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예비역 형님들께 고민 하소연합니다...

최주환2007.12.05
조회771

안녕하세요
올 11월 9일에 육군병장 만기전역한 85년생 남아입니다..
이제 전역한지 한달 정도 지났네요.

 

말년휴가 나왔을때 계획했던 바다여행도 다녀오고,
또 전역 직후.. 바로 알바도 구해서 돈도 벌기 시작했고..

 

다들 아시잖아요.
군생활하면서 "전역하면 하고 싶은 것들" 계획하고..
저 역시 굉장히 많았고 말년휴가때부터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전역하고 며칠 지나면 땡이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원래 전역 후에 그리던 삶은 따로 있었습니다.
전공하고자 하는 과로 대학을 새로 진학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대 몇군데 4년제 몇군데 수시로 집어넣으려고 했지요)
또한 학교입학 3월전까지는 주5일 아르바이트 하면서 돈도 벌고
그 돈으로 사고 싶었던 것들도 사고.. 일 안나가는 주말에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 만나면서 놀고 또한 인터넷을 통해
새로이 인맥구축도 해보려고 했고..
한번도 안가봤던 콘서트도 연말에 가보고 싶었고,
제가 노래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지역가요제 같은 작은 무대라도 올라가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역시 현실과 이상은 다른건가요..순전히 의지의 문제겠지만..

 

전역하자마자 3일뒤에 모 물류센터에 주5일짜리 아르바이트를 들어갔습니다.
제가 체구도 작고 그렇게 체력이 강한것도 아니지만 시간대비 페이도 좋고
남자로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에 지원한 아르바이트였는데
미치도록 빡셌지만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그래서 열심히 하다가
2주만에 "단지 아침잠이 많아 일어나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두었습니다.
되게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 돌릴 수도 없고..
스스로가 참 한심하더군요..

 

대학 역시 사실은 제가 고등학교때 잠깐 1년정도 도피성유학을 다녀온 후
검정고시를 치뤘는데 이 검정고시 성적이 그럭저럭 괜찮아서
이 성적으로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대학교 몇군데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모두 서울소재 학교들이었고..
굳이 따지자면 서대문의 K대와 M전문대 정도였지요.

서대문의 K대는 4년제라 그런지 논술이란게 있더라구요.
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도 못했는데 논술은 뭐 알겠습니까..

전역은 11월에 했는데 논술시험은 12월..
한달에 불과한 기간이지만 그래도 원래
평소에 책과 신문을 즐겨보고 글쓰는데 자신이 있어서
야심찬 마음으로 논술책 한권사서 알바와 병행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었는데,

 

제가 귀도 얇고 우유부단하고..또 동기부여가 안된달까..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는 웹IT인데 굳이 24살에 1학년들어가서 4년제씩이나 나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과 하루왠종일 알바하고 집에 돌아오면 삭신이 쑤시고 피곤해죽겠는데
며칠하니깐 공부도 머리에 안들어오고..
결국은 현 상황에서 갈수있는 최고의 4년제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조차 안했습니다.

 

M모전문대는 지원했지만.. 제 딴에는 나정도면 커트라인 간당간당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번에 수능이 뭐 등급제인가로 바뀌고 고3들 재수생들 전문대로 엄청 몰린다면서요.
경쟁률이 14:1인가.. 휴.. 2,3년제갤 가서 물어보니 제 내신으로 떨어질 확률이 크다고 하고..

 

군대가기 전에 학점은행 관심있어서 따놓은 학점이 조금 되기에 M모전문대 떨어지면
2008년 한해 편입준비는 하려고 하는데.. 자격증+독학사시험+시간제수업+편입영어가
1년안에 될런지.. 학점완성은 할 수 있지만.. 영어 완전 못하는데 편입영어 준비가 가능할까..
걱정부터 앞서고, 사실 학점은행 역시 우유부단이 낳은 차선책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아 저는 왜 이럴까요.

 

여느 예비역이 그렇겠지만 정말 전역하면 내 세상일 것 같았고
차라리 군대 있을때가 낫다고 하는 예비역 선배들이 이해가 전혀 안됐고 그랬는데,
전역한지 이제 갓 한달인데 벌써 저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같습니다.

 

가장 괴리감에 힘든 부분은
(정말 군대 갔다왔어도 제가 어리고 철이 없다는 부분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이지만)

제가 하고싶었던 일들..
가령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다거나.. 유학다녀온게 아까워서라도 중국어 공부를 더 한다거나..
일본어도 공부해보고 싶고..금융분야 자격증도 따보고 싶고..
이런저런 알바해보면서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싶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하고 만나고 친해지고 어울려보고 싶고..

대충 이 정도의 일들..

 

제대도 한 현 시점에서 이런 일들 시도하는건 미친짓인가요?

여행이든 인맥이든 듣보잡 소리 집어치우고

희망전공도 IT쪽이니 관련도 없고 필요도 없는 중국어,일본어 공부할바에

토익점수나 올리고 대학들어가서

공부 미친듯이 해서 학점관리하고
관련분야 자격증 따고 그러다가 운좋게 어디 인턴도 들어갓다가

번듯하진 않아도 그냥 그런저런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면

그럼 저는 20대를 성공적으로 보낸건가요?

 

이 사회가 바라는 성인남자의 이상적인 행보..

즉, 사회통념에 저도 조금씩 적응하여 
내 자신까지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뭔가 하지 않으면 죽일 놈 될 것 같은
이런 마음을 점점 가지게 되어 혼란스럽습니다...

 

20대 중반이 넘도록 아무생각 없이 간간히 알바나 하면서

술 빨고 놀기만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그런 제 입장 역시 뭔가 이뤄놓은 것도
없고 비젼도 막연한 아이러니한 현실 역시 죄스럽구요..
 
제 생각이 정말 어린 녀석의 쓸데없는 고민일거라 생각하나,
원래 사람은 자신에게 당면한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일 같다고 느끼는 당연한 이치를 빌어..

예비역 선배님들께 하소연해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약이 되는 조언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