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3일(목) 오후 6:57 [고뉴스]
감기약 처방에 10만원, 통신비에 10만원 ‘괴담인가 진실인가?’
(고뉴스=김명은 기자) 한미 FTA 2차 본협상이 진행되면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의약품과 통신시장의 개방과 관련해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어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항간에는 미국이 각종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들을 근거로 약품에 대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감기약 처방만 받아도 10만원이 든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또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자본에 국내 통신업체가 잠식되어 통신기반이 급격히 훼손될 것이고 종국에는 지금과 같은 보편적 서비스가 붕괴돼 높은 통신요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사용료로만 한 달에 1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
공교롭게 의약품 10만원설과 인터넷 사용료 10만원설이 반(反)FTA논리를 휘감고 있다. 10만원이라는 액수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이 액수까지 거론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국민들이 한미 FTA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의약품 시장에 있어서는 미국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약가 책정 적정화 방안’에 대해 반발하며 협상이 중단되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약가 책정방안 중 보험적용 대상 약품의 선별 목록방식(포지티브 시스템)이 미국산 약을 차별할 수 있다며 극력히 반대하고 있다.
포지티브 시스템은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고 해도 모두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보험적용 대상에 올리는 방식이다.
한국의 관련 업계는 미국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효능이 좋은 미국산 고가약품 위주의 처방이 늘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만약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서민들은 병에 걸리면...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그냥 죽으라는 소립니다”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편 전국IT산업노동조합 연맹은 통신시장 개방과 관련해 “기술표준 자율을 요구하는 미국측은 기술이 아닌 거대 자본으로 한국통신시장과 기술을 종속화하겠다는 음모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한국 통신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제 온 국민이 염원하는 한국의 IT강국은 물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고 인터넷에는 반(反)FTA를 상징하는 게시물들이 넘쳐나고 있다. 덩달아 갖가지 근거를 대며 FTA가 가져올 ‘무서운 재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데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본 협상팀 외에 국내 의견의 수렴, 홍보, 문제점 등을 점검하기 위한 별도의 국내 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는 점이다.
한미FTA와 관련해서 찬반 양론분열에 앞서 필요한 것은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를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감기약으로 10만원을 써야 된다는 말이 한낱 괴담에 불과한 것인지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경찰이 한미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막기 위해 프레스센터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mekim@gonews.co.kr <인터넷 신문 공인 1등 고뉴스 ⓒ 고뉴스 www.go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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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의 인권의식은 어느 수준일까? 당연히 만점 또는 1등급이 돼야 한다. 언론의 존재 이유가 인권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 절대명제를 비웃고 있다. 이런 경우다.
<중앙일보>는 인터넷이 "FTA괴담" 천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에서 FTA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는 글이 넘쳐나는 반면 FTA를 지지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한 뒤, "간혹 토론게시판에서 FTA 찬성 의견을 개진하면 '수구보수', '노빠'라고 매도당하기 십상"이라고 개탄했다.
주목하자. <중앙일보>는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는 글'과 '지지하는 글'을 맞세웠다. "FTA괴담"이란 표현도 썼다. 사례도 제시했다. 이런 것들이다.
▲ 미국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 감기약 한 봉에 10만원이 된다.
▲ 관세 없이 수입되는 외제차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망한다.
▲ 전화 한 통 걸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인터넷엔 'FTA괴담'뿐?
그렇다고 치자. 백번 양보해서 이런 주장들이 "부정적 효과를 과장한" 것이라고 치자. 달리 물을 게 있다.
이런 사례가 전부인가? 인터넷에서 "넘쳐나고 있는" 글들이 모두 이렇게 과장된 '괴담'들 뿐인가? "소수 네티즌들에 의해 여론이 과대포장 되는 현상"에 대한 개탄이 너무 과한 나머지 <중앙일보> 스스로 "사실이 과대포장 되는 현상"을 낳지는 않았을까?
또 다시 양보하자. 인터넷에서 넘쳐나고 있는 글 대부분이 과장된 괴담들이라고 치자. 그런데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들을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걸까?
<중앙일보>는 이 괴담들을 반박하는 논리를 제시했지만 이 또한 일방적 전망이요 주장이다. 지금은 단정을 내릴 때가 아니다. 찬반 입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마구 뒤엉켜 논리의 혼전을 거듭하는 게 작금의 형국이다.
