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제 회사에서 잘렸습니다.

10원2007.11.17
조회16,567

 

22살의 직장인이었던, 여자입니다.

전문대 졸업하고 마땅한 직업을 못찾아서 두달간 어영부영 시간 보내고

아르바이트 두달 하다가 더이상 취업난에 괴로워하기도 힘들고..

졸업한 과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그리 큰 곳은 아니었지만, 서울에 지사도 있고

직원이 250명정도 되는 회사였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어렵기만하고.. 적응도 잘 안되고..

일 못한다고 매일같이 꾸중듣고.. 직장상사와 자주 부딛히기도 하고..

그러다 3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손에 익었고, 꾸중을 들어도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도 하고..

이제 정말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4개월이 지나도 저는 아직도 수습사원이었습니다.

5개월째 접어드는 11월.

전 사장님께 수습해제가 언제쯤 되는지 물어보았는데 잠깐만 기다리라고 그러더군요.

이번달엔 해주시겠지, 라고 생각하고 일 했습니다.

 

9시까지 출근인데 저는 7시 30분까지 출근해서

사장실도 청소하고 부사장님들 책상도 정리해놓고.. 이사님들 차도 타드리고..

사람들이 해달라고 하는거 싫은표정 하나 안내고 다 했습니다.

첫 직장이니까.. 정말 최선을 다해서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실장님이 절 부르더니 왜 부른지 아냐고 묻더군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눈치도 못챘냐고.. 잘 모른다고 그랬더니

사장님이 일을 못한다고 그만두라고 그랬다네요..

다른 여직원 뽑았다고.. 인수인계하고 11월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라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아무생각도 안들더라구요..

그냥 그렇구나.. 이 생각했는데 실장님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이 화냈던 것도 미안하고 이런말 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오랫동안 일 같이하고 빨리 배우게 하려고 닦달한거였다고..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억울하고요. 실장님께 서운했습니다.

평소처럼 화내면서 진작에 잘했으면 잘리지도 않았을 걸 니가 못해서 잘린거다

이렇게 말이라도 해주면 직장에 미련이라도 갖지 않았을텐데..

실장님이 돈을 쥐어주셨습니다. 기분이 안좋으니 오늘 술이라도 한잔 하라고.

전 그 돈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 잘린마당에 돈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데 실장님이 오늘 술 한잔 하라고 챙기라고 그럽니다.

주머니에 돈을 넣고 퇴근하라는 말에 가방을 챙겨서 나오고 인사를 드리고

출퇴근 카드를 찍는데 실장님이 이제 그거 찍지말라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저번에 한번 지각 한 뒤로 실장님이 출퇴근카드 찍으라고 그랬거든요..

이제 필요없으니 찍지말라고 그러십니다. 그게 더 서운하고 슬픕니다..

집으로 가는 길로 걷는데 자꾸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대기업은 아니더래도 안정되고 큰 회사에 들어갔다고 좋아하시던 부모님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지..

신호등을 앞에두고 울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도

눈물이 자꾸나서 신호등이 네번 바뀔동안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일 못해서 잘린 내가 안쓰럽고 불쌍하고 이것밖에 안되는 내가 한심한 마음도 있었지만

미안한 듯 나를 바라보던 실장님에게 더 서운했습니다.

정말 평소처럼 화를 내면서 그만두라고 윽박질렀으면 미련이 없을텐데..

자꾸 미련이 생깁니다. 더 잘할걸.. 이라는 생각이..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부모님이 왜 그러냐고, 누구한테 혼났냐고 물어도 대답도 못하고 그저 울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자꾸 마음이 답답해서 이런 곳에 글을 씁니다.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분들의 경험담도 듣고 싶고.. 위로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