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을 거닐며...... 언덕 위에 있는 높다란 교회건물이나 산 속에 자리한 절을 보면 그 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안에는 십자가나 부처상이 아래를 굽어보며 있을 것이고, 그 밑에는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특정한 종교에 소속되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외스러운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 성서를 끼고 엄숙히 서 있는 목사나 신부, 하얀 머리띠를 한 수녀, 그리고 넓은 통바지를 입고 목탁을 손에 든 스님을 보면 고개를 돌려 버리기도 했었다. 내가 상상도 못하는 길을 가는 사람들...... 나같은 불경스러운 사람은 흉내도 내지 못할 경건함을 가진 사람들...... 서른 살이 넘어서면서 지독한 천식과 폐병으로 시달렸었다. 산사에 요양하러 들어갔다. 각혈로 하얀 백지를 적시며 죽어갔던 옛 문인들의 책과 한움큼의 약을 머리맏에 두고 나의 마지막 초상을 그렸다. 밤이면 가을의 달빛을 밟으며 긴 계단을 걸어올라 산신각에 들어갔다. 벽 한가운데는 하얀 수염의 산신령이 촛불에 너울거리고 있었다. 낡아서 채 닫히지도 않는 산신각의 문틈으로 낙옆이 바람에 날려 굴어 떨어졌다. 좌선하여 두 손을 아랫배에 모으고는 가쁜 숨을 하나씩 고르며 눈을 감았다. 나 자신에게만 떨어진 듯한 병마와 추락하는 청춘의 날개를 서럽게 여기며 끊임없이 머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상념에 빠져들었다. 이 쪽을 생각하면 저 쪽이 허전하다. 저 쪽을 다독거리며 이 쪽이 얼굴을 내민다. 생노병사와 희노애락의 바퀴는 쉬지않고 굴러가는데, 과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얼마전에 산신각 저 위에 서 있는 고압선 철탑에 혁대를 풀어 걸고는 중년의 사내가 목 매달았었다. 그 때에 나는 산신각 아래에 있는 대웅전 댓돌에 앉아서 질질 끌려 내려오는 그 사내의 죽음을 둘러싼 거적대기를 보았다. 멍석같은 거적의 끝으로 그 사내의 발이 삐죽 나와 있었다. 신발이 벗겨진 맨발이었다. 하얀 속살이었다. 질끈 눈을 감았다. 날마다 죽어가는 듯한 내 생애의 마지막 모습처럼 느껴졌다. 향로에는 내가 꽂은 향에서 한줄기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빨간 점으로 타들어가는 불꽃과 그 위에 꼬부라져 휘어진 채로 달려있는 타고 남은 재. 한 점으로 스치는 공기의 흐름에도 툭 떨어져 부셔질 듯한 하얀 재...... 잠시 후에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진 재는 드디어 고개를 떨구며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이 청춘이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창백한 청춘의 얼굴이었던 것이었다. 추석을 지난 가을 바람은 차가웠다. 한기에 몽을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삼배하여 산신령에게 경의를 표했다. 아래의 대웅전 처마 밑에서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삐걱~ 하면 산신각의 문을 열고 하얀 고무신을 신었다. 한숨을 내쉬며 아래로 뻗은 돌계단을 내려다 보았다. 번쩍하며 하나의 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칼 지브란..... 칼 지브란이 던진 한마디였다.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모두가 신전이다. 당신이 딛고 있는 어느 곳도 신전이 아닌 곳은 없다. 나는 낙엽 위에 풀썩 주저 앉았다. 분리되었던 모든 개념이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이었다. 손을 휘둘러 스치는 바람도 신전이었다. 내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병마도 신전이었다. 발 밑에 떨어져 구르는 낙엽, 깊이 잠들은 스님, 풍경소리, 그리고 서럽던 내 청춘도 경건하기만 한 신전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십 년이 흘렀다. 낮선 동네의 모퉁이에 나는 서 있다. 반은 허물어진 몸과 정신을 가지고 길을 가고 있었다. 철탑에 목매달아 죽은 사내를 보고 세상이 모두 신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초로의 사내가 반은 죽은 채로 덜렁거리며 간다. 그는 출세를 말했다. 돈버는 일에 몰두했다. 쾌락을 쫓아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신전을 마구 어지럽히며 살았던 사내가 반은 송장이 되어서 중얼거리며 하늘에다 대고 주먹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잇~ 더러운 세상~~
신전을 거닐며......
