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자전거퇴근길

카이로스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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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눈이 참 흐드러지게 왔습니다.

조금 얼음같기는 했지만 첫 눈 치고는 아주 많이 온 것 같습니다.

 

그 눈 시작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맞으며 퇴근했습니다.

30km를 달렸습니다.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고글이 얼음에 덮여 앞이 보이지 않더군요.

8시 반에 삼성동 회사에서 출발해서 남양주 집까지 3시간 걸렸습니다.

 

다행인지 자빠링은 한번 밖에 안했습니다.

 

등산용 동계장갑과 면장갑 두 겹을 꼈는데 둘 다 젖었습니다. 젖은 장갑 벗고 달리다가

동상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왕숙천 길을 알루미늄 합금 자전거로 달리다 보니

내가 살면서 저지른 죄들이 뭐가 있었는지 하나씩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교통사고도 2건 밖에 안 봤습니다.

벼락이 무서워서 버스타려고 기다리다 버스끼리 키스하는 것도 보았고

47번 국도 내리막길에선 4중 추돌 사고도 나더군요. 비싼 다이너스티가 아주 작살이 났습니다.

아.. 그리고 추운데서 40분 기다렸지만 버스승차는 실패했습니다. 동네가는 버스가 안 오더군요.

 

아무도 안 밟은 눈의 소중함도 깨달았습니다.

차가 한번 지나간 길들은 녹아서 바로 얼음이었습니다. 빙판길 라이딩이 어떤 쓰릴을 주는지도

생생히 체험했고요.

 

길가 주유소에서 면장갑도 얻고 커피도 한 잔 얻어마시며 겨우 손 동상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안 살았지만 반드시 좋은 일들만 추억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올해 첫 눈은 제 생애 최고의 첫 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