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래야 할 것 같아.. 오늘은 마음이 너무 차가워서 몸이 더 차가워 져야 마음이 편 할 것 같아 같이 좀 누워 있어주라”
은준의 말에 일어서던 민한은 다시 바닥에 누웠다
“형 비밀 하나 말해줄까”
“뭔데”
“나 대학교 처음 올라왔을 때 수아 누나 좋아했었다”
민한은 은준의 말에 놀란 듯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놀랬어? 걱정마 아주 잠깐 좋아하다가 정리했으니깐”
“왜 좋아하다가 말았는데”
“거야 당근.. 형 때문이지”
“나?”
“형이 수아 누나 좋아하는 거 알았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정리가 되더라?”
“너 나 많이 좋아하는구나”
“응 형 많이 좋아해 그래서 형이 가지고 있는 건 아무 것도 뺏고 싶지 않아“
“녀석..”
“그런데 한지유는 마음대로 정리가 안되더라.. 자동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는 건데 이상하게
그 녀석은 뺏고 싶어지더라.. 내가 수아 누나 양보했으니깐 이번엔 형이 한지유 양보해라..”
“신은준”
민한이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런 민한을 보며 은준은 웃으며 일어섰다
“그런 무서운 표정은 싫어요, 걱정마 지금 정리 중이야..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래도 정리 중이니깐 너무 나 미워 하지마..”
“니가 날 미워하게 될 까봐 무섭다”
“그렇다고 너무 방심 하지마, 형도 알잖아 머리에서 백번 ok해도 마음에서 한번 no거리면 마음이 이기는 거.. 그러니깐 한지유 울리지마..한지유 한번만 더 우는 모습 보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어”
“나 때문에 우는 일 두 번 다시는 없을 꺼다”
“멋있네 우리 형”
“저녁은 내가 살게 가자”
“아니 그냥 오늘 혼자 있게 해주라.. 나 간다”
은준은 민한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친 뒤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강민한과 신은준 두 사람에게 동시에 문자가 왔다
문자를 확인 한 뒤 둘은 서로 마주 보았다
“형.. 혹시 나랑 같은 문자야?”
“그런 것 같네”
두 남자는 문자를 받은 뒤 함께 어디론가 이동하였다
그 장소는 민한과 은준이 자주 들리던 레스토랑 이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우아하게 웃고 있는 수아의 모습이 보였다
“왔어? 두 사람 왜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 앉아”
민한과 은준은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왜 부른 거야?”
“신은준 섭섭하게 우리가 언제부터 용건이 있어야 부르는 사이가 되버렸니”
수아는 섭섭한 표정으로 은준에게 말했다
“주문부터 하자”
민한이 종업원을 부르려는 순간 수아가 말했다
“잠시만, 아직 초대 손님이 도착을 안했어”
“초대 손님? 우리 말고 또 누굴 부른 거야?”
“저기 오네”
수아는 손을 흔들었다
민한과 은준이 고개를 돌리니 지유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은준이 말했다
“수아 누나 한지유한테 너무 친한 척 한다”
“왜 친한 척 하면 안돼?”
“상식적으로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사이 아닌가”
걸어오는 지유의 모습을 보며 민한이 말했다
“한지유는 왜 부른거야”
“걱정마 한지유씨한테 나쁜짓 할 생각 없어.. 그냥 같이 식사하려고 부른 거야”
자리에 도착 한 지유는 민한과 은준을 보며 다소 놀란 듯 보였다
“그렇게 놀라지 말고 앉아, 우리도 너 보고 놀랐으니깐”
지유에게 은준이 말했다
지유가 자리에 앉자 음식을 주문하였다
“지유씨.. 우리 여자들끼리 밥 먹을까 하다가 그냥 남자들도 불렀어요 괜찮죠?”
“네.. 뭐 저야..”
“한지유는 먹을 거만 있으면 어디든 오케이 아닌가?”
얄밉게 말을 하는 신은준을 야려보았다
신은준은 지유의 눈빛 따윈 신경 쓰지 않은 채 스테이크를 설며 투명스럽게 수아에게 말하였다
“우리 세 사람 아니, 우리 네 사람이 모인 진짜 이유가 뭐야”
“오늘 두 남자들 의심 참 많네.. 역시 함께한 시간은 속일 수가 없나보네.. 내가 부른 이유 눈치 채고 하는 질문 같은데? 오늘 은정이 기일이잖아”
민한과 은준은 표정이 굳어졌고 먹던 손을 멈추었다
“그래서?”
