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제3화 - 테크타운 12편

사나토스200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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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타운은 이제 움직임을 거의 멈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도시의 혈액처럼 흐르며 꿈틀거리던 사람들중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만의 움직임을 계속하는 이들이 있었다.
주택가 구석에서 군데군데 모여 군인들이 지나가는 소리에 숨소리를 죽이는 묘한 리듬을 이루며 그들은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스캇은 두명의 남자와 함께 투명한 액체가 든 큰 잔을 하나씩 들고 아무 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젠장. 이게 뭐야. 녀석이 그걸 얻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을 쓰는건데."

 

스캇이 아직도 아픈지 퍼렇게 멍이 든 눈을 끔뻑거리며 말했다.
다른 두명도 얼굴도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와 멍자국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가 그걸 예상이나 했나~ 그나저나 그 증폭기 만이라도 어떻게 구하면 좋을텐데."
"헤헤. 난 받았지."

 

스캇이 안주머니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래, 안다, 알어.... 그거 어떻게 할거냐?"
"아무래도 그냥 팔거나 바꾸면 손해니까 내일 중앙센터로 가져갈려고. 가서 보여주면 무슨 물건인줄 알겠지."
"그래서?"
"이 물건은 우리 인간보다는 솔져한테 더 유용할꺼야. 그놈들이야 전기를 처먹으니까. 아마 300골드 이상은 받을 수 있을거야."
"그냥 뺏길수도 있지."
"셈나냐?"
"그래, 셈난다. 그러니까 오늘 잠잘 때 조심해라. 알지? 나 내일 떠난다는거."

 

상대는 그냥 농담처럼 말했지만 스캇은 잔을 내려놓으며 눈에 힘을 주었다.

 

"이새끼. 너 그런 짓 했다가는 이 증폭기를 입으로 물고 가야 할거다."

 

스캇이 으르릉거리자 상대는 정색을 했다.

 

"아, 아, 알았다. 알았어..... 사람하고는. 그나저나 그 친구 대단하더군.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여자도둑들을 무장헤제 시켜버리던데."

 

상대의 말에 스캇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봤지. 나도 싸움기술이나 배울걸 그랬나봐. 그럼 어떤 마을에 가든 대접받고 살텐데. 지금은 힘이 곧 돈이니까."
"그 덩치를 해가지고 무슨.... 지금도 다들 자네 힘은 알아주잖아."
"그 친구를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 마치 무슨 훈련을 받은 듯 했어."
"그럼 군인 출신인가?"
"아마 그렇겠지."
"그럼.... 설마......"
"그럴지도 몰라. 아메리카시티에서 왔거나 러시아시티에서 왔을 가능성이 커."
"자네, 그곳엔 가 봤나?"
"오래전에....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갔었지."
"어때?"
"러시아시티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아메리카시티에 갔었는데 아버지도 군인이 되려고 가셨지. 가족을 데리고 말야."
"그래서?"
"군인이 되긴 했는데 며칠 안가서 죽었어."
"왜?"
"도시 안에 러시아시티의 군인이 들어왔었지. 그들과 싸우다가...... 어머니께서 날 데리고 나오셨지. 아버지가 죽자 더 이상 식량공급이 되질 않았거든. 그러다 여기까지 왔지."
"음.... 그랬구만."

스캇은 옛날 생각이 나는지 바닥에 놓인 잔을 들어 반쯤을 마셔버렸다.

"크아~  이젠 이거 더는 못마시겠구만."
"그래도 여기선 이게 최고야."

 

상대가 웃으며 자기도 잔을 들어 마시자 스캇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자넨 진짜 술맛이 어떤건지 모르지?"
"진짜 술맛?"
"그래. 행운은 언제나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오는 법이지."
"무슨 헛소리야?"
"내 나중에 보여주지. 그때가 되면 적어도 100골드 이상은 준비해서 오라구."
"뭔데 그래?"
"그런게 있어."

 

스캇은 인상을 쓰며 나머지 술을 목구멍으로 쭈욱 부었다.

 

"크아~ 크으..... 쓰다."

 

꿀꺽 넘기는 순간까지 죽을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어느새 활짝 웃고 있었다.

 


스파키는 다시 많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대하고 있었다.
그와 카얀, 사루비나, 메를린, 그리고 카얀의 팔을 꼬옥 붙잡고 있는 아이라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과학자 한사람이 같은 방에 있었다.
그 방은 아까와는 다른 곳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나눈 곳에서 복도를 따라 10미터 정도 가자 작은 철문이 보였는데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기계들이 꽉 차 있었다.
좁지 않은 실내였지만 많은 기계들이 거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들은 전부 서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방 한가운데 있는 실험대같은 선반 주위에 서 있었는데 그 선반 위엔 마치 시체 위에 천을 덮어 놓은 것같은 형상이 놓여 있었다.
사루비나가 과학자를 보며 말했다.

 

"박사님. 시작하죠."
"음. 오늘은 손님이 많군."

