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에 걸렸습니다. 제 병 좀 고쳐 주십시오.

푸른바다200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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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에 걸렸습니다. 제 병 좀 고쳐 주십시오.


새벽녘 먼동 터지는 소리에 화들짝 일어납니다.

새들 조잘대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동구 밖 낯선 사람 지키는 까치소리 까치까치

두엄 뒤지는 저 새는 무슨 새 입니까

잘 익은 무궁화 열매 쪼아대는 직박구리 소리

참나무 구멍 뚫는 딱따구리 소리

까투리 부르는 콩밭의 장끼 소리 꿩꿩~~꿩

노란 열매 탱자나무 사이사이 휘집는 뱁새 소리

처마 밑에 참새 가족 옹기종기 모여 조잘조잘 

이름모를 산새들은 왜 그렇게도 종알대는지

밤새 감나무 가지에 앉아 사냥 끝낸 소쩍새  소쩍소쩍

새들의 조잘조잘 종알거림 때문에 깊고 느긋한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고운 햇살 마루 문지방 살살 기어드는 간지럼소리에

맑은 향 잘 덖은 작설차 한 잔 들고

그늘 푸짐한 목련 아래 앉아

시절 없는 가벼운 상념에라도 잠길라치면

수정보석 뽐내는 석류의 찬란함에 눈이 시리고

능소화 꽃떨기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이 놀라 

늦게 핀 장미 한 송이 애처로움에 다시 한 번 보고

못 생긴 돌배 미워하면서도 투박한 아름다움에 미워하지 못하고

붉은 대추열매 숫자 세다 머리 어지러워 사알짝 눈 돌리면 

익어가는 풋 감 홍시 생각에 군침이 먼저 돌아

청포도 술 삭여 손님 오기 전 앞질러 취해버려

안주로 풋 콩 삶아 고소한 콩 내음 입안에 감돌아

그 향내 뒤로 하고 마음은 벌써 취하여, 취하여.........


망개 열매 따다가 목걸이 할 까 팔찌 할 까 

고추 열매 붉게 타는 정염에 가슴이 콩닥콩닥 고추처럼 타올라

열 오른 뜨거움 식히려 둑길로 나서면

발길 막은 강아지풀 살강살강 종아리 타는 간지럼

하늘하늘 흐르는 코스모스 고운 꽃 강  꽃배 띄워 한들한들 님 부르는 소리

쑥부쟁이 끈질기게 숨겨둔 사연 노래 노래 부른다.

구절초 아홉 굽이, 굽이굽이 피어있고

하늘 흐르는 뭉게구름 하염없이 맑디맑은 영혼을 부른다.

햇살은 금가루처럼 묻어나고 하늘은 흰 옷고름이라도 적시면 금방이라도 파르라니 물들여 질 듯 깊기만 합니다.


청솔가지 송깃송깃 솔가리 뿌리는 그리움

시냇물 졸졸졸 가재는 놀라지도 않고

송사리 송알송알 게으르게 실 여울 오른다.

사마귀 앞 발 들어 사나움 시위 하고

접 붙은 고추잠자리 사랑의 부끄러움에 가슴은 팔딱팔딱

왜가리는 시냇물에 발 담그고 피라미 쫒는다.

꽃 뱀 또아리 틀어 해바라기 하는데

청설모 청솔방울 요리조리 굴리고

다람쥐 질세라 앞 발 들고 도토리 도리도리

엄마소 움~~메

송아지 엄~~메

나를 따라 나선 우리 집 강아지  먼 산보고 멍 멍 멍

뒷산 암자의 가녀린 목탁소리 외로운 풍경소리

하늘에 구름 떨어지는 소리인가  하느적 하느적 

비 갠 뒤 동산너머 곱게 뜬 무지개다리 희망꾸미는 소리 비단비단 칠색비단

허수아비 참새 쫓는 소리 허~~ 수레 허~~ 수레 이 가을 다 익도록

신식 허수아비 총 쏘는 소리 빵빵~~~ 귀청 울리고

시냇가 아이들 미꾸라지 잡는 소리 미끌미끌 시끄럽다.


