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어쩐지 몰라도 난 그렇다. 그 놈이 알바한다고 했을땐 정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걔한텐 뭐든지 해주고 싶고 그래?”
“응, 걘 공부도 잘 하니까 좋은 대학 보내서 걱정 없이 공부시키고 싶어.”
“아버지같은 기분이구나.”
“글쎄… 이런게 아버지의 마음일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 미래의 매형.”
“뭐야? 너 거기 서.”
상현은 물고 있던 담배를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났다. 이글거리는 상현의 눈을 본 다운은 놀람과 동시에 알수없는 오기를 느꼈다. 꼭 하현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만 늘 무심하게 가라앉아 있던 상현의 눈이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것을 본 순간 그동안의 상현이가 가짜라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는 단 하나의 친구라고,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었는지 저 새끼는 모른다. 그저 신경쓰는 건 지 가족들뿐. 그때가 아니면 진심으로 웃지도 않았다. 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먼곳을 바라보던 새끼가 저 예쁜 얼굴을 현실에 고정시킬 때면 그 자리엔 늘 하현이가 있었다.
알고 있다. 이건 질투다. 저 같잖지도 않은 놈을 친구랍시고 나 혼자 의지하며 생쑈를 했던 거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 몸을 담근 처지라 친구라는 존재가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친구들은 많았다. 같이 어울려 놀 사람이라면 셀 수도 없이 많다. 다만 그들은 친구가 아니었다. 이렇게 학교 옥상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면서 담배를 피울 때 옆에 있는 녀석은 상현이가 아니면 안 되었다.
고등학교는 때려치울 생각이었다. 귀찮기도 하고 우습게만 보였다. 어차피 학교에 잘 나가지도 않을 것을 뭐하러 꾸역꾸역 기어들어가나 싶었다.
하지만 엄마 등쌀에 밀려 들어온 학교에서 상현이를 만난 것이다. 다들 수근거리며 힐끗힐끗 쳐다보는 가운데 상현이만은 거침없이 옆자리에 앉아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반 애들이 처음에 상현이도 연옌이라고 오해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햇살을 받은 상현이는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왔다.
“너 이 새끼. 다시 말해봐.”
조용히 다가오는 상현이의 주먹이 흔들렸다.
나를 때리겠다는 거냐. 나를?
다운은 서글픔과 분노를 간신히 억눌렀다.
너한테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콩! 다운은 깜짝 놀라 상현을 바라보았다. 멍한 그 눈길에 상현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됐어, 새꺄. 열낸 나도 나지만 너도 웃기다. 그걸로 날 치려고 했냐, 지금?”
다운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거기에는 옥상 한 구석에 굴러다니던 각목이 쥐어져 있었다.
“병신새끼.”
어느새 자신의 말투에도 독기는 사라져 있었다. 다운은 핑 콧방귀를 뀌며 각목을 던져버렸다.
“미친놈.”
욕을 주고받으며 나란히 앉아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송이 있다고 조퇴한다는 다운을 그대로 보내고 상현은 그늘로 기어들어가 누웠다. 해가 중천에 뜨니 조금 뜨거웠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잘 알고 있다. 예전, 그날. 그때부터다. 그래서 다운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굴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접어지지 않을까, 이 마음은.
절대로 내색할 필요없다고 다짐했다. 죽어도 알려지면 안 된다고. 아니, 알려져도 달라질 건 없었다.
그냥 혼자만 조금 아프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일. 상현은 눈을 감았다.
그래, 난 할수있어. 난 안상현이잖아. 키크고 잘생겼고 머리도 좋은 데다가 주먹도 세지. 남자들은 날 부러워하고 여자들은 달라붙지 못해 환장을 해. 그래, 난 그런 놈이야. 가수같은거 할 마음은 절대 없었지만 그래도 오라고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게 한두번인 줄 알아? 마음만 먹으면 봐, 바로 길이 열리잖아. 걱정같은거 안 해. 내가 해서 안 되는 일이 있었나. 그래, 난 그렇게 잘난 놈이야.
그런데… 왜… 내가 제일 갖고 싶은 건 안 되는 걸까. 왜…
그늘에 숨었는데도 햇빛이 닿았는지 눈이 따끔거렸다. 뜨겁게 달궈진 눈가를 손등으로 누르며 상현은 에이씨, 하고 욕을 내뱉었다. 아아, 씨발. 진짜 날씨 한번 더럽게 좋네.
상현하현 5
5
“상현아.”
“왜?”
“있잖아…”
“뭐가 있어? 아무 것도 없다.” -_-
“아니, 니 동생.” -_-;;
“하현이? 왜?”
“귀엽더라.”
“새꺄, 죽어도 안 돼.”
