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살기[교육]

2003.07.24
조회956

서니입니다.

지난번에 생각없이 올린 글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응답도 해주시고 문의도 해주셨네요.

그때 말미에 다음에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겠다고 약속했듯이 이번에는 아이들을 교육

시키는 문제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민자들의 대부분의 이민사유는 자녀교육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누군가 이유를 물어볼때

대답하기에 제일 무난한 것이 그것이라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

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개중에는 안좋은 일을 저지르고(?) 도망나오듯이 나온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많은 이유는 자식에게 영어권에서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주고싶어서 이민을

선택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영어권 국가의 시민권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은연중에 대접(?)을 받는다라고 생각하는 부분과 또 아이들이 커서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선진국에서 대학을 가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한국에서 시도했을때보다 다소 유리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 점도 그런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정도의 나이이기 때문에 뉴질랜드에서도

Year4, Year2가 되었습니다.  사실 Year2니 3니 하는 정도는 그 교육의 정도나 커리큘럼 등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처음에 primary에 넣으려고 하는 경우에 한국 부모들은 한국의

나이에 맞추어 그 또래가 배우는 클래스로 넣고싶어합니다.  한국에서 3학년인 경우에는 뉴질랜드

에서 Year4가 되기때문에 Year4에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요청을

받으면 학교측에서는 간단하게 아이와 인터뷰를 하고 되겠다싶으면 해당 학급에 넣어줍니다.

 

학급이 배정되고 담임선생님이 정해지면 바로 그날에도 수업 시작이 가능합니다.  이건 물론

학기 중에 들어간 경우가 그렇습니다.  여기서 한국 아이들의 적응이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미리 외국인 선생의 교육을 많이 받은 즉, 고액과외를 많이 한 경우에는

별 무리없이 시작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고액으로

외국인 선생을 두고 영어공부를 한 학생들은 한국에서의 커리큘럼(나름대로 학원가의)으로

보았을때 상당한 진척을 한 상태입니다.  이때, 학급에서 나름대로 보기에 적응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나면 학생은 너무 재미없어 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는 미국 영어 위주로

완벽한 발음이라고 생각하면서 배웠던 영어들이 현지에서 배우는 영어, 특히 뉴질랜드 영어는

미국영어와는 억양이나 모음을 발음하는 부분이 약간씩 다릅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학급의 커리큘럼은 정말 너무 쉬워서 많이 배워서 간 학생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수업시간에 딴청을 하게 되고 선생한테 '수업에 집중을 안한다'

내지는 '어울려서 잘 배우려는 의지를 안보인다' 등의 평가를 받게 되고 이런 response는

부모로부터 '왜 잘하던 애가 이렇게 되었니'라는 식의 reaction이 나오게 되고 이것이

반복하다보면 악순환으로 가서 오히려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

합니다.

가끔 완벽주의에 빠진 아이들은 정통(?) 미국식 발음으로 선생이 말하지 않으면 대꾸도

안하고 자기 자신보다 못하다고 자만하게 되어 삐뚤어지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학급에서 아이가 적응하는 문제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저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별로 영어교육을 받지 못하고 간 편이었습니다.  영어교실 두어달 다닌게 다였지요.

그나마 선생이 외국인이어서 외국인을 대하는 것에 낯설어하지 않았다는 점 정도였지요.

우리 아이들은 처음에 표시하지는 않지만 많은 스트레스를 보였습니다.  큰아이는 아들인데

거의 1주일 정도를 대변을 못볼 정도였으니까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변이 불규칙해지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약 한달 정도 되자 슬슬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의 한국아줌마들의 치마

바람이 통했나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야 아줌마들이 교실에 찾아가서 애들

가르치는 일 빼놓고 모든걸 다한다고 들었습니다.  제 와이프도 그랬구요.  하지만 와이프는

뉴질랜드에 와서 현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적응하지 못할까봐 선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보충 클래스(영어가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해 별도로 배려하여 파닉스 등을

가르치는 클래스)에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모아서 하루에 한번 정도씩 별도의 수업을 열어줍니다.  물론,

이런 클래스를 돌아가면서 운영해주는데 쉬운 영어 사례와 발음을 내는 원리 등을 가르

칩니다.  간혹 잘 모르는 한국 아줌마들은 '왜 우리아이를 이런 열등반에 넣어두었냐'하고

매우 서운해하고 서럽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영어못하는 것때문에 무시받을 수 있는 소지도 없애고 빨리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학교차원의 배려인 것입니다.

