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제3화 - 테크타운 11편

사나토스200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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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나는 과학자들을 인솔해서 빠른 걸음으로 지하로 내려왔다.
지하로 무사히 내려온 그녀는 우선 있을지도 모르는 로봇들의 대대적인 침입에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그저 단순한 지하실이 아니었다.
마치 또 하나의 도시처럼 작은 마을이 있었다.
지하치고는 꽤 넓은 복도가 땅 속 여기저기로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넓은 공간이 존재했다.
식량과 물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었다.

 

"비키. 무기를 준비해라. 전부 이쪽으로 모이라고 해."
"일이 잘 안됐나요?"
"여길 들킬지도 몰라. 어서 움직여."

 

비키라는 여잔 비장의 각오를 하는 얼굴을 하며 동료들을 부르기 위해 뛰어갔다.
사루비나는 어깨의 통증이 밀려왔지만 지금 그딴 것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
아침에 그녀는 시민으로 위장을 하고 최악의 경우 시장의 목을 칠 생각이었는데 그만 로봇의 총알에 어깨를 관통당하고 말았다.
그녀는 우선 피했지만 동료들은 전부 무참히 죽었다.

 

"미노."
"예."
"넌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 절대 문을 열어선 안돼. 그곳에 실량과 물을 충분히 갖다 놓고 밖이 시끄러워지면 비상출구로 도망가야 한다."
"도데체 무슨 일이죠?"
"놈들이 이곳을 알아낼지도 몰라."
"네에?"

 

미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겁을 먹은 듯 하자 사루비나가 가까이 다가가 아직도 성장을 하며 높아지고 있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침착하게 말했다.

 

"미노, 넌 지금부터 아이들의 대장이다. 절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놈들 손에 넘어가게 해선 안돼. 만일 놈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면 우리가 싸우는 동안 넌 아이들을 데리고 비상통로로 빠져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를 꼭 찾아라."
"그 남자를 말인가요?"
"그래, 그라면 우릴 도울지도 모른다."

 

사루비나는 미노의 등을 밀어 보내며 벌써 두달이 넘게 돌아오지 않는 동료를 떠올렸다.
그녀가 무사히 그를 만났을까.....
그때 방금 같이 들어온 남자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사루비나. 우리도 싸울 준비를 하겠소. 무기를 주시오."
"아닙니다. 당신들은 절대 다치거나 해선 안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행동해 주세요. 만일 일이 벌어지면 당신들 외에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루비나는 그냥 고개를 돌리며 칼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곧 놈들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힘겹게 싸워온 자신과 동료들을 아이들이 기억이나 해줄지 의문이다.

몇 분이 더 흐르자 문 바깥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사루비나는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여자들도 전부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비키, 누군지 확인해."

 

사루비나가 조용히 말하자 비키가 문쪽으로 다가가서는 문에 달린 작은 구멍을 들여다 보더니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사루비나에게 말했다.

 

"메를린이에요. 그 오지마라는 자를 끌로 오는데요."
"나머지는?"
"안보여요."
"어떻게 된거지?"

 

밖에서 메를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를린이다. 문 열어."
 
곧 문이 열리고 두 손을 묶인 스파키가 먼저 들어오고 그 뒤에서 그의 등에 칼을 겨눈 메를린이 따라 들어왔다.

 

"솔져는?"

 

사루비나가 얼른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안올거야. 그들이 오기 전에 입구를 닫았으니까."

 

스파키가 안을 둘러보더니 휘~ 소리를 내다가 사루비나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딱 다물었다.

 

"또 만나는군요."
"완전히 속았군."
"당신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여차하면 죽일려고 했겠지. 아마 당했을거요. 그 눈물...... 훌륭했소."
"훗~ 고마워요. 메를린. 나머지는......."

 

메를린은 고개만 떨굴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휴~ 그렇게 된 거군."

 

사루비나는 다시 칼을 고쳐쥐며 스파키의 목에 들이댔다.

 

"이제까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지만 당신만은 용서할 수가 없군요."

 

스파키가 그녀의 눈을 보자 분노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얼른 팔에 전력을 모으며 밧줄을 태워버리려고 하는데 메를린이 다가와 그녀의 칼을 치우는 바람에 멈추었다.

 

"아니야, 사루비나. 이 자는 아무짓도 안했어. 솔져 몇 명이 그를 따라오는 바람에 당했어."
"이 자가 시장으로부터 받은 장난감이지."
"맞아, 하지만 그것들이 이사람의 명령을 무시하고 쏜거야."
"어쨌든 이자 때문에 동료가 죽었다. 용서할 수 없어."
"오지마가 그들의 복수도 했다구."
"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이사람이 그 솔져들을 전부 헤치워버렸어. 그리고...."

