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얀을 옆에 보이는 건물 안쪽에 내려놓은 그는 다시 왔던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광장을 에워싸고 있던 로봇들이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사람들의 눈은 놀라움과 공포로 커져 있었다. 스파키는 칼에 손을 얹으며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스파키는 몸에 밴 훈련의 성과를 드러내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 광장의 앞에 섰다. 스캇이 그의 바로 옆을 지나가며 소리쳤다.
"루키드다. 어서 피해!" "뭐?"
스파키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그는 쏜살같이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투투투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보니 단상 주변을 로봇들이 에워싸고 있었고 단상 위에는 시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누군가에게 잡혀 있었다. 주변엔 쓰러진 로봇들 사이로 총에 맞은 사람의 시체도 섞여 있었다. 스파키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쳐다보며 익숙한 차림새를 알아보았다. 시장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이 도시로 들어오기 전에 본 두건을 쓴 자들이었다. 두건이 소리쳤다.
"가까이 오면 시장을 죽이겠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자였다. 아직 살아남은 두건들도 전부 여자로 보였다. 다들 칼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스파키 자신의 칼과 조금 닮아보였다. 시장은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지만 의연한 모습을 하고 말했다.
"이 더러운 도둑놈들. 차라리 죽여라. 코렐! 발포명령을 내려라." "시장님. 그럴수는...." "이런 놈들과 협상은 할 수 없다. 난 상관없다. 전부 사살해. 어서." "그럴 순 없습니다. 테크솔져! 전부 제자리에!"
시장을 소개하던 자가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조금씩 거리를 좁히던 로봇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그러자 두건이 소리쳤다.
"다들 무장을 헤제하라고 해. 빨리." "그건 불가능하다. 어떻게....."
시장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두건에게 말하려 하다가 두건이 칼 손잡이로 그의 머리통을 세게 때리자 비명을 질렀다.
"아악!"
그걸 본 코렐이라는 자가 로봇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무장을 헤제하라."
하지만 로봇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 중 헬멧에 빨간 마크가 그려져 있는 로봇이 앞으로 나섰다.
"루키드." "뭐야?"
두건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로봇이 조금 더 가까이 가며 말했다.
"당신들은 엄연히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인질을 놓아주면 추방으로 처벌을 대신하겠다. 인질을 놓아줘라." "흥! 그게 추방이냐? 두 손을 묶고 ......."
시장을 잡고 있던 두건이 발끈하며 무어라 말을 하는데 갑자기 앞으로 나섰던 로봇이 팔을 앞으로 내밀며 총을 한 발 쏘았다. 작은 총알은 정확히 두건의 이마를 관통하며 뚫고 지나간 자리 위에 있는 부분을 함께 날려버렸다. 두건으로 썼던 천이 흩어지며 그 안에 숨겨진 긴 머리칼이 사방에 흩날렸다. 시장은 그 틈에 얼른 몸을 낮추었고 바로 로봇들의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대장이 순식간에 죽자 나머지 두건들은 전부 각오를 한 듯 칼을 휘두르며 로봇들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칼을 써보지도 못하고 벌집이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사방으로 피가 튀고 살점이 날라다녔다. 로봇들의 총성이 잠잠해지더니 그제서야 시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코렐. 어서 수습해. 연설은 내일 다시 한다." "네, 시장님."
시장은 자기가 나왔던 단상 안쪽의 문으로 사라졌고 코렐이라는 자가 빨간 별이 붙은 로봇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캡틴솔져." "네, 부관님." "즉시 현장을 정리하고 잔당이 숨었는지 확인하라. 그리고 수상한 자들을 체포하여 심문하라. 즉시." "네, 부관님."
