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제2화 - 엔젤타운의 비밀 5편

사나토스200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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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누군가 노크를 했다.
밖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스파키. 여기 계십니까?"
"들어와."

 

카얀의 목소리였다.
문이 열리자 카얀이 옷은 벗은 채 몸통을 붕대로 감고는 피곤한 얼굴로 서 있었다.
힘든 싸움이기도 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이다.

 

"몸은 괜찮나?"
"네, 움직일만 합니다."
"용감하더군."
"스파키가 곁에 있어서 힘이 났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지?"
"아버지께서 보자십니다. 부상을 당하셔서 직접 오시지는..."
"곧 가지."

 

스파키는 징징거리는 아리아를 데리고 지도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가 있는 곳에서 20키로 떨어진 곳에 머리에 헬멧을 쓴 남자 두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분 말씀이 정말이군요."
"의심했는가?"
"아, 아닙니다. 너무 놀라워서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쓴 헬멧은 같은 모양이었지만 한 사람의 것에만 안테나가 달려 있었다.
그 자가 상사인 듯 했다.

 

"입을 조심해라."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예상 외의 정보를 얻었군. 그자가 로봇을 데리고 있다니."
"저도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 그 정도의 전투력이 있을 줄은....."
"그것도 이미 몇백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다. 수상한 점이 더 많아졌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우선 시티로 돌아간다. 다음 명령을 내리겠지."

 

둘은 각자 커다란 바이크에 올라타고는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카란은 잃어버린 팔 대신에 의수를 달고 있었다.
역시 의학이 발달한 마을답게 빠른 조치라고 생각했다.
날은 벌써 어두워져서 실내는 작은 등 몇 개로 밝혀놓고 있었다.

 

"통증을 잠재우기 위해 약을 너무 많이 썼나봅니다. 이제까지 자고 말았습니다. 그려...."
"저도 잠을 좀 잤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
"하지만 당신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카얀이 지휘를 훌륭하게 하더군요. 저도 놀랐습니다."

 

카란이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든 자식에 대한 마음은 같은 것이니까.

 

"당신에 대한 진찰기록이 나왔습니다."
"........."
"일반인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정상적인 골격에 정상적인 근육과 신경을 갖고 계십니다.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선 아무런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뭡니까?"
"당신의 몸에서 뽑은 혈액이 응고되지 않다가 방금 전에 활동을 멈추었습니다."
"네?"

 

혈액이 응고되지 않는다니...
그럼 작은 상처 하나에도 과다출혈로 죽을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카란에게 말을 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몸은 무슨 상처든 하루만 지나면 거의 아물어 버리는데.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예, 그러지요."

 

카란은 테이블 밑에서 종이 몇장을 꺼냈다.

 

"이것이 당신 몸에 대한 진찰기록입니다. 그리고 실험할 때 당신 몸에서 나온 여러 가지 전기적 신호들도 채크를 했습니다. 덕분에 기계들이 못쓰게 되었습니다. 허허."
".........."
"보시면 아시겠지만 혈압, 심장박동, 신경계, 뇌파 등 모든 것이 보통사람의 것과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다른 것이 있습니까?"
"당신이 전기를 쏟아낼 때 특정 주파수의 뇌파가 순간적으로 강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뇌파와 같은 파장의 에너지가 당신 혈액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 에너지가 계속 활동을 하면서 피를 응고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고 봅니다만......"
"그 에너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어쨌든 길트는 아닙니다. 파장이 전혀 다르더군요."
"음...."
"길트는 사람들에겐 병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그건 병이 아닙니다. 물론 세균도 아닙니다. 어떠한 미생물이라고 보기엔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잘 모르겠군요."
"길트는 쉽게 말하자면 에너지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형체가 없이 단순히 에너지 형태로 사람의 몸에 기생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숙주의 몸에 변이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변이를 일으킬 정도로 갑자기 인간의 유전자 조직을 변형시키는지는 전혀 알아낸 바가 없습니다. 당신의 혈액에서 나타난 에너지도 혹시 그런 종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끝에 당신의 혈액에서 발견된 에너지를 길트와 접촉을 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되던가요?"
"길트가 소멸했습니다. 즉 당신의 몸은 지구상에 있는 사람들의 가장 무서운 적인 길트를 없애는 유일한 희망인 셈이지요. 하지만 킬트만 죽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숙주도 곧 사망했습니다."
"길트를 가진 사람에게 실험을 하셨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린 어떠한 결론에 도달했지요?"

 

카란의 얼굴에 점점 음흉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당신의 몸에 살아있는 그 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내자는데 도달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의 소원대로 그 힘에 대한 비밀도 풀 수 있을겁니다."
"제가 어떻게 도우면 됩니까?"