어쨌든, 와이프는 아들의 뒤에 같이 앉아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통역도 해주고

자신도 모르면 함께 물어가며 아들이 쉽게 든든하게 적응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선생님들의 배려도 한몫했지요.  이러다보니, 이젠 담임이 가르치는 교실에도 들어가서

같이 앉아있기도 하고 assistant 역할도 해주면서 미술시간에 아이들이 만드는 것도

도와주고, 풀도 사다주고 .. 등등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제 와이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 아이들은 참으로 순진하고 착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아이만 돌보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면서 도와주면 분명히 기억하고 우리의 아들을 좋아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아들은 그 반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여자 친구도 생겼구요. ㅎㅎ..

 

제 와이프가 한 일은 아주 단순한 것들이었습니다.  엄마의 사랑만으로 해결되는 문제였죠.

첫째, 담임 선생님과 친하게 지냅니다.  학급에 색종이, 풀 등이 모자라면 한국에 있는

저를 닥달하여 보내도록 합니다.  그거 얼마 안합니다.  애들한테 하나씩 나누어 주면 뛸듯이

기뻐합니다.  선생님도 아주 감사해합니다. 

둘째, 학급에서 가끔 시행하는 펀드레이징(fundraising)행사-가끔 초컬릿팔고 그럽니다-에

다른 키위 아줌마들 보다 약간 더 사줍니다.  우리 와이프는 손이커서 초컬릿을 100불어치나

산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20불 정도어치만 사줘도 좋아합니다.

셋째, 학급에서 도와줄때 절대로 자신의 아이만 돌보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주어서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넷째, 학급에서 버스를 타고 혹은 단체로 outdoor activities를 하러 나갈때 꼭 자원하여

참가하고 아이들을 몇명 맡아서 care해줍니다.

 

이 정도만 하니까 우리 애는 110% 적응을 하더군요.  10%는 뭐냐구요?  덤입니다.  근데

그 덤이 아주 큽니다.  덤이란 무엇인가 하면 바로 다른 학생들의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생긴

다는 겁니다.

 

제 아들이 Year3에 있을때 사귄 키위 아줌마를 지금도 서로 제집 드나들듯 하면서 다닌답니다.

여자들은 똑같은가 봅니다.  하루종일 둘이 놀았는데도 밤에 또 전화해서 히히덕거리고 난리

입니다.  그 아줌마를 통해서 또 다른 아줌마를 만나게 되고, 다른 동네 아줌마가 자기네 아이를

우리애가 다니는 학교에 넣고 싶다고 이사를 오고...  키위 아줌마들도 정말 순진하고 착합니다.

그 집 애들이 큰 경우에는 저녁 초대를 하든지 주말에 잠시 불러서 가든을 같이 청소시키고

한 20여불 쥐어주면 아이는 너무 좋아서 난리를 칩니다.

 

키위 가정에서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우리나라 70년대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 자라듯이

키우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있는 집 자식은 어느 나라든 다르지 않겠지만 ...

그래서, 100장에 1불하는 광고전단지를 뿌리러 다니는 것을 애들한테 자랑스럽게 시키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 친구네 집에 와서 가든 청소해주고 20불 받아보세요.  얼마나

신나고 우리를 좋아하겠는지요.

 

제가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초등학교에서 아이가 적응을 잘하도록 하는 제 위주의 이야기만

쓴 거 같습니다.  하지만 타산지석이라고 남이 잘한것을 따라하면 적어도 손해는 안볼 것이라는

생각에 장황하게 또 쓰게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제 막 뉴질랜드에 오시려는 분들에게는 적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