부관의 명령을 받은 대장로봇이 다른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릴 줄 알았지만 로봇들은 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어디서 작은 트럭이 나타났고 시체들은 전부 트럭 안으로 던져졌다. 그렇게 한참 정리가 되기 시작했는데 그걸 지켜보던 스파키는 멍~했다. 너무도 빨리 상황이 끝나버렸다. 시장을 인질로 잡은 테러범들이 우수한 로봇병사의 활약으로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자신도 수없이 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진압이 되는 경우는 훈련때 뿐이었다. 스파키는 로봇들에 의해 던져지는 두건을 쓴 여인들을 보며 궁금증이 일었다. 왜 여자들이 두건을 쓰고 저런 테러를 저질렀는지 궁금했다. 마치 여성 해방전선의 전사들같다.
생각에 잠기던 스파키는 로봇이 팔을 잡아 끌고 있는 시체를 보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질질 끌려가는 시체를 보다가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안 그는 얼른 칼을 뽑아들며 그 시체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로봇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시체를 놓으며 총을 앞으로 향했고 스파키를 향해 총구를 이동시켰다. 스파키는 코렐이라는 자를 밀치며 방금까지 끌려가던 시체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그리고 로봇군인들의 총구는 스파키의 목 앞에서 멈추었다. 로봇 하나가 말했다.
"칼을 버려라."
스파키는 말 없이 칼을 거두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방금까지 죽어있던 시체가 한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녀의 손엔 작은 총이 들려있었다. 총구는 스파키가 방금 밀친 코렐의 머리를 향했다. 코렐이라는 자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뒤로 물러서던 스파키는 번개같이 달려들며 그녀의 손에 들려진 총만 정확히 쳐냈다. 잘 놓치도록 약간의 전력을 실어서. 작은 총이 허공을 날았고 로봇들의 총구가 아래로 일제히 쏠리더니 죽은 척 하고 있던 여자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로봇들의 총소리가 잠잠해지자 허공을 날던 총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벌집이 된 두건이 더 이상 움직임이 없자 로봇들의 총구는 다시 스파키의 머리쪽으로 향했다. 그때 코렐이 일어서며 로봇들에게 말했다.
"멈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봇들은 철컥소리를 내며 총을 거두고 자신이 나르던 시체들을 찾아 움직였다. 코렐이라는 자가 스파키에게 다가왔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테크타운의 시민은 아니시군요." "금방 아시는군요." "이곳에선 여행자나 무역상 외에는 무기를 착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
코렐이라는 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더니 스파키의 몸을 유심히 관찰하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실려이군요. 그 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조금 움직이더군요."
그는 거짓말을 했다. 스파키의 눈에 그 시체는 분명 아직 살아있었다. 어떻게 정교한 로봇들의 눈을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파키의 눈까지 속이진 못했다. 더군다나 끌려가면서도 총이 들려진 손에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동물적인 감각이 없는 로봇들에겐 파악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스파키는 현장에서 숙성된 육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절대 로봇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그의 육감은 오늘 큰 사고를 예방했다.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테크솔져라 하더라도 한계는 있죠. 제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면 중앙센터로 와 주시겠습니까?"
에디를 고칠 절호의 기회다.
"뭐, 정 그러시다면..... 근데 중앙센터라는 곳이 어딥니까?" "바로 저깁니다."
그가 가리키는 곳은 그의 뒤에 서 있는 크고 넓은 빌딩이었다.
"맨 위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걸 보이시면 될 겁니다."
그는 스파키에게 작은 카드 하나를 내밀더니 시장이 들어간 문으로 사라졌다. 스파키가 방금 받은 카드를 살펴보며 광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그의 눈에 마직막으로 트럭에 쑤셔지는 시체가 들어왔다. 두건을 쓴 여자들.... 왜일까...... 루키드라는 이름이 계속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메를린의 집에 돌아온 스파키는 디얀이라는 여도둑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급한 김에 건물 안쪽에 던져놓듯이 놓았는데 다시 가보니 없었다.
