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제3화 - 테크타운 7편

사나토스200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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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난리통에 혹시 다치기라도 할까봐 가까운 건물 안쪽에 눕혀 놓았는데 그새 깨어나서 어디로 사라진 걸까.....
스파키는 시장 안을 천천히 걸으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할 일이 많아져 버렸다.
스캇으로부터 술을 구한 장소를 알아내야 하고 중앙센타라는 곳에도 가봐야 하고 거기서 에디도 고쳐야 하고 도시에 오기 전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키던 두건을 쓴 집단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하지만 그는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을 먼저 알아내기로 했다.
아니, 궁금한 정도가 아니라 그 번데기 라는 단어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세상의 멸망 이후 몇백년이 흐른 지금 더 이상 국가도 인종도 민족도 존재하지 않는 현 세상에서 누가 자신의 고국의 말을 사용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
자신이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 꼬마에게 자신이 열받을 만한 농담을 가르쳐 준 것이다.
꼭 찾아야 한다.
아직도 한국말을 계승시키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에 지구가 겪은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벌써 두시간째 도시의 곳곳을 헤메고 있는데도 그 디얀이라는 꼬마도둑의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스파키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보았다.
혹시 다른 소매치기라도 나타나면 그녀가 어디 있는지 물어볼 계획도 있었는데 소매치기는커녕 자신의 칼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거리를 두고 지나칠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앞에 작은 수레에서 이상한 것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작은 수레 위에는 투명하고 큰 통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주황색의 액체가 소용돌이를 치며 돌고 있었다.
마침 목이 마르던 그는 그 장사꾼에게 다가갔다.

 

"얼마요?"
"3잔에 1골드."
"1잔은?"
"1골드."
".........."

 

아무리 엿장사 맘대로지만 이런 계산법이 어딨단 말인가.
그가 기막힌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않자 장사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여기 첨이구만."
"어제 왔소."
"그럼 내가 요령을 알려주지. 한잔만 필요하다면 삼분의 일 골드에 해당할만한 물건을 대신 주면 돼."
"........."
"예를 들어서 작은 칼이라든가 빵같은거 말야."
"저 액체가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나?"
"아직 모르는군. 이건 오렌지쥬스라는 거야."
"오렌지?"

 

순간 스파키는 카얀의 마을에 있는 지하농장이 떠올랐다.
그럼 이 테크타운에도 농장이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저런 쥬스를 만들만큼 많은 오렌지가 나오는 농장이.....

 

"물론 진짜는 아니고 합성한거지. 맛은 좋다구."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한 스파키는 차라리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아쉬운 김에 한잔만 주문해서는 단숨에 마셔버렸다.
맛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갈증은 풀렸다.

 

"자, 계산법도 알려줬으니 어떤 것을 줄텐가?"
"자."

 

장사꾼이 손바닥을 비비며 기대하는 표정을 하자 그는 코렐이 준 카드를 꺼냈다.

 

"힉! 이게 뭐야? 이런, 제가 사람을 몰라 뵙고.... 죄송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장사꾼은 굽신거리며 손바닥을 비볐다.
아주 좋은 것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렐이라는 자가 생명의 은인에게 준 물건으로서 손색이 없다.
스파키는 이왕 마신거 한 잔 더 마시고 그 얄미운 꼬마를 찾기로 했다.

 

"한 잔 더 부탁합니다."
"아, 네~네~ 얼마든지요."
"그런데 이 카드만 있으면 무엇이든 공짜로 됩니까?"
"예? 모르고 계셨습니까?"
"어제 받았죠. 코렐이라고 하던가.... 그 사람이 주더군요."
"앗! 그럼 당신이 그 분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그......."
"........."
"이런 영광이 있나? 그 카드는 중앙센터의 과학자들만 사용하는 겁니다. 전부 공짜는 아니고 먹을것과 마실 것을 언제든지 제공받을 수 있지요. 그냥 드시고 가면 나중에 군인들이 와서 값을 치룹니다. 헤헤."
"그냥 보여주는 것으로 그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아마도 그 카드의 주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아는가 봅니다. 어서 쭈욱 드시죠. 더 드릴까요?"
".........."

