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가져온 하루

독립녀200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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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목이 칼칼하다.

 

 

'토마토쥬스 먹고싶어...'  토마토가 가져온 하루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밤새 뭉쳐있던 싸한 냉기가 불쑥 튀어나와

맨다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금새 소름이 돋은 다리를 쓱쓱 문지르고는

야채박스를 열어 발갛게 익은 토마토 4개를 집어들었다.

 

 

어느새 어스름한 새벽빛에 눈이 익숙해졌는지

구태여 불을 켤 필요는 없었다.

 

 

부엌한켠에 세워뒀던 믹서기의 전원을 켜고,

네쪽으로 자른 토마토들을 덤성덤성 집어 넣어

동작 버튼을 눌렀다.

 

 

위이잉... 위이잉....

 

시끄러운 믹서기의 칼날이 사정없이 돌아가고

토마토가 펄펄 날아 살을 섞는다.

 

가만히 보고있자니 그 돌아가는 모양새가 참 재밌다.

 

 

'이쯤이면 다 됐을테지...'

 

 

 

사발같이 생긴 머그잔에 걸쭉한 토마토 즙을 붓고,

얼마전 엄마가 갖다준 벌꿀 두스푼을 탔다.

 

 

 

 

텁텁한 입 한가득 번지는

차갑고 달콤하고, 새콤한 토마토 쥬스.

 

 

하룻밤을 냉장고서 지샌 토마토는

목줄기를 따라내려서자마자

머리랑 귀가 쩡 소리를 내며 울리게 만든다.

 

이 소스라칠만한 차가움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잔을 쥐고 돌아온 방은

어느새 여명이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어제와는 또다른 '오늘'이 되어있다.

 

 

그래... '어제'는 내가 잠을 자는 사이 또 어딘가로 가버렸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시간도 재빨라져간다.

 

가끔 그 재빠름이 야속하다.

 

 

 

 

 

 

 

 

 

집밖도, 집안도,

고요함과 어스름함에 절어있는 새벽에

 

나는 토마토쥬스 한잔을 들고

하루를 시작했다.

 

 

달콤한 토마토 쥬스를 홀짝거리며

 

'오늘은 어떤날이 되게할까..'

 

 

 

 

 

 

 

그리고 어느새 또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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