 

사루비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메를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자가 스스로 잡힌거야. 우린 이 사람을 실력으로 이길 수 없어."

 

그러면서 그녀는 스파키의 손에 감긴 것을 칼로 잘랐다.
그리곤 칼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메를린!"

 

사루비나가 소리쳤지만 메를린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고 스파키도 계속 주변을 둘러보느라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야. 이거 당신들이 만든거요?"

 

 

 

잠시 후, 그들은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사루비나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면서 비키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지시했고 그녀가 들어오자 문이 밖에서 잠겼다.
빗장을 치는 소리도 들렸다.

 

"철저하군."
"그래야죠. 이곳은 우리의 아지트니까."

 

스파키는 슬쩍 웃었지만 이 여자들의 철저함에 놀랐다.
어차피 실력으론 안되니까 만일 자기가 공격을 하더라도 이 방에 가두어버리면 그만이다.
최소한의 피해로 큰 적을 잡겠다는 작전이다.
그는 사루비나의 얼굴을 보며 그녀의 눈빛에 강함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강함은 그저 싸움 잘하는 드센 여자의 것이 아니였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강함이 베어있었다.

 

"당신이 루키드의 대장이군."
"그래요. 하지만 다른 대장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죠."

 

방 안엔 셋 뿐이었지만 분위기는 마치 수많은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선 것처럼 답답했다.
스파키와 그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의 복잡한 심정이 공기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사루비나가 먼저 무거운 입술을 움직였다.

 

"우리의 이름이 왜 루키드인지 들었나요?"
"........"
"룩, 키드.... 아이들을 지킨다는 뜻이죠."
"아이들을 지킨다...... 디얀같은 애한테 소매치기를 가르치는 것 말이요?"
"음...... 당신한테 전부 말하겠어요. 우릴 돕겠다고 약속한다면."
"전부 다 말하면 들어보고 결정하지."
"어차피 당신은 우릴 돕든지 죽든지 해야 합니다."
"......."

스파키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그녀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알겠지만 문은 밖에서 굳게 잠겼어요. 만일 당신이 돕지 않겠다면 우린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 당신을 여기서 내보내지 않을 겁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죠."

 

여자의 눈은 진짜였다.
정말 자신의 발을 묶기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고 있는 눈빛이 확실해 보였다.

 

"각오가 대단하군."
"우리에게 대장같은 것은 필요없어요. 내가 죽어도 얼마든지 그들은 다음 일을 계속할 겁니다."
"........"

 

메를린은 옆에서 고개를 숙인채 조용히 한숨을 쉬었고 사루비나는 등을 기대며 마치 처음으로 비밀을 말하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도시는 시드만이라는 자에 의해 오랫동안 잘 운영되고 있죠. 하지만 당신은 겉모습만 보았을 뿐 그 속은 전혀 모르고 있어요. 도시의 치안을 맡고 있는 테크솔져들은 그저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그 안엔 사람이 들어있죠."

 

그 말에 스파키는 메를린이 보여준 것이 떠올랐다.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분명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 로봇들의 몸엔 사람의 일부가 들어있어요. 복잡한 인공지능을 대신하기 위한 사람의 뇌와 중추신경이 들어가 있죠. 그리고 그 부분이 생명활동을 하기 위한 다른 부분도 같이 있구요."
"그 말을 믿으라고 하는 소리요? 이 도시의 기술이라면 충분히 인공지능 따위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죠. 이 도시에선 금이 돈처럼 사용된다는 것은 들었을거에요."

 

스캇이 흔들던 금알갱이가 든 주머니가 생각났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과학자들이 그러더군요. 정교한 회로를 만들기 위해선 금같은 귀한 물질이 많이 필요하다고요. 쉽게 말하자면 엄청난 비용 대신 사람의 목숨 하나를 사용하기 시작한 거죠."
"........"
"아마 믿기 힘들거에요."
"............."

 

스파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지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기술를 비교하고 있었다.
자신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데리고 수많은 일을 해왔지만 그때의 기술로도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을 대신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간의 몸에 신체를 대신하는 기계가 달려서 뇌가 내리는 명령을 듣는 경우는 있지만 자신의 기억을 전부 잃은 채 로봇의 중추신경 역할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시장은 처음엔 사람의 군대를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사람은 많은 식량과 물을 필요로 하죠. 그래서 그는 기계로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어요. 기계는 발전기로 만든 전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움직이니까요.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인간의 부분도 아주 적은 양의 영양소만으로 얼마든지 제 기능을 하죠. 칼로리 스틱 하나면 한달간은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스파키는 아까 먹던 칼로리스틱이라는 것이 생각나자 비위가 상했다.