대나무 잎 새 간질거리는  바람소리 때문에

소슬바람 갈대 타는 곱살거림 때문에

왕 벚꽃 붉게 익어가는 가을의 연모, 연모의 정 때문에

은행잎 노르라니 부채 살 흔드는 앙징거림 때문에

목련 잎 새 황토 빛 단풍 물드는 구수한 소리 때문에

바람 먹은 은사시나무 반짝반짝 비늘 뒤집는 소리 때문에

들꽃에 맺힌 이슬방울 송알송알 구르는 소리 때문에

처연한 해바라기 씨알 소복하게 익어가는 풍요의 소리 때문에

붉게 터진 석류 알 알알이 찬 내 마음의 보석 때문에

결실의 모든 대지 풍요의 즐거움 때문에

들국화 인자한 노오란 꽃웃음 때문에

소리소리 찬란하고 사랑담은 그리움의 소리들 때문에…….


밤이면 아우성치는 밤의 소리소리

귀뚜라미 귀똘귀똘 쓰르라미 쓰르릉 쓰르릉

달뜨는 소리, 계수나무 토끼 방아 찧는 소리

사연 많아 쏟아지는 별들의 합창 소리

긴 사연 세월 간직한 은하수 흐르는 소리 또로롱 또로롱

별똥별 지붕위로 또르륵 구르는 소리

특급 편지 전달하는 유성의 살 쏘는 소리

등대 불 휘감아 바다를 내달리는 생명의 소리

파도소리, 뱃고동소리, 소라의 휘파람 소리

갯바위 옆걸음 게들 거품 메우는 소리 허겁지겁 비눗방울 날리고

연인들 밤새워 모래 밟는 소리 뽀드득 뽀드득 뜨거워지고

소리소리 소리들의 찬가 때문에…….


눈은 시리고 아리고, 귀는 간질간질 환청, 이명, 공명의 아름다운 해악(害惡)

먹지도 않은 포만감으로 가득 찬 사랑의 소리들 때문에 …….

보이지 않는 그리움 한 아름 찬란한 소리들 때문에…….

어지럼증 어질어질 하늘 가득 어질어질


즈믈녘 서늘한 목련그늘아래 딸년의 느긋하니 책 읽는 소리 때문에

아내의 살찌는 소리 뽀드득 뿌드득

시(詩)의 낭송 재잘거림에 ‘보들레르’ 반가이 맞아주고

‘괴테’는 ‘파우스트’ 친구하여 걸음 총총 다잡아온다

샹송·칸소네·팝송·모차르트의 세레나데 까지

그림으로 흐르는 ‘오드리 헵번’, 로마로 가자고 유혹하고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산에서 바질바질 손짓 한다


보이고 들리는 모두가 나를 유혹하며 어지럽게 합니다.


도시 살이 여러 해에 조금은 섭섭한 마음으로 상자 같은 아파트 싱거운 사람주고 동해 바다 끼고 들판 가로 질러 양지 바른 동산아래 가슴 가득하니 너른 땅 살갑게 마련하여 시골 살림살이 한지  삼 년여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시골 살이 한 후에 모질게 걸린 풍토병입니다.

이제는 도시로 한 발 내 디딜 수 없는 희귀병에 걸렸습니다.


누가 제발 제 병 좀 고쳐주십시오.

애비의 이런 아픈 병을 보고도 딸년은 옆에서 마음이 뿌듯, 오감이 포근해진다고 도리질 합니다.

오늘도 암탉 알 낳고 홰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상수리 떡갈나무 도토리 꿀밤 떨어지는 소리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누가 제 병을 고칠 수 있는 좋은 병원을 소개해 주십시오.

용한 의사를 알고 계신다면 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잘 익어 보석 알 가득 찬 석류 한 쟁반

잘 익어 달콤한 대추 두 쟁반 고마움 가득 담아 보내 드리겠습니다.

새콤하고 달콤한 뺨 붉은 사과 서너 알은 덤으로 드리지요.

사과를 싫어하신다면 못 생겼지만 향그르운 모과라도 몇 알 보내 드리겠습니다.

예쁜 꽃호박 두어 알이나 수세미 한두 개도 드리지요

쌈을 좋아 하신다면 정말 매운 고추와 농약 안 친 상추와 쑥갓 몇 단도 덤이지요.


제 병을 고칠 수 있는 좋은 병원을 소개해 주십시오.

용한 의사를 알고 계신다면 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으로 후사 하겠습니다.


엎드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제 병을 고칠 수 있는 좋은 병원을 소개해 주십시오.

용한 의사를 알고 계신다면 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치유될 수 없는  풍토병을 앓고 있는 푸른 바다가 

 

*작년 가을에 쓴 글입니다.^^*

가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