고기를 설던 은준이 고개를 들며 차갑게 내뱉었다
“그래서 뭐 기일이니깐 같이 식사라도 하자는 건가? 축배라도 들까”
“은준이 너 역시..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구나”
“진수아”
민한이 강한어조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 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요.. 은정이라는 사람이 누구예요?”
순간 세 사람은 동시에 지유를 쳐다보았다
“한지유 니가 몰라도 되는 사람이야”
민한이 말하였다
“나 대학 다닐 때 의과 후배야 같은 동아리여서 형이랑 누나도 아는 사이야”
은준이 담담하게 말하였다
“의과? 의상과가 아니고 의과? 뭐야 신은준 너 의대생이었어? 니가 의대생?”
어두운 표정의 세 사람과는 달리 지유 혼자 신기한 표정을 한 채 웃으며 말하였다
“도중에 때려치웠어, 나 밥 다 먹었어 잠깐 바람 좀 쐬러 갔다 올게”
은준은 절반이 넘는 밥을 남긴 채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야 신은준 밥 남기면 벌 받아”
“지유씨 그냥 내버려둬요”
“그래도 아깝잖아요..”
은준을 붙잡으려는 지유를 보고 수아가 말렸다
“진수아, 왜 힘든 사람 괜히 더 힘들게 만들어”
“민한이 너도 걱정 되서 은준이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니? 은준이 은정이 기일만 되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잖아 나도 너 만큼 은준이 걱정하고 있어”
도대체 은정이라는 여자가 누구이며 그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했다
“그럼 한지유는 왜 부른거야”
“내가 지유씨 이용 좀 했어, 분명 우리 세 사람만 모이면 옛날 일 생각날게 뻔해서 지유씨라도
오면 분위기가 달라질까 생각이 들어서 부른 거야”
“그렇다고 꼭 은정이 기일이라는 걸 확인 시켜줘야겠어?”
“입 다물고 있는다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아”
더 이상 민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유씨 은정이가 누군지 궁금하죠?”
민한의 눈치를 보며 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수아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7년전>
은준이 대학교 2학년 때 정은정 이라는 후배가 들어왔다
은정은 은준을 따라 사진관 동아리에 들어왔고 항상 은준 뒤를 졸졸 쫓아 다녔다
“선배님 밥 사주세요”
오늘도 역시나 은준 옆에 달라붙은 은정이었다
“나 돈없어”
“에이 거짓말, 선배님 돈 많은 건 우리 과 애들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너 밥 사줄 돈 없어”
21살의 은준은 공부와 사진만 좋아하는 아이였다
특히 은준은 은정을 한 번도 여자로 본 적이 없었다
그걸 알고 있는 은정은 더더욱 은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선배 그럼 제가 밥 사줄께요”
“내가 코찔찔이 돈이나 뜯어먹는 사람으로 보이냐”
“내가 왜 코찔찔이예요 전 20살 어엿한 숙녀라고요”
“아 네네네”
“선배 제가 오늘 꼭 저녁을 사드리고 싶어요 제발요”
“나 바쁘다”
“딱 밥만 같이 먹어요 선배님 올 때까지 시계탑 앞에서 기다릴께요 8시까지 오셔야 해요
올때 까지 기다릴 꺼예요”
자기 할 말만 하고 후다닥 뛰어가는 은정의 모습을 보며 은준은 한숨 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은준의 친구 창준이가 말했다
“신은준 드디어 저 스토커를 받아 주는 거냐?”
“신경꺼라”
“짜식아, 공부는 니가 나보다 좀 더 잘 할 줄 몰라도 연애는 내가 너 보다 한 수 위 아니냐, 너 은정이 좋아하는 거 아니면서 왜 그래”
“내가 뭘”
“너 저녁8시에 시계탑 앞에 나갈꺼지?”
“기다린다는데 나가야지 어떡하냐”
“니가 그러니깐 안 되는거야, 너 세상에서 제일 나쁜 고문이 먼 줄 아냐?”
“전기고문? 물고문?”
“웃기고 있네, 세상에서 제일 나쁜 고문은 희망고문이야”
“희망..고문?”
“그래, 옆에서 널 지켜보니 말이다 은정이가 부탁하는 건 결국엔 다 들어 주더라 너 그거 은정이
한테 아주 몹쓸 짓 하고 있는 거다”
“내가 그랬는가”
“그게 은정이 한테는 얼마나 큰 희망이 생기는 줄 아냐? 이럴수록 확실히 정을 때게 만들어야지”
“됐어, 정은 무슨.. 저러다가 말겠지”
“아이고 답답해, 지금 이 짓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새학기 때부터 너 찍은 뒤 줄 곧 너만 따라 다니잖냐.. 너 오늘 나가지 마라”
“계속 기다린다던데?”