"메를린." "네, 말씀하세요." "디얀이라는 그 꼬마 어딨습니까?" "그건 저도 몰라요 지 맘대로 다니니까. 설마 그 애가 또 무슨 말썽을....." "아, 그건 아닙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저녁때가 되면 돌아올 거예요." "근데.....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루키드라는 것이 뭡니까?" "그건 왜요?" "광장에서 루키드라는 테러범들이 몰살당했습니다." ".............."
메를린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들은 이 도시에서 꽤 많은 골칫거리를 만들고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죽었나요?" "예? 아, 예..... 아마도." "그들은 아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시장이 살아있는 한."
메를린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말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도 그런 분위기에 놀랐는지 눈빛을 다시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자들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죠. 마을로 들어오는 식량도 꽤 많이 훔쳐가고 있어요. 저번에도 트럭 한 대가 통째로 도둑맞았죠. 시장님이 돌아가시면 지들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봐요." "전부 여자더군요." "네, 저도 알아요."
메를린은 이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스캇이 그를 불렀다.
"오지마!" ".........." "왜 그런 짓을 저질렀어?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루키드는 엄청 위험하다구."
스캇이 하는 말을 들은 메를린이 멈칫했다.
"루키드는 도적떼야. 오늘 시장님이 연설을 하는 것을 알고는 그런 끔찍한 사고를 내다니...." "끔찍한 사고를 당한 것은 그들이야." "무슨 소리야. 만에 하나 시장님이 그들 손에 죽기라도 했으면 어떡할 뻔 했나?" "어떻게 되는데?" "어허~ 답답하기는. 그럼 이 도시는 그 머리를 잃게 되는 거라구. 그 분이 계시기에 주민들이 이렇게 평화롭게 살고 있는 거라구. 원한다면 직업까지 얻어서 가족들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먹일 수 있단 말야. 자네도 여해을 했으니 잘 알겠지만 어디 그런 마을이 있나? 매일같이 돌연변이들하고 먹을걸 두고 싸워야 한다구. 인간들이 먹을것이 되기도 하고 말야. 하지만 이 곳은 시장님이 이끄는 테크솔져들에 의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 그리고 나같은 자도 약간의 장사로 아쉽지 않게 살고 있고 말야." "............."
스캇의 말이 끝나자 메를린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주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봐, 스캇." "왜?" "이 도시에 대해 자세히 말해줘." "그야 어렵지 않지. 목이 마르지 않을만큼 마실것만 충분하다면." "내가 사지."
테이블에 마주 앉은 그들은 메를린이 가져다 주는 잔을 들어 한 모금씩 마시며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도시에 있는 테크솔져들은 누가 만들었지?"
스파키는 먼저 쉬운것부터 물어보려 한 것인데 그는 제일 어려운 질문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거 말고 다른 걸 물어봐. 장사꾼이 잘 알만한 것 말야." "음..... 좋아. 그러면 이 도시의 구조에 대해 말해줘." "그건 잘 알지. 이 도시는 커다란 오각형 구조야. 주변에 10미터짜리 담이 있고 그 담은 웬만해서는 부서지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서 돌연변이나 다른 괴물들이 들어오지 못하지. 그리고 바닥은 전부 특수한 재질의 판을 깔아서 데져드같은 괴물들도 막아주지." "음.... " "그리고 그 담 안쪽으로 바로 사람들의 주거공간이야. 이곳의 시민들은 그곳의 집들 중 하나를 제공받아서 사는거야. 가족의 수에 따라 집의 크기도 달라지지." "그냥 무료로 준다고?" "직업을 갖고 이 도시의 일원으로 일을 한다는 조건이지. 그래서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
스캇은 쉽게 말하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직업을 얻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말처럼 쉽다면 누가 이런 좋은 곳을 두고 그 힘든 사막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서 괴물들과 싸워가며 살겠는가?