<중앙일보>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치 평가를 먼저 내린 뒤 사실 관계를 전하고 있다. FTA가 소비자엔 이익인데 FTA괴담이 퍼져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이러니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없다. "사이버 활동에 적극적인 소수 네티즌들에 의해 여론이 과대 포장되는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건 당연하다.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도 댔다. "네티즌들이 반대 논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여론시장에 쏟아져 나온 온갖 주장들을 '과장된 괴담'과 '정당한 주장'으로 선별해 버리면 수용폭은 좁아진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자는 입장보다는 소음을 걸러내자는 입장을 우선시하게 된다. 더구나 표현의 자유를 구가해야 할 사람들의 이해력에 불신감을 갖고 있다면 걱정을 앞세우는 자세는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중앙일보>는 '단속'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괴담을 퍼나르는 네티즌들을 단속해야 한다는 무지몽매한 주장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괴담을 잠재울 수 있는 정부의 홍보를 촉구하는 선에서 주장을 그쳤으니 <중앙일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다르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렸다.
<조선일보>는 "폭우와 겹친 대규모 도심 집회로 서울시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된 12일, 이 때문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이 집회를 허가한 경찰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한 뒤 이렇게 따졌다.
"왜 주중에,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허가했는가"
나름대로 근거도 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관할경찰서장은 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반FTA 집회를 허가한 경찰의 방침을 문제삼은 13일자 <조선일보>보도.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조선>
경찰에게 임의적 판단 여지를 부여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사온 게 바로 이 조항이란 점은 접어두자. <조선일보> 스스로 전한 "현행법상 집회는 허가사항이 아니라 신고사항"이라는 경찰의 해명도 접어두자.
이걸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허가한 예는 수없이 많다. 물론 개중에는 주중이 아니라 주말에, 퇴근시간이 아니라 밤중에, 집회가 아니라 응원 목적으로 모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주중과 주말을 나누고, 시간대에 차별을 두고, 군중집회 목적에 검열을 가할 수는 없다. 그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도발에 해당한다.
현실적으로 따지자. 수없이 많았던 도심 한복판의 대규모 군중집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유독 어제의 반FTA 집회를 문제 삼는 이유는 상황 요인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져 교통이 마비된 특수한 상황, 그로 인한 시민들의 짜증지수 상승, 바로 이것에 힘입어 경찰을 다그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기상청은 반FTA 집회가 열리기 전날 밤까지 서울·경기지역에 10~4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다가 집회 12시간 전에야 서울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도대체 경찰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기록적인 폭우가 겹쳐 교통 체증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가? 집회 신고는 이미 그 전에 냈는데….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김종배 기자는 미디어전문 주간지 <미디어오늘>의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조간브리핑'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펌. 감기약 처방에 10만원, 통신비에 10만원 ‘괴담인가 진실인가?’
항간에는 미국이 각종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들을 근거로 약품에 대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감기약 처방만 받아도 10만원이 든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또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자본에 국내 통신업체가 잠식되어 통신기반이 급격히 훼손될 것이고 종국에는 지금과 같은 보편적 서비스가 붕괴돼 높은 통신요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사용료로만 한 달에 1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
공교롭게 의약품 10만원설과 인터넷 사용료 10만원설이 반(反)FTA논리를 휘감고 있다. 10만원이라는 액수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이 액수까지 거론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국민들이 한미 FTA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의약품 시장에 있어서는 미국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약가 책정 적정화 방안’에 대해 반발하며 협상이 중단되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약가 책정방안 중 보험적용 대상 약품의 선별 목록방식(포지티브 시스템)이 미국산 약을 차별할 수 있다며 극력히 반대하고 있다.
포지티브 시스템은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고 해도 모두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보험적용 대상에 올리는 방식이다.
한국의 관련 업계는 미국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효능이 좋은 미국산 고가약품 위주의 처방이 늘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만약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서민들은 병에 걸리면...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그냥 죽으라는 소립니다”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편 전국IT산업노동조합 연맹은 통신시장 개방과 관련해 “기술표준 자율을 요구하는 미국측은 기술이 아닌 거대 자본으로 한국통신시장과 기술을 종속화하겠다는 음모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한국 통신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제 온 국민이 염원하는 한국의 IT강국은 물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고 인터넷에는 반(反)FTA를 상징하는 게시물들이 넘쳐나고 있다. 덩달아 갖가지 근거를 대며 FTA가 가져올 ‘무서운 재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데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본 협상팀 외에 국내 의견의 수렴, 홍보, 문제점 등을 점검하기 위한 별도의 국내 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는 점이다.
한미FTA와 관련해서 찬반 양론분열에 앞서 필요한 것은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를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감기약으로 10만원을 써야 된다는 말이 한낱 괴담에 불과한 것인지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경찰이 한미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막기 위해 프레스센터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mekim@gonews.co.kr
<인터넷 신문 공인 1등 고뉴스 ⓒ 고뉴스 www.go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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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의 인권의식은 어느 수준일까? 당연히 만점 또는 1등급이 돼야 한다. 언론의 존재 이유가 인권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
▲ 반FTA 집회를 허가한 경찰의 방침을 문제삼은 13일자 <조선일보>보도.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 절대명제를 비웃고 있다. 이런 경우다.