 

카란의 표정을 보며 스파키는 칼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아시겠지만 간단한 조사나 혈액으로는 제대로 조사를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당신의 몸을 제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 몸을 열어보겠단 소리군요."
"뭐, 말하자면 그렇지요. 그래도 저희가 신세를 진 일이 있으니 정중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 스파키는 주위에 이미 다른 것들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중하게 부탁하시니 저도 정중하게 거절하지요."
"하하하.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난 당신을 이해할 수 없군."
"그럼 당신 속을 들여다보며 얘기하지."

 

그때 아리아가 아까처럼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스파키가 아리아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무언가가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스파키를 덮쳤다.

 

"아리아. 도망가!"

 

그가 옆으로 몸을 굴리면서 소리쳤지만 아리아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방에서 덩치 큰 사람의 형상을 한 것들이 나타났다.
한 놈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가 칼을 뽑으며 다시 소리를 지르기 위해 아리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다른 놈의 손에 잡혀버렸다.

 

"이런."

 

스파키가 몸을 회전하며 달려드는 놈을 향해 칼날을 날렸다.

 

"챙!"

 

하지만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칼이 튕겨져 나왔다.
스파키는 녀석의 몸을 자세히 보았다.
형태는 꼭 커다란 사람의 것을 하고 있었지만 피부가 달랐다.
마치 돌덩어리처럼 딱딱한 표피가 몸 전체를 덮고 있었고 눈은 누런 빛을 띠고 있었다.
스파키는 이번엔 칼에 전력을 보내며 다시 놈의 목을 쳤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놈이 가까이 다가서며 그가 휘두르는 손목을 잡아버린 것이다.
스파키 자신도 대처하지 못할 만큼의 빠른 동작이었다.
칼은 허공을 돌다가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바닥을 보니 처음 왔을때와는 달랐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재료로 바닥을 다시 깐 것이다.
놈은 그의 손목을 잡은 채 잡아당겼고 그가 힘없이 끌려오자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하지만 스파키도 자신의 가슴을 덮은 놈의 팔뚝을 잡으며 기합을 넣었다.

 

"이얍!"

 

순식간에 그의 몸이 붉은 빛을 띠면서 스파크를 사방으로 뿌렸다.
하지만 놈의 팔은 전혀 힘을 풀지 않았다.

 

"뭐야. 이건...."

 

카란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웃었다.

 

"푸하하하.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라도 약점은 있는 법이지. 바위에 전기가 통할 리가 있나. 얌전히 있어주면 고통은 없게 하겠소."
"웃기는 소리."
"곧 알게 될거요."
"하앗!"

 

다시 전력을 끌어올리던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축 늘어졌다.
그때 카란이 천천히 다가왔다.

 

"아까 쳐들어온 놈들 때문에 힘을 너무 많이 썼나보군. 그래. 뭐 팔 하나를 잃었지만 당신을 얻었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구만."

 

힘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가 겨우 고개를 들며 카란에게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
"말해보시오. 살지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닥터 키노의 실험을 견뎌야 하니 그 전에 다 말해주지."
"왜 카얀의 아내를 죽였지?"
"이런....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 짐승들이 죽였지 어디 내가 죽였나?"
"당신이 시킨 것 아닌가?"

 

그때 카란이 스파키의 어깨에 달린 단도를 보며 혀를 찼다.

 

"이런.... 이게 무엇인지 이제서야 기억이 나는구만. 그래, 그 놈이 그걸 말해주던가?"
"그래..... 하지만 당신 아들은 모르지."
"그거 고맙구만. 당신의 호기심이 날 도왔군. 내가 왜 그 여잘 죽였는지 진실을 알기 위해 일부러 카얀에겐 말을 하지 않았겠지?"
"그렇다."
"허허..... 이런 딱한 경우가 있나?  좋아, 말해주지. 지하에 실험실이 있다. 누구도 알아선 안되지. 근데 그것이 그만 실수로 들어와서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말았어. 그러던 차에 지크라는 놈이 키루들을 끌고 와서는 식량을 요구하며 그 애를 데려가 버렸지. 인질이라면서 말야. 난 잘됐다 싶었는데 카얀은 그러질 못했지. 더군다나 그 짐승들의 우두머리가 당신과의 교환을 제안하더군. 그래서 내가 당신보다 먼저 찾아가서 여잘 죽이고 당신도 넘겨달라고 했지. 하지만 지능이 없는 것들에겐 무리였어."
"어쨌든 목적을 전부 이룬 셈이군."
"아직 멀었지. 자네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그 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해야지. 길트를 없앨 수 있는 방법도 찾고, 그 전기를 발생시키는 능력도 손에 넣고, 일석이조...... 이럴 때 쓰는 말 아닌가?"
"지하에 있는 놈들한테 내 힘을 넣을 생각인가?"
"오! 그것도 알고 있나?"
"다른 것도 알고 있지."
"호오, 놀랍군. 어디까지 알고 있지?"
"이제까지 우리가 나눈 대화를 당신 아들이 전부 듣고 있다는 것까지."
"무슨...... 뭐?"

