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우스의여자(28)

써니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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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진실게임


밝은 표정으로 걸어오는 지유를 보며 믿기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은준이었다


“어이 신은준”

“한지유..”

지유가 손을 내밀었다


“뭐해 악수하자 악수”

그제서야 은준이 지유의 손을 잡았다


“오랜만이다 한지유”

“응 잘지냈어?”

“그냥 넌?”

“나? 나야 잘지냈지”

“그렇게 보이네 외국 물이 좋긴 좋은가 보네”

“좋긴 좋더라”

“머리카락 많이 길었네”

“응 근데 너무 기니깐 관리를 못 하겠어 자를까 싶어”


은준과 지유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강민한과 지유가 눈이 마주쳤다

“강민한씨 왜 전화 안 받았어요 여기 길 찾는다고 힘들었잖아요”

“진동으로 해놔서 전화 온줄 몰랐어”


신은준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뒤 말하였다

 

“형 한지유한테 존댓말 안쓰네”

“그..그러게 말이야.. 이제 나이도 한 살 더 먹었다고 말을 놓더라니깐..”


심각해지는 분위기를 막기 위해 장난스럽게 말한 지유와는 달리 민한은 소주 한잔을 비우며

태연하게 그러나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제 그런 사이 아니다”

“우리?”

신은준 역시 소주 한잔을 비우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 어떤 사이인데”

“한지유랑 나, 정식으로 교제한다”

“아줌마 여기 소주 한병 아니, 세병 더 주세요”

은준은 지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형이 포장마차 오자 그럴 때부터 느낌이 이상하더라.. 형 힘들 때만 소주 마시잖아..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 연인사이가 됐으니 나는 이제 물러나라는 그런 말인가”

“미안하다” 

“축하는 못해주겠다”


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비웠다

한 잔의 술을 비우며 외로움을 삼키고 한 잔의 술을 비우며 괴로움을 이기고 한 잔의 술을 비우며 눈물을 삼킨다


“부탁하나하자”

“얼마든지”

“나 한지유랑 면담 좀 하자”

민한은 지유의 얼굴을 한번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포장마차를 나가버렸다


“나 사람은 안 잡아먹는다 긴장 풀어라..”

이제 지유의 표정만 봐도 지유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은준 이였다

“우리 진짜 오랜만이지..?”

“몇번 째 인사냐 하루 종일 인사할래?”


어색한 분위기를 만해 하고자 건낸 인사였지만 분위기만 더 다운시켰다

 

“나야 너무 반가워서 계속 인사 하는 거지.. 이야.. 참 시간 빠르다”

“넌 1년이 빨리 지나가더냐.. 난 10년은 지난 것 같다”

“10년... 10년은 좀 오바다..”

“1년 만에 만났는데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됐네”


은준은 긴 한 숨을 쉬었다 


“이제 면담 좀 하자”

“무슨 면담..”

“진실게임” 

“애들도 아니고 진실게임은 무슨..”

“나 오늘은.. 아니, 이제 너 한테 감정 속이는 짓 안 할꺼다 지금이 그 스타트야, 너도 이 순간 만큼은 솔직하게 말해, 나 신경 쓰지 말고 민한이 형 신경 쓰지 말고 니 마음만 말해”


지유는 소주 한잔을 비우며 말하였다

 

“캬.. 오늘 소주 참 달다 인생이 고달픈가 왜 이렇게... 소주가 달지”

“...........”

“미안해.. 너 한테는 1년 전에도 지금도 항상 미안하기만 하다 미안해..”

“너 한테 사과 받을 생각 없어”

“그래도 미안해.. 무조건 미안해”

“한지유 앞으로 나 한테 미안이라는 말 하지마라”

“나도 너무 하기 싫은데 이 말 밖에 안나와..”

“넌 모르지? 난 너 한테 그 말 들을 때 마다 가슴이 0.1미리 찢어진다”

피가 흐르고 상처가 보여야만 다쳤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진실은 존재하는 법이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


“찢어지지마.. 아프잖아”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지유가 말했다


“뭐?”

“너 아픈 거 싫어, 나 때문에 너 아픈 건 더 싫어, 널 아프게 하는 내가 싫어..”

“어차피 내가 아프지 않으면 민한이 형이 아프게 되어있어 민한이 형 아파도 괜찮아?”


고개를 저었다


“민한이 형 아파하는 거 보면 니가 또 아파하니깐..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다 아파하니깐 그냥 나 혼자 아파할게”

“신은준...”

“나도 너 많이 보고 싶었다”

“..........”

“민한이 형 만큼, 아니 그 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을 만큼 나도 너 보고 싶어 하고 또

기다렸다”

“진짜 미..”

