친구.

 

이제 나의 미련스러운 알량한 자존심을 떨쳐버릴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