 

스파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까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건물들 사이에 높이 솟은 기둥 위에 무슨 기계들이 달린 것이 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전부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유도전파를 흘리는 카드가 있다면 그자를 감시하는 것은 수월한 것이다.
코렐이라는 자가 아무 조사도 하지 않고 보내줄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얀의 목소리가 가까워오자 그는 얼른 잔을 내려놓고 사람들 사이에 몸을 묻었다.
그리곤 조심하며 살피기 시작했다.

 

"야, 디얀. 너 혹시 술먹은거 아냐? 그거 먹으면 헛것이 보인다고 하던데."
"이 씨~ 진짜라니까. 녀석의 눈에서 불똥이 튀면서 날 죽이려고 했다니까."

 

디얀은 친구 미노와 함께 음료수 판매대 앞에 멈추어섰다.
디얀이 절벽에서 작은 칼을 꺼내더니 흥정을 시작했다.

 

"세 잔 주세요."
"잉? 세 잔?"
"왜요? 이거 이래뵈도 2골드 가까이 가는 물건이에요."
"꼬마아가씨. 왜 이러시나~ 내 특별히 둘이 왔으니까 그냥 두 잔 줄게. 원래는 한 잔만 줘야 하는 거야."
"선수끼리 왜 이래요~ 세 잔 줘요. 저기 친구도 있단 말에요."
"이런, 보통이 아니구만. 좋아, 내가 졌다."

 

그녀의 옆에 있는 친구로 보이는 남자애는 디얀보다는 조금 작아보였다.
나이도 조금 더 어릴 듯 했다.
스파키는 당장 나가서 잡으려고 하다가 이내 계획을 바꾸었다.
저 깜찍한 꼬마가 비명이라도 지르며 반항하면 곧바로 군인들이 올 것이다.
그건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니까.
그렇게 되면 꼬마가 바른대로 말을 할리도 없으니........
여기서 놓친다면 정말 다신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르는 녀석이다.
그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디얀은 아직도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친구의 뒤통수를 때려주며 소리쳤다.

 

"짜샤! 정말이라니까."
"야! 그런 괴물이 어떻게 이 마을에 들어오냐? 정문에 스캐너가 있는데."
"혹시 알아? 길트 없이 이상한 괴물이 될 수도 있잖아! 넌 사루비나 얘기도 못들었어?"
"쉿! 너 미쳤어?"
"아, 참.... 실수했네....."
"군인들이 듣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아, 그래. 내가 잘못했다. 그 소리도 다 헛소리구."
"그래.... 네가 잘못 봤겠지~"
"어이구~ 어디서 그런 자식이 나타나서는......."

 

그들은 각자 쥬스 한잔씩을 마시더니 여분의 쥬스를 얼른 나누어 마시고는 주인이 뭐라고 하기 전에 얼른 걸음을 뗐다.
스파키는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미행하기 시작했다.
꼬마들은 계속해서 수다를 떨며 시장을 벗어나 주택가로 접어들고 있었다.
메를린이 말해준 레이져 지붕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인지 버닝타임인데도 햇볕은 부드러웠다.
보이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더니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적한 곳으로 들어가자 스파키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디얀의 양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절벽."
"으아아악!"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디얀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몸을 돌리지도 않고 앞쪽으로 기어서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스파키가 날아서 앞쪽으로 착지하자 고개를 치켜들며 다시 비명을 질렀다.

 

"으아~ 저리가."

 

그녀가 또 기절할 듯이 발광을 하자 그녀의 친구가 품에서 짧은 칼을 뽑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파키는 가볍게 그의 손목을 잡으며 써억 웃었다.