 

박사가 대답하며 천을 치우자 그 밑의 내용물이 나타났다.
그건 테크솔져였다.
몸 여기저기를 헤부라도 하듯이 벌려놓았는데 헬멧을 벗긴 얼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걸 보던 카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진짜 사람의 두개골 모양이군요."
"진짜 사람의 두개골입니다."

 

박사의 대답에 스파키와 카얀이 동시에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박사는 느긋한 표정으로 로봇의 몸 여기저기를 짚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두개골은 사람의 뇌를 가장 안전하고 완벽하게 잡아줍니다. 기계를 사용하는 것 보다 훨씬 안정적이죠. 그리고 어느면에선 기계보다 훨씬 튼튼합니다. 최근 만들어진 솔져는 이렇게 사람의 두개골까지 통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로봇의 등쪽으로 사람의 척추모양으로 휜 관이 있습니다. 그 안에 중추신경이 들어가죠. 그 신경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반응을 센서가 감지해서 팔다리가 움직이는 겁니다. 사람의 것보다는 약간 느리지만 거의 같은 속도로 신경을 전달하는 셈이죠. 그리고 그 관 안에 단백질로 만든 특수한 액체가 채워짐으로서 기계에 대한 거부반응을 최소화 하는 겁니다."

 

박사의 설명에 의학에 조금은 지식이 있는 카얀이 물었다.

 

"그럼, 인간의 뇌가 이 안에서 계속 주인역할을 한단 말입니까? 수명이 있을텐데요. 그리고 아무리 뇌를 무사히 꺼낸다 하더라도 그 뇌에 담겨진 기억이 있다면 강한 쇼크를 일으키거나 명령을 듣지 않을텐데요."

 

카얀의 말에 박사가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골머리를 썩혔습니다. 뇌는 전부 사용하지 않습니다. 명령을 내리면 그걸 담을 수 있는 최소한의 부분과 로봇 내부의 센서에 명려을 내릴 수 있는 신경만 무사하면 나머지는 손상을 입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을 한 뒤에 그때 기억을 지웁니다. 그때는 로봇의 시각과 청각시스템을 이용해 뇌쪽으로 바로 세뇌를 하는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자아를 완전히 지우고 명령에 절대 복종하도록 최면을 건다고 할 수 있죠.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먼저 그런 상태로 만들기 위해 뇌를 건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죠. 그래서 어린 아이의 뇌가 더 유용한 겁니다. 시장은 어린 아이의 뇌는 바로 이렇게 활용하고 몸체를 이용해 뇌가 사용할 영양소를 만듭니다."

스파키는 다시 그 칼로리스틱이라는 것이 떠오르자 비위가 아까보다 더욱 상했지만 티를 내지 않느라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나이든 사람의 경우 가끔씩 이렇게 돌연변이로 만듭니다."

 

박사는 저쪽 구석으로 가더니 벽 한군데를 덮은 천을 걷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큰 유리통 안에 은빛의 털을 가진 커다란 괴물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미 죽은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돌연변이로 만들어서 세뇌를 시키면 이놈들은 시장의 명령만 듣게 됩니다. 솔져보다 훨씬 간단하게 만들 수 있죠."
"길트를 사용하는군."

 

스파키가 말하자 박사가 그의 얼굴을 흥미롭게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길트에 특정한 파장를 첨가한 다음 사람에게 쐬이면 열명 중 두세명 정도가 이런 충실한 괴물이 됩니다. 물론 나머지는 육체가 붕괴되면서 죽어버립니다. 먼저 사람에게 길트를 주입한 뒤 튼튼한 방에 가둬놓습니다. 그리고 변이가 일어날때까지 지켜보는거죠. 변이가 일어나지 않고 그냥 있다가 죽는 경우도 있지만 변이가 일어나면 틀림없이 이런 모양이 됩니다."

 

스파키가 유리통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길트는 에너지형태라고 하던데 어떤 식으로 주입합니까?"
"오. 잘 아시는군요. 실은 당신의......"
"내 몸에 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길트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궁금하던 참입니다."

 

스파키의 눈을 보며 박사가 눈치를 살피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힘들게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과학자의 한사람입니다. 그저 순수한 동기로 부탁드리는건데..... 당신의 힘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리고 허락하신다면 간단한 조사를 하고 싶습니다."
"또 실험체가 되어야 하나?"

 

그가 정색한 얼굴로 말하자 박사가 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싫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난 그저...."
"좋습니다."
"네?"
"대신 피는 조금만 뽑으십시오. 아까 어떤 꼬마한테 죽을뻔 했거든요."

 

스파키가 이 말을 하며 메를린을 보고 웃자 메를린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무언가 생각난 그녀는 스파키의 다리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참, 오지마... 아니, 스파키. 상처는......"

 

그녀가 물었지만 스파키는 박사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난 상처도 빨리 낳는 편이오. 죽을 상처만 아니면 하루정도에 전부 아물어 버립니다. 그것도 조사할 수 있습니까?"
"그, 그렇습니까? 한 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는 감격스런 얼굴로 저쪽으로 뛰어가더니 얼른 무언가를 들고 왔다.

