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아저씨 일일 앵벌이 했던 추억......;;(스크롤 압박)

앵군2007.12.10
조회186

******제목에서도 말씀드린 것과 같이 엄청 깁니다; 

           지구력 딸리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안녕하세요. 평소 톡을 즐겨보는 20대 청년입니다. (정형화 된 이런 식;)

뭐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어이없고 황당했던 이야기라서 함 올려봅니다.

 

제가 21살 때 나름 밴드 한답시고 다짜고짜 맨 몸으로 서울로 상경해서

갖은 고생 사서하면서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요.

밴드작업실이 있었는데 해체와 함께 없어지고 나서 기거할 곳이 없어

서울 보라매공원 있죠.  밤에는 피시방에 정액 끊고 앉아 있다가

낮에는 신문지 들고 공원 구석 벤치에서 잠자던 시절에;;

 

뭐 이 때 철없이 고생한 거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네요.

하루 삼각김밥 하나로 5일까지 버티고 48시간 아무것도 못 먹은 적도 있었고

벌레 물려서 퉁퉁 부은 발로 가을까지 쫄이 신고 다닌 적도 있었고..ㅋㅋㅋㅋ.

 

뭐 암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여느 때와 똑같이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무료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꽤좨좨한 눈 풀린 노숙자 한분이 제게 다가 오시더군요.

한 손에는 오만가지 때가 탄 이상한 청바지로 기워 만든 가방을 들고......

 그리고 제 옆에 앉았어요. 말을 걸더군요.

 

 

“혼자 뭐하냐”

 

“그냥 앉아 있었는 데요”

 

“이 동네 사냐”

 

“네”(여기가 집이에요;)

 

왜 하필 나였을까....휴일이라 사람도 많은 공원에서... 내가 좀 자기랑 비슷하게 보였나..ㅡ_;;

이런 생각이 오고가면서 순간 뭔가 잘못 걸렸다는 느낌...

그냥 이대로 자리를 피하면 쫒아 와서 한낮이라 사람 많은데서 망신당할 거 같아서....

뭐 보니까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마침 심심했고...

적당히 얘기하다가 자연스레 자리 피하자...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말상대나 해 드리기로 했죠.

주머니 뒤적거리면서 담배를 꺼내시더니... 장미 담배..ㅡ_ㅡ;

 

“한대 피울래?”

 

“아뇨 저 담배 안 펴요”(뻥)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입니다. 그러면서 그 기괴한 청가방에서 뭔가 뒤적뒤적;;

먹다 남은 소주더군요.;; 따서 한 모금 마시고...

 

“마실래?”

 

“아뇨 괜찮아요^^;”

 

저한테 권하던 술병을 내려놓고 또 가방에서 뒤적뒤적....

머X본 땅콩이 나왔습니다;;

 

“먹을래?”

 

“아뇨 괜찮아요 드세요^^;”

 

 

"맛있어“ 하면서 깡통을 내밀며 재차 권유.

 

“네.......” 무언의 압박같은 느낌...또 거절하면 사람많은데서 행패를 우려; 하나 집어 먹었음;;

 

그리고 또 가방에서 뭔가 뒤적뒤적

찌라시였습니다....성인 전용, 폰팅, 미시클럽...이런 류의;;비키니 차림의 색시들;;

이런 건 어디서 줏 어모으셨는지;; 명함 한통 분량이더군요.

그걸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하나씩 손수 넘겨 주십니다.

 

“좋지? 허허허허허허....”

 

“-_-;;.....”

 

“볼래?” 하면서 저를 주십디다;;

 

아아.. 난감....뭔가 계속 이러면 안되는데.. 사람도 많고... 아아.... 혼란스러웠습니다.

결국엔 받고 슬렁슬렁 넘겨보는 척하고..............“조..좋네요...=_=;”......하고 드림..

 

허허허허허...하면서 도로 받아서 가방에 넣으십니다;

(딱 허허허..이 느낌이었던 그 웃음은 잊을 수 없음...)

그러더니 이제 무용담을 시작하십니다.

자기가 학창시절에 전교 1등이었다느니, 한 때 잘나갔다느니...

뭐 인생 공부하는 셈치고 걍 들었습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닌 분이신 거 같았지만..

한 10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이 동네 신림, 신대방쪽은 꽉 잡고 있다고....

괴롭히는 놈 있으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이게 보통주먹이 아니라고.....

그러면서 주먹을 보여주십니다. 확실히 주먹에 여기저기 상처가 많더군요.

그렇다고 싸움은 잘할 거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것보다 손에 덕지덕지 붙은 때가 눈에 더 들어오더군요..=_=;

 

"아..그러세요..."(빠져나갈 구멍만 보면서 소심하게 맞장구 치고 있었음;)

 

그러다가 갑자기..

 

"에잇 기분이다. 너 맘에 들었다. 따라와 아저씨가 하드 하나 사줄께!!"

 

이러는 겁니다;; 그렇습니다.....저는 거기서 알아버렸습니다.

저는 그 분 눈에 자기보다 불쌍한 놈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순간 고민되더군요...아... 이걸 따라가...말아...