“스톱 또 너 때문에 0.1미리 찢어질 뻔 했다”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지유의 말을 막아버렸다


“이제 습관적으로 너 한테 미안 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어.. 어쩌면 좋니..”

“그렇게 미안하면.. 니가 치료 해주면 되잖아”

“난.. 못해”

“.........” 

“은준아.. 니가 아파하는 걸 보면 목이 너무 메어와 아담이 사과를 먹다가 사과가 목에 걸린 것처럼 여기가 꽉 막혀 그런데.. 강민한씨가 아파할 걸 생각하면 여기가.. 따가워.. 마음이 너무 따가워..”

“우리 한기자 파리에서 많이 배우고 왔네.. 묘사 실력이 장난이 아니네..”

“니 눈이.. 잘 안보여..”

“니 눈도 잘 안보여..”


눈물을 참기 위해 한 사람의 눈은 투명하게 비추어 지고 있었다

그 눈의 주인이 지유인지 은준 인지 아니면 두 사람 전부일지.. 오직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 이었다


“한지유 하나만 물어보자”


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한이 형보다 내가 널 먼저 만났다면.. 아니, 내가 널 먼저 찾았다면 니가 날 좋아했을까”


고개를 저었다


“일편단심이라는 건가? 멋지네.. 그런데 너무 하네.. 니가.. 야속하다”

“아엠 쏘리 소.. 쏘리”


미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 위해 영어로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아이처럼 울먹이며

 

“울지마 너 울면 가슴이 무너진다”


소원을 빌었어.. 내가 돌아 왔을 땐 니가 웃으면서 날 반겨주길 바랬어

너의 옆엔 나 보다 10배는 예쁘고 10배는 착하고 100는 널 사랑해줄 수 있는

그런 여자친구가 생겨 있길 빌었어..

소원을 빌었어..

강민한씨가 날 보고 웃게 해 달라고 빌었어

그 소원은 이루어졌는데.. 왜 이 소원은 이루어 지지 않았을까

하느님이 많이 바쁘신가 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볼게

 


“그리고 너 머리 기니깐 예쁘다.. 자르지마”

여태껏 신은준이 했던 말 중에서 이 말이 가장 슬프게 다가온 이유는 뭐였을까.. 

 

 


은준과 지유를 위해 자리를 피해 준 민한은 수아의 오피스텔로 갔다

벌써 정리 된 두 사람의 사이였지만 지유가 돌아 왔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수아는 민한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놀람보다는 기쁨이 더 가득한 표정 이었다


“민한아 어서와”

“커피 마시고 있었나보네”

“응 잘됐다 너도 한잔 줄게”


지유만큼 수아 또한 커피를 좋아했다    

달콤한 커피향을 좋아하는 지유와는 반대로 수아의 집에서는 그윽한 커피향이 가득했다


“그런데 니가 왠일이야.. 이렇게 찾아와주니깐 너무 좋다”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수아는 민한을 보고 활짝 웃었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아무것도 안 묻었어”

“그럼 왜 그렇게 웃어”

“기뻐서”


그녀의 표정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 이었다

“니가 날 이렇게 찾아 온 게 얼마만인지..”


그녀의 표정과는 달리 민한의 표정은 어두웠다

“진수아..”

“응?”

“수아야”

“왜 그래? 말해봐”

“돌아..왔어”

“뭐가 돌아왔다는 말이야?”

“한지유가 돌아왔어”

“그..그래? 그래서 만났어?”


수아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들고 있던 커피 잔이 흔들렸다


“응 만났어”

“잘됐네.. 그런데 민한아 나 피곤하다 그만 가줘..”


민한이 찾아 온 이유를 알아버린 수아는 그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그를 돌려보내려 하였다


“수아야 우리 이제... 진짜 이별하자”

“너..무슨 말 하는 거야”

“이제 너도 니 자리로 돌아가”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민한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내 자리는 여기야..”

“니 자리 여기 아니야.. 내 옆 자리 아니야..”

“맞아 니 옆자리..”

“나 한테 니 자리는 4년 전에 없어 졌어.. 진수아라는 자리가 사라졌더라..”

“뭐..?”

“나도 몰랐는데 한지유가 알게 해줬어”

“강민한.. 너 집에가 니 얘기 듣기 싫어.. 피곤해.. 그만 가줘”


‘쨍그랑’

커피잔을 치우던 수아가 결국 떨리는 손을 이기지 못하고 커피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깨진 유리조각을 손으로 치우던 수아의 손에 피가 나기 시작했다


“진수아 손 다쳤잖아”


수아가 다친걸 보고 민한이 쇼파에서 일어나 수아에게 갔다

 

“괜찮아”

“이렇게 피가 나는데 뭐가 괜찮다는 거야 반창고 어디있어” 

“괜찮다잖아 이까짓 피가 뭐가 중요한데”


그녀가 고개를 드니 긴 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 보였다


“이 피 하나 흘린다고 나 안 죽어 근데.. 나 너 없으면 죽어”


조용히 그녀를 달래듯 그가 말했다

 

“아니.. 넌 나 없어도 살 수 있어”

“나 너 없으면 못 살아..”

