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과 메신저가 없었던 그 때는..

에떼200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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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725  

네이트닷컴 게시판지기가 드리는

핸드폰과 메신저가 없었던 그 때는..

핸드폰과 메신저가 없었던 그 때는..

"차라리 메신저 같은 게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이 다시 만나자라고 얘기했다면, 별로 혼란같은 것을 느끼지 않고 갈등도 없었을 거 같아. 왜 그런 거 있잖아.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보니..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지, 그렇지 않은지를 잘 모르겠는..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객원지기 에떼

 

 

(매주 금요일은 객원지기 에떼님의 한마디로 꾸며집니다..매주 금요일을 기대하세요)

 

 

핸드폰과 메신저가 없었던 그 때는..  에떼의 한마디..

 

 

얼마전 친한 친구가 소개팅을 했습니다.

 

"그 날 소개팅 어땠어?"
"글쎄...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다니, 왜 마음에 안 들었어?"
"아니, 그건 아니고..."
"아닌데?"
"서로 호감은 가지고 있는 거 같긴 한데... 그게 뭐랄까, 좀 애매해."
"??????? 핸드폰과 메신저가 없었던 그 때는.. "

 

그 애매모호한 답변을 파헤쳐 내려가다 보니, 사정인즉슨...

 

그 친구와 소개팅남. 소개팅 전에 주선자에 의해 서로의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하고 대화를 나눴답니다. 마치 일반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서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듯 말이죠. 그렇게 초면의 어색함을 다소 반감시킨 상태에서 직접 만나게 된 것인데... 실물을 대했을 때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답니다. 서글한 인상에, 매너도 나쁘지 않고, 얘기도 잘 통하고.. 그렇게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답니다.

 

"오호, 그럼 잘 된 거네? 근데 뭐가 문제야?"
"그게 말이지... 일반적으로 그렇게 소개팅 같은 거 하고 나면, 마음에 든다, 들지 않는다가 보통 애프터로 표시되잖아..."
"그렇지. 왜, 그 사람이 애프터 신청 안 했어?"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

 

문제는 메신저였습니다. 연락의 유무를 가지고 고(go)냐 다이(die)냐를 판단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미 두 사람은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일상적이 되었다 보니까 그 판단의 기준이 없어진 셈이죠.

 

"차라리 메신저 같은 게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이 다시 만나자라고 얘기했다면, 별로 혼란같은 것을 느끼지 않고 갈등도 없었을 거 같아. 왜 그런 거 있잖아.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보니..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지, 그렇지 않은지를 잘 모르겠는..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전에 사랑을 할 때에는 긴장감과 설레임을 주는 기다림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게 된 것 같아 씁쓸해졌다는군요. 그 얘기를 듣노라니 저 역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랬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카세트 테입에 음악을 녹음하던 일이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한 자 한 자 글씨체에 정성을 기울이며 편지를 썼던 것..
상대방 삐삐에 메시지를 남기고는 그가 확인했을까 내내 궁금해하던 것..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한시도 전화기 옆을 떠나지 못했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MP3와 핸드폰, 그리고 인스턴트 메신저로 대치된 세상에서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들은 더 이상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인스턴트라는 거, 원하는 즉시 무언가가 된다는 거..

 

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특히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만큼은...

 

어린왕자에게 있어 장미가 소중했던 것은, 그에게 들인 노력과 함께 한 시간이 있기에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조금 느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가보는 게 보다 값지고 소중한 것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사라져버린, 아쉬운 것들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다보니..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듣고 싶어지네요..핸드폰과 메신저가 없었던 그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