"시민이 되는 조건은?" "한가지를 잘 하면 돼." "예를 들면?" "음...... 우선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일순위고. 옷이나 무기등 무언가 쓸만한 것을 만들줄 아는 사람들이 우선이지. 그리고 젊은 여자들은 거의 오케이지." "젊은 여자들?" "그래. 여자들은 이곳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많은 혜택을 누리거든. 인구가 늘어나게 되니까. 세상이 워낙 험하다보니 여자 혼자 애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아. 그들은 거의 받아주지. 하지만 남자 혼자 오는 경우는 무언가 기술이 있어야 받아준다고 하더군. 사실 그래서 나도 아직 시민자격 없이 무역상으로 등록되어 있지." "그렇군..... 그 주거지역 안으로는 넓은 길이 있고 그 길은 시장역할도 하고 있는 거군." "그건 아네~"
스파키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 안쪽의 빌딩숲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쪽은?" "지금 우리가 있는 곳처럼 가게나 상점등이 있고 그 안쪽은 빌딩들이 있는데 그곳이 이 도시의 가장 중심이지. 기술자들이 무언가를 만들거나 과학자들이 연구를 한다고 하더군. 그리고 가장 높은 건물이 중앙센터고. 그 빌딩 중 반 이상이 기계를 만든다고 하더구만. 뭐, 내가 직접 들어가본 것은 아니야. 거기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이 다른 마을로 가고 그 댓가로 식량같은 것이 들어오는거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건물들은 전부 경비가 있어서 출입증이 없는 사람이 얼신거렸다간 바로......"
스파키는 코렐이라는 자가 준 카드를 꺼내보았다. 딱딱하고 작은 카드는 구석에 작은 회로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것으로 로봇들을 통과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어? 뭐야! 이거 어디서 났어?"
스캇이 입에 대던 잔을 내려놓으며 놀라는 소리를 냈다.
"아까 코렐이라는 사람이 주더군." "코렐? 이야~ 금세 출세하는군. 그게 뭔지 알아?" "아직." "그건 중앙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카드야. 그걸 가지고 있으면 어디서든 골드 없이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다구. 그리고 귀한 자동차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 "그거 나 좀 잠깐 보여줄래?"
스캇이 손을 쭉 내밀었지만 그는 스캇의 얼굴을 잠깐 들여다보고는 얼른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에이~ 치사하게." "그 루키드라는 단체는 뭐야?" "아, 그거?" "여자들이던데." "도둑이야. 근데 좀 심하지. 녀석들은 도둑질은 해도 사람을 헤치진 않았는데....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다니." "그냥 도둑이야?" "그래, 가끔 식량창고를 털거나 도시로 들어오는 식량트럭을 습격하기도 하지. 하지만 루키드는 사람을 헤치는 일은 없었어. 테크솔져를 가끔 부셔놓기는 하지만 그것들이야 기계니까." "그럼 그 훔친 식량을 누구에게 나눠주기라도 하나?" "하하하하. 그런 의적은 아닌거 같애. 하지만 그녀석들 때문에 음식값이 비싸지는 바람에 나같은 장사치들이 힘들다구."
스파키는 궁금증이 일었다. 에디를 고칠겸 중앙센타라는 곳으로 가보면 이 루키드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막에서 죽어가던 여자가 한 말이 계속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겨우 만났군......'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정작 자신의 목적은 뒷전이고 별 영양가 없는 궁금증만 해결하다가 세월을 다 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파키가 디얀을 찾아볼 요량으로 일어서는데 스캇이 급하게 불렀다.
"이봐, 그거 한 번 보자니까~ 그냥 보기만 할께." "나중에 보여주지." "야! 치사하다. 친구끼리 이럴꺼야? 이봐! 오지마!" "그래 안간다 안가." "잉?"
저 친구가 무슨 소릴 하나~ 하는 표정으로 그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던 스캇은 다시 얼른 표정을 바꾸더니 주방으로 슬금 들어갔다. 곧 주방에서 메를린의 손바닥과 그의 뺨이 세차게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스파키의 전설 - 제3화 - 테크타운 6편
"이건 또 뭐야?"
