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살려주세요!

보통여자2007.11.15
조회404

삶의 깊은 회의를 느끼며 짐을 싸들고 나가서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야 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요...

 

 

 

올해 5월, 저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우린 서로 깊이 사랑하여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아기가 생긴 것이지요.

남자는 너무 기뻐하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자고 저에게 청혼을 했습니다.

저는 극진한 이 남자의 사랑과 따스함에 감동이 되어서, 한 여자로서 한 남자를 받아들이고 사랑의 결실인 아기를 낳고 그를 평생 믿고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집안에서 우리 사이를 반대할 것이 염려되었습니다.

하지만 겁내지 않고 우리만의 언약을 하고서는 혼인신고를 했죠.

 

그이는 아직 군복무를 마치지 않았으나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약속을 했고, 부모님으로부터는 재산 상속이 있으므로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사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저에게 믿음을 주었습니다.

 

그러한 그를 믿고 우선은 저의 집에서 함께 신혼을 꾸리기로 하였고, 제가 벌어둔 돈과 차를 함께 쓰기로 했습니다. 그의 넘치는 사랑 앞에서 저는 두려울 것이 없었고, 나의 모든 것을 주는 것에 전혀 아깝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돈 전부를 그의 은행통장에 전부 입금을 하고서는 함께 나누어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이는 그때까지 돈을 벌어보지 못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진 돈이 전혀 없었고, 그가 가장으로서 우리의 가정에 생활 터전을 마련할 때까지는 저에게 부족하지 않은 경제적 기반이 있었으므로 저는 우리의 삶을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둘은 그렇게 신혼을 예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갔고, 함께 공부도 하며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의 뱃속에서는 아기가 튼튼하게 성장을 하였고, 출산예정일 08년 4월 27일로 몇 개월 남지 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제 돈은 모두 탕진해갔고, 제 소유였던 차마저도 그이가 사고를 내는 바람에 긴급히 처분을 하게 되었으며, 저의 값나가는 물건과 집기들도 하나둘씩 팔아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이는 현재까지 군 면제도 받지 못한 상황이고, 재산 상속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부모님과의 약속이 없던 것이었으며, 남자 쪽 집의 부모님과 친척들은 그들의 집안에 피해를 준 것이라면서 남자의 연락도 받아주지 않고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완고하게 인정하지 않으시는 것이죠...

 

하지만 저의 집에서는 그러한 우리를 심각하게 걱정하시고는, 불철주야로 늘 옆에서 조언과 격려로 관심을 모아주시고, 우리를 축복해 주시는 마음으로 저의 부모님께서는 친히 커플니트와 커플신발, 그리고 그이가 입을 새 옷들을 한 아름 선물까지 해주셨습니다...

남자의 집안에 물질적인 지원이 없게 되자, 그이는 인력사무소를 찾아가 일용직의 일을 하게 되었으나 그 것도 잠시, 고된 일에 힘이 들었는지 사업을 해야겠다면서 일을 그만 두고는, 그의 친구와의 만남을 연속적으로 갖고 있었던 중이었습니다.

 

임산부로서 가정생활이 불안정하게 되니, 저는 어려운 상황 속에 처해 있는 것이 두렵고 불안한 나머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남편은 오히려 저에게 자신도 힘든데 왜 자꾸만 나약해지냐고 하면서 집을 나가서는, 친구와 사업 구상을 한다는 핑계로 저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연락도 안받아주면서 자기가 하는 일에 방해 된다고 괴롭히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그는, 자신이 해볼 때까지 다 해봤는데 이제 더 이상은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없다면서 아기를 지우고 이혼을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내년 4월이면 아기를 출산하는, 배가 부른 산모입니다.

지금에 와서 아이를 죽이는 것은 아이와 저를 함께 죽이겠다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한다고 평생 함께 하며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그 사람은, 이제 자신이 힘들다고 모든 것에 손을 떼겠다고 했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이 시기에 와서 저보고 어떻게 하라고...

 

하지만 저는 그의 손에 끌려서는 그렇게 병원으로 행하게 되었고, 두려움과 불안이 극심해진 저는 괴로움에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비틀비틀 정신도 없이 주룩주룩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이건 살인이 아니라고, 모두 다 잘 될 거라고 저에게 안심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천국을 바래왔던 삶이 무서운 지옥이 되었고, 사랑을 맹세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저에게 독이 되어 계속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처럼 들려왔습니다. 너무나 두렵고 앞이 정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저에게 왜 그리 약하냐고 다시 한 번 다그칩니다.

