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헤어졌습니다

CGEH2007.12.12
조회407

제 남자친구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같이 길을 걷다가도 짧은 치마 입은 여자만 지나가면 눈돌아가며 대놓고 좋다 말하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솔직하지만 여자친구 배려는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쁘다는 말 할 줄 모릅니다. 고맙다는 말 할 줄 모릅니다. 사랑한다는 말 할 줄 모릅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할 줄 모릅니다. 남자친구가 잘못해도 결국엔 제가 먼저 화해합니다. 네 전 자존심도 없습니다.

 

밀고 당기기 그딴걸 왜 하냐고 합니다. 쓸데없이 시간낭비, 에너지낭비 하지말고 서로 좋아하면 만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주일에 전화오는 횟수는 평균 3번정도 입니다. 대신 네이트온으로 매일 대화를 합니다. 그래서 전화할 필요 없다고 하니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끔 하루, 이틀이 지나도 대화도 없고 전화도 없을땐 저도 궁금합니다. 얼마나 참을까 하며 연락올때까지 기다립니다. 기다리다 지쳐 그동안 왜 연락 안했냐 하면 '니가 먼저 하면 되잖아' 하는 사람입니다.

 

밤늦게 택시 타고 갈때 택시넘버 안 봐 줍니다. 자기가 마중나와서 타고 가니 괜찮다 합니다. 듣고 보니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택시타고 집에 도착해도 도착했냐는 전화 절대로 안 옵니다. 제가 전화합니다. 나 잘 도착했다고... 그러다 제가 전화 없어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전 휴학생, 남자친구는 대학생입니다. 늦은 밤, 남자친구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잠시 쉬며 TV를 보는데 남자친구가 잠이 들더군요.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타고 가는 상황이었는데 혼자 타러 나가기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치만 시험공부하느라 많이 피곤했을텐데 깨우고 싶진 않았습니다. 푹 쉬라고 조용히 TV끄고 불끄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남친은 지인의 전화를 받고 새벽 2시에 나이트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가수인 채연을 보러요. 노래 부르고 퇴장하는 것만 보고 바로 집에 왔다고 합디다. 워낙 솔직하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분명한 사람인걸 알기에 그 부분은 믿었으나, 남자친구를 배려한 저의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단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그치만 또 참았습니다.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큰 문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비음주자이며 여기저기 산이나 공원으로 놀러다니기 좋아하고, 남자친구는 오로지 술먹는 것만 좋아합니다. 서로 노는 물이 너무 안 맞는 우린 유일하게 잘 맞는게 밥 잘 먹는 것입니다. 그러나 밥만 먹고 헤어지는게 한계가 있더군요. 어느날은 너무 데이트가 하고 싶어서 아침일찍부터 나가자고 졸랐습니다. 어디어디 공원 가고 싶다. 대학캠퍼스 가서 산책하자. 아이스링크장가서 스케이트 타자. 아니면 주변 어디에 가서 자전거, 인라인 타고 싶다. 남자친구 한마디로 자릅니다. 그런거 쓸데없이 왜 하냐 합니다. 본인은 술먹는 게 제일 좋다고 합니다.

 

여름엔 친구가 있는 강원도에 놀러간다 하더군요. 하룻밤 자고온다며 바다에 놀러간다 합니다. 제가 걱정을 하니 저도 같이 가자 하네요. 전 외박이 안되기에 거절했습니다. 남자친구는 가더니 연락두절이 되었습니다. 전 은근 걱정도 되고 화도 났습니다. 나중에 말하기를, 핸드폰이 바다에 빠져 고장났다 합니다. 진짜로 소금물에 부식되어있더군요. 술먹고 운전하다 사고도 냈더군요. 음주운전하지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다행히도 주차장에서 후진사고여서 상대차도 파손이 없었고, 인사사고도 없이 자차만 자체수리하는 쪽으로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화가 났던 것은, 바닷가에서 술먹는 자리에서 합석시도를 했다고 말합니다. 부킹이라고 하죠. 합석시도를 하면서 거절은 처음 당해봤다 하면서 본인은 여태까지 한번도 거절당한적이 없었다며 아쉬워하더군요. 전 눈에서 불똥이 튀더라구요. 그래서 화를 냈더니 아랑곳하지도 않고 태연하게 말합디다. '너도 바다에 놀러가면 그렇게 해. 너라고 안 할것 같아?' 

 

케이블방송의 모 프로그램(연애@변의 법칙)을 잠깐 보고 남자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만약에 나보다 더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적극적으로 대쉬하면 나와 사귀고 있는 도중에 흔들릴꺼냐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자친구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하더군요. '그 여자의 재력을 보겠다'라고 하더군요. 전 당연히 절 선택할 줄 알고 그 여자랑 저랑은 재력이 같다 라고 했죠. 그렇다면 그 여자를 선택하고 합디다. 당황한 저는 왜 그러냐며 물었고 한마디로 제 입을 다물게 합니다. '너같아도 그럴거다' 라고 하더군요. 생각해 보니 그런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결국 저를 선택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또 실망했습니다. 사랑이 부족한 거겠죠.

