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일요일 소개팅에 나갑니니다.

까칠게이지풀버젼녀2007.11.16
조회277

20대 중반의 처자입니다.

혼자 지낸지 1년이 되어 가고 동기 중에 저 혼자만 솔로이고

다같이 커플모임때 혼자 나오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어느날 친구녀석한테 대뜸 연락이 와서는.

 

"야, 너 토요일에 약속 있어 없어?"

"약속? 정한건 없는데.."

"그래? 너 내가 소개팅 잡았으니까 그 날 시간 비워놔. 알았지!!"

"뭐야... -_-+"

친구의 엄포에 전 알았다고 했죠. 근데 몇 시간 뒤 

[ 토욜에 시간 안된다고 하니까

일욜에 미뤘어. 일욜에 약속 있어도 비워놔] 라는 문자를 보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 내 팔자야.

소개팅 할 생각도 없는데.. 내가 얼마나 못 났으면 이 친구가 날 위해 이렇게 애쓸까하고

며칠 전부터 나온 여드름 3개가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하더라구요..

 

막상 소개팅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친구녀석 체면도 있고 하니까

평상시처럼 너무 편히 생각하고 나가면 안될 것 같기도 해서 평소보다 피부에 더 신경써주고

화장도 매일 매일 상태가 좋은지 거울로 자주 확인도 해보고 안하던 중간 수정까지 미리 연습도

하고 말이죠. 옷도 그 날 뭐 입고 가야 할까 바쁘지 않는 틈을 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을

최상의 패션 코디로 나름 상상하며 꾸미기도 했죠.

(워낙에 여성스럽도 않고 털털한 스타일이라 상대방이 실망할까봐 걱정도 많이 됐거든요..

솔직히 주변에서 누가 나서서 해줄 정도의 괜찮은 외모는 절.대.아닙니다.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여성 대표 찌질이랄까..;;;후후)

 

말로만 소개팅 생각없다며 튕긴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오는 친구 녀석의 행동에

보답 좀 하고자 신경 쓴 점 알아두시길 바라며..;;

 

그리고 소개팅 날 하루 전에 소개팅날이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라 남자 주선자와 제 친구 각각

사귀는 사람이 있는터라 주선자는 빠지고 당사자 둘끼리 만나는게 나을 것 같다라고 결정을

지었다는 이 또한 급공고를 문자로 받았습니다.

 

뭐, 이래도 상관없고 저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알았다.하고 넘겼죠.

그리고 소개팅 당일날. 깨끗한 모습으로 보이겠다는 일념하에 평소 안하던 샤워도 하며 천천히

기초부터 세밀하게 화장을 하며 그 힘든 수작업 아이라인 작업에 들어가려는 찰나

친구에게 전화가 왔죠.

 

"야! 미안해~ 소개팅 하는 남자가 주선자 없이는 소개팅 하기 뭐하다고 미뤄버렸어;;;"

"뭐? 아~ 나갈 준비 하고 있었는데.. 내 화장.. 이씨...ㅠ_ㅠ"

친구 녀석 본인이 설레발치며 난리쳤던게 미안했던지 제가 송금해야할 돈도 안보내줘도

된다고 너 그 돈 알아서 쓰라고까지 했습니다.

계속 전화해도 받지도 않는다며 남자의 행동에 화도 내는 친구녀석..

그냥 한숨 푹 내쉬고 무덤덤하게 괜찮다고.. 나 신경쓰지 말고 남자친구랑 재밌네 보내라고

하며 전화를 끊고 거울을 보니 제 자신이 한심해 보였습니다.

 

소개팅 싫다며~ 남자한테 관심 없다며~ 혼자여도 잘 지낸다며~ 이게뭐니.. 이게..ㅠ_ㅜ

소개팅 하는 남자.. 성격은 좋은데 낯가림 탄다고.. 저도 성격 좋고 낯가림 타는데 그래도

전 노력하려고 했거든요..  결국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삭히지 못하고

한번도 연락 주고 받지도 않았던 그 남자분에게 긴 MMS문자를 날렸죠.

 

[오늘 소개팅할뻔한 상대방입니다.

나갈준비하는중에 친구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는데 주선자없이 1대1소개팅은 어색하다고

하셨는데..저도 소개팅 경험 없지만

그래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는모습이

남자답지 않음에 실.망.스럽네요.

인연이 아닌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추운겨울 좋은사람과 보내길 바라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정중한듯 하면서도 할말은 콕콕 써서 보냈죠.. 특히나 남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실망스럽다는

표현과 함께 말이죠.. 솔직히 남자들 듣기 싫어하는 말인거 알아서 일부러 그 표현을 썻죠.

친구가 전화해도 안받는다는거 보니까 일부러 연락 피하는것 같고.. 참 소심한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대놓고 문자 보냈으니까 챙피해서 답장은 안오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은 시원했습니다.

(사악한 이 악마성 기질.. 제발 없어져라.. 부탁이야. ㅜ_ㅠ)

 

그런데.. 조금 뒤 답장이 온겁니다. 헉!!

 

[안녕하세요;;

문자는잘받았어요. 그런데 오해가 있으신거 같아서..

게다가 오늘나올준비하고계셨다고 그래서 맘이편치 않네요

저도 어제부터 오늘 어떻게되는지궁금해서 계속 연락연락도하고

오늘 아침에도 얘기했었거든요

안하게된건지 저도 문자 받고 알았어요.

전 그냥 첨이라 어색해서 같이 보려고 한건데 중간에큰 실레가 된것 같아

정말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일부러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셨는데.. 미안해서 어쩌죠? ㅠ_ㅠ

인연이 끝난게 아니라면 다음에 꼭 뵙고 싶습니다.]

 

끄악!!!! 친구에게 전화해서 알아보니 소개팅 남자가 문제인게 아니라 남자쪽 주선자가

가운데서 소통이 잘 안돼 생긴 오해였던겁니다.

 

아.. 그 분의 문자를 다시 곱씹으며 읽으니 얼굴이 화끈 거리더군요..

그래도 소개팅 생각 확 없어져서 좋게 말 돌려 보냈더니 시간 꼭 좀 내달라라는

부탁에 계속 거절하면 튕긴다고 혹여 오해할까봐.. 그리고 섣불리 판단하고 행동한

그 분에게 죄송한 마음에 그럼 편한 마음으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날을 다시 잡았습니다.

드디어 일요일 18일에 보기로 했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긴장감이 벌써부터 시작되네요.

 

제 친구의 남자친구는 역시 너 답다며.. 농담삼아 만나면 그 남자가

"아~ 뭐야? 네까짓게 나한테 그런 행동을 했단말이지 +_+"라고 복수할지도 모른다며

웃어 제끼는데.. 저도 날 잡고 보니 제 문자에 기분 나빠서 꼭 만나서 혼내줘야겠단 일념하에

나를 그렇게 보자고 한건 아닐까 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 분 만나면 알랑방귀, 내숭을 떨어야 할까요.. 제가 남자분을 기분 나쁘게 만든 걸까요?

아.. 손이 바들바들 떨리네요. 만나자 마자 전 꾸벅 인사가 아니라 가드를 올려야 하는 걸까요?

ㅠ_ㅠ 걱정스럽니다.. 외모 꾸미고 나발이고 스파링 실전 연습에 돌입하는게 낫겠죠?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