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데이= 怨多풀 데이

타임200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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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말씀 많은 부분 아니 거의 모든 부분 인정합니다.

그러나 님의 리플을 보고나서 마지막으로 제 생각을 밝힙니다.

 

그리고 영화를 내러티브니 스타일이니 플롯이니 미장센이니 하는

요소들을 기준으로 관찰하지 못하는 내 능력으로서는

앞으로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가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 인정합니다.

결국 님의 말씀과 같이 내러티브를 쫓아가면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하는

요소들의 배치나 캐릭터들 간의 갈등 구조등이 미흡하거나 결여된 결과겠지요.

그래서 밋밋하고 단순한 스토리 전개로 끝난다고 할 수도 있겠구요.

 

그러나 왜 그런것일까. 왜 그렇게밖에 안되는 것일까.

그리고 과거의 국산품과는 비교하면 어떤가..

저는 이런 관점에서,

님이 말씀하신바 그대로 우리영화이기에 점수 후하게 준 겁니다.

즉, 보기에 크게 삐꺽거림없이 무난하게 만들었다는 자체가

안도의 한숨을 쉬게 했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행태가 적자생존 법칙에 의한 경쟁력 재고에 역행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님이 말씀하신 "시장"이라는 개념에 대해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자본의 투자는 시장의 규모에 대한 기대가 가장 중요한 잣대이고,

이러한 투자의 성공은 보다 큰 규모의 투자결정을 가능케한다고 봅니다.

 

저패니메이션이 거대 미국자본과 경쟁하면서

당당히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힘도 바로 이 시장에 있다고 봅니다.

물론, 나름대로의 제작방식이라는 것이 큰 요소이지요.

하지만, 이 방식(상대적으로 저예산)도

그것을 수용해주는 시장이 있었기에 생존하면서

계속 발전해 올 수 있었겠지요.

 

지금이야 세계적인 작가와 "저패니메이션"이라 불리는

독보적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초창기에는 비디오배급 전용의 애니들을 무수히 만들면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온 무수한 작가들이 있었겠지요.

그들에게는 그나마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이 비디오물을 소화해주는 거대 시장이 있었던거지요.

 

이제 우리 이야기로 돌아가죠.

저는 이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두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긴 세월 하청일을 하며, 그리는 수준은 월등했으나,

그 많은 작업을 하나로 결집시켜나갈 연출력과 기획력을

쌓는 부분은 계속 남의 머리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다는 점.

그래서 역량있는 작가도 드물지만,

이러한 작업을 이해하고 전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여건도 성숙되지 못했다는 점.

 

두번째는,

상업주의 애니가 얼만큼의 투자가 되어야할 지

정확히 모른채 통념상 이정도면 큰 돈이야하고 뛰어들었다는 점.

그래서 밋밋하게 스토리만 보여주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5년에 120억이면 엄청난 돈이지요.

하지만, 5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아시다시피, 애니는 거의 사람 손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작업의 연속이지 않습니까.

결국 5년이라는 긴 세월은 역설적이게도

기존 경비를 깨먹는데 상당부분 투입됐으리라 봅니다.

 

참고로 15초 CF 한편을 CG로 만든다면 얼마나 들까요..

대충 1억5천 이상 들고, 수십명이 달라붙어서,

기간은 급행으로 하더라도 1개월 이상 걸리는 걸로 압니다.

 

어쨌든 이러한 관점을 제시하지 않은 채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제 실수이겠지요.

그러나 저를 매도한 리플은 영원히 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픔으로 남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