 

그렇지만 오래 사귀었습니다. 성격이 불같은 사람입니다. 평소엔 잔잔하다 어쩌다 한번 심기를 건드려 폭발하면 너무 무서워서 항상 비위맞추며 만나왔습니다. 너무 좋아했으니까요. 남들이 다 이상하다 해도 그 사람 눈에 이쁘게 보인다면 그걸로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100일을 넘기고 200일을 넘기고 300일을 넘기고, 어느새 1년을 넘기고 400일도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젠 지친 걸까요?

 

회사 퇴근 후에 학교에 있는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이틀 연속으로 두 번이나 바람맞았습니다. 이유는 제가 퇴근시간인 6시 이전 5시만 되면 꼭 졸리다며 학교 연구실에서 잠들어버립니다. 오늘은 꼭 만나야한다며 오늘 시내에 가야한다며 자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러나 또 잠들어버렸더군요. 전화로 간신히 깨워서 학교와 회사 중간지점에서 만났습니다. 방금 자다 나온 듯한 모습이 귀엽습니다. 잠이 덜 깨서 말도 어리버리하게 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제가 더 많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제 손을 먼저 잡아주지 않습니다. 제가 항상 팔짱을 낍니다. 오늘은 춥다며 제 팔짱을 안 받아주더군요. 사람많은 길에서 거절당하는게 부끄러워 억지로 팔짱을 끼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버스를 탔습니다.

둘이 나란히 서서 가다가 제 옆에 자리가 나더군요. 남자친구도 서있으니 저도 같이 서있고 싶어 앉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남자친구 옆 쪽에 자리가 나더군요. 남자친구는 생각할 것도 없이 혼자 가서 앉더군요. 남자친구와 단 둘이 서있다가 저만 혼자 서있으니 너무 민망하고 무안하더군요. 남자친구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자리 양보해주면 안되겠냐고.. 싫답니다. 더이상 매달릴 수가 없었습니다. 뒤에서 앉아있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기에 남시선 의식하면 안되지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남자친구는 앉아서 가고 저는 서서 가며 많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구나. 내가 김태희만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면 그래도 나를 모른척 하고 혼자 앉았을까? 결국 나랑 같이 있는게 부끄러워 혼자 외면하고 앉았구나. 그게 아니라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기에 배려할 줄 모르는거구나....

 

제가 버스 의자에 앉아서 가고 싶어서 이렇게 옹졸한 마음을 갖는게 아닙니다. 남자친구는 저를 쳐다보며 묻더군요. '삐졌냐?' 전 쳐다보지도 않고 '응'이라고 대답합니다.

 

버스에서 내려 혼자 걸어갔습니다. 보나마나 남자친구는 뭐 그런것 같고 삐지냐며 대수롭지않게 따라오겠죠. 횡단보도에 멈춰서자 뒤에서 남자친구가 말합니다. '왜 혼자 가고 그래~'

그래서 전 말했습니다. '어차피 따라올 거잖아.'

그렇게 말하자마자 에이 ㅅㅂ 하면서 욕소리가 들립니다. 신경끄고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다 건너고 뒤 돌아보니 남자친구가 없네요.

따라올 줄 알았는데 따라오지 않았네요.

시력이 좋지 않은데 한참 후에 뒤돌아서 담배피며 혼자 되돌아 가는 남자친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제가 또 화나게 했나 싶어 아차 했습니다. 그러나 뒤따라가기엔 이미 러쉬타임의 차들이 터져나와 횡단보도를 되돌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 반대편 인도에서 남자친구를 따라가며 전화를 했습니다.

 

두번만에 받더군요. 한블럭 건너 횡단보도에 서있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화내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빨리 따라오라고.

싫답니다. 짜증난다고 집에 간답니다.

짜증내지 말라고. 그럼 나랑 밥먹고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무조건 싫답니다.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후회 안 한다고 하더군요.

그 길로 저도 되돌아서 집에 왔습니다.

 

좌석버스를 타고 한참을 울고 울어 버스에 탄 사람이 나밖에 없을때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려서 걸어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역시나 연락 한번 없고, 이젠 정말 끝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를 배려해주지 못하고,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고, 여자친구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저도 그 순간엔 마음이 울컥해서 반지를 빼 버리고 그 사람이 준 시계며, 책, 가방, 옷이며

다 안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렸습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번호 삭제했습니다. 그래도 통화기록은 남더군요.

이젠 정말 끝이라며 마음 독하게 먹고 네이트온 친구 삭제 했습니다.

일촌 끊었습니다. 클릭 두번이면 다 되더군요. 커플미니미 끊고, 사진, 일촌평 지웠습니다.

 

이제 남자친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2시간.. 3시간이 지난 지금.

전.. 후회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못 이긴척 전화하길 기다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이 마음이 누그러져 다시 전화오면 모른척 받아줘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내일 아침이 되면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반지를 끼고 출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답답한 마음을 어느 누구에게도 나누지 못해

이 곳에 끄적입니다.

이별통보도 하지 않은채 이젠 끝이라며 혼자 이러고 있습니다.

힘내라는 단 한마디라도 좋습니다.

저에겐 위로의 단 한마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