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같은 꿈을 꾸는 일은 생전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같은 꿈인 것이다.
나는 붉게 타오르는 모기향을 바라보면서 바닷가의 민박집에 누워 있었다. 입추가 지난 해수욕장은 썰렁했다. 더구나 조그만 포구마을의 손바닥만한 해수욕장이니 피서객들은 거의 없었다.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밀물이 백사장을 삼키며 밀려오고 있는 모양이다. 남들은 하나씩 끼고 잘도 놀러 다니는데, 만년 홀아비 같은 내 꼴은 이렇게 좋은 경치도 혼자서 궁상을 떨며 보아야 한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리맡에 있는 책을 힐끔 보았다.
사후세계와 여인......
저 책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동안 푹 잠수를 타려고 이 곳을 내려 오면서 잠시 책방에 들려서 눈에 띄는 데로 산 책이었다. 조금은 등골이 오싹하지만 골치 아픈 현실을 떠나기에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사일 째 되는 날인데 연속하여 밤마다 똑같은 꿈을 꾸었다.
참으로 성질 돋구는 꿈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꿈꾸며 몽정을 하는 것도 아닌데, 기가막힌 여자가 내 앞에서 옷을 하나씩 벗어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알몸인 채......
그것도 기막힌 몸매로 내 이불 속으로 쑥 들어오며 나를 끌어안는 것이었다. 물론 나 같은 놈이야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 둘레를 따질 것도 없이 여자 흉내만 내는 몸매면 오케이다. 요즈음 세상은 여자들이 얼마나 도도한가......
솔직히 꿈 속이라도 좋았다. 좌 마누라, 우 애인...... 이렇게 여자를 거느리는 놈팡이도 많은 세상에 나만 멍청이처럼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것도 짜증난다. 까짓 귀신이면 어떻고 꿈 속이면 어떻겠는가......
매일 밤마다 오기만 해라. 복상사를 당해도 행복하다.
침을 밖으로 퇘 뱉었다. 마당까지 튀어 나갈 줄 알았던 침이 방문 문지방에 톡 떨어지는 것이었다. 순간 기분이 팍 잡쳤다. 길거리에서 뱀장사가 지껄인 소리가 왜 생각 났는지 모르겠다.
"마나님 오른 쪽으로 올라갔다가 눈치를 슬슬 보면서 왼쪽으로 금방 떨어지는 사람...... 소변을 보면 구두코로 오줌줄기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자~ 뱀 뿐이 없어...... 먹어 봐~..... 아침상을 차리는 마나님의 발걸음이 가벼울 거야. 벽에다 대고 소변을 보면서 자기 이름을 힘차게 쓸 수도 있어~......"
나는 삼일 째 꿈 속의 여인과 정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도 얌체같은 구석이 있었다. 자기가 먼저 내 몸을 애무하다가 나를 큰 대자로 바닥에 쫙 펼쳐 놓는 것이다. 그리고는 올라탄다.
나는 꿈 속에서도 홀아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혹시 그 여자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면 당장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갈 것만 같았다. 여성상위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꿀 먹은 벙어리 모양 바닥에 쫙 펼쳐져서 꼼짝 안 했다.
혼자서 기분을 내다가 여자는 밑으로 내려온다. 그리고는 위로 올라 타라고 나에게 손짓한다.
옛썰~ ......
기똥차게 말을 잘 듣는다. 나는 맛이 간 눈동자를 껌뻑거리면서 헤롱헤롱 한다.
클라이막스라고 하던가......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몸을 떤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목을 꽉 조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질식하기 일보직전이다.
목을 옆으로 비틀며 허공에 대고 입을 쫘악 벌린다. 켁켁 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쉴 적에 그녀는 손짓한다.
컴다운~~ 아래로 내려오셔~
성질 돋구는 꿈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자기 혼자서 위 아래를 오가며 쨍쨍하게 기분 내다가 클라이막스인지 뭔지 하는 장면에서는 왜 내 모가지를 죽어라 하고 조이는지 모르겠다.
겨우 기분이 날만한 상황에서 찬물을 확 뒤집어 씌우는 격이었다.
볼 일을 다 본 표정으로 나가면서 하는 말은 더욱 성질났다.
