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해 보였던 남자가 알고보니 의사...이런 제가 속물인가요?

2007.11.19
조회2,210

저는 작은 토목회사에서 4년정도 일을 하다가 최근에 다시 취직을 해볼 생각으로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처자입니다.

말하자면 백조인셈이 되겠네요.^^;;

벌써 나이는 29살이고...에구..저도 나이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고 있는 학원에 7개월전부터 뜨문뜨문 알고지낸 남자분이 계십니다.

나이는 31살이구요.

보아하니 저와같은 백수같더라구요.그래서 처음에는 백수인줄로만 알았습니다.

말을 많이 섞어 본것은 아니구요.

많게는 일주일에 2번...

적게는 한달에 한두번...

보편적으로 일주일에 한번정도 같이 수업을 듣는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자주 나올것도 아니면서

학원비도 안 아까울까 싶어 그 남자가 한심해 보일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머리도 잘 안감고..옷도 후질그레 입고 다니는지...

한마디로 비호감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그분..저랑 수업을 같이 들을때면 항상 제 뒷자리 대각선쪽으로 자리를 잡아 앉더라구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매번 그러니까 혹시 나한테 관심있나 싶더라구요.

그렇지만 별다른 신경은 쓰이지 않았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혹시나 내가 자길 좋아한다고 착각할까 싶어서 엄청나게 무시해대고

틱틱댔습니다.

 

그러던중에 학원강사님과 더불어 평소 친분이 있던 학원 수강생들과 술자리를

갖게 되었고..그렇게 만나서 화기애애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원강사님이...

그 남자분한테 전화를 하더니 일 끝났으면 나오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솔직히 이말 듣기 전까지만해도 저는 그분이 백수인지 알았습니다.)

 

암튼...강사님이 나오라고 하니까 그 남자분이 나오기 싫다고 한 모양이더라구요.

피곤하다고 하시면서..

그랬더니 갑자기 강사님이...피곤해도 나오라고 하며

제 이름을 크게 부르며 오바를 하시더라구요.

000씨~~000씨~~하면서 말이죠.

결국...그 남자분 1시간도 안되어서 바로 달려 왔더라구요.

(그때 확신했죠.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 있나보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너무 싫었습니다.제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을 다 갖췄거든요.

특히나 남자가 머리에 떡져서 다니는거...)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이 오자마자 가겠다고 말을하고 바로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분 갑자기 평소와는 다르게 뭔가 다짐한 눈빛으로

잠깐 밖에 나가서 얘기좀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딴엔 올것이 왔다 싶어서..어차피 이렇게 될거...확실하게 싫다고

말을 해두자 다짐을 하고...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저에게 고백 비슷한걸?하더라구요.

술먹은 후에 얘기를 하면 믿어주지 않을것같아서 술먹기 전에 얘기하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암튼..

처음 학원을 등록하게된 과정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제 주위 맴돌았다는거...7개월 전부터 저를 짝사랑했다는거...

등등등..

아주 파란 만장하더라구요.

 

저를 만나기위해서...그 7개월을 끌었다고하더라구요.

그리고 자기가 영어학원에 등록할 처지도 아니고...

등록 해놓고 한달에 한번 나갈정도로 너무나도 바빴지만

최대한 시간이 날때면...저를 보기위해서 학원에 왔었다고 하더라구요.

밤새도록 당직 근무하고도...잠을 못자는 한이 있어도 저를 보려고 학원에

왔었다고 합니다.

 

얘길 들어보니까 어디 교대근무하는 직장을 다니나 싶더라구요.

물어보지도 않았어요.궁금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그 말이 끝나자마자...진지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전혀 관심도 없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 또한 희박하고...

그러니 여기서 마음 접어 주셨으면 한다고 아주 매몰차게 말을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얘길 찬찬히 들어보니까 정도가 심하더라구요.

단순히 호감의 정도가 아닌...

진짜 진심으로 저를 좋아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더욱더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확실하게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동안 굉장히 우유부단해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그런 태도를 보이니까

조금 당황스럽더라구요.

어쨋든..

저는 데려다 주겠다는 그분의 호의를 끝까지 무시하고 혼자 터벅터벅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강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날 그 사람이 술취해서 너무나도 힘들어 하더라는 얘기..

그 강사님..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의사라는 직업에 그정도 순정파라면 한번 만나 보는것도 00씨 입장에서는 좋지 않나요?

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때 알았습니다.

 

그 남자분이 의사라는 사실을...

그러니 학원을 등록 해놓고도 한달이고 못나온것이겠죠.

의사들이 학원나올 시간이 어디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랑 시간을 맞추기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다닌것을 생각하면...

저로써는 가슴도 아프기도하고...순정파라는것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구요.

게다가...그동안 깔끔치 못하게 하고 다닌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사람에게 갑자기 미안해 지더라구요.

 

그리고 그 강사님께서 오늘 저와 그 사람의 자리를 또한번 마련해 주신다고 합니다.

저도 그날은..굉장히 날씨도 춥고...그 사람과 엮이지 않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해서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작정 거절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의사라서가 아니라...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그만큼 절 좋아해줄 남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게다가 그동안 제가 그 사람이 싫었던 이유는 지저분한 모습에...학원을 매번 빼먹는

불성실한 모습이 싫었던것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너무나도 바쁜 직업을 가진 분이셨고...

이제는 그런 그분의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그동안 깔끔하게 하고 다니지 못하고 학원 빼먹은 이유가 이제서야 납득이 됩니다.

 

게다가 이렇게도 저에게 대쉬를 하시고..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시니까..

저도 한번 속는셈 치고 만나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된 학원생들 중 몇몇은 저에게 속물이라며 욕을하더라구요.

남의 속사정도 모르고 말이죠..

그래서 악플을 감수하고도 이렇게 글을 올린것일지도 모르겠지요.

조금이라도 님들께 위로를 받고 싶다는 마음에...

 

그리고 악플들 중에서도 저에게 도움되는 말씀 해주시는 분이 계실거라

생각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