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동거이야기

동거녀2003.07.17
조회1,895

왠만하면 이런데 글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글쎄 동거이야기다보니 어디다 하소연할데도 없네요.

요즘 옥탑방고양이에서 동거에 대해 참 재미있게들 썼더군요.

얹혀사는 구박을 받구서두 씩씩하게 다시 걸어들어오는 김래원같은 남자는 아마 드물거라고 봐요...

저두 어영부영 동거를 시작한지 이제 2년정도 되어갑니다...

첨엔 자취하는 저희집에 가끔 놀러오곤 했던 남친이

사정이 안돼서 전에 살고 있던 외삼촌댁에서 저희 집으로 오게되었죠. 물론 제 권유도 있었구요...

저두 한때 친척집에 살던 때가 있어서 눈치밥먹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알거든요...

가끔 저희 가족들이 놀러오면 얼마안되는 짐이라도 남친의 짐 숨기느라 정신없죠...

드라마에서는 재밌게 나올지 몰라도 전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가족들 돌아가고 나면 짐 다시 풀어서 정리해야 하고...

이건 무슨 도둑질 하는거 같이 떨리고... 부모님아시면 기절하실 것이고...

남친은 학교졸업하구 직장얼마 다니다가 짤렸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으루...

본인 야그로는 일이 적성에 맞지않구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부한다고 하는데... 회사그만둔지 이제 2달이 다 돼어가는데 공부하는거 한번도 못봤습니다.

그렇다고 쉬엄쉬엄 공부할 정도로 남친 집안사정이 좋은것두 아닙니다.

사실 전 첨에 남친 취직해서 넘 좋아했어요...

그래두 생활이 부담두 반으로 줄겠구나... 하구...

근데 왠걸 남친 집에 빚이 있어서 그거 값느라고 본인 용돈만 빼고 다 집으로 송금했더군요...

집안 사정이 어쩔수 없으니까 뭐 별 수 없죠머... 가난한 남친 만난 제 잘못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제 저두 회사를 그만둔지가 4달이 넘고... 생활비도 점점 줄어들고...

남친에게 알바라도 좀 하지... 살짝 장난치듯이 얘기하면 그래야지... 하고는 무소식이고...

아마 알바해도 저한테 돌아오는 건 얼마 없겠죠... 가족들한테 부치느라...

한숨만 나오네요... 느긋느긋한 남친의 성격이 계속 절 한숨쉬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요즘 부쩍 짜증이 늘었습니다.

더운 5평짜리 집에서 선풍기에만 의존하며 하루종일 붙어있는것도 이젠 짜증나구요...

그래두 남친에게 눈치줄까봐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은연중에 제 짜증이 다 보이나봅니다.

오늘도 싸웠습니다.

글쎄, 제가 아침에 밥차릴때 이것저것 나온 쓰레기를 씽크대위에 이리저리 정리안하고 두었다고

막 머라고 하는 겁니다. 남자가 밖에서 일을 안하고 집에만 있다보니 점점 소심해져 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까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안들고 계속 우기게 되는 거에요... 씽크대가 넘 좁으니까

그러지... 그러기에 네 돈 좀 보태줘봐 넓은 집으로 이사가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지금 써놓고 보니까

제가 말을 막하긴 했네요... 사실 예전같으면 대충 넘어갈법도 한데 오늘은 저한테 꼭 다짐을 받아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맹세까지 하랍니다... 다시는 쓰레기 그렇게 놓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라네요... 저도 한 고집 합니다.... 절대 못하겠다고 그랬습니다... 남친 옷 갈아입고 가방들고 밖에 나갔습니다... 전 이렇게 여기다 하소연 하고 있구요... 아마 친구네 집으로 갔겠지요... 오늘도 친구네 집에서 놀다왔는데 친구네 집은 참 넓더라... 남친이 이렇게 얘기할때 화나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넓은 집 살고 싶습니다. 그럼 이렇게 짜증내진 않을텐데...

글쎄 어떻게 해야 현명한 여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계속 안좋아 지다보니 남친의 모든 것이 이젠 짜증이 납니다.

물론 남친만큼 착한 남자 없다는 건 알지만, 세상 사는데 그게 다가 아닌가 봅니다.

사치의 동거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동거는 불쌍합니다.

그리고 끝은 절망적일 것 입니다.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남친을 만나지 않았던 때로... 저 참 나쁘죠 ?

근데 남친이 나간지 몇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안 들어 올까봐... 이건 또 무슨 맘인지...

정이란 참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