디얀을 옆에 보이는 건물 안쪽에 내려놓은 그는 다시 왔던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광장을 에워싸고 있던 로봇들이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사람들의 눈은 놀라움과 공포로 커져 있었다.
스파키는 칼에 손을 얹으며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스파키는 몸에 밴 훈련의 성과를 드러내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 광장의 앞에 섰다.
스캇이 그의 바로 옆을 지나가며 소리쳤다.
"루키드다. 어서 피해!"
"뭐?"
스파키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그는 쏜살같이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투투투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보니 단상 주변을 로봇들이 에워싸고 있었고 단상 위에는 시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누군가에게 잡혀 있었다.
주변엔 쓰러진 로봇들 사이로 총에 맞은 사람의 시체도 섞여 있었다.
스파키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쳐다보며 익숙한 차림새를 알아보았다.
시장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이 도시로 들어오기 전에 본 두건을 쓴 자들이었다.
두건이 소리쳤다.
"가까이 오면 시장을 죽이겠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자였다.
아직 살아남은 두건들도 전부 여자로 보였다.
다들 칼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스파키 자신의 칼과 조금 닮아보였다.
시장은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지만 의연한 모습을 하고 말했다.
"이 더러운 도둑놈들. 차라리 죽여라. 코렐! 발포명령을 내려라."
"시장님. 그럴수는...."
"이런 놈들과 협상은 할 수 없다. 난 상관없다. 전부 사살해. 어서."
"그럴 순 없습니다. 테크솔져! 전부 제자리에!"
시장을 소개하던 자가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조금씩 거리를 좁히던 로봇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그러자 두건이 소리쳤다.
"다들 무장을 헤제하라고 해. 빨리."
"그건 불가능하다. 어떻게....."
시장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두건에게 말하려 하다가 두건이 칼 손잡이로 그의 머리통을 세게 때리자 비명을 질렀다.
"아악!"
그걸 본 코렐이라는 자가 로봇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무장을 헤제하라."
하지만 로봇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 중 헬멧에 빨간 마크가 그려져 있는 로봇이 앞으로 나섰다.
"루키드."
"뭐야?"
두건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로봇이 조금 더 가까이 가며 말했다.
"당신들은 엄연히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인질을 놓아주면 추방으로 처벌을 대신하겠다. 인질을 놓아줘라."
"흥! 그게 추방이냐? 두 손을 묶고 ......."
시장을 잡고 있던 두건이 발끈하며 무어라 말을 하는데 갑자기 앞으로 나섰던 로봇이 팔을 앞으로 내밀며 총을 한 발 쏘았다.
작은 총알은 정확히 두건의 이마를 관통하며 뚫고 지나간 자리 위에 있는 부분을 함께 날려버렸다.
두건으로 썼던 천이 흩어지며 그 안에 숨겨진 긴 머리칼이 사방에 흩날렸다.
시장은 그 틈에 얼른 몸을 낮추었고 바로 로봇들의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대장이 순식간에 죽자 나머지 두건들은 전부 각오를 한 듯 칼을 휘두르며 로봇들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칼을 써보지도 못하고 벌집이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사방으로 피가 튀고 살점이 날라다녔다.
로봇들의 총성이 잠잠해지더니 그제서야 시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코렐. 어서 수습해. 연설은 내일 다시 한다."
"네, 시장님."
시장은 자기가 나왔던 단상 안쪽의 문으로 사라졌고 코렐이라는 자가 빨간 별이 붙은 로봇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캡틴솔져."
"네, 부관님."
"즉시 현장을 정리하고 잔당이 숨었는지 확인하라. 그리고 수상한 자들을 체포하여 심문하라. 즉시."
"네, 부관님."
부관의 명령을 받은 대장로봇이 다른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릴 줄 알았지만 로봇들은 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어디서 작은 트럭이 나타났고 시체들은 전부 트럭 안으로 던져졌다.
그렇게 한참 정리가 되기 시작했는데 그걸 지켜보던 스파키는 멍~했다.
