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는 달빛 없으면 길을 잃는다.***

질경이200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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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는 달빛 없으면 길을 잃는다.***

 

 

가슴이 젖은 쇠똥구리는

길을 재촉한다.

 

말릴 새도 없었고

말릴 수도 없는 축축한 가슴인체로,

 

사흘 밤

나흘 낮 동안

 

북망산천을 헤매었으나

삶의 의미는 고사하고

죽음도 의미도 찾지 못했다.

 

가슴에 묻은 한(恨)도 더 채울 곳이 없는데

멀쩡한 어미두고 떠났지만,

떠나지 못해 맥박만 뛰고 있는 애물덩이를, 

 

주무르다 지치면 울고,

울다 지치면 주무르고,

 

식은 가슴에

사흘 밤

나흘 낮 적신 뜨거운 눈물로

가던 길 되돌아 온 길손은

동공 속에 각인된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

 

뇌는 말하라 말하라 재촉하나

혀는 굳었고,

손끝조차

발끝조차 움직이지 못함을 알았을 때

 

살아있음이,

살아 어머니께 속죄할 수 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무얼 얼마나 해봤다고 죽을상인가?

얼마나 찾았다고  길이 없단 말인가?

 

아비는 자식을 버리고 목을 매고

어미는 자식을 품에 안고 길을 떠난다.

 

쇠똥구리야,

쇠똥구리야,

 

삶이 어찌 내 것이었나,

목숨이 어찌 네 것이었나,

 

내 삶은 어머니의 것,

네 삶은 자식의 것,

 

달빛이 지려한다.

쇠똥구리도 지치고 길 손도 지쳤다.

 

상현달이 동천(東天)에 뜰 때까지만

기다리자.

쉬어가자.

 

재롱도 제대로 배우기도 전,

사랑도 제대로 받기도 전,

 

이쁜 바비인형이  통곡한다.

앙증맞은 붕붕 카가 울먹인다.

 

쇠똥구리도 못 가는 길,

길 손도 못 가는 길,

 

달빛도 없는데 가자한다.

별빛도 없는데 가자한다.

 

<엄마따라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세 자매를 그리며>

 

글/이희숙

 

***쇠똥구리는 달빛 없으면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