<중앙일보>는 인터넷이 "FTA괴담" 천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에서 FTA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는 글이 넘쳐나는 반면 FTA를 지지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한 뒤, "간혹 토론게시판에서 FTA 찬성 의견을 개진하면 '수구보수', '노빠'라고 매도당하기 십상"이라고 개탄했다.
주목하자. <중앙일보>는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는 글'과 '지지하는 글'을 맞세웠다. "FTA괴담"이란 표현도 썼다. 사례도 제시했다. 이런 것들이다.
▲ 미국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 감기약 한 봉에 10만원이 된다.
▲ 관세 없이 수입되는 외제차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망한다.
▲ 전화 한 통 걸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인터넷엔 'FTA괴담'뿐?
그렇다고 치자. 백번 양보해서 이런 주장들이 "부정적 효과를 과장한" 것이라고 치자. 달리 물을 게 있다.
이런 사례가 전부인가? 인터넷에서 "넘쳐나고 있는" 글들이 모두 이렇게 과장된 '괴담'들 뿐인가? "소수 네티즌들에 의해 여론이 과대포장 되는 현상"에 대한 개탄이 너무 과한 나머지 <중앙일보> 스스로 "사실이 과대포장 되는 현상"을 낳지는 않았을까?
또 다시 양보하자. 인터넷에서 넘쳐나고 있는 글 대부분이 과장된 괴담들이라고 치자. 그런데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들을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걸까?
<중앙일보>는 이 괴담들을 반박하는 논리를 제시했지만 이 또한 일방적 전망이요 주장이다. 지금은 단정을 내릴 때가 아니다. 찬반 입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마구 뒤엉켜 논리의 혼전을 거듭하는 게 작금의 형국이다.
<중앙일보>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치 평가를 먼저 내린 뒤 사실 관계를 전하고 있다. FTA가 소비자엔 이익인데 FTA괴담이 퍼져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이러니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없다. "사이버 활동에 적극적인 소수 네티즌들에 의해 여론이 과대 포장되는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건 당연하다.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도 댔다. "네티즌들이 반대 논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여론시장에 쏟아져 나온 온갖 주장들을 '과장된 괴담'과 '정당한 주장'으로 선별해 버리면 수용폭은 좁아진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자는 입장보다는 소음을 걸러내자는 입장을 우선시하게 된다. 더구나 표현의 자유를 구가해야 할 사람들의 이해력에 불신감을 갖고 있다면 걱정을 앞세우는 자세는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중앙일보>는 '단속'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괴담을 퍼나르는 네티즌들을 단속해야 한다는 무지몽매한 주장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괴담을 잠재울 수 있는 정부의 홍보를 촉구하는 선에서 주장을 그쳤으니 <중앙일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다르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렸다.
<조선일보>는 "폭우와 겹친 대규모 도심 집회로 서울시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된 12일, 이 때문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이 집회를 허가한 경찰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한 뒤 이렇게 따졌다.
"왜 주중에,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허가했는가"
나름대로 근거도 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관할경찰서장은 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조선>
경찰에게 임의적 판단 여지를 부여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사온 게 바로 이 조항이란 점은 접어두자. <조선일보> 스스로 전한 "현행법상 집회는 허가사항이 아니라 신고사항"이라는 경찰의 해명도 접어두자.
이걸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허가한 예는 수없이 많다. 물론 개중에는 주중이 아니라 주말에, 퇴근시간이 아니라 밤중에, 집회가 아니라 응원 목적으로 모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주중과 주말을 나누고, 시간대에 차별을 두고, 군중집회 목적에 검열을 가할 수는 없다. 그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도발에 해당한다.
현실적으로 따지자. 수없이 많았던 도심 한복판의 대규모 군중집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유독 어제의 반FTA 집회를 문제 삼는 이유는 상황 요인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져 교통이 마비된 특수한 상황, 그로 인한 시민들의 짜증지수 상승, 바로 이것에 힘입어 경찰을 다그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기상청은 반FTA 집회가 열리기 전날 밤까지 서울·경기지역에 10~4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다가 집회 12시간 전에야 서울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도대체 경찰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기록적인 폭우가 겹쳐 교통 체증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가? 집회 신고는 이미 그 전에 냈는데….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김종배 기자는 미디어전문 주간지 <미디어오늘>의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조간브리핑'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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