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낭(?) 양배추 그리고 점원아가씨

예비아빠2007.11.23
조회838

집사람과 연애시절 얘기를 써봅니다.

 

때는 2004년 겨울이었습니다.

 

그날따라 회사일이 늦게 끝나서 늦은시간 집사람과 데이트를 했습니다.

 

마눌은 보통 나와함께 저녁먹는걸 좋아했기에 9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꾸역꾸역 두번째 저녁을 먹으로 갔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저녁이 나오거든요. 연애시절 차마 말은 못하고 2년정도 저녁을 두번 먹었습니다. ㅜㅜ)

 

늦은 시간이라 들어간곳은 분식점이었고 간단한 주문을 하고 도란도란 얘기중이었습니다.

 

잠시뒤 출입문이 열리며 남루한 차림의 할머님께서 들어오시더니 주방쪽으로 가십니다.

 

힐끗 쳐다보고 계속 마눌님 얼굴을 보며 히히덕 거리고 있는데

 

주방쪽에서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할머니 : "저기 간낭 안필요해요?? 싸게 드릴께요"

 

주방장(?) : "저기 저희는 야채 대주는 곳이 있어서 살수가 없어요."

 

(간낭은 양배추입니다. 일본어)

 

할머니께서 고개를 떨구시더니 다시 출입문쪽으로 발걸음을 하십니다.

 

그때 저희 옆 테이블에는 먹고간 음식을 치우지 않은 상태였고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라면국물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슬그머니 그 그릇을 들더니 조금씩 드셨습니다.

 

그렇게 그릇을 비우고 다시 밖으로 나가시더니 작은 행상을 끌고 어디론가 걸어가시더군요.

 

마눌 : "저거 우리가 사드리자"

 

나 : "그럴까?? 근데 이따가 우리 모임에 들려야 되잖아... 저거 들고 어떻게 가냐??"

 

마눌 : "음... 그래도..."

 

나 : "어디 다른곳에서 파시겠지... 우리가 저거 사도 먹지도 않을거잖아..."

 

마눌님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창밖을 바라봅니다.

 

나 : "이따가 밖에나가서 할머니 보이면 그때 사자... 혹시 알아 다 팔고 빈 행상을 보게될지??"

 

그렇게 마눌을 다독이고 음식을 먹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다시 차디찬 거리로 나왔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할머님이 안보입니다.

 

그냥 집사람과 함께 거리를 거닐고 있는데 계속 할머님이 떠오르는 겁니다.

 

진짜 다 파셨을까?? 많이 추운데... 저녁도 못드신거 같던데... 오만가지 상상을 했습니다.

 

나 : "우리 할머니 찾아보자"

 

마눌은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터벅터벅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30분을 그렇게 돌아다니자 얼굴도 시리고 모임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냥 모임장소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모임장소의 간판이 어렴풋이 보이고 다왔다는 안도감이 들무렵 옆에있던 상가에서 누군가 나오는 겁니다.

 

나 : "자기야 할머니 여기계신다."

 

마눌 : "아직 못파셨나봐... 우리가 사드리자"

 

나 : "할머니 이거 얼마에요??"

 

할머니 : "이거 하나에 3000원인데요. 사실려구요??"

 

행상을 둘러보니 한 20개는 넘어보였습니다.

 

나 : "할머니 이거 다팔고 댁에 가실꺼에요??"

 

할머니 : "아니요 조금만 더 팔고 갈꺼에요"

 

나 : "할머니 10개만 주세요"

 

할머니 : "근데 담아 드릴데가 없는데 어쩌지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마눌님 가방도 작고 저야 뭐 맨손인데;; 하는수 없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멀리 편의점간판이 보이더군요

 

잠시 기다리시라하고 편의점으로 냅다 뛰었습니다.

 

나 : "헉헉 거기 카운터 뒤에보이는 봉지 얼마에요??"

 

점원 : "이거 파는거 아닌데요..."

 

나 : "아 그러지 말고 한장만 파세요."

 

점원 : "그러면 안되는데..."

 

것참 봉지하나에 쫀쫀하게 구네...

 

나 : "아가씨 나중에 내가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봉지하나만 줘요"

 

(편의점에서 아무거나 하나사고 달라고 하면 될걸 저나 점원아가씨나 참 웃겼었네요.)

 

점원 : "알았어요"

 

-_- 진싸 사줘야해?? 그렇게 봉지를 받아들고 할머님께 간낭(?) 열개를 받았습니다.

 

추운데 빨리 들어가시라고 하고 모임장소를 향했습니다.

 

모임장소에 간낭이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나타나자 다들 놀리더군요.

 

야야야 웰빙이냐?? 안주 싸가지고 다니냐??

 

-_- 죽이까??

 

 

간낭은 오래도록 잘 살았습니;; 가 아니고 일주일뒤 제차 뒷좌석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올수 없는 멀고먼;; 이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미안;; 간낭아~

 

미안 점원아가씨

까먹고 있다가 한달뒤에 다시가니까 그만두고 안계시더군요.

 

빈말은 아니었어요. ^-^;;;;;;;;;;;;;;;;;;;;;;;;;;;;;;;;

 

요약

1. 저녁을 두번 먹었다.

2. 할머님이 간낭을 팔고 계셨다.

3. 간낭을 사드렸다.

4. 점원아가씨 미안;;

5. 간낭도 미안;;

6. 간낭은 양배추다.(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