"흥~ 그것도 물건이라고...... 쯧~"
그렇게 코웃음을 치면서 쌩 하고 돌아서는 것이었다. 나는 눈만 껌뻑거리며 발라당 누운 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나는 또 다시 침을 퇘 하고 뱉었다. 이번에는 침이 문 밖으로 날아가 저 쪽으로 떨어졌다. 물건이 별로라면 오지나 말 것이지, 내 물건에 보태 준 것이라도 있는가. 그렇게 말하면서 밤마다 찾아 오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더럽고 치사해서 오늘밤은 아예 잠을 자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얌체같은 그 여자는 사절이다. 잠을 안 자면 나한테 올 수가 없을 것이다. 자빠졌다 업어졌다 하다가 목 조여 죽을 일이야 없지. 그러다가 물건이 어쩌고 하는 핀잔을 들을 일이야 없지......
시계를 보았다. 자정을 넘는 시간이었다. 자꾸 졸음이 왔다.
나는 안 자려고 다짐한 사람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슬립퍼를 질질 끌면서 모래 백사장을 거닐었다. 가끔 커다란 머리통을 한 그림자가 보였다. 뻑 하면 주둥이를 붙이는 두 개의 머리가 딱 붙어 있으니 그렇게 크게 보이는 것이다.
나같은 놈은 아무리 폼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어 봐야 몸만 피곤하다.
작년도...... 제 작년도...... 또 그 이전 여름도 그러했다. 혹시 말로만 듣던 건수라도 있는가 해서 돌아다녀 보았지만 여기를 가도 쌍쌍~ 저기를 가도 쌍쌍이 붙어서 장님모양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것이었다.
올해도 날 샌 모양이다. 기껏해야 꿈자리에서 여자에게 겁탈이나 당하다가 핀잔을 받는 꼴이다.
썰물로 밀려난 바닷가는 달빛이 환하게 모래바닥을 비치고 있었다. 또박또박 박히는 내 발자국을 보면서 백날 지랄해 봐야 달밤에 체조하는 격이다.
기분이 별로였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쓸쓸한 폼으로 혼자 걷는 여자가 눈에 안 띄었다.
연속극이나 유행가 가사에는 바닷가의 쓸쓸한 여인도 많다는데,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팔자인 모양이다. 흔하고 흔한 것이 여자라고 하지만 그것도 걸리는 놈에게나 걸리지......
꿈 속의 여자라도 좋으니깐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는게 남는 것이다.
툴툴 거리면서 돌아서는 순간에 나는 깜짝 놀랐다. 멀리 여자 혼자서 백사장을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여자의 폼을 세심하게 관찰하였다.
그 여자는 바닥을 보며 걷다가 가끔 하늘에 뜬 달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것이었다. 확실하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 여자는 쓸쓸한 것이다. 나처럼 혼자 민박하면서 가슴을 태우는 여자가 분명해 보였다. 돌격하면 통할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아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마음이 약해서 여자에게 대쉬하지 못한다고 했다. 몇 년 전에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여자도 나의 무반응에 울면서 떠나지 않았는가.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 여자를 향하여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가까이 갈 수록 여자의 뒷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몸매가 완연하게 드러나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다. 그것 뿐인가...... 완전 죽이는 몸매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 여자와 서너 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말을 걸었다. "달빛이 참 좋군요. 혼자서 무섭지도 않으세요?"
여자는 천천히 걷다가 움찔 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원래 혼자서 여행을 잘 하기 때문에 무섭지 않아요."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혼자서 여행을 잘 한다는 말은 곧 혼자라는 말이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설레어 옴을 어쩔 수 없었다. 목소리를 점잖게 하여 말했다. "저도 혼자인데,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대화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좋은 생각이에요. 저도 누구인가 옆에 있으면 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거든요."
그녀는 돌아섰다.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지었다.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리가 모래백사장에 딱 얼어붙으면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서 있었다. 꿈 속에서 안 만나려던 그 여자가 이제는 멀쩡한 생시에 내 앞에 나타나다니.....
그녀는 한 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보내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허리를 끌어 안았다.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나를 바닥에 쫙 깔겠지...... 얼마 후에 체위를 바꿔서 나를 보고 올라 타라고 하겠지...... 그리고 목을 조이고...... 내 기분에는 상관없이 내려오라고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것도 물건이냐고 핀잔을 주고 떠날 것이다.
나는 모종의 협상이 필요함을 느꼈다.