 

"꼬마, 그런거 가지고 놀면 다친다. 아주 많이."
"디얀! 피해."
"호오~ 정의의 사나이."

 

스파키가 잡은 손을 살짝 잡아당기자 그녀의 친구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힘을 주었다.
그때 스파키가 손을 놓아버렸다.
그바람에 뒤로 팍 나가다가 한바퀴 구르며 넘어진 그가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쳤다.

 

"누구냐? 디얀을 놔줘."

 

스파키가 자세히 보니 그 놈은 메를린의 가게에서 자신에게 붙잡힌 디얀에게 도망치라는 소리를 지르던 놈이었다.

 

"이런, 패거리가 있었군."
"어서 여잘 놔줘."
"절벽도 여자냐?"

 

그 소리에 디얀이 정신이 드는지 벌떡 일어서서는 스파키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스파키는 그녀의 발을 그대로 맞으며 말했다.

 

"내 말에 대답해 주면 이걸 주마."

 

스파키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본 디얀은 발길질을 멈추었다.
그의 손에는 증폭기가 하나 들려있었다.

 

"흥, 이 괴물."
"그건 그저 눈속임이야. 난 재미있는 장난감이 몇가지 있지. 이것도 그 중 하나야."
"그럼 아까 그게 속임수란 말야?"
"그렇지. 돌연변이들한텐 잘 통하거든."
"............"
"아까 너 나한테 분명 '번데기' 라는 말을 했지?"
"그래 이 쪼글쪼글한 번데기야! 라고 했지."
".........."
"그게 무슨 뜻인데?"
"그건 알거 없고 그 말을 누가 알려줬는지 말하면 이걸 주마. 이게 무슨 물건인지는 잘 알지?"

 

디얀의 눈빛이 조금 가늘어졌다.
그녀의 친구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눈 앞에 있는 자가 자신들을 헤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칼을 도로 품속으로 숨겼다.

 

"그건 왜 묻지?"
"내가 아는 사람일지 몰라서."

 

디얀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에 광장으로 향하는 그를 살금살금 따라가면서 어떻게 골려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노인이 자기를 불렀다.
그러더니 그 말을 하면 저 사람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가르쳐 준 것이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외웠다가 해 본 것인데 이렇게까지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만일 그 노인이 이 사람과 원수지간이라면 이자의 무식한 성격으로 보아 그 노인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저 잘 아는 사이라면 저 조그맣고 까만 상자를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저거 하나면 적어도 한달은 쥬스값을 벌기 위해 목숨 걸고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서 도둑질은 곧 추방당하는 죄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근육을 풀며 정말 화사하게 웃었다.
스파키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응대했다.

 

"두 개. 싫음 말고."
"내가 찾지 뭐. 난 시간을 아낄려고 한 것 뿐이야."
"피~ 그러면서 아까는 누구냐고 그렇게 난리를 부렸나?"
"맘대로 생각해."

 

스파키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냥 뒤돌아서서 걸어가자 디얀은 마음이 급해졌다.
어차피 알지도 못하는 노인인데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봐, 거기 서!"
"말할텐가?"
"어딨는지까지 알려줄테니까 두 개 내놔."
"이거 선수끼리 왜 이래~ 그냥 하나만 하자고."
"큭......"

 

스파키는 싱글거리며 웃었고 디얀은 얼굴을 잔뜩 구겼다.

 

"디얀! 누구야?"

 

미노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가 화풀이를 당했다.

 

"아까 말한 그 괴물이다. 이 멍청아. 뭐가 정의의 사나이야? 저런 병신이."
"지금 어디있지?"

 

스파키가 다가서며 묻자 그녀는 함숨을 쉬었다.

 

"실은 어딨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얼굴은 분명히 기억해요."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말해봐."