너무도 빨리 상황이 끝나버렸다.
시장을 인질로 잡은 테러범들이 우수한 로봇병사의 활약으로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자신도 수없이 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진압이 되는 경우는 훈련때 뿐이었다.
스파키는 로봇들에 의해 던져지는 두건을 쓴 여인들을 보며 궁금증이 일었다.
왜 여자들이 두건을 쓰고 저런 테러를 저질렀는지 궁금했다.
마치 여성 해방전선의 전사들같다.
생각에 잠기던 스파키는 로봇이 팔을 잡아 끌고 있는 시체를 보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질질 끌려가는 시체를 보다가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안 그는 얼른 칼을 뽑아들며 그 시체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로봇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시체를 놓으며 총을 앞으로 향했고 스파키를 향해 총구를 이동시켰다.
스파키는 코렐이라는 자를 밀치며 방금까지 끌려가던 시체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그리고 로봇군인들의 총구는 스파키의 목 앞에서 멈추었다.
로봇 하나가 말했다.
"칼을 버려라."
스파키는 말 없이 칼을 거두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방금까지 죽어있던 시체가 한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녀의 손엔 작은 총이 들려있었다.
총구는 스파키가 방금 밀친 코렐의 머리를 향했다.
코렐이라는 자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뒤로 물러서던 스파키는 번개같이 달려들며 그녀의 손에 들려진 총만 정확히 쳐냈다.
잘 놓치도록 약간의 전력을 실어서.
작은 총이 허공을 날았고 로봇들의 총구가 아래로 일제히 쏠리더니 죽은 척 하고 있던 여자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로봇들의 총소리가 잠잠해지자 허공을 날던 총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벌집이 된 두건이 더 이상 움직임이 없자 로봇들의 총구는 다시 스파키의 머리쪽으로 향했다.
그때 코렐이 일어서며 로봇들에게 말했다.
"멈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봇들은 철컥소리를 내며 총을 거두고 자신이 나르던 시체들을 찾아 움직였다.
코렐이라는 자가 스파키에게 다가왔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테크타운의 시민은 아니시군요."
"금방 아시는군요."
"이곳에선 여행자나 무역상 외에는 무기를 착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
코렐이라는 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더니 스파키의 몸을 유심히 관찰하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실려이군요. 그 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조금 움직이더군요."
그는 거짓말을 했다.
스파키의 눈에 그 시체는 분명 아직 살아있었다.
어떻게 정교한 로봇들의 눈을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파키의 눈까지 속이진 못했다.
더군다나 끌려가면서도 총이 들려진 손에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동물적인 감각이 없는 로봇들에겐 파악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스파키는 현장에서 숙성된 육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절대 로봇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그의 육감은 오늘 큰 사고를 예방했다.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테크솔져라 하더라도 한계는 있죠. 제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면 중앙센터로 와 주시겠습니까?"
에디를 고칠 절호의 기회다.
"뭐, 정 그러시다면..... 근데 중앙센터라는 곳이 어딥니까?"
"바로 저깁니다."
그가 가리키는 곳은 그의 뒤에 서 있는 크고 넓은 빌딩이었다.
"맨 위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걸 보이시면 될 겁니다."
그는 스파키에게 작은 카드 하나를 내밀더니 시장이 들어간 문으로 사라졌다.
스파키가 방금 받은 카드를 살펴보며 광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그의 눈에 마직막으로 트럭에 쑤셔지는 시체가 들어왔다.
두건을 쓴 여자들.... 왜일까......
루키드라는 이름이 계속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메를린의 집에 돌아온 스파키는 디얀이라는 여도둑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급한 김에 건물 안쪽에 던져놓듯이 놓았는데 다시 가보니 없었다.
"메를린."
"네, 말씀하세요."
"디얀이라는 그 꼬마 어딨습니까?"
"그건 저도 몰라요 지 맘대로 다니니까. 설마 그 애가 또 무슨 말썽을....."