“은정이 쟤가 우리과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애야, 머리가 장난이 아니게 좋다는 말이거든.. 기다리다가 너 30분 만에 안 오면 그냥 집에 갈 애야”
“오늘 날씨 꽤 춥던데”
“너 누구를 1시간 이상 기다린 적 있어?”
“없어”
“나도 없어, 보통 사람은 말이지 1시간이상을 잘 기다리지 않아 그러니깐 이참에 희망고문 그만 줘란 말이지, 우리 과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 이름 신은준 아니냐, 10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도 있다 이게 바로 신은준이잖아 그런데 니가 은정이 한테 계속 잘해주면 너 그 인기 다 날라간다”
“인기 그딴 건 상관없고, 이번에 내가 약속 장소에 안 나가면 은정이가 마음을 정리할까?”
“그렇다니깐 100발 100중 정리 한다 살짝 어색해 지는 사이가 되기는 하겠지만 결국엔 니가 희망하는 의좋은 선후배 사이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깐 넌 오늘 내 레포트 쓰는 거나 도와주라”
“너 레포트 때문에 이러는 거지?”
“우린 프렌드 아니냐, 너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지 그러니깐 난 널 도와 준거고 그러니깐 너도 날 좀 도와주라 한번만 도와주라”
그렇게 은준은 친구의 레포트를 도와 준채 은정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은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정은 술이 취한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선배”
“술 마셨니?”
“그래요 선배 때문에 마셨어요 내가 지금까지 몇 시간을 기다렸는줄 아세요”
“너 바보야? 안 오면 그냥 가야지 왜 계속 기다려”
“내가 계속 기다린다고 했으니깐 올 줄 알았죠”
“휴.. 창준이 말대로 내가 너 한테 몹쓸 짓을 했나 보다.. ”
“내가 그렇게 싫어요? 알았어요.. 이제 그만 하면 되지 머..”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
“됐어요 신경 쓰지마요 선배 이제 저도 선배 귀찮게 안할께요 뭐.. 나 좋다는 남자 많다 이거예요 선배만 인기 많은가.. 너무 밉다 선배”
“그래 나 많이 미워하고 좋은 남자 만나라 너 좋다는 남자한테 가는 게 제일 좋은 거다”
“선배 사실은 나 선배 안 미워해요..나 이제 진짜 웃으면서 좋은 후배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다행이다 선배 같은 사람이 내 첫사랑이라서..”
“안되겠다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
(끼익-)
전화 수화기 속에선 정체모를 큰 소리가 한번 난 뒤 전화가 끊겼다
은준과 전화 통화를 하며 길을 건너던 은정은 그렇게 교통사고가나서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그때의 충격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던 은준은 대학을 자퇴 한 뒤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가서 패션공부를 하였다
은준이 달라진 건 그때부터였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신 때문에 그 사람이 다칠 까봐.. 자신이 지켜 줄 수 없는 것 같아 선뜻 마음을 주지도 마음을 받지도 않았다 그게 죽은 은정에게 사죄하는 길이라 생각하였다
은준과 예전에 술을 마시며 인터뷰놀이를 했을 때 은준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모습이
생각났다
“난.. 전혀 몰랐어요.. 그런 일이 있었는 줄..”
"그렇겠죠 은준이.. 은정이 이야기 하는 거 죽기보다 싫어 하니깐요.. 그래도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좀 좋아졌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네.. 옆에서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요.. 내가 외국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은정이 이야기 꺼내기라도 했었는데.. 이젠 꺼내는 자체를 꺼려하네.. 혼자서 얼마나 속으로 앓고 있을 지 걱정이예요..“
“그렇게 아파할 걸 알면서 은정이 이름 꺼내야했니”
듣고 있던 강민한이 말했다
“강민한씨... 난 진수아씨 말에 찬성해요.. 숨기면 숨길수록 커지는 게 사람 마음 이예요..저렇게 아파만 하다가는 진짜 병이 될 지도 몰라요.. 가끔 고름도 짜주고 빨간약도 다시 발라주고.. 밴드도 부쳐주고.. 그래야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프면 아픈 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벼틸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난..”
“지유씨 말이 맞아요.. 내 생각도 그렇거든요.. 지유씨가 은준이한테 좀 가보시겠어요?”
“네? 아.. 네.. 제가 가 볼께요”
지유가 은준을 찾으러 밖 으러 나갔다
둘만 남은 민한과 수아의 대화가 오고 갔다
“진수아..”
“왜 그렇게 무섭게 불러”
“너 진짜로 한지유 부른 이유가 뭐야”
“이유라니.. 아까 말 했잖아”
진수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단순히 은준이를 위해서라는 말이야?”