 

디얀은 스파키가 내민 증폭기를 얼른 낚아채더니 자신의 가슴팍에 집어넣었다.
그걸 스파키가 쳐다보자 다시 얼른 꺼내더니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면서 스파키를 한 번 째려보고는 으르릉거리며 말했다.

 

"그 전에 사과해요."
"아, 그 절벽....."
"또!"
"아, 그래 미안하다. 넌 사실 앞으로 3년만 지나면 정말 멋진 몸매가 될 거야. 그건 어른인 내가 장담하지. 내 눈은 정확하거든."
"정말요?"
"아마 네 친구도 너만 쫒아다닐걸."
"흠..... 좋아. 용서하지."
"그럼 어서 말해봐. 어떻게 생겼어?"

 

디얀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자기가 기억하는 그사람의 인상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있던 스파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전 만난 기억속의 인물이 떠올랐다.


그는 디얀과 헤어진 후 중앙센터라고 불리는 건물로 향했다.
디얀을 쫒아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상당히 먼 거리를 걸은 후에야 건물이 가까워졌다.
걸으면서 계속 깊은 생각에 잠기느라 더 오래걸렸다.
호파스......
그가 이 테크타운이라는 도시에 와 있는 것이다.
그라면 에디를 쉽게 고쳐줄 수 있을텐데.
자신의 힘에 대해 분석한 그는 그에게 많은 것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무리 아는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가 세상의 멸망이라 불리는 참혹한 전쟁 전부터 살아온 인물이라면 가능한 얘기지만 그런 말같지도 않은 일은 있을 수 없다.
구부러진 허리에 몇 개 남지 않은 이빨을 드러내며 작은 일에도 껄껄거리며 웃던 그의 얼굴이 생각나자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느새 건물의 입구가 눈에 들어온 그는 주머니의 카드를 꺼냈다.
아마 이것을 보이면 무리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그 코렐이라는 자는 자신이 이 곳에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에디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되었지만 어디서 주웠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라는 단순한 계획을 세운 그는 카드를 잘 보이게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몇 발작 가지 못하고 급하게 자세를 낮추었다.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투투투투."
"무기를 버려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테크솔져들이 뿜어대는 총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왔다.
스파키는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넓은 도로와 빌딩이 몰린 지역의 중간쯤에서 큰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루키드라 불리는 무리들과 테크솔져들이 한데 섞여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도망가느라 난리고 솔져들은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로 두건을 쓴 자들을 겨냥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인지 함부로 발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반면에 두건을 쓴 여자들은 빠른 동작으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가운데에 있는 트럭쪽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트럭을 중심으로 로봇들이 사방을 방어하듯 총을 겨누고 있지만 아직 일반인들이 많이 섞여있어서 쉽게 공격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다가간 두건들이 칼을 휘둘렀다.
스파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건들의 칼에서 순간적으로 스파크기 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칼 모양도 자기것과 비슷하고 그리 강하진 않지만 분명 자신이 발생시키는 것과 비슷한 스파크가 칼 전체에 흐르다가 로봇들의 몸에 닿는 순간 로봇들의 몸에 전력을 옮기며 쓰러뜨리고 있었다.
칼에 맞은 로봇은 그 상처가 크던 작던 몸을 심하게 떨며 바닥에 쓰러졌고 쓰러진 후에도 한참을 몸부림치다가 멈추었다.
두건들의 동작은 빠르긴 했지만 정식으로 훈련을 받은 것은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용케 트럭 주변의 로봇들을 전부 쓰러뜨리고는 트럭을 열더니 작은 상자 하나씩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그땐 이미 20마리가 넘는 로봇들이 전부 쓰러진 후였다.
두건중 하나가 트럭 안에서 박스를 던져주고 가까이 있는 두건부터 하나씩 받더니 그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택가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명도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철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 스파키는 그저 멍 하니 바라보다가 메를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식량을 훔치는거군."

 

스파키가 잠시 고민하는 동안에도 벌써 두건의 절반이 짐을 들고 사라졌다.