"아, 그건 아닙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저녁때가 되면 돌아올 거예요."
"근데.....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루키드라는 것이 뭡니까?"
"그건 왜요?"
"광장에서 루키드라는 테러범들이 몰살당했습니다."
".............."
메를린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들은 이 도시에서 꽤 많은 골칫거리를 만들고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죽었나요?"
"예? 아, 예..... 아마도."
"그들은 아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시장이 살아있는 한."
메를린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말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도 그런 분위기에 놀랐는지 눈빛을 다시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자들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죠. 마을로 들어오는 식량도 꽤 많이 훔쳐가고 있어요. 저번에도 트럭 한 대가 통째로 도둑맞았죠. 시장님이 돌아가시면 지들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봐요."
"전부 여자더군요."
"네, 저도 알아요."
메를린은 이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스캇이 그를 불렀다.
"오지마!"
".........."
"왜 그런 짓을 저질렀어?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루키드는 엄청 위험하다구."
스캇이 하는 말을 들은 메를린이 멈칫했다.
"루키드는 도적떼야. 오늘 시장님이 연설을 하는 것을 알고는 그런 끔찍한 사고를 내다니...."
"끔찍한 사고를 당한 것은 그들이야."
"무슨 소리야. 만에 하나 시장님이 그들 손에 죽기라도 했으면 어떡할 뻔 했나?"
"어떻게 되는데?"
"어허~ 답답하기는. 그럼 이 도시는 그 머리를 잃게 되는 거라구. 그 분이 계시기에 주민들이 이렇게 평화롭게 살고 있는 거라구. 원한다면 직업까지 얻어서 가족들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먹일 수 있단 말야. 자네도 여해을 했으니 잘 알겠지만 어디 그런 마을이 있나? 매일같이 돌연변이들하고 먹을걸 두고 싸워야 한다구. 인간들이 먹을것이 되기도 하고 말야. 하지만 이 곳은 시장님이 이끄는 테크솔져들에 의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 그리고 나같은 자도 약간의 장사로 아쉽지 않게 살고 있고 말야."
"............."
스캇의 말이 끝나자 메를린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주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봐, 스캇."
"왜?"
"이 도시에 대해 자세히 말해줘."
"그야 어렵지 않지. 목이 마르지 않을만큼 마실것만 충분하다면."
"내가 사지."
테이블에 마주 앉은 그들은 메를린이 가져다 주는 잔을 들어 한 모금씩 마시며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도시에 있는 테크솔져들은 누가 만들었지?"
스파키는 먼저 쉬운것부터 물어보려 한 것인데 그는 제일 어려운 질문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거 말고 다른 걸 물어봐. 장사꾼이 잘 알만한 것 말야."
"음..... 좋아. 그러면 이 도시의 구조에 대해 말해줘."
"그건 잘 알지. 이 도시는 커다란 오각형 구조야. 주변에 10미터짜리 담이 있고 그 담은 웬만해서는 부서지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서 돌연변이나 다른 괴물들이 들어오지 못하지. 그리고 바닥은 전부 특수한 재질의 판을 깔아서 데져드같은 괴물들도 막아주지."
"음.... "
"그리고 그 담 안쪽으로 바로 사람들의 주거공간이야. 이곳의 시민들은 그곳의 집들 중 하나를 제공받아서 사는거야. 가족의 수에 따라 집의 크기도 달라지지."
"그냥 무료로 준다고?"
"직업을 갖고 이 도시의 일원으로 일을 한다는 조건이지. 그래서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
스캇은 쉽게 말하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직업을 얻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말처럼 쉽다면 누가 이런 좋은 곳을 두고 그 힘든 사막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서 괴물들과 싸워가며 살겠는가?
"시민이 되는 조건은?"
"한가지를 잘 하면 돼."
"예를 들면?"