신전을 거닐며......
언덕 위에 있는 높다란 교회건물이나 산 속에 자리한 절을 보면 그 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안에는 십자가나 부처상이 아래를 굽어보며 있을 것이고, 그 밑에는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특정한 종교에 소속되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외스러운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 성서를 끼고 엄숙히 서 있는 목사나 신부, 하얀 머리띠를 한 수녀, 그리고 넓은 통바지를 입고 목탁을 손에 든 스님을 보면 고개를 돌려 버리기도 했었다.
내가 상상도 못하는 길을 가는 사람들...... 나같은 불경스러운 사람은 흉내도 내지 못할 경건함을 가진 사람들......
서른 살이 넘어서면서 지독한 천식과 폐병으로 시달렸었다. 산사에 요양하러 들어갔다.
각혈로 하얀 백지를 적시며 죽어갔던 옛 문인들의 책과 한움큼의 약을 머리맏에 두고 나의 마지막 초상을 그렸다.
밤이면 가을의 달빛을 밟으며 긴 계단을 걸어올라 산신각에 들어갔다.
벽 한가운데는 하얀 수염의 산신령이 촛불에 너울거리고 있었다. 낡아서 채 닫히지도 않는 산신각의 문틈으로 낙옆이 바람에 날려 굴어 떨어졌다.
좌선하여 두 손을 아랫배에 모으고는 가쁜 숨을 하나씩 고르며 눈을 감았다.
나 자신에게만 떨어진 듯한 병마와 추락하는 청춘의 날개를 서럽게 여기며 끊임없이 머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상념에 빠져들었다.
이 쪽을 생각하면 저 쪽이 허전하다. 저 쪽을 다독거리며 이 쪽이 얼굴을 내민다.
생노병사와 희노애락의 바퀴는 쉬지않고 굴러가는데, 과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얼마전에 산신각 저 위에 서 있는 고압선 철탑에 혁대를 풀어 걸고는 중년의 사내가 목 매달았었다. 그 때에 나는 산신각 아래에 있는 대웅전 댓돌에 앉아서 질질 끌려 내려오는 그 사내의 죽음을 둘러싼 거적대기를 보았다.
멍석같은 거적의 끝으로 그 사내의 발이 삐죽 나와 있었다. 신발이 벗겨진 맨발이었다. 하얀 속살이었다.
질끈 눈을 감았다. 날마다 죽어가는 듯한 내 생애의 마지막 모습처럼 느껴졌다.
향로에는 내가 꽂은 향에서 한줄기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빨간 점으로 타들어가는 불꽃과 그 위에 꼬부라져 휘어진 채로 달려있는 타고 남은 재.
한 점으로 스치는 공기의 흐름에도 툭 떨어져 부셔질 듯한 하얀 재...... 잠시 후에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진 재는 드디어 고개를 떨구며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이 청춘이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창백한 청춘의 얼굴이었던 것이었다.
추석을 지난 가을 바람은 차가웠다. 한기에 몽을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삼배하여 산신령에게 경의를 표했다. 아래의 대웅전 처마 밑에서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삐걱~ 하면 산신각의 문을 열고 하얀 고무신을 신었다. 한숨을 내쉬며 아래로 뻗은 돌계단을 내려다 보았다.
번쩍하며 하나의 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칼 지브란..... 칼 지브란이 던진 한마디였다.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모두가 신전이다. 당신이 딛고 있는 어느 곳도 신전이 아닌 곳은 없다.
나는 낙엽 위에 풀썩 주저 앉았다. 분리되었던 모든 개념이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이었다.
손을 휘둘러 스치는 바람도 신전이었다. 내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병마도 신전이었다.
발 밑에 떨어져 구르는 낙엽, 깊이 잠들은 스님, 풍경소리, 그리고 서럽던 내 청춘도 경건하기만 한 신전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십 년이 흘렀다.
낮선 동네의 모퉁이에 나는 서 있다. 반은 허물어진 몸과 정신을 가지고 길을 가고 있었다.
철탑에 목매달아 죽은 사내를 보고 세상이 모두 신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초로의 사내가 반은 죽은 채로 덜렁거리며 간다.
그는 출세를 말했다. 돈버는 일에 몰두했다. 쾌락을 쫓아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신전을 마구 어지럽히며 살았던 사내가 반은 송장이 되어서 중얼거리며 하늘에다 대고 주먹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잇~ 더러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