“그럼 뭐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봐? 혹시나 내가 은준이의 과거를 얘기해서 지유씨 에게 동정심을 끓어 올리게 라도 했다는 그런 말인가?”
민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수아를 보았다
“민한이 너 날 너무 나쁜 여자로 만드네, 너 안보는 사이에 의심이 많아 졌구나 잔머리도 늘고.. 생각 못해 본 일인데 그렇게 된 다면 나한테는 플러스겠지 그렇게 되기라도 빌어야하는가?”
“진수아 만약.. 정말 만약.. 그럴 일 없겠지만 만약.. 한지유가 나 떠난다 하더라도
나 너 한테 안 돌아가”
한편 지유는 은준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은준을 발견 한 곳은 레스토랑 옥상 이었다
여름엔 야외식당으로 쓰는 곳이지만 추운 날씨라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도둑이냐 왜 몰래 지켜보고 있어”
선뜻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그의 뒤를 보고 있던 지유에게 던진 말 이었다
“신은준 뭐야.. 난 줄 어떻게 알았어?”
“몰랐냐? 나 뒷통수에도 눈 달렸어”
그는 지유에게 살짝 웃어 주었다
“그나저나.. 신은준 니가 들고 있는 그거 혹시 담배니?”
“응 담배”
“너 담배 폈어?”
“아주 가끔”
그는 들고 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깊게 빨아 드렸다
그리고 난 뒤 기침을 하며 콜록콜록 거렸다
“아.. 담배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 피는 구나”
“그럼 피우지마”
“너 수아 누나한테 그 얘기 들었지?”
“응? 응...”
신은준은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면서 말하였다
“사람들이 힘들어서 담배를 피운다잖아 난 술도 먹고 다 했는데도 이렇게 힘들어서 미치겠다
그래서 담배라도 피우지 않으면 진짜 미쳐버릴 지도 모를 것 같아서 이러는 거다”
“너 때문.. 아니야..”
그는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는 평소 신은준과 다른 씁슬함이 묻어나는 미소였다
“신은준 너 은정씨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뭐?”
“은정씨 지금 저기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줄 모르잖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말해봐”
“무슨.. 됐어”
“해봐.. 속 시원해 질 때 까지 해봐..”
신은준은 잠시 뜸들이더니 하늘을 보며 소리 질렀다
“야 정은정... 잘 살고 있냐?”
“더 큰 소리로”
“여긴 추운데 거긴 날씨가 어때? 하느님이 잘해주시냐?.. 밥은.. 밥은 먹고 다녀? 또 라면으로 끼니 때우지 말고... 매정한 기집애야.. 아무리 내가 미워도 어떻게 꿈에 한번 안 나오냐.. 그렇게 쫓아다니더니.. 정은정.. 미안하다.. 진짜..많이..미...안해..미안해...”
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다
7년 동안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던 그 말을 드디어 하고 말았다
“신은준 너 그거 모르지.. 내가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천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랑 똑같데..
쇼핑센터도 있고 책방도 있고 지하철도 있고.. 그냥 단지 이 생애 없는 것뿐이지 나쁘지 않게 행복하게 살 수 있데..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은정씨 잘 살고 있을 꺼야”
“한지유 나 한번만 안아주라”
“어?”
은준은 자신의 머리를 지유의 어깨에 기대었다
지유는 잠시 당황해 하였지만 이내 토닥여 주었다
은준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걸 느꼈다
은준은 자신이 잃어버린 20대의 한 추억에 눈물을 흘렸다
“은정씨는 참 행복한 사람이야.. 몇 년이 지나도 이렇게 자신 때문에 눈물 흘려 줄 수 있는
테리우스의여자(31)
#31. 그 남자 이야기
“이 추운 날 농구는 무슨”
은준이 투덜대며 운동장에 나타났다
“왔어?”
민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농구공을 은준에게 던졌다
“해보자는 거야? 오 좋았어 잠자는 신은준님을 건들었다 이거지?”
“넌 입으로 농구하냐”
“좋아 지는 사람이 밥 쏘기다”
바닥이 딱딱하게 얼어 있는 운동장에서 두 남자는 땀을 흘리며 농구를 하였다
걸치고 있던 자켓은 벗어 둔 채 서로를 견제하며 진정한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열심히 농구 하던 두 남자는 바닥에 팔을 벌리고 누웠다
숨이 찬 목소리로 은준이 말했다
“무슨 30대가 이렇게 팔팔 한거야”
“아직 죽지 않는 청춘이다”
두 사람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형 서울은 별이 너무 없어”
“어떤 사람이랑 똑같은 말 하네”
“어떤사람?”