"음...... 우선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일순위고. 옷이나 무기등 무언가 쓸만한 것을 만들줄 아는 사람들이 우선이지. 그리고 젊은 여자들은 거의 오케이지."
"젊은 여자들?"
"그래. 여자들은 이곳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많은 혜택을 누리거든. 인구가 늘어나게 되니까. 세상이 워낙 험하다보니 여자 혼자 애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아. 그들은 거의 받아주지. 하지만 남자 혼자 오는 경우는 무언가 기술이 있어야 받아준다고 하더군. 사실 그래서 나도 아직 시민자격 없이 무역상으로 등록되어 있지."
"그렇군..... 그 주거지역 안으로는 넓은 길이 있고 그 길은 시장역할도 하고 있는 거군."
"그건 아네~"
스파키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 안쪽의 빌딩숲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쪽은?"
"지금 우리가 있는 곳처럼 가게나 상점등이 있고 그 안쪽은 빌딩들이 있는데 그곳이 이 도시의 가장 중심이지. 기술자들이 무언가를 만들거나 과학자들이 연구를 한다고 하더군. 그리고 가장 높은 건물이 중앙센터고. 그 빌딩 중 반 이상이 기계를 만든다고 하더구만. 뭐, 내가 직접 들어가본 것은 아니야. 거기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이 다른 마을로 가고 그 댓가로 식량같은 것이 들어오는거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건물들은 전부 경비가 있어서 출입증이 없는 사람이 얼신거렸다간 바로......"
스파키는 코렐이라는 자가 준 카드를 꺼내보았다.
딱딱하고 작은 카드는 구석에 작은 회로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것으로 로봇들을 통과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어? 뭐야! 이거 어디서 났어?"
스캇이 입에 대던 잔을 내려놓으며 놀라는 소리를 냈다.
"아까 코렐이라는 사람이 주더군."
"코렐? 이야~ 금세 출세하는군. 그게 뭔지 알아?"
"아직."
"그건 중앙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카드야. 그걸 가지고 있으면 어디서든 골드 없이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다구. 그리고 귀한 자동차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
"그거 나 좀 잠깐 보여줄래?"
스캇이 손을 쭉 내밀었지만 그는 스캇의 얼굴을 잠깐 들여다보고는 얼른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에이~ 치사하게."
"그 루키드라는 단체는 뭐야?"
"아, 그거?"
"여자들이던데."
"도둑이야. 근데 좀 심하지. 녀석들은 도둑질은 해도 사람을 헤치진 않았는데....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다니."
"그냥 도둑이야?"
"그래, 가끔 식량창고를 털거나 도시로 들어오는 식량트럭을 습격하기도 하지. 하지만 루키드는 사람을 헤치는 일은 없었어. 테크솔져를 가끔 부셔놓기는 하지만 그것들이야 기계니까."
"그럼 그 훔친 식량을 누구에게 나눠주기라도 하나?"
"하하하하. 그런 의적은 아닌거 같애. 하지만 그녀석들 때문에 음식값이 비싸지는 바람에 나같은 장사치들이 힘들다구."
스파키는 궁금증이 일었다.
에디를 고칠겸 중앙센타라는 곳으로 가보면 이 루키드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막에서 죽어가던 여자가 한 말이 계속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겨우 만났군......'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정작 자신의 목적은 뒷전이고 별 영양가 없는 궁금증만 해결하다가 세월을 다 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파키가 디얀을 찾아볼 요량으로 일어서는데 스캇이 급하게 불렀다.
"이봐, 그거 한 번 보자니까~ 그냥 보기만 할께."
"나중에 보여주지."
"야! 치사하다. 친구끼리 이럴꺼야? 이봐! 오지마!"
"그래 안간다 안가."
"잉?"
저 친구가 무슨 소릴 하나~ 하는 표정으로 그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던 스캇은 다시 얼른 표정을 바꾸더니 주방으로 슬금 들어갔다.
곧 주방에서 메를린의 손바닥과 그의 뺨이 세차게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