내 몸을 기꺼이 제공하는 대가로 나의 애로사항을 들어 달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안은 채 무엇을 원하는가를 물었다. 꿈 속에서는 당신이 일방적으로 나를 겁탈했지만 생시에서는 남녀평등에 입각하여 나의 기분도 고려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깔깔 웃으며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고 하였다. 나는 줄줄이 불만을 말했다.
여성상위시대에 맞추어 당신이 나를 바닥에 깔고 올라타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위로 올라갔을 적에 왜 당신은 나의 목을 죽어라 하고 조이는가......
클라이막스라는 해괴한 기분을 당신만 즐기고 나는 숨이 넘어가도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그리고 물건이 어쩌고 하면서 휙 돌아서서 가는데, 그렇게 시원찮은 물건이라면 나를 찾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녀는 생긋 웃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어떻게 해 주면 좋겠는가......
나는 우선 목이 조이는 경우가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가지 체위로만 잠자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남자가 위에 있으면 꼭 자기를 죽일 것만 같아서 그러는 것이니, 이번에는 자기가 위에서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씩씩대며 위에서 내리 누르면 여자가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녀는 가슴을 밀착 시키며 나를 살며시 밀었다.
나는 모래바닥에 어젯밤의 꿈처럼 발라당 누웠다. 눈을 감았다.
그녀는 내 위로 살며시 올라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귓전에 물이 찰랑대는 것 같았다. 파도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며 눈을 떴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밀물에 밀려드는 파도.....
멀리 있었던 파도가 모래백사장을 삼키면서 밀려오는 것이었다. 일어서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황홀한 경지에서 헤매고 있었다.
내 몸이 움찔하자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는 바닥에 쳐 박았다.
컥컥~~
바닷물이 입 속으로 쳐들어왔다. 사람 살리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 속에 바닷물이 자꾸 밀려들었다. 그녀는 점점 세차게 바닥에 깔린 내 몸을 압박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바닥에 쫙 깔린 채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어푸 어푸~ 목구멍에 물이 차 올랐다. 별안간 허우적거리던 한 쪽 팔이 떨어져 나가는 통렬한 아픔을 느꼈다.
아앗...... 뜨거워~ 눈을 번쩍 뜨면서 벌떡 일어났다. 타오르던 모기향이 휘두른 내 팔에 달라붙어 있었다. 꿈이었다.
황홀한 체위와 협상
황홀한 체위와 협상
똑 같은 꿈을 꾸는 일은 생전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같은 꿈인 것이다.
나는 붉게 타오르는 모기향을 바라보면서 바닷가의 민박집에 누워 있었다. 입추가 지난 해수욕장은 썰렁했다. 더구나 조그만 포구마을의 손바닥만한 해수욕장이니 피서객들은 거의 없었다.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밀물이 백사장을 삼키며 밀려오고 있는 모양이다. 남들은 하나씩 끼고 잘도 놀러 다니는데, 만년 홀아비 같은 내 꼴은 이렇게 좋은 경치도 혼자서 궁상을 떨며 보아야 한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리맡에 있는 책을 힐끔 보았다.
사후세계와 여인......
저 책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동안 푹 잠수를 타려고 이 곳을 내려 오면서 잠시 책방에 들려서 눈에 띄는 데로 산 책이었다. 조금은 등골이 오싹하지만 골치 아픈 현실을 떠나기에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사일 째 되는 날인데 연속하여 밤마다 똑같은 꿈을 꾸었다.
참으로 성질 돋구는 꿈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꿈꾸며 몽정을 하는 것도 아닌데, 기가막힌 여자가 내 앞에서 옷을 하나씩 벗어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알몸인 채......
그것도 기막힌 몸매로 내 이불 속으로 쑥 들어오며 나를 끌어안는 것이었다. 물론 나 같은 놈이야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 둘레를 따질 것도 없이 여자 흉내만 내는 몸매면 오케이다. 요즈음 세상은 여자들이 얼마나 도도한가......
솔직히 꿈 속이라도 좋았다. 좌 마누라, 우 애인...... 이렇게 여자를 거느리는 놈팡이도 많은 세상에 나만 멍청이처럼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것도 짜증난다. 까짓 귀신이면 어떻고 꿈 속이면 어떻겠는가......
매일 밤마다 오기만 해라. 복상사를 당해도 행복하다.
침을 밖으로 퇘 뱉었다. 마당까지 튀어 나갈 줄 알았던 침이 방문 문지방에 톡 떨어지는 것이었다.
순간 기분이 팍 잡쳤다. 길거리에서 뱀장사가 지껄인 소리가 왜 생각 났는지 모르겠다.
