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지 않는 나무 4편 - 첫째날

이미영200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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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손을 잡고 들어선 교실…
시골 분교…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같이 공부를 했다
전 학년 통틀어봐야 스무명이 겨우 넘는 인원이었다
시끌벅적 이리뛰고 저리뛰던 아이들은 선생님이 들어서자 순간 조용해졌다
담임 선생님은 비쩍마른 몸집에 키만 큰 정말 볼품없는 아저씨였는데 눈빛이 장난 아니게 살벌했다
"다들 조용히 해라 오늘 새 친구가 전학왔다 친하게 지내도록"
"안녕"
경주는 아이들이 신기한듯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싫었다
워낙 전학을 자주다녀 이젠 그런것쯤 웃어 넘길 수 있으련만 아직도 경주는 그러질 못했다
"젠장… 내가 동물원 원숭이냐?"
"오늘은 첫날이니까 참자"
뒤쪽 두어칸쯤 앞에 자리를 잡고나자 곧바로 시비가 들어왔다
"야 너 서울서 왔다며?"
"뭐믿고 그렇게 못생겼냐?"
"야, 땅콩"
"참자, 참아야한다~ "
아이는 이를 악물었다
오늘만은 제발 조용히 넘어가라는 엄마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문제는 쉬는 시간에 벌어졌다
수업시간내내 시비를 걸던 짖꾸져 보이는 남자애가 기어이 경주를 건드리고야만 것이었다
"야, 땅콩"
얼떨결에 머리를 한대 쥐어박힌 아이는 순간 눈에서 번쩍하고 불이났다
"참자, 참아… 참을 인 세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다… 경주야 참아라."
아이는 같은 말을 맘속으로 수도없이 되뇌었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엄마 나 세번 참았어~"
우당탕탕…
교실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키큰 사내아이와 작은 여자아이의 몸싸움…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 그 큰 사내아이의 코에서 흐르는 코피를…
코에 크게 한방 맞은 사내아이는 순간 주춤했다… 그리고 그 뒤로 흐르는 뜨거운 액체…
새빨간 코피였다…
"으앙… " 아이는 금새 울음을 터트렸다
작은 여자아이한테 맞아 아픈것도 있었지만 반 아이들이 있는데 코피를 흘렸다는게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게 건드리지 말랬지"
아이도 코피를 본 탓인지 약간은 수그러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넌 이제 선생님한테 죽었다"
"무슨 가스나가 깡패냐… "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야유 소리에 소녀는 아주 잠깐 움찔했지만 곧 자신을 되찾았다
"먼저 시비건건 저놈이야, 너네도 맞고싶냐?"
뒤이어 갈래머리 여자아이 튀어 들어오고 그뒤를 담임 선생님이 따라 들어오셨다
"김경주~~~~ "
"두놈다 앞으로 나와~~~"
"넌 사내놈이 계집애한테 맞고 우냐… 그러고도 네가 사내냐~ 에라 이놈아 고추떼서 개나줘라"
"그리고 넌… 계집애가 얌전하지 못하고, 둘다 복도에 나가서 손들고 서있어"
아이는 억울했다
"내가 그런거 아닌데… 재가 먼저한거란 말예요"
경주는 툭하면 여자애, 지지배, 가스나… 하며 튀어나오는 말들을 제일 싫어했다
집에서도 동생이랑 다투는 일이 생기게 되면 아빠랑 엄마는 "누나인 네가 참아야지… 넌 여자애야…"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경주는 형제중에 둘째였다
위로 언니하나 밑으로 남동생하나…
집안에 큰일이 있는 날이면 항상 아이는 찬밥이었다
명절날 새배하고 새뱃돈 받는것도 차이가 심했다
언니는 첫째라고 많이주고 동생은 막내라고 많이주고… 경주는 항상 100원짜리 동전 두어개가 전부였다
아이는 서러웠다.
"젠장… 젠장… 나도 고추하나만 달아주지… 그럼 저딴소리 안들어도 될텐데"
수업시간내내 벌을 서고 있으려니 은근히 화가났다
"다 저놈 때문이야… 너 이따 집에갈때 잠깐 나좀보자"
아까 맞은 코가 아파서일까… 소년은 움찔했다
"조그만게 사납기는… 나 끝나면 집에가서 숙제해야돼 안그럼 울엄마한테 혼나"
소년은 여자아이가 무서웠다… 째려보는 눈빛이라니…
아이의 차가운 눈빛은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오와 흡사 비슷해 보였다
"앞으론 피해 다녀야지" 소년의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수업종이 치자마자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벌서니까 좋냐?"
담임선생님은 아직 화가 덜 풀리신듯 아이와 소년의 머리에 크게 꿀밤을 놓고 돌아서서 교무실로 가셨다
아이는 억울했다… "젠장…"
방과후 아이는 논두렁을 따라 걸으며 괜시리 돌멩이를 걷어차며 낮에 있던 일에 대한 분풀이를 해대고 있었다
"아야… "
"어떤놈이야~ "
아이가 찬 돌멩이에 뒤통수를 맞으신 아저씨는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아이는 달리기 시작했다… 걸음아 나 살려라~~~
어깨가 축쳐져 대문을 들어서는 아이를 보자 "또 저질렀구나… 아이구~ 내가 못살아"
하는 엄마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도 못들고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이런 촌구석… 나쁜자식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