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공주님이 살고 있어요

쿨렁쿨렁2007.12.01
조회915

문득 톡톡을 읽다보니 작년 겨울의 아련한 추억이 생각나서 글을 올려봅니다.

 

때는 작년 1월정도

 

강남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10시 30분쯤 2호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주말인데다 그 시간대면.....

 

아시죠?

 

엄청난 인파~

 

사실 택시를 타고 싶었지만 단돈 몇천원에 갈 수 있는 집을 몇 만원에 갈 수 없다는 집념으로 친구와 전철을 탄 것이었지요.

 

앞뒤좌우 할 것 없이 사람이 정말 꽉꽉 들어차있더군요

 

그래도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기도 해서 기분좋게 그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하고 있을 때쯤

 

제 뒷쪽 여자분께서 저를 자꾸 미시는 겁니다.

 

하지만 그 여자분뿐이겠습니다.

 

온통이 사람인데 다 서로 밀리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 여자분은 뭔가 자신의 불만을 집중적으로 표현하시면서 밀어대시더니

 

급기야 저에게 이야기하시는겁니다

 

"저기요! 자리가 좁거든요!"

 

첨엔 저에게 하는 말인지 몰랐습니다. 왜냐면? 지금 전철은 만원이라 모두에게 좁거든요.

 

친구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던 저에게 다시 한 번

 

"저기요! 자기가 좁다구요!!"

 

그 신경질적인 목소리

 

제가 남자여서 그 여자분께 들이댔다거나 제가 쩍벌남처럼 다리를 발레하듯 벌렸다면 이해가 가지만 저도 여자인지라 가방을 두 손에 꼬옥 안고 정말 좌우평방미터로 0.5m도 채  차지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 소리를 왜 제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     "지금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그녀 " 당연하죠."

나    " 아뇨. 지금 시간대도 그렇고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어요. 제가 일부러 그 쪽만 민 것도 아니구요."

그녀  " 아니예요. 그 쪽이 밀어서 제가 힘들었거든요."

나    "제가 많은 사람 가운데서 왜 그쪽만 밀겠어요. 저도 밀려서 힘들어요. ..

 

우리의 말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에 꽂히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제가 말했습니다.

나   "그만하죠.."

그녀 "그만 하긴 뭘 그만해요. 밀었으면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거 아니예요?"

나  "됐어요. 그만 하세요. 만원전철은 다 이러지요."

 

저 두번 참았습니다.

그녀 "아, 짜증나 ~"

결국 저도 폭발했지요

나   "이렇게 좁은데 타기 시르면 택시타던지, 자가용 타고 가. 지금  이 시간에 누가 2호선타래?

       어이 없네"

그녀 "본인이 잘못한거자나요? 14894#&^&^%&^$^$"

(전 아직도 제가 멀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 여자분은 제 등뒷쪽에 있었는데...제가 엉덩이3단 콤보 공격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결국 터졌습니다.

나 "야, 다음 역에서 내려, 내려서 맞짱 떠, 너 안내리면 죽는다."

순간 전철 분위기는 마치 예전 카우보이 나오던 그런 분위기가 되고 저와 그 여자분 말고는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 지금까지 누구와 폭력쓰고 싸워 본적이 없어서 속으로 엄청 쫄았습니다.

진짜 내리면 어떻게 하지, 아, 나보다 힘쎄 보이는데

오늘 왜 힐을 신었을까? 발차기하면 속옷 보일텐데...

문득 남동생이 알려준 기술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무릎으로 어떻게 하라고?

 

띵동띵동

다음 역은 사당, 사당입니다.내리실 분은....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고 저도 일단 내렸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더니 그 여자분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순간

안내려서 다행이다. (내려서 정말 싸우기라도 했으면....다치기도 했고 또 이 나이에 부끄럽자나요. 날나리 고딩도 아니고)

라는 생각과

아, 저런 무개념을 내가 개념교정을 시켜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제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그 여자 술 많이 마셨나보더라고 했는데

그 분 멀쩡해보였거든요. 그 여자분 옆에 친구분도 안말리던데..

 

정말 세상은 요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