따라가자니 사람 많은데 뒤에 졸졸 따라가는 게 웃길테고

안따라 갔다가 감정기복도 심해보이시는데.......무슨 쪽을 주실지 모르고....

그래도 하드....그래 여지껏 얘기들어주느라 힘들었는데...이래저래 쪽팔리느니...

사준다는데 뭐....걍 하드 하나 얻어먹고 좋게좋게 끝내자...싶어서...

 

"네 감사합니다"  해버렸습니다;;;;;;;

 

자리를 일어서더니.....

 

"들어"

 

엥? 뭘...설마.....했지만 역시 그 기괴한 청가방이었습니다..ㅡㅡ;;

 

"아저씨가 손목이 아파서...ㅠㅠ"

 

방금까지 이 근방 꽉 잡고 있는 주먹의 기백은 어디로 갔는지....죽는 소리를 합니다;;;

아...정말 들기 싫었습니다. 그것만은....그거 들고 그 사람 뒤 쫒아가는 것도 싫었고...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거 그래 끝을 보자....그런 엉뚱한 오기가 생기더군요.

당시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고... 가방 들었습니다.ㅠㅠ 그리고 뒤쫒아갔습니다.

 

역시나 우려했던....사람들의 시선....그냥 순간이다. 생각하고 고개숙이고 가방들고 따라갔습니다

당시 벤치에서 매점으로 가려면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야 했는데...

마침 소풍나온 유치원 생들....풍선이 달려 있고...막 그랬는데...ㅠㅠ

갑자기 뛰어가더니 풍선을 막 터뜨리고 밟는겁니다.....;;;

 

사람들........ 소리에 시선집중.....

 

유치원 선생님이 나와서...막 뭐라뭐라 둘이 싸우고....

 

그러다가 우려했던...이것만은 했던.....-_-;;

 

"야 일루와봐"

 

저를 불렀습니다..그 사람 많은데서...ㅜㅜㅜㅜㅜㅜㅜ

 

적당한 간격유지하고 뒤따라 가고 있었는데..... 

 

"얘가 내 동생인데......"

 

그렇습니다. 어느덧 저는 그 분의 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악...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유치원 선생님한테 사죄하고....

먼저 매점쪽으로 가방들고 후다닥 걸어갔습니다..ㅠㅠㅠㅠ

 

 

뒤에서 부르면서 야야 부르면서 따라 오더군요..쌩깠습니다...ㅠㅠ

 

아....그냥 어차피 결국 우려하던 쪽 당한 거.....

왜 기어코 하드를 얻어먹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는지....

그런 사람한테 얻어먹는 걸 왜 신선한 경험이라 생각했던 건지.....

어쨌든 천신만고 끝에 매점 도착.....

 

그냥 빨랑 하나 얻어먹고 자리 뜨자..이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순간 한 50미터 정도 멀리 깍두기로 보이는

떡대 좀 있는 아저씨 한 분이 저희 쪽으로 걸어오시더군요.

 

“어이 형님~”하면서 반갑게 숙자 아저씨....손을 흔듭니다.

 

딱 보기에 형님 같아 보이진 않는데..=_=; 아는 사람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그 때 멀리 있는 그 형님이라는 사람한테 저를 손가락질 하면서 소리치데요.

 

 

“형님~얘 하드 하나만 사줘요~”“형님~얘 하드 하나만 사줘요~”“형님~얘 하드 하나만 사줘요~”“형님~얘 하드 하나만 사줘요~”“형님~얘 하드 하나만 사줘요~”“형님~얘 하드 하나만 사줘요~”

 

그 형님이란 분 아무 말도 없이 저희 쪽으로 걸어오다가 갑자기 뛰어오더니

숙자 아저씨 죽빵을 날리고 숙자 아저씨는 기절하더군요.

진짜 말 그대로 그냥 질질 끌려갔습니다.

 

아…진짜 순간 말이 메아리쳐서 들릴 수 있다는 거랑, 패닉 상태가 된다는 느낌..

이 때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그 기괴한 청가방을 든 채로..

저는 그냥 멍하니 끌려가는 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하드 못 얻어먹고 그 청가방 든 채로 한동안 걍 멍하니 서있다가.. 가방 어떡하지...

이 생각이 들더군요. 앞에 정자 보이길래 살짝 내려놓고 아저씨 끌려간 반대편으로

사람들 시선 받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도망갔습니다.;;;

 

 

제가 좀 말을 재미없게 해서 길기만 길고 별로 안 재밌으실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덧붙인 거 0.1%도 없는 실화 구요. 뭐 지금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이네요.;;ㅎㅎ

지금은 그 때 음악 하던 거... 계속 해서 결국에는 디지털 싱글앨범도 냈고.........

옛날에는 이거 음악 해서 성공하면 얘기하자 해서 꽁꽁 묶어두고 있었던 건데..ㅎㅎ

체념 반 아쉬움 반 해서 외국에 취업 되어서 일주일 후에 떠납니다.

뭐 취미로라도 계속 하긴 할거지만...^^; 이런저런 정리하는 김에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과연 이 글 제대로 읽어주실 분이 몇 분이나 계실라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항상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