 

"문제는 사람의 뇌를 살아있을 때 사용해야 한다는 거죠. 산체로 사람의 몸에서 뇌와 중추신경을 꺼내야 하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일수는 없었죠."
"감옥이 있던데 그럼....."
"네 맞아요. 그 감옥에 갇히는 순간 살아날 가능성은 없죠. 그건 감옥이 아니예요. 운송수단이죠."
"그럼 다른 곳에서 죽인단 뜻인가?"
"아니요. 추방이죠. 도시 안에서 싸움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등의 작은 잘못으로도 추방을 당합니다. 하지만 그건 추방이 아니라 바로 사형이죠. 죄를 지은 사람들이 잡히면 광장에서 그들에 대한 간단한 공개재판을 하고 추방한다는 공표를 합니다. 그럼 그 감옥차량이 그들의 손을 묶어서 실은 다음 도시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는 버리고 돌아오죠."

 

그때 스파키는 다시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손이 묶인 채 도망가다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들......

 

"그리고 그 추방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어요. 바로 은빛이 나는 돌연변이 괴물이에요."
"나도 봤소."
"그랬군요."
"그들이 사람들을 죽이자 당신들이 그들을 살리기 위해 괴물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았지. 결국 모두 죽었지만."

 

스파키의 말에 사루비나의 눈이 커졌다.

 

"맙소사. 그럼 당신이 그 괴물들을 전부 죽이고 사람들의 시체를 태운 사람인가요?"
"장례를 치룬거요. 화장이라고도 하지."
"이럴수가..... 당신이라는 사람......"
"계속 말하시오. 내가 죽어야 할지 협조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니까."

 

방 안은 두 여자의 놀란 심장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침묵으로 가득 찼다.
사루비나가 다시 가슴을 진정하며 말을 이었다.

 

"그 괴물들은 시장이 만든 돌연변이죠. 죄수 중 일부는 밖으로 보내지 않고 도시 안에서 비밀리에 그런 돌연변이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시장의 명령만 듣죠. 그 괴물들이 추방당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미리 기다리다가 공격하지만 최대한 몸엔 상처를 주지 않고 죽입니다. 그렇게 죽은 시체의 몸통부분을 지하통로를 통해 다시 중앙센터의 지하로 보내는거죠. 그러면 거기서 과학자들이 로봇을 완성하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았다는 사람들은 죄수들이 아니라 저희에게 협조하던 기술자들이에요. 배신자의 말로가 어떻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죠. 우리들 중 몇 명이 구해보겠다고 나갔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요."

 

스파키는 이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도시 근처에서 보았던 광경은 이 여자의 설명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
그리고 자신도 로봇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보았다.
더군나다 자신도 느꼈듯이 단순한 인공지능 치고는 너무 사람다운 부분이 많았다.
기억을 지우고 사용한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뇌는 기계와는 그 근본부터 다른 것이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사루비나가 마저 설명을 했다.

 

"시장은 그렇게 죄수들을 희생시키거나 배신하는 과학자들을 이용해 군대를 만들었죠. 하지만 문제는 더 있었어요."
"당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군."
"네, 그래요. 처음엔 사라진 과학자들과 추방당한 남자들의 아내들이 모여서 남편들의 복수를 하기 시작했어요. 시장을 죽이기 위해 말이죠."
"그럼 이렇게 많은 루키드 조직원들이 전부 그들의 가족이란 말이요?"
"아니요."

 

사루비나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저희들이 비밀을 알고 로봇들을 파괴하기 시작하자 시장은 더 많은 뇌가 필요하게 되었죠. 그래서....."
"........."
"아이들을 유괴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네...... 지금 도시 안에 있는 솔져들의 머리속엔 우리의 아이들의 뇌가 들어있습니다."
"그게 무슨....."

 

사루비나가 더욱 굵은 눈물줄기를 쏟기 시작하자 옆에 앉은 메를린도 따라 눈물을 흘렸다.
메를린이 말했다.

 

"이 곳의 여자들은 전부 자기 아이를 잃은 사람들이예요."

 

스파키의 뇌리에 이 여자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루키드..... 아이들을 지킨다.....