 

...저는 한발 한발 그에게 이끌려 병원 안으로 들어섰고 의사선생님의 초음파와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는 초음파를 통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확연하게 보고 의사선생님의 말씀까지 듣더니, 안되겠다고 완전한 사람이라서 죽일 수 없겠다고 병원 밖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그 시기면 아기가 다 컸다는 것을 모두 다 아는 사실을, 왜 그는 저에게 죽음에 처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가 또다시 자기 맘대로 다시 살려두려고 했던지...

 

그러한 과정에서 계속 몸을 떨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저는, 또 그의 손에 이끌려 밥집으로 갔습니다.

밥을 시키고는 그이는 저에게 말을 합니다. 정신 좀 차리라고! 이런 모습 처음이라고!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한 시선으로 숨을 고르며 앉아 있었습니다.

병원에 끌려갔다 나온 것이 30분도 안되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쇼크를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남자는 저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계속 저를 다그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을 하니까, 그는 회피하지 말고 자기의 말에 대답 좀 하라고 합니다.... 저는 가슴이 매이듯 저려와 펑펑 울기 시작했고 주변이 시끄러워진 상황이 되니 저를 다독이듯 잠잠히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그는 저에게 밥을 먹이러 식당에 들어가는 척하다가, 또 저를 연속 괴로움으로 빠져 들게 했습니다.

 

그는 또다시 얘기 좀 하자면서 저를 커피숍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들어가 앉자마자 또 저를 다그칩니다. 저는 “나 잠깐만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어? 나 그렇게 잠시만이라도 도와줘... 제발...” 그렇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이는 저에게 늘 지켜 줄 테니까 염려하지 말라고 옆에서 돕겠다고 저에게 말을 합니다.

 

바로 그때, 그의 전화기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삼촌 전화라면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던 그...

커피숍을 나간지 30분이 지났고, '추운 데 밖에서 오래 통화를 하네. 중요한 일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던 저는, 문 밖을 두리번거리다가 커피숍을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종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떠났구나....

 

가진 돈이 너무 없어서 전화기 분실신고를 해두었던 저는, 114 상담원을 통해서 정지해지를 하고서는 '신랑'이라고 쓰인, 이름에 대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통화 벨이 울리더니 끊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시 연락을 취해보았으나 이번엔 전화기가 아예 꺼져 있습니다.

 

저는 저를 사랑한다는 사람과 살았던 것이 맞았을까요?

저는 도대체 누구와 함께 했던 건가요?

그는 제게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요?

내가 그에게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이 모든 것이 다 저의 책임이 되어야만 하나요?

 

 

...오늘은 전화로 그가 이런 얘길 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올 테니까 그 때 다시 만나자고....

그리고는 그의 전화기가 또 꺼져 있습니다...

 

그도 정말 지칠 때까지 지쳐서 이러는 거겠죠?

사람이 너무 힘들면 앞이 안보여서 지금 그러는 거겠죠?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인데 말이죠...

 

제가 이젠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정말 저... 무얼 해야 하는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에게 조언해 주실 분이 계시다면 답글이나 쪽지로 부탁드릴게요...

 

집안의 반대로 결혼식도 올리지도 못했던 상태라서 제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로 말도 못했었거든요... 염려 끼쳐드리기 너무 죄송하고 주변에서 알게 되면 그 시선들을 제가 더 견디기 힘들어서요...

 

 

제 얘길 끝까지 들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저... 그래도 힘 낼 수 있겠죠?

 

혹시 제가 이러한 저의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도 할까봐 겁도 나네요....

받아주지 않으셔서 아직까지 연락도 취해보지 못하고, 불러보지도 못했지만...

저의 시부모님에게 저의 이러한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

 

저의 시부모님은...

김준기 (가톨릭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외과학교실 교수, 가톨릭대학교성빈센트병원 외과 과장)

최보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정신과학교실 부교수)

 

서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 이 마음을 시부모님께 꼭 좀 전해주세요.

저도 한 남자의 사랑으로 예쁘게 아이 낳고 잘 살고 싶었던, 보통의 여자였을 뿐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