 

그제서야 스파키의 귀에 꼽힌 헤드셋이 눈에 들어온 카란이 발악하듯 내뱉었다.

 

"이런, 쥐새끼같은 녀석!"
"쥐새끼는 너야. 그래..... 아들한테 뭐라고 할텐가?" 
"죽여버리겠다."
"당신 아들도 죽일텐가?"
"날 이해할 것이다."

 

그때 카얀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에디가 들려 있었다.
사람 몸통보다 조금 더 커보이는 에디를 내려놓은 그는 땀을 흘리며 귀에 꼽은 헤드셋을 떼내며 다가왔다.

 

"스파키가 저걸 들고 오라며 귀에 꽂아 주더군요."
"카얀... 내 말을..."
"제가 사랑하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며느리이기도 하죠."
"얘야.......... "
"이젠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전 이 마을을 떠나겠습니다."
"........."

 

카란은 몸을 떨며 스파키를 노려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친 스파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어서 치워. 안그러면 전부 죽이겠다."
"이왕 이렇게 되었지만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전부 잡아!"
"크르르르"

 

놈들이 다시 움직였고 스파키를 잡고 있던 놈은 더욱 힘을 주기 시작했다.
스파키는 다시 다리에 힘을 주며 똑바로 서려고 하면서 기합을 넣었다.

 

"하앗!"

 

다시 그의 몸이 붉게 빛을 내며 전력을 뿜었다.
하지만 아까보단 훨씬 강력했다.
스파키가 다시 기합을 넣으며 마무리를 넣었다.

 

"끼얍!"

 

그러자 강한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고 그를 잡고 있던 것이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그걸 본 카란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놈.... 처음부터....."
"난 연기는 서투른 편인데. 통하는 사람도 있군."
"네 힘은 어디까지냐?"
"소드타운 아나?"
"뭐? 그럼......네가....."
"그래, 하는 수 없었다. 놈들이 내 몸을 발전기로 쓰려고 했지. 그래서 아예 전기가 필요없는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가 전력의 사용법에 익숙해지려는 찰나 들렀던 소드타운이라는 곳이 있었다.
그가 떠나는 날 그 마을은 폐허가 되어버렸고 남은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그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파크를 본 사람들에 의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스파키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네 몸을 조사해야겠다."
"정신을 못차리는구만."
"잡앗!"

 

카란이 소리치자 스파키는 몸을 움직이는 대신 입술만 움직였다.

 

"전투모드. 인간이 아닌 것은 전부 죽여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카얀이 들고온 커다란 물체가 들석거리며 변형을 시작했다.
먼저 위쪽으로 렌즈가 달린 머리가 나오더니 양쪽 옆 부분이 몸체에서 떨어지며 쭈욱 나왔다.
팔이 다 나오자 바로 밑에서 다리가 펴지면서 일어섰다.
그리곤 두툼한 팔뚝부분이 철컥거리며 총구를 내밀었다.
카란 부자가 놀라는 틈에 벌써 에디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
"크어!"
"키악!"
"크륵!"

 

카란의 충실한 부하들이 순식간에 몸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바닥엔 그 피가 헝건하게 흐르기 시작했고 카란의 얼굴에 절망이 덮쳤다.

 

"이.... 이.....이런....."

 

근데 한 놈만이 서 있었다.
아리아를 들고 있는 녀석만은 에디의 사격에서 벗어난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것들만 죽여야 하는데 에디와 녀석 사이에 아리아가 있는 꼴이었다.
하지만 에디의 렌즈가 조금 움직이더니 렌즈 옆에서 레이져를 쏘았다.
정확하게 아리아를 잡고 있던 팔을 절단한 에디는 다시 임무를 완수했다.

 

"투투투투"
"크악!"

 

마지막 놈까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지자 카란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아리아가 스파키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카얀이 그녈 막았다.
그는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카란, 이제 그만 포기하고 사람들 치료하는데 전념하는 것이 어떻겠소. 이곳엔 다른 의사들도 많던데."
"네가 뭘 안다고......"
"그럼 또 환자들을 실험체로 사용할 생각인가? 그럼 당신 아들은 어떻게 할 셈인가? 그도 저것들처럼 돌연변이로 만들 생각인가? 당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일부러 길트에 감염시키고 또 그 길트를 다시 없애기 위한 실험을 반복할 계획인가?"
"적은 희생은 필요한거야."
"사람을 위해서 길트를 없앤다는 자가 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살인인가? 자식의 아내까지 죽여가면서?"
"큭....."