겨우 눈물을 멈춘 사루비나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곳엔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저희가 목숨을 걸고 구한 아이들도 있고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도망온 여자도 있지요. 그리고 과학자들 중 우리의 뜻에 따르기로 한 사람들도 오늘과 같은 식으로 이곳에 상당수 와있습니다. 시장과 그 패거리를 없애고 나면 그들이 이 도시를 다시 사람다운 도시로 만들거예요."
"그 시장은 도데체 어떤 잡니까?"
"그건 우리도 몰라요. 우리가 이곳에 오기 훨씬 전부터 이 도시를 다스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직도 남았습니까?"
"시장은 이 도시만으로 만족하지 않아요. 지금 그는 사람의 뇌를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죠. 그리고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으고 있어요. 그는 그렇게 만든 군대를 이용해 다른 작은 마을들을 자기것으로 만들 계획을 꾸미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겁니다."

 

메를린도 겨우 눈물을 닦으며 스파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제 아이들도 갑자기 사라졌어요. 제가 집을 비운 사이에 사라졌죠.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제 언니도 아이들을 잃어버렸죠. 그때 디얀은 너무 어려서 무사했어요. 그들은 6살에서 10살 사이의 아이들만 잡아가죠.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라요."
"자기 아이들이 사라지는데도 말입니까?"
"그래서 시장이 생각해낸 것이 유괴범이죠."
"유괴범?"
"네. 아이들이 상당수 사라지면 시장은 외부에서 몇 명을 잡아다가 이자들이 마을에 들어와서 어린애들을 유괴해 간 놈이라며 공개처형을 했죠. 그런 말도 안되는 연극을 사람들은 믿었어요. 오늘 시장이 연설을 한다고 해서 저희들이 움직였죠. 시장을 잡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눈치를 챈 사람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어요. 밤에 그 돌연변이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와서 시장의 명령에 따라 잡아가는거죠. 하지만 그 괴물은 저희 힘으로는 막을수가 없었어요. 오히려 저희들 중 반 이상이 그 괴물에게 죽임을 당했죠."

 

스파키가 그들의 말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기는 동안 사루비나와 메를린은 잃어버린 자식들에 대한 생각으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그러다 사루비나가 물었다.

 

"저희를 도와주실건가요?"
"........"
"당신처럼 강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긴 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어요. 그의 힘을 빌릴수만 있다면 이 도시를 바꿀수가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저희에게 힘을 주세요.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주고 싶어요. 자기 친구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로봇들에게 지배당하며 살게 할 수는 없습니다."
"..........."

 

스파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여자들의 말은 거짓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도와달라는 말에 응하는 것은 쉽지만 에디도 없는 상황에서 전투경험이 적은 여자들과 그리고 샌님같은 과학자들과 어떻게 이 도시의 그 많은 수의 총구를 상대로 싸움을 펼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 분의 힘을 빌릴수만 있다면 이 도시쯤은....."
"도움을 청하셨다고 했는데 그게 누굽니까?"

 

스파키는 호파스를 떠올렸다.
이 여자들이 사용하는 칼은 전력을 발생시켰고 스파키 자신의 것과 모양도 거의 같았다.
아무래도 호파스 그 자가 이 여자들을 도왔다고 밖에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인가?"
"저.... 아이라가 돌아왔습니다."
"뭐라고?"

 

사루비나가 스파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저 문이 열릴지 그렇지 않을지 결정됩니다."
"좋소. 어쨌든 난 악당의 편은 아니니까. 대신 조건이 있소."
"말씀해 보세요."
"당신이 한 얘기중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당신의 목을 내놓으시오."
"지금 미리 드릴테니 도와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대답을 한 그녀는 밖에 있는 사람에게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바로 문이 열렸고 사루비나와 메를린은 도착했다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스파키는 아직 의자에 앉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큰 일에 휘말린 것 같다.
이젠 발을 빼기도 불가능하다.
그건 자신의 성격때문이기도 하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악당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영웅이 되어야겠군. 이번엔 힘들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는데 누군가 그의 어깨를 탁 치며 소리를 질렀다.

 

"어! 스파키!"

 

그 소리에 전원이 숨을 멈추고는 눈이 튀어나올만큼 커지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카얀..... 어떻게......"
"이야~ 이렇게 만나다니. 난 또 당신 찾느라 고생할 각오를 하고 왔죠."

 

사루비나가 다가오더니 스파키의 얼굴을 바짝 들여다보았다.
카얀과 함께 온 아이라도 메를린도 전부 입을 쫙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놀라고 있는 것은 메를린의 옆에 서 있는 디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