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엄마 #1-"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삼촌..사랑합니다"

하얀비둘기2007.12.15
조회290

오리엄마

 

당신의 질책하는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당신의 으름장이, 당신이 자주 해줬던 못생긴 계란말이가..

이제는 볼 수 없는 이유로...보고싶습니다..당신의 곪은 손을 단 한번도 살뜰이 잡아주지 않았던 그때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하고 싶습니다..'오리엄마 사랑해요'

 

1# -삼촌의 죽음-

 

그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현규는 삼촌이 안온다며 보채기를 몇시간 째, 숨이 넘어갈 듯 울어 재낀다. 빗소리에 현규의 울음소리를 묻고 애써 외면해 보지만 삼촌이 걱정되는건 수정도 마찬가지다.

5살배기 남동생 현규와 11살 제 나이또래 아이보다 조금 일찍 철이든 수정은 이 모든 상황이 짜증이날 따름이다. 어제밤 삼촌의 연락을 받고 오늘 아침 일찍 보겠나 싶었는데 기대에 못미치자 화가난 것이다.

오디농사를 하는 삼촌은 이렇게 비가 줄창 오는 날이면 트럭을 끌고 집으로 오는 옥정 고개를 넘지 못한다. 그때마다 삼촌은 내장산의 가장 싼 민박에서 하루를 묶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늦으면서 연락이 없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수정은 삼촌이 걱정돼 바짝 깎은 손톱만 연신 물어 뜯고 있다. 그때 산고개를 넘어 간신히 닿은 전화가 시끄러운 정적을 깨고 더 요란하게 울렸다. 

시끄럽게 울던 현규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삼촌의 전화일지도 모르는데 수화기를 들지 않는 수정을 애타게 쳐다봤다. 시선을 느꼈는지 수정이 담담한척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왜이제야 전화해!!!!!" 삼촌이 오지않는 두려움을 없애보려고 소리를 지른 것인데 전화기 반대편에선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강진원씨 댁맞나요"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긴장한 수정은 수화기를 귀에 바짝 밀착시키며 말했다. 

"예. 맞는데요. 누구세요?"

"전주 한마음 병원입니다. 강진원씨의 가족으로는 조카가 있다고 들어서 이렇게 연락하게 됐습니다..."

"예?삼촌이 왜요?"갑작스런 병원으로부터의 연락에 당황했지만 현규가 보고 있어 말을 잇지 못하고 의문만 던질뿐이었다. 수정은 불안한 마음으로 귀가 타들어가는 듯 했다.

"강진원씨가 빗길 사고로 인해 사망하셨습니다...지금 이곳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수정은 못들었다...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이 낮선남자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전주 한마음 병원에 가면 삼촌을 볼 수 있다고.. 그렇게 들리는 것 같았다.

덤덤하게 주소를 받아적은 뒤, 수정은 어린 현규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싱크대 오른쪽 수납장을 열고 컵에 담긴 삼촌의 비상금 5만원을 손에 쥔채 고개 아랫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얼마나 걸었을까

"으에에에에에 다리! 허어어엉 누나아 아프다고 허어어엉" 뒤따르던 동생의 울음보가 또 터졌다. 수정은 동생의 울음을 멈추게 하기위해 더 크게 소리지르고 타일렀다. "울지마!!!!! 삼촌 기다리고 있대!! 그러니까...울지마..아래 내려가면 누나가 포켓몬스터 초코빵 사줄께"

누나의 애원에 울음을 그친 현규는 엎어달라며 칭얼댄다. "그래 알았어 누나가 엎어줄께 누나한테 엎히자. 잇쌰"

얼마나 걸었을까 옥정 고개부터 내장산 시내버스가 위치한 곳까지 다다랏다. 버스비 1000원을 지불한 뒤 제일 뒷좌석으로 가 먼저 동생을 눞힌뒤 자신도 편히 앉았다.