“있어.. 그런 사람”
“나 나이 들면 시골이나 내려갈까?”
“신은준 니가?”
“별도 아주 많고 공기도 좋은 곳”
신은준은 부푼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사랑하는 할멈과 귀여운 누렁이 한 마리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은 한옥으로 지어야겠어
앞에는 봉숭아도 심고 감나무도 심어야겠다 어때 근사하지?”
“그러던지 말던지.. 바닥 춥다 일어나자”
“형 우리 조금만 더 누워있자”
“그러다가 감기 걸려”
“그냥 이래야 할 것 같아.. 오늘은 마음이 너무 차가워서 몸이 더 차가워 져야 마음이 편 할 것 같아 같이 좀 누워 있어주라”
은준의 말에 일어서던 민한은 다시 바닥에 누웠다
“형 비밀 하나 말해줄까”
“뭔데”
“나 대학교 처음 올라왔을 때 수아 누나 좋아했었다”
민한은 은준의 말에 놀란 듯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놀랬어? 걱정마 아주 잠깐 좋아하다가 정리했으니깐”
“왜 좋아하다가 말았는데”
“거야 당근.. 형 때문이지”
“나?”
“형이 수아 누나 좋아하는 거 알았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정리가 되더라?”
“너 나 많이 좋아하는구나”
“응 형 많이 좋아해 그래서 형이 가지고 있는 건 아무 것도 뺏고 싶지 않아“
“녀석..”
“그런데 한지유는 마음대로 정리가 안되더라.. 자동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는 건데 이상하게
그 녀석은 뺏고 싶어지더라.. 내가 수아 누나 양보했으니깐 이번엔 형이 한지유 양보해라..”
“신은준”
민한이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런 민한을 보며 은준은 웃으며 일어섰다
“그런 무서운 표정은 싫어요, 걱정마 지금 정리 중이야..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래도 정리 중이니깐 너무 나 미워 하지마..”
“니가 날 미워하게 될 까봐 무섭다”
“그렇다고 너무 방심 하지마, 형도 알잖아 머리에서 백번 ok해도 마음에서 한번 no거리면 마음이 이기는 거.. 그러니깐 한지유 울리지마..한지유 한번만 더 우는 모습 보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어”
“나 때문에 우는 일 두 번 다시는 없을 꺼다”
“멋있네 우리 형”
“저녁은 내가 살게 가자”
“아니 그냥 오늘 혼자 있게 해주라.. 나 간다”
은준은 민한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친 뒤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강민한과 신은준 두 사람에게 동시에 문자가 왔다
문자를 확인 한 뒤 둘은 서로 마주 보았다
“형.. 혹시 나랑 같은 문자야?”
“그런 것 같네”
두 남자는 문자를 받은 뒤 함께 어디론가 이동하였다
그 장소는 민한과 은준이 자주 들리던 레스토랑 이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우아하게 웃고 있는 수아의 모습이 보였다
“왔어? 두 사람 왜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 앉아”
민한과 은준은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왜 부른 거야?”
“신은준 섭섭하게 우리가 언제부터 용건이 있어야 부르는 사이가 되버렸니”
수아는 섭섭한 표정으로 은준에게 말했다
“주문부터 하자”
민한이 종업원을 부르려는 순간 수아가 말했다
“잠시만, 아직 초대 손님이 도착을 안했어”
“초대 손님? 우리 말고 또 누굴 부른 거야?”
“저기 오네”
수아는 손을 흔들었다
민한과 은준이 고개를 돌리니 지유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은준이 말했다
“수아 누나 한지유한테 너무 친한 척 한다”
“왜 친한 척 하면 안돼?”
“상식적으로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사이 아닌가”
걸어오는 지유의 모습을 보며 민한이 말했다
“한지유는 왜 부른거야”
“걱정마 한지유씨한테 나쁜짓 할 생각 없어.. 그냥 같이 식사하려고 부른 거야”
자리에 도착 한 지유는 민한과 은준을 보며 다소 놀란 듯 보였다
“그렇게 놀라지 말고 앉아, 우리도 너 보고 놀랐으니깐”
지유에게 은준이 말했다
지유가 자리에 앉자 음식을 주문하였다
“지유씨.. 우리 여자들끼리 밥 먹을까 하다가 그냥 남자들도 불렀어요 괜찮죠?”
“네.. 뭐 저야..”
“한지유는 먹을 거만 있으면 어디든 오케이 아닌가?”
