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보다 차가 더 좋은 우리 남편

astrata2007.11.14
조회1,934

우리 남편은 차에 관심이 정말 많습니다.

운전병 출신인데다 차의 한 부분만 봐도 어디 무슨 차인지 금방 알고.

왠만한 경차 부터 이름도 생소하게 들리는 외제차까지 어디서 과외를 받나 싶을 정도로

차 이름을 척척 알아맞춥니다.

 

대부부의  남자들은 원래 차에 관심도 많고 애정도 많다고 알고 있고, 

TV에 소개되는 자동차 마니아들처럼 차에 수백만원씩 투자는 기본이고,

자동차에 애정을 쏟는 분들도 많이 보곤 합니다.

이 정도의 애정은 아니지만 우리 남편도 자동차에 많은 사랑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우리집 차는 2004년 12월에 구매한 트라제XG라는 차종입니다.

결혼하면서 구입한 7년 된 중고차를 3년 조금 넘게 타다가 연말 할인행사와 저리 할부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새차를 사게 되었습니다.

차를 고를때부터 차종은 무엇을 할것인지 색깔과 옵션, 그 밖의 모든 것에 우리 남편은 온갖 정성을 들였습니다. 물론 처음사는 새차이고 한번 산 차는 10년은 타자는게 남편의 신념이기에 10년 탈 차 고르는데 역시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는걸 옆에서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누라보다 차가 더 좋은 우리 남편

차가 처음 집으로 온날 우리 남편은 들뜬 맘과 설레이는 맘으로 정말 일찍 퇴근해 비닐도 벗기지도 않은 상태의 새차 냄새 물씬나는 운전석에 앉아 따끈한 핸들을 잡고 정말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갖은 듯한 표정으로 만족해하며 여기저기 메뉴얼 보면서 만져보고 느끼(?)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또한 새차의 포장재로 쓰인 그 비닐들은 한참을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비닐을 한꺼번에 벗기면 새차의 느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라도 하듯, 하나 하나 천천히 부분씩 벗기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우습기도하고,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누라보다 차가 더 좋은 우리 남편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기에 맨날 늦던 남편은 퇴근도 칼같이 하고 퇴근하자 마자 가방만 던져놓고 바로 자동차와 함께 저녁시간을 다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자동차에게 사랑을 쏟아 붇기 시작 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차닦기, 광내기, 왁스칠이다 ,언더코팅이니 하는 코팅도 여기저기 하고 시트도 비싼 천연가죽으로 다시 하고 , 운전하다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바로 서비스 센타로 직행해 바꾸고 엔진 오일이다 미션오일이니 이름도 생소한 머 이런류의 오일도 몇만 키로를 탔으면 다 갈아 줘야한다고 하고하여간 A/S 기간 끝나기 전에 바꿀수 있는건 다 바꿔야 한다 등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습니다

 

마누라보다 차가 더 좋은 우리 남편

그런 남편을 지켜보던 나는 흘리는 말로
"새차인데  뭐이렇게 돈도 많이 들고 다시 바꾸고 하는것이 많아? 새차인데..?  이거 새차 맞어?" 라는 질문을 하는 나를 "당신은 이런 세계를 몰라서 그래 " 하며 외계에서 온 사람인양 취급해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마누라보다 차가 더 좋은 우리 남편

 

3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의 차에 대한 사랑은 여전합니다.
 
한번은 운전석 뒤에 주머니에 음료수 병과 애기 우유통을 넣고 시댁을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난 우리 남편에게 정말로 많이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주머니에 병 종류를 넣으면 주머니가 늘어나 보기좋기 않다나? 그리고 쓰레기도 그냥 바닥에 버리라고 차라리 그게 청소하기도 좋다며, 목에 핏줄까지 보이며,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차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피력하더군요.

 처음엔 성격이 그러러니 했으나 좋은소리도 여러번 들으면 짜증이 나듯이, 내가 몇 번의 실수 아닌 실수로 그곳에 쓰레기나 음료수병을 놓게 되면 그날은 부부싸움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사실 나도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아직 어린 애들 뒤치닥 거리하다 보면 한놈은 여기 저기에 과자 부스러기 버리고 음료수 달라 물 달라.. 그렇게 정신 없는데 아무대로 보이는데로 넣게 되는건데 왜 저렇게 세상에 무슨 큰일이라도 난듯이 난리를 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한번은 작은 애가 차를 타고 가다가 멀미를 해 토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우리 남편 왈..

" 토한거 시트에 배어 들어가지 않게 얼른 닦아.  시트 사이에 끼면 닦이지도 않고 배들어가면 냄새도 심하고, 여름에는 곰팡이까지 생겨서 안좋아 !"

내 옷이며 애기 옷이며 여기 저기 정신이 없는데, 거기서 한다는 소리가 차 가죽 시트 홈에 배어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남편 때문에 그날 역시 대판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부 싸움의 시초가 되는 사건(?)들이 점점 많아 지면서 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할때도 우리 만난지 얼마 됐는지 결혼하면서 연애할때의 추억이나 기억들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자동차 오일은 언제 갈아야 하고 타이어도 언제 바꿔야하는지, 브레이크는 언제 교체해야 하는지는 제때에 칼같이 아는데, 마누라가 어디에 부딪혀 멍이 들어도 쳐다도 안보더니 자동차 어디 보이지도 않는곳에 손가락 한마디도 안되는 길이의 긁힘이 생기면 어찌나 잘 찾아내고 아파하며 속상해하고 어디 깨질라 긁힐라 조심조심 운전하고 초보인 저한텐 키한번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우리 남편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마누라 보다 차가 더 좋냐~!! 차 한테 쏟는 정성과 애정을 마누라 한테 반에 반만 쏟아봐라~~!"

라고 말입니다. 물론 차에 정성을 쏟는 것이 차를 아끼는 것도 있지만,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라는 것도 잘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동차에 너무 애정을 쏟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내가 저 자동차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아줌마가 되니 이제 자동차에까지 질투를 느끼는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