“왜에?”
“연옌하는 넘을 뭘 믿고… 암턴 안된다면 안 되는 거야.”
“야아, 너도 연옌 할거잖아.”
“그래서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잖냐.”
“여동생이란게 그렇게 이쁘냐? 같은 나이인데도?”
“남들은 어쩐지 몰라도 난 그렇다.
그 놈이 알바한다고 했을땐 정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걔한텐 뭐든지 해주고 싶고 그래?”
“응, 걘 공부도 잘 하니까 좋은 대학 보내서 걱정 없이 공부시키고 싶어.”
“아버지같은 기분이구나.”
“글쎄… 이런게 아버지의 마음일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 미래의 매형.”
“뭐야? 너 거기 서.”
상현은 물고 있던 담배를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났다.
이글거리는 상현의 눈을 본 다운은 놀람과 동시에 알수없는 오기를 느꼈다.
꼭 하현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만 늘 무심하게 가라앉아 있던 상현의 눈이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것을 본 순간
그동안의 상현이가 가짜라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는 단 하나의 친구라고,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었는지 저 새끼는 모른다.
그저 신경쓰는 건 지 가족들뿐.
그때가 아니면 진심으로 웃지도 않았다.
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먼곳을 바라보던 새끼가
저 예쁜 얼굴을 현실에 고정시킬 때면 그 자리엔 늘 하현이가 있었다.
알고 있다. 이건 질투다.
저 같잖지도 않은 놈을 친구랍시고 나 혼자 의지하며 생쑈를 했던 거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 몸을 담근 처지라 친구라는 존재가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친구들은 많았다.
같이 어울려 놀 사람이라면 셀 수도 없이 많다.
다만 그들은 친구가 아니었다.
이렇게 학교 옥상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면서 담배를 피울 때
옆에 있는 녀석은 상현이가 아니면 안 되었다.
고등학교는 때려치울 생각이었다.
귀찮기도 하고 우습게만 보였다.
어차피 학교에 잘 나가지도 않을 것을 뭐하러 꾸역꾸역 기어들어가나 싶었다.
하지만 엄마 등쌀에 밀려 들어온 학교에서 상현이를 만난 것이다.
다들 수근거리며 힐끗힐끗 쳐다보는 가운데
상현이만은 거침없이 옆자리에 앉아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반 애들이 처음에 상현이도 연옌이라고 오해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햇살을 받은 상현이는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왔다.
“너 이 새끼. 다시 말해봐.”
조용히 다가오는 상현이의 주먹이 흔들렸다.
나를 때리겠다는 거냐. 나를?
다운은 서글픔과 분노를 간신히 억눌렀다.
너한테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콩!
다운은 깜짝 놀라 상현을 바라보았다.
멍한 그 눈길에 상현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됐어, 새꺄. 열낸 나도 나지만 너도 웃기다. 그걸로 날 치려고 했냐, 지금?”
다운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거기에는 옥상 한 구석에 굴러다니던 각목이 쥐어져 있었다.
“병신새끼.”
어느새 자신의 말투에도 독기는 사라져 있었다.
다운은 핑 콧방귀를 뀌며 각목을 던져버렸다.
“미친놈.”
욕을 주고받으며 나란히 앉아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송이 있다고 조퇴한다는 다운을 그대로 보내고 상현은 그늘로 기어들어가 누웠다.
해가 중천에 뜨니 조금 뜨거웠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잘 알고 있다.
예전, 그날. 그때부터다.
그래서 다운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굴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접어지지 않을까, 이 마음은.
절대로 내색할 필요없다고 다짐했다.
죽어도 알려지면 안 된다고. 아니, 알려져도 달라질 건 없었다.
그냥 혼자만 조금 아프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일.
상현은 눈을 감았다.
그래, 난 할수있어. 난 안상현이잖아.
키크고 잘생겼고 머리도 좋은 데다가 주먹도 세지.
남자들은 날 부러워하고 여자들은 달라붙지 못해 환장을 해.
그래, 난 그런 놈이야.
가수같은거 할 마음은 절대 없었지만 그래도 오라고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게 한두번인 줄 알아?
마음만 먹으면 봐, 바로 길이 열리잖아.
걱정같은거 안 해. 내가 해서 안 되는 일이 있었나. 그래, 난 그렇게 잘난 놈이야.
그런데… 왜… 내가 제일 갖고 싶은 건 안 되는 걸까. 왜…
그늘에 숨었는데도 햇빛이 닿았는지 눈이 따끔거렸다.
뜨겁게 달궈진 눈가를 손등으로 누르며 상현은 에이씨, 하고 욕을 내뱉었다.
아아, 씨발. 진짜 날씨 한번 더럽게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