얄밉게 말을 하는 신은준을 야려보았다
신은준은 지유의 눈빛 따윈 신경 쓰지 않은 채 스테이크를 설며 투명스럽게 수아에게 말하였다
“우리 세 사람 아니, 우리 네 사람이 모인 진짜 이유가 뭐야”
“오늘 두 남자들 의심 참 많네.. 역시 함께한 시간은 속일 수가 없나보네.. 내가 부른 이유 눈치 채고 하는 질문 같은데? 오늘 은정이 기일이잖아”
민한과 은준은 표정이 굳어졌고 먹던 손을 멈추었다
“그래서?”
고기를 설던 은준이 고개를 들며 차갑게 내뱉었다
“그래서 뭐 기일이니깐 같이 식사라도 하자는 건가? 축배라도 들까”
“은준이 너 역시..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구나”
“진수아”
민한이 강한어조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 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요.. 은정이라는 사람이 누구예요?”
순간 세 사람은 동시에 지유를 쳐다보았다
“한지유 니가 몰라도 되는 사람이야”
민한이 말하였다
“나 대학 다닐 때 의과 후배야 같은 동아리여서 형이랑 누나도 아는 사이야”
은준이 담담하게 말하였다
“의과? 의상과가 아니고 의과? 뭐야 신은준 너 의대생이었어? 니가 의대생?”
어두운 표정의 세 사람과는 달리 지유 혼자 신기한 표정을 한 채 웃으며 말하였다
“도중에 때려치웠어, 나 밥 다 먹었어 잠깐 바람 좀 쐬러 갔다 올게”
은준은 절반이 넘는 밥을 남긴 채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야 신은준 밥 남기면 벌 받아”
“지유씨 그냥 내버려둬요”
“그래도 아깝잖아요..”
은준을 붙잡으려는 지유를 보고 수아가 말렸다
“진수아, 왜 힘든 사람 괜히 더 힘들게 만들어”
“민한이 너도 걱정 되서 은준이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니? 은준이 은정이 기일만 되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잖아 나도 너 만큼 은준이 걱정하고 있어”
도대체 은정이라는 여자가 누구이며 그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했다
“그럼 한지유는 왜 부른거야”
“내가 지유씨 이용 좀 했어, 분명 우리 세 사람만 모이면 옛날 일 생각날게 뻔해서 지유씨라도
오면 분위기가 달라질까 생각이 들어서 부른 거야”
“그렇다고 꼭 은정이 기일이라는 걸 확인 시켜줘야겠어?”
“입 다물고 있는다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아”
더 이상 민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유씨 은정이가 누군지 궁금하죠?”
민한의 눈치를 보며 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수아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7년전>
은준이 대학교 2학년 때 정은정 이라는 후배가 들어왔다
은정은 은준을 따라 사진관 동아리에 들어왔고 항상 은준 뒤를 졸졸 쫓아 다녔다
“선배님 밥 사주세요”
오늘도 역시나 은준 옆에 달라붙은 은정이었다
“나 돈없어”
“에이 거짓말, 선배님 돈 많은 건 우리 과 애들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너 밥 사줄 돈 없어”
21살의 은준은 공부와 사진만 좋아하는 아이였다
특히 은준은 은정을 한 번도 여자로 본 적이 없었다
그걸 알고 있는 은정은 더더욱 은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선배 그럼 제가 밥 사줄께요”
“내가 코찔찔이 돈이나 뜯어먹는 사람으로 보이냐”
“내가 왜 코찔찔이예요 전 20살 어엿한 숙녀라고요”
“아 네네네”
“선배 제가 오늘 꼭 저녁을 사드리고 싶어요 제발요”
“나 바쁘다”
“딱 밥만 같이 먹어요 선배님 올 때까지 시계탑 앞에서 기다릴께요 8시까지 오셔야 해요
올때 까지 기다릴 꺼예요”
자기 할 말만 하고 후다닥 뛰어가는 은정의 모습을 보며 은준은 한숨 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은준의 친구 창준이가 말했다
“신은준 드디어 저 스토커를 받아 주는 거냐?”
“신경꺼라”
“짜식아, 공부는 니가 나보다 좀 더 잘 할 줄 몰라도 연애는 내가 너 보다 한 수 위 아니냐, 너 은정이 좋아하는 거 아니면서 왜 그래”
“내가 뭘”
“너 저녁8시에 시계탑 앞에 나갈꺼지?”
“기다린다는데 나가야지 어떡하냐”
“니가 그러니깐 안 되는거야, 너 세상에서 제일 나쁜 고문이 먼 줄 아냐?”
“전기고문? 물고문?”
“웃기고 있네, 세상에서 제일 나쁜 고문은 희망고문이야”
“희망..고문?”