"마나님 오른 쪽으로 올라갔다가 눈치를 슬슬 보면서 왼쪽으로 금방 떨어지는 사람...... 소변을 보면 구두코로 오줌줄기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자~ 뱀 뿐이 없어...... 먹어 봐~..... 아침상을 차리는 마나님의 발걸음이 가벼울 거야. 벽에다 대고 소변을 보면서 자기 이름을 힘차게 쓸 수도 있어~......"
나는 삼일 째 꿈 속의 여인과 정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도 얌체같은 구석이 있었다. 자기가 먼저 내 몸을 애무하다가 나를 큰 대자로 바닥에 쫙 펼쳐 놓는 것이다. 그리고는 올라탄다.
나는 꿈 속에서도 홀아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혹시 그 여자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면 당장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갈 것만 같았다. 여성상위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꿀 먹은 벙어리 모양 바닥에 쫙 펼쳐져서 꼼짝 안 했다.
혼자서 기분을 내다가 여자는 밑으로 내려온다. 그리고는 위로 올라 타라고 나에게 손짓한다.
옛썰~ ......
기똥차게 말을 잘 듣는다. 나는 맛이 간 눈동자를 껌뻑거리면서 헤롱헤롱 한다.
클라이막스라고 하던가......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몸을 떤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목을 꽉 조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질식하기 일보직전이다.
목을 옆으로 비틀며 허공에 대고 입을 쫘악 벌린다. 켁켁 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쉴 적에 그녀는 손짓한다.
컴다운~~ 아래로 내려오셔~
성질 돋구는 꿈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자기 혼자서 위 아래를 오가며 쨍쨍하게 기분 내다가 클라이막스인지 뭔지 하는 장면에서는 왜 내 모가지를 죽어라 하고 조이는지 모르겠다.
겨우 기분이 날만한 상황에서 찬물을 확 뒤집어 씌우는 격이었다.
볼 일을 다 본 표정으로 나가면서 하는 말은 더욱 성질났다.
"흥~ 그것도 물건이라고...... 쯧~"
그렇게 코웃음을 치면서 쌩 하고 돌아서는 것이었다.
나는 눈만 껌뻑거리며 발라당 누운 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나는 또 다시 침을 퇘 하고 뱉었다. 이번에는 침이 문 밖으로 날아가 저 쪽으로 떨어졌다.
물건이 별로라면 오지나 말 것이지, 내 물건에 보태 준 것이라도 있는가.
그렇게 말하면서 밤마다 찾아 오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더럽고 치사해서 오늘밤은 아예 잠을 자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얌체같은 그 여자는 사절이다. 잠을 안 자면 나한테 올 수가 없을 것이다. 자빠졌다 업어졌다 하다가 목 조여 죽을 일이야 없지. 그러다가 물건이 어쩌고 하는 핀잔을 들을 일이야 없지......
시계를 보았다. 자정을 넘는 시간이었다. 자꾸 졸음이 왔다.
나는 안 자려고 다짐한 사람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슬립퍼를 질질 끌면서 모래 백사장을 거닐었다. 가끔 커다란 머리통을 한 그림자가 보였다. 뻑 하면 주둥이를 붙이는 두 개의 머리가 딱 붙어 있으니 그렇게 크게 보이는 것이다.
나같은 놈은 아무리 폼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어 봐야 몸만 피곤하다.
작년도...... 제 작년도...... 또 그 이전 여름도 그러했다. 혹시 말로만 듣던 건수라도 있는가 해서 돌아다녀 보았지만 여기를 가도 쌍쌍~ 저기를 가도 쌍쌍이 붙어서 장님모양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것이었다.
올해도 날 샌 모양이다. 기껏해야 꿈자리에서 여자에게 겁탈이나 당하다가 핀잔을 받는 꼴이다.
썰물로 밀려난 바닷가는 달빛이 환하게 모래바닥을 비치고 있었다. 또박또박 박히는 내 발자국을 보면서 백날 지랄해 봐야 달밤에 체조하는 격이다.
기분이 별로였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쓸쓸한 폼으로 혼자 걷는 여자가 눈에 안 띄었다.
연속극이나 유행가 가사에는 바닷가의 쓸쓸한 여인도 많다는데,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팔자인 모양이다. 흔하고 흔한 것이 여자라고 하지만 그것도 걸리는 놈에게나 걸리지......