 

그때 카얀이 다가왔다.

 

"아버지. 꼭 그녈 죽여야만 하셨나요?"
"어쩔 수 없었다. 이 일이 알려지면 너와 내가 이룩하려던 모든 것이 끝이야."
"세상의 중심은 농장으로도 얼마든지 이룩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지킬 힘이 있어야 되는거야."
"이런 식으로 지켜져야 한다면 차라리 버리겠습니다."
"카얀......."

 

그때 에디의 머리가 문 쪽으로 움직이자 스파키가 얼른 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화살이 그의 얼굴을 스치며 카란의 목에 박혔다.

 

"큭!"
"아버지!"
"누구냐?"

 

스파키가 문 쪽으로 달려가자 다시 한 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가 얼른 피하자 그 화살은 에디의 렌즈에 적중했다.
스파키가 다시 몸을 돌렸지만 밖에선 멀리 사라지는 바이크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에디. 미사일 발사."
"목표는?"
"지금 움직이는 엔진."

 

곧 에디의 왼쪽 가슴 부분이 돌출되며 옆으로 자그마한 미사일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 미사일은 바로 따가운 소리를 내며 바람처럼 문을 통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2초 후 멀리서 폭발음이 들렸다.

 

"목표 적중. 생존자 없음."

 

스파키가 밖을 다시 확인하려고 할 때 카얀의 절박한 절규가 들렸다.

 

"아, 아버지!"
"커억!"

 

카얀이 아버지의 몸을 잡으며 불렀지만 그는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숨을 멈추었다.
아리아도 더 이상 칭얼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오로지 에디에게서 나오는 작은 모터소리만 들릴뿐........

 


다음날 카얀이 스파키를 찾아갔을 때 그는 출발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얀도 메탈타운에서 키에르가 그에게 주었던 바이크에 식량과 물 등을 준비시켰다.

 

"이렇게 빨리 가실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날 노리는 녀석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여기 있으면 좋지 않아."
"하지만....."
"어제 쳐들어온 몽크라는 놈들은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라진 닥터 키노라는 자가 너의 아버지를 죽인게 아닌 것 같다."
"그럼...."
"마을 입구에서 100미터 전방에 그의 시체가 있다. 미사일 맞은 놈은 다른 곳에 있고. 아마 그 자도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 있겠지. 너의 아버지를 조종하면서 돌연변이 연구를 하고 있던 것이 분명해. 너의 아버지는 그것이 길트를 없애기 위한 것인 줄 알고 최선을 다 했지만 방법이 조금 틀렸을 뿐이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죄송합니다."
"아리아를 잘 부탁한다."

 

그 말에 카얀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난 그녈 사랑할 수 없다."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내 아내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지. 어쩌면 내 후손일지도 모른다."
"예?"
"하하하. 그렇게만 알아라."

 

스파키가 활짝 웃으면서 바이크에 에디를 단단히 고정시키고는 자신도 올라탔다.

 

"어디로 가십니까?"
"테크타운."
"저 로봇 때문입니까?"


카얀이 묻자 스파키가 에디가 담겨진 베낭 위에 손을 얹으며 슬며시 웃었다.

 

"마지막 남은 내 친구지. 그리고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
"그럼 제가 저 로봇의 친구가 되면 되겠군요."

 

그 말뜻을 알아챈 그가 써억 웃으며 카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넌 나의 친구다.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는 이 말을 하고는 모래를 일으키며 사라져갔다.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던 카얀은 얼른 아리아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하하. 저런..... 큰일났군."

 

아리아는 자신이 처음 스파키를 만나러 갔을 때 묶인 것처럼 누에고치가 되어 바닥에서 울고 있었다.

 

 


- 2424년 8월 15일 -
엔젤타운을 떠나 테크타운이라는 마을로 향하고 있다.
중간에 만난 여행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테크타운은 다른 마을에 비해 10배 이상의 면적을 가진 커다란 도시라고 한다.
40000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고 다른 마을에 복잡한 기계나 부속들을 만들어주고 필요한 것들은 받는 식으로 유리한 무역을 하며 풍요롭게 살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세상의 멸망 이후 가장 많은 문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곳에서 에디를 고칠수 있을지도 모른다.
에디의 연료가 그곳에 있을까?
지구를 이지경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물건이 아직 남아있을까?
아직 일주일을 더 가야한다.
그리고 카란을 죽인 그자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에디의 렌즈를 정확히 공격했다.
하지만 에디의 기능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떤 집단일까?
그들이 몽크들을 조종한 자와 동일한 조직이라면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어쩌면 나의 여행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