“그래, 옆에서 널 지켜보니 말이다 은정이가 부탁하는 건 결국엔 다 들어 주더라 너 그거 은정이
한테 아주 몹쓸 짓 하고 있는 거다”
“내가 그랬는가”
“그게 은정이 한테는 얼마나 큰 희망이 생기는 줄 아냐? 이럴수록 확실히 정을 때게 만들어야지”
“됐어, 정은 무슨.. 저러다가 말겠지”
“아이고 답답해, 지금 이 짓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새학기 때부터 너 찍은 뒤 줄 곧 너만 따라 다니잖냐.. 너 오늘 나가지 마라”
“계속 기다린다던데?”
“은정이 쟤가 우리과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애야, 머리가 장난이 아니게 좋다는 말이거든.. 기다리다가 너 30분 만에 안 오면 그냥 집에 갈 애야”
“오늘 날씨 꽤 춥던데”
“너 누구를 1시간 이상 기다린 적 있어?”
“없어”
“나도 없어, 보통 사람은 말이지 1시간이상을 잘 기다리지 않아 그러니깐 이참에 희망고문 그만 줘란 말이지, 우리 과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 이름 신은준 아니냐, 10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도 있다 이게 바로 신은준이잖아 그런데 니가 은정이 한테 계속 잘해주면 너 그 인기 다 날라간다”
“인기 그딴 건 상관없고, 이번에 내가 약속 장소에 안 나가면 은정이가 마음을 정리할까?”
“그렇다니깐 100발 100중 정리 한다 살짝 어색해 지는 사이가 되기는 하겠지만 결국엔 니가 희망하는 의좋은 선후배 사이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깐 넌 오늘 내 레포트 쓰는 거나 도와주라”
“너 레포트 때문에 이러는 거지?”
“우린 프렌드 아니냐, 너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지 그러니깐 난 널 도와 준거고 그러니깐 너도 날 좀 도와주라 한번만 도와주라”
그렇게 은준은 친구의 레포트를 도와 준채 은정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은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정은 술이 취한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선배”
“술 마셨니?”
“그래요 선배 때문에 마셨어요 내가 지금까지 몇 시간을 기다렸는줄 아세요”
“너 바보야? 안 오면 그냥 가야지 왜 계속 기다려”
“내가 계속 기다린다고 했으니깐 올 줄 알았죠”
“휴.. 창준이 말대로 내가 너 한테 몹쓸 짓을 했나 보다.. ”
“내가 그렇게 싫어요? 알았어요.. 이제 그만 하면 되지 머..”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
“됐어요 신경 쓰지마요 선배 이제 저도 선배 귀찮게 안할께요 뭐.. 나 좋다는 남자 많다 이거예요 선배만 인기 많은가.. 너무 밉다 선배”
“그래 나 많이 미워하고 좋은 남자 만나라 너 좋다는 남자한테 가는 게 제일 좋은 거다”
“선배 사실은 나 선배 안 미워해요..나 이제 진짜 웃으면서 좋은 후배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다행이다 선배 같은 사람이 내 첫사랑이라서..”
“안되겠다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
(끼익-)
전화 수화기 속에선 정체모를 큰 소리가 한번 난 뒤 전화가 끊겼다
은준과 전화 통화를 하며 길을 건너던 은정은 그렇게 교통사고가나서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그때의 충격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던 은준은 대학을 자퇴 한 뒤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가서 패션공부를 하였다
은준이 달라진 건 그때부터였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신 때문에 그 사람이 다칠 까봐.. 자신이 지켜 줄 수 없는 것 같아 선뜻 마음을 주지도 마음을 받지도 않았다 그게 죽은 은정에게 사죄하는 길이라 생각하였다
은준과 예전에 술을 마시며 인터뷰놀이를 했을 때 은준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모습이
생각났다
“난.. 전혀 몰랐어요.. 그런 일이 있었는 줄..”
"그렇겠죠 은준이.. 은정이 이야기 하는 거 죽기보다 싫어 하니깐요.. 그래도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좀 좋아졌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네.. 옆에서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요.. 내가 외국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은정이 이야기 꺼내기라도 했었는데.. 이젠 꺼내는 자체를 꺼려하네.. 혼자서 얼마나 속으로 앓고 있을 지 걱정이예요..“
“그렇게 아파할 걸 알면서 은정이 이름 꺼내야했니”
듣고 있던 강민한이 말했다
“강민한씨... 난 진수아씨 말에 찬성해요.. 숨기면 숨길수록 커지는 게 사람 마음 이예요..저렇게 아파만 하다가는 진짜 병이 될 지도 몰라요.. 가끔 고름도 짜주고 빨간약도 다시 발라주고.. 밴드도 부쳐주고.. 그래야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프면 아픈 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벼틸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난..”