“이제 나.. 한지유 없인 못살아”

“민한아.. 너 왜 그래.. 우리 사랑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사랑이었어?”

“진수아.. 내 말 잘 들어.. 우리 사랑은 니가 호주로 떠나던 4년 전에 이미 끝났어”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너도 나도 기다렸잖아 서로 기다리고 있었잖아”

“나도 널 기다리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라.. 여태껏 그리워 한건 진수아 니가 아니라 너와 함께 한 추억이더라”


울먹이는 그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추억도.. 사랑이야..”


그녀보다 더 힘겨운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추억은.. 추억이야..”

 

“강민한.. 너..”

“너도 새로운 사랑을 하면 괜찮아 질꺼야..”

“나 너 아니면 안돼..”

“넌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추억을 사랑한 거야”

“아니야.. 널 사랑해..”

“죽을 것처럼 아프겠지만 참아.. 곧 웃을 수 있을 꺼야”

“그날이 .. 언젠데..”

“추억이 되는 날” 


애절한 그녀의 울음소리가 큰 거실에 울려퍼졌다

 

“너 나 미워서 지금 벌주는 거지? 그런거지?”

“너 미워 한 적 없어..”

“거짓말.. 미워서 벌주는 거라고 말해..”

“이렇게 예쁜 널 어떻게 미워하겠어..”

“오늘이.. 오늘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늘이 가면 진짜 널 잃을 것 같아..”


그는 그녀의 뺨에 흘린 눈물을 닦아 주었다

“니가 이렇게 울어도 난 이제.. 니 눈물 닦아 줄 수가 없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더 커져갔다


“앞으로 나 때문에 울지마.. 난 너 한테 아무 것도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게 수아와 민한은 정식으로 서로를 떠나보냈다

 

 

그날 새벽 지유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있었다

잠이 많은 지유의 잠을 뺏어 가게 만들만큼 은준은 소중한 존재였다


(띠띠띠-)

‘이 새벽에 누구지..’


“여보세요”

“안잤네”

“강민한씨?”

“왜 안잤어”

“그냥.. 이것 저것 생각 좀 한다고요..”

“어쩐지..”

“뭐가요?”

“누가 계속 내 얘기를 하는 지 귀가 가렵더라”

“웃기네.. 강민한씨 얘기 한 적 없거든요”


전화 수화기 너머로 그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

“에베레스트 산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강민한씨는 어땠어요”

“난.. 우주 한 바퀴 돌고 온 기분..”

“다행이다.. 우주에 자리 잡지 않고 다시 돌아와서”

“지금 집 앞으로 갈게”

“아니요.. 피곤한데 오지마요”

“목소리는 보고싶어 죽겠다 인데 오지 말라니.. 지금 팅기는 건가”

“내가 기타 줄인가...팅기게.. 내가 차 기름 아끼게 해줬으니깐 대신 나 소원 하나만 들어줘요”

“완수 니가 왜 내 기름 값 까지 걱정해”

“말하는 거 하고는.. 소원 들어 줄꺼예요 말꺼예요”

“말해봐 아, 공주라고 시키지는 마”

“강민한씨 나 잠이 너무 안와서 그러니깐 노래 좀 불러줘요”

“싫어”

“그럴 줄 알았어 다정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어 강민한씨 진짜 왜 그러는 거..”

“흠흠.. ”

조용히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붉게 물든 저녁 저 노을처럼 나 그대 뺨에 물들고 싶어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대위해 노래하겠어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

세상에 그 무엇이라도 그댈 위해 되고 싶어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

 

 

“강민한씨...”

“마음에 안들어?”

“내가 만일 강민한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지난 사랑의 상처에 아파하며 지냈을 꺼예요.. 강민한씨는 나에게 빨간약 이예요”

“빨간약?”

“네..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약이요 강민한씨는 빨간 약 같은 존재예요 고마워요..”

“나도..”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잠이 들었다

이 달콤한 잠이 영원히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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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많이들 드셨는지요?

전 이번 해에는 패스입니다 흑

내년에는 은준과 민한같은 멋진 남자에게 받을 수 있길

모두들 그러길 바래보자구요 ㅎ

한주가 시작됐네요 상쾌한 월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