 

"에라, 모르겠다."

 

스파키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쨌든 저들은 도시를 지키는 군인들을 죽이고 물건을 훔쳐 달아나고 있다.
군인들은 죄없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제대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는데 저들은 그 점을 이용하여 시원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은 놈들이지만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는 범죄현장을 가만히 보고 있기에는 좀이 쑤셨다.
가능하다면 한 놈을 빼돌려서 그 정체를 따로 조사해 보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건 아주 힘들 것이다.

 

"잠깐!"

 

그가 소리치자 두건들의 고개가 일시에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아직 짐을 들지 않은 두건 두명이 칼을 들고 방어태세를 취했다.
스파키도 칼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그들 앞에 멈추었다.

 

"방해하지마라."

 

두건이 소리쳤다. 역시 여자다.

 

"방해할 생각은 없는데 이렇게 먹을 것을 훔쳐가면 어떡하냐? 니들 도둑이야?"
".........."
"그렇다면 방해하겠다."
"방해하면 죽이겠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스파키는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들며 선제공격을 넣었다.
몸을 앞으로 날리며 그는 칼날을 위로 향하게 뒤집었다.
바로 앞에 선 두건이 비웃는 눈빛을 하며 그의 칼을 자신의 칼로 막았다.

 

"멍청이. 후회할걸."

 

두건이 말하며 칼 손잡이의 무언가를 눌렀다.
그러자 꽤 강한 전력이 스파키의 칼을 타고 손까지 전해왔다.

 

"으아악!"
"쓸데없이 영웅심을 부리지 마라. 죽진 않을거다."

 

스파키가 쓰러지는 시늉을 하자 두건은 다시 하던 일을 하려고 뒤돌아섰다.

 

"이봐, 가렵잖아."

 

두건이 휙 뒤돌아 섰는데 이번엔 여유가 아닌 놀라움이 서린 눈이었다.

 

"당신.... 어떻게....."
"나도 너랑 같은 칼을 가지고 있지. 자, 봐라."

 

스파키는 다시 칼을 휘둘렀고 당황한 두건은 칼을 옆으로 들며 얼른 막았다.

 

"자, 네것과 비교해 봐라."

 

스파키가 손가락으로 누르는 시늉을 하면서 전력을 쏘았다.
물론 그가 내는 전력은 두건의 칼에서 나오는 것과는 그 질이 달랐다.

 

"꺄아아악!"
"거봐, 내 것이 훨씬 좋지. 이 도둑년들아."

 

동료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지자 두건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며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들도 갈등을 하는 모양이다.
로봇들만 상대하면 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자신들과 같은 무기를 들고 일을 방해하고 있으니 머리가 어지러운 모양이다.

두건 중 트럭에서 내린 여자가 말했다.

 

"당신은 누군가? 왜 방해하지?"
"내가 먹을것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전부 훔쳐가면 어떡해?"
"당신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글쎄 상관 있다니깐."
"죽고싶나?"
"후후, 어떻게 죽여줄건데? 그 옷 속에 있는 걸 보고 결정하지."
"미친놈. 하는 수 없다. 죽여!"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일제히 칼을 치켜들며 덤벼들었다.
스파키는 뒤로 몸을 날리며 피했다.
그리고 두건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자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갔다.
상대방이 도망가려는 자세를 취하다가 갑자기 자신들 사이로 뛰어들자 당황한 두건들은 방어할 틈도 없이 하나씩 칼을 놓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전력을 발생시키고 있다 하더라도 그에게 아무 피해가 없는 이상 그들의 칼은 보통무기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칼에서 나오는 전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덕분에 그녀들은 강한 충격을 받으며 칼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단 한명만 빼고 전부 칼을 들었던 손목을 감싸며 충격을 달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칼을 놓친 여자들은 그에게서 거리를 유지하며 물러섰고 아직 칼을 쥐고 있는 여자가 가까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