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 불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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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인생에서 한번도 “아버지”를 부른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농부의 딸로  1남 4녀중 늦둥이로 태어나 4살 때 아빠가 돌아가셨습니다.

 

6살때쯤 살기힘들었던 엄마는 그때나이 44살에 조그만 가게를 하시는 72살의 할아버지를 만나 저를 데리고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죠… 언니와 오빠들은 이미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호적상에는 남남이나 동거를 시작했기 때문에 새아버지 였죠… 그런데 어린 나이에 흰머리주름진 얼굴은 그냥 항상 할아버지로 인식되었나 봅니다. 살면서 한번도 “아버지”라 부른적이 없었거든요… 19년을 같이 살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학비를 군소리 없이 다 내어주시고, 갖고 싶은거, 입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남들 부끄럽지 않게 해주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22살때쯤 졸업하고 나서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을 했고 집에 연락과, 방문횟수가 줄어들면서 당연히 못 뵙고 그렇게 살다 작년 추석쯤에 집에를 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정 하시던분이 중풍이 와서 다리 한쪽을 쓰지 못하시고, 배변을 가리지 못하신다고 하더군요… 그 와중에도 사과를 깍아 드렸더니 먼저 먹으라며 힘없고, 마르신 손으로 제게 건네시는걸 보고 차마 그 앞에 있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 후 작년 설날까지 인사를 드렸고, 올해 추석에 집에 다녀왔는데 안방에 늘 계시던 분이 안 계셨어요 엄마한테 여쭤보니 돌아가셨다고 … 요양원에 계시다가 새벽녘에 돌아가셨고, 걱정할 것을 우려했던 엄마가 우리에겐 연락 한번 주지 않았고, 제가 연락해도 아무런 일 없다는 식으로…

 

마지막 돌아가시기 전날 어머니가 병문안을 가셨는데 마지막 선물을 준다며 가스렌지를 사주셨다 합니다. 본인이 마지막인걸 아셨는지…

그날 새벽 가족들도 모르게 혼자 병원에서 외로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걸 다 해주셨는데 단 한번도 살갑게 대한적 없었고, 첫 월급 타던 날 양말하나 사드리지 않았고, 친구들과 길다가 마주치면 남남이라며 인사 한번 안 했고, 병원에 입원해 계신걸 알면서 한번도 문안간 적 없었고, 맛있는거 한번 사드린 적 없어 정말 죄송합니다.

 

엄마의 동거인이 늙은 할아버지라는걸 남들에게 들킬까봐 한번도 같이 길을 걸어본 적 없었고, 무엇보다 정말 죄송한건 “아버지”라 불러드리지 못한 게 너무 죄송스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편히 잠드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생에 인연이 되면 꼭 착한 딸이될께요… 의붓딸이 아닌 친딸로 살갑게 꼭 “아버지”라 꼭 불러드릴께요  정말 죄송합니다.

 

임종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어디에 말할때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말은 하고 싶은데 가족들 조차 언급하지 않네요…  

 

답답해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