“지유씨 말이 맞아요.. 내 생각도 그렇거든요.. 지유씨가 은준이한테 좀 가보시겠어요?”
“네? 아.. 네.. 제가 가 볼께요”
지유가 은준을 찾으러 밖 으러 나갔다
둘만 남은 민한과 수아의 대화가 오고 갔다
“진수아..”
“왜 그렇게 무섭게 불러”
“너 진짜로 한지유 부른 이유가 뭐야”
“이유라니.. 아까 말 했잖아”
진수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단순히 은준이를 위해서라는 말이야?”
“그럼 뭐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봐? 혹시나 내가 은준이의 과거를 얘기해서 지유씨 에게 동정심을 끓어 올리게 라도 했다는 그런 말인가?”
민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수아를 보았다
“민한이 너 날 너무 나쁜 여자로 만드네, 너 안보는 사이에 의심이 많아 졌구나 잔머리도 늘고.. 생각 못해 본 일인데 그렇게 된 다면 나한테는 플러스겠지 그렇게 되기라도 빌어야하는가?”
“진수아 만약.. 정말 만약.. 그럴 일 없겠지만 만약.. 한지유가 나 떠난다 하더라도
나 너 한테 안 돌아가”
한편 지유는 은준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은준을 발견 한 곳은 레스토랑 옥상 이었다
여름엔 야외식당으로 쓰는 곳이지만 추운 날씨라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도둑이냐 왜 몰래 지켜보고 있어”
선뜻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그의 뒤를 보고 있던 지유에게 던진 말 이었다
“신은준 뭐야.. 난 줄 어떻게 알았어?”
“몰랐냐? 나 뒷통수에도 눈 달렸어”
그는 지유에게 살짝 웃어 주었다
“그나저나.. 신은준 니가 들고 있는 그거 혹시 담배니?”
“응 담배”
“너 담배 폈어?”
“아주 가끔”
그는 들고 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깊게 빨아 드렸다
그리고 난 뒤 기침을 하며 콜록콜록 거렸다
“아.. 담배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 피는 구나”
“그럼 피우지마”
“너 수아 누나한테 그 얘기 들었지?”
“응? 응...”
신은준은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면서 말하였다
“사람들이 힘들어서 담배를 피운다잖아 난 술도 먹고 다 했는데도 이렇게 힘들어서 미치겠다
그래서 담배라도 피우지 않으면 진짜 미쳐버릴 지도 모를 것 같아서 이러는 거다”
“너 때문.. 아니야..”
그는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는 평소 신은준과 다른 씁슬함이 묻어나는 미소였다
“신은준 너 은정씨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뭐?”
“은정씨 지금 저기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줄 모르잖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말해봐”
“무슨.. 됐어”
“해봐.. 속 시원해 질 때 까지 해봐..”
신은준은 잠시 뜸들이더니 하늘을 보며 소리 질렀다
“야 정은정... 잘 살고 있냐?”
“더 큰 소리로”
“여긴 추운데 거긴 날씨가 어때? 하느님이 잘해주시냐?.. 밥은.. 밥은 먹고 다녀? 또 라면으로 끼니 때우지 말고... 매정한 기집애야.. 아무리 내가 미워도 어떻게 꿈에 한번 안 나오냐.. 그렇게 쫓아다니더니.. 정은정.. 미안하다.. 진짜..많이..미...안해..미안해...”
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다
7년 동안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던 그 말을 드디어 하고 말았다
“신은준 너 그거 모르지.. 내가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천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랑 똑같데..
쇼핑센터도 있고 책방도 있고 지하철도 있고.. 그냥 단지 이 생애 없는 것뿐이지 나쁘지 않게 행복하게 살 수 있데..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은정씨 잘 살고 있을 꺼야”
“한지유 나 한번만 안아주라”
“어?”
은준은 자신의 머리를 지유의 어깨에 기대었다
지유는 잠시 당황해 하였지만 이내 토닥여 주었다
은준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걸 느꼈다
은준은 자신이 잃어버린 20대의 한 추억에 눈물을 흘렸다
“은정씨는 참 행복한 사람이야.. 몇 년이 지나도 이렇게 자신 때문에 눈물 흘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 어깨에 기대어 울고 있는 은준은 지유가 아닌 은정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지유 역시 자신이 한지유가 아닌 이 순간만큼은 은정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괜찮아.. 괜찮아..”
은준이 눈물을 흘리며 지유에게 기대어 있을 때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민한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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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주말이 찾아왔네요
시간 참 빠르게 지나가죠?
주말 잘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