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리 나무 #5

아레쿠스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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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영은 하마터면 젓가락을 떨어뜨릴 뻔 했다.


오늘 하룻 밤 재워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것도 달갑진 않지만.


‘아예 한참동안 눌러앉을 생각인 거 아냐?’


자신의 목구멍에서  '꼴깍'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괜히 등 뒤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뭐라고 얘기할지 딱히 머릿 속에 떠오르질 않는다.


아아.....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저어기....... 희진 선배. 정말 오늘 한국에 온 거예요?”


일단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딴 얘기를 좀 하다가

사정을  얘기해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희진은 쌈을 주먹만하게 싸서 막 입에 넣으려는 찰나다.


“그렇대두. 야야........고기 좀 먹어라. 요거 잘 익었다.”


소영의 눈에는 반도 안 익은 것 같이 보인다.

소영은 찝찝해 보이는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소영에 아랑곳 않고 희진은 꾸역꾸역 잘도 먹는다.


“난 이상하게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잘 못자는 체질

 인가봐. 그래서 아까 너 네 집 앞에서 서 있는데 깜박 잠이 오더라.”


“......그래, 외국 어디에서 오는 길이예요?”


“음....뭐,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그럼 한국에는 도대체 얼마 만에 온 거예요?”


“한 6개월 만인가?”


‘아니, 선배! 그럼 자기 집부터 가야 되는 것 아녜요?’


소영은 당장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꾸욱 참았다.


새삼 선배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살이 아주 새까맣게 탔다.

웃을 때 드러나는 치열이 그 때문인지 더욱 하얗게 반짝인다.


 틀어 올려 묶은  머리는 짙은 갈색으로 염색이 되어 있었다.


티셔츠는 이태원에 가서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요란한 무늬가

인쇄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외국 히피를 연상케 한다.

 

갑자기 옛날 모습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엔 키 크고 활달한 데다 외모까지 겸비해서 후배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던 선배였다.


소영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한 터라 특히 귀여움을 받던

후배였다.


갑자기 소영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슴 속에 예전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영이 대학 시절 난처한 일이 있었을 때 희진 선배가

자신의 집에서 보름 가까이 기거하게 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니 갑자기 지금의 자신이 야박하게 생각된다.


소영은 잠시 생각하다 마음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선배....그럼 일단 저희 집에서 머물도록 해요. 뭐 불편하더라도

 괜찮다면....”


희진은 여전히 젓가락을 놀린 채로 태연히 말한다.


“으응. 그렇게 할께.”


으이구......소영은 속으로 혀를 찬다.


‘내가 이렇게 나오면 좀 고마워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