꿈 속의 여자라도 좋으니깐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는게 남는 것이다.
툴툴 거리면서 돌아서는 순간에 나는 깜짝 놀랐다. 멀리 여자 혼자서 백사장을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여자의 폼을 세심하게 관찰하였다.
그 여자는 바닥을 보며 걷다가 가끔 하늘에 뜬 달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것이었다.
확실하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 여자는 쓸쓸한 것이다. 나처럼 혼자 민박하면서 가슴을 태우는 여자가 분명해 보였다. 돌격하면 통할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아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마음이 약해서 여자에게 대쉬하지 못한다고 했다.
몇 년 전에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여자도 나의 무반응에 울면서 떠나지 않았는가.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 여자를 향하여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가까이 갈 수록 여자의 뒷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몸매가 완연하게 드러나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다. 그것 뿐인가...... 완전 죽이는 몸매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 여자와 서너 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말을 걸었다.
"달빛이 참 좋군요. 혼자서 무섭지도 않으세요?"
여자는 천천히 걷다가 움찔 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원래 혼자서 여행을 잘 하기 때문에 무섭지 않아요."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혼자서 여행을 잘 한다는 말은 곧 혼자라는 말이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설레어 옴을 어쩔 수 없었다. 목소리를 점잖게 하여 말했다.
"저도 혼자인데,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대화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좋은 생각이에요. 저도 누구인가 옆에 있으면 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거든요."
그녀는 돌아섰다.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지었다.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리가 모래백사장에 딱 얼어붙으면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서 있었다.
꿈 속에서 안 만나려던 그 여자가 이제는 멀쩡한 생시에 내 앞에 나타나다니.....
그녀는 한 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보내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허리를 끌어 안았다.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나를 바닥에 쫙 깔겠지...... 얼마 후에 체위를 바꿔서 나를 보고 올라 타라고 하겠지...... 그리고 목을 조이고...... 내 기분에는 상관없이 내려오라고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것도 물건이냐고 핀잔을 주고 떠날 것이다.
나는 모종의 협상이 필요함을 느꼈다.
내 몸을 기꺼이 제공하는 대가로 나의 애로사항을 들어 달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안은 채 무엇을 원하는가를 물었다. 꿈 속에서는 당신이 일방적으로 나를 겁탈했지만 생시에서는 남녀평등에 입각하여 나의 기분도 고려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깔깔 웃으며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고 하였다. 나는 줄줄이 불만을 말했다.
여성상위시대에 맞추어 당신이 나를 바닥에 깔고 올라타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위로 올라갔을 적에 왜 당신은 나의 목을 죽어라 하고 조이는가......
클라이막스라는 해괴한 기분을 당신만 즐기고 나는 숨이 넘어가도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그리고 물건이 어쩌고 하면서 휙 돌아서서 가는데, 그렇게 시원찮은 물건이라면 나를 찾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녀는 생긋 웃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어떻게 해 주면 좋겠는가......
나는 우선 목이 조이는 경우가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가지 체위로만 잠자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남자가 위에 있으면 꼭 자기를 죽일 것만 같아서 그러는 것이니, 이번에는 자기가 위에서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씩씩대며 위에서 내리 누르면 여자가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녀는 가슴을 밀착 시키며 나를 살며시 밀었다.
나는 모래바닥에 어젯밤의 꿈처럼 발라당 누웠다. 눈을 감았다.
그녀는 내 위로 살며시 올라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귓전에 물이 찰랑대는 것 같았다. 파도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며 눈을 떴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밀물에 밀려드는 파도.....
멀리 있었던 파도가 모래백사장을 삼키면서 밀려오는 것이었다. 일어서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황홀한 경지에서 헤매고 있었다.
내 몸이 움찔하자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는 바닥에 쳐 박았다.
컥컥~~
바닷물이 입 속으로 쳐들어왔다. 사람 살리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 속에 바닷물이 자꾸 밀려들었다.
그녀는 점점 세차게 바닥에 깔린 내 몸을 압박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바닥에 쫙 깔린 채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어푸 어푸~ 목구멍에 물이 차 올랐다.
별안간 허우적거리던 한 쪽 팔이 떨어져 나가는 통렬한 아픔을 느꼈다.
아앗...... 뜨거워~
눈을 번쩍 뜨면서 벌떡 일어났다. 타오르던 모기향이 휘두른 내 팔에 달라붙어 있었다.
꿈이었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