 

"힘은 나중에 보여주시고 우선 피검사부터....."

 

박사의 손엔 커다란 주사기가 들려있었다.
엔젤마을에서 그의 몸을 쑤셨던 것보다 두배는 컸다.

 


그리고 다시 스파키는 박사의 안내로 멀리 있는 빈 방으로 안내되었다.
박사는 양 손에 힘들게 무언가를 들고 따라왔는데 스파키의 몸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측정하는 장치로 보였다.

 

"아, 이곳입니다."

 

메를린이 문을 열어주고 모두 들어갔다.
아직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는 방은 상당히 큰 원형으로 되어 있었다.
천장도 상당히 높았고 사방이 둥근 벽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커다란 경기장 같았다.
키드만 박사가 장비를 내려놓으며 스파키를 바라보았다.
스파키는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상체를 완전히 드러낸 그가 바지까지 벗으려하자 여자들은 고개를 돌렸고 박사는 그의 몸에 전선을 부착하기 시작했다.

 

"바지는 벗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사가 전선을 다 붙이고 떨어지지 않을지 확인한 다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바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그는 이번엔 숨기지 않고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로 했다.
어차피 카얀까지 있으니 숨겨봤자고 숨길 이유도 없다.
그가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금새 그의 두 팔이 붉은 빛을 띠더니 흰 빛을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의 팔에서 뻗어나오는 스파크가 그의 주변에 아무것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는 듯 꿈틀거렸다.

 

"합!"

 

그가 기합을 넣으며 팔을 앞으로 뻗자 그의 손바닥으로부터 그의 팔뚝만큼이나 굵은 전력의 폭포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쾅!"

 

엄청난 소음을 내며 벽에 부딪힌 전력은 바로 사르라들었지만 벽에 큼지막한 구멍을 뚫고 말았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메를린과 사루바나가 구멍쪽으로 뛰어갔다.

 

"이런, 아이들이!"
"미노! 미노!"
"예!"

 

사루비나가 구멍에 대고 소리치자 남자애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친사람 없니?"
"예. 다치진 않았어요. 근데 뭐에요? 솔져가 들어왔어요? 아까는 안전하다고...."
"아니다. 그냥 실험을 좀 했다."

 

그녀는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스파키에게 다가갔다.

 

"정말 대단하군요."
"아이들이 많군요."
"네. 전부 죽은 동료들의 아이들과 부모을 잃은 아이들이죠. 그 시장이 죽인 사람들의 아이요. 그리고 우리들의 아이들도 전부 이곳에서 지냅니다."

 

그제서야 스파키는 왜 이들이 식량을 훔치기 위해 그토록 목숨까지 걸었는지 이해가 갔다.
이들은 이 곳에서 도시를 쟁취하는 순간까지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의 미래들을.......

옷을 입는 그의 눈에 박사의 당황한 모습이 들어왔다.
역시 그의 기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미리 말해줄걸 그랬나~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도 검사결과는 나왔는지 무슨 종이조각을 들고는 즐거운 표정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실험이 끝나고 아이라가 그들에게 숙소를 안내해 주었다.
내일 자세한 얘기를 더 하기로 했다.
루키드는 이제까지 싸우던 방식과는 다른 식으로 이 힘든 싸움을 끝내려고 한다고 했다.
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싸움을 위해 스파키라는 엄청난 힘의 소유자를 찾았다고 한다.
이제 그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그들은 서둘러서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 두장의 푹신한 매트를 가져다주며 메를린이 스파키에게 말했다.

 

"왜 속였죠? 안그랬으면....."
"나한테 당신이 그 도적떼의 부대장이라고 미리 말하지 그랬소."
"풋~ 잘자요. 오지마."
"........"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가자 카얀이 벌렁 누우며 말했다.

 

"아이고. 허리야~ 이게 얼마만에 제대로 된 잠자리냐~"
"넌 왜 따라온거야? 여자만 보내지."
"내가 와야 스파키를 빨리 찾을 거 아닙니까?"
"그 아이라라는 여자 얼굴 보니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제서야 무언가가 생각난 카얀이 벌떡 일어나며 따지기 시작했다.

 

"참, 그 무기 말입니다. 도데체 왜 그런 현상이 생기죠?"
"........"
"왜 진작 그 얘길 안해준 겁니까?"
"썼냐?"
"예, 사막에서요. 데져드를 만났거든요. 그것도 굉장히 많이요. 하지만 전부 죽였죠. 파지지직 하면서요."
"........"
"덕분에 전 그녀와 자석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좋았냐?"
"그게......"
"손까지 잡고 있던데."
"........."
"할말 없으면 자자."
"........."
"왜? 그여자한테 갈래?"
"아, 아니요. 안녕히 주무세요."

 

스파키는 쉽게 잠을 이룰수 없었다.
여러가지로 머리속이 복잡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밖에서는 여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