수정은 그때서야 비로소 긴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피터지고 부르튼 자신의 발보다 동생 현규의 얼굴에 묻은 떄꾸정 눈물 자욱에 마음이 아팠다. 물묻은 휴지로 깨끗하게 닦아낸 동생의 얼굴을 보며 삼촌에게 혼날 걱정을 덜었다는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읍터미널에 도착한 수정은 꼬깃꼬깃 오디의 보랏빛 물이 든 지폐한장을 꺼내며 "전주 두장이요" 라는 말을 간신히 내뱉었다. 중간에 잠을 깨운 누나를 원망하듯 현규는 심통을 부렸다. "누나 거짓말했어!! 내빵!!!!", 현규의 심통에 체머리를 흔드는 수정 

"알았어 기다려 여기서" 동생이 원하는 빵을 입에 물린뒤 전주 직행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한시간정도를 달린뒤 전주 도착. 숨가쁘게 달려와 이미 탈진상태였다. 주저 앉고 싶은마음이었지만 손에 쥐어진 3만원 남짓 돈으로 택시를 잡았다.

"한마음병원이요..." 수정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동생과 삼촌이 기다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뒤, 수정은 강진원이라는 이름을 대며 삼촌을 찾았다.

"저희 삼촌 강진원. 이름없어요? 선생님한테 전화왔었는데 우리 기다리고 있다고.."

"잠시만.....어 이런 어쩌지?....미안한데 아무래도 너희가 병원을 잘못 안 것 같다"

"여기 있다고 했어요. 찾아주세요"다부지게 말한뒤 힘들어하는 동생을 데리고 검은 쇼파위에 몸을 뉘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간호사가 당황한 듯 말을 했다. "김간! 여기 오전에 사고당해서 온 사람아니야?"

"응? 오전?!!.. 그 숨진사람?? 그 사람 이름이 강진원이야?"

"그래. 안그래도 확인했는데 영안실에 그사람 이름 있더라. 빨리 얘들한테 말해"

"내가 어떻게;.. 선생님한테 연락해봐"

얼마나 지났을까 수정은 그간의 피곤함을 이 검은 공간에 다 버려낸듯 개운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수정은 아직도 쌔근쌔근 잠을 자는 동생 현규를 잠시보다 아차하는 마음에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하얀가운의 의사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수정이 깨기만을 기다렸는 듯 했다.

"니가 수정이니?"

어디선가 낯익은 기분나쁜 목소리에 수정은 "맞는데 왜요?"라며 쏴부쳤다.

"삼촌보러 가야지.."

"맞다 삼촌...아 잊고있었네....!!! 삼촌 어딨는지 아세요???"

"따라올 수 있겠니?"

"네!"

지하...기분나쁜 향냄새. 고갯마을 보금자리에 있을때, 이 냄새가 진동하는 날이 오면 여자는 절하는 것이 아니라며 저리 가있으라고 호된 꾸지람을 했던 삼촌이었다. 매년마다 삼촌이 지극정성으로 마련한 제사상이 차려진 날이면 나던 그냄새가 지금  수정의 코를 시리게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이 닿은 그 방의 한가운데 삼촌의 사진이 보였다.

"삼촌...왜 거기 있어? 선생님 왜 삼촌이 저기있어요?"

"수정아 삼촌은 몸이 너무 아파서..그래서.... 너희를 잘돌볼수가 없어서... 하늘로 가신거야...그곳에서 너희를 지켜주시려고..."

"..왜...왜 기다린다면서 기다린다고 했잖아...기다렸잖아 왜그랬어!!!!!!!!!!!!!!!왜!!!!!!!!!삼촌아니야 거짓말이야!!!!!삼촌!!!!!!!"

수정은 자리를 박차고  의사앞에 무릎꿇은 채 비명을 질렀다.

"살려주세요!!!!!!!!!! 으허어어엉  제발 살려주세요!!!!!아니에요!!!그죠 아직이잖아요 삼촌 어떻게 해주세요. 우리는 이렇게 여기 있는데 아무도 없는데 삼촌밖에 없는데!!!!!!!!!!! 아니잖아요!!! 살려주세요 삼촌만 살려주시면 뭐든지 다할께요 으허어엉 살려주세요....."

의사는 조심스럽게 삼촌이 사고직전에 품고있던 것이라 말하며 수정의 손에 한아름 안겨줬다...

수정의 손에는 싸구려 담배 한갑과 달콤해보이는 색색의 사탕 3봉지, 3켤레의 피뭍은 빨간무늬 하얀 양말이 들려있었다...

 

언젠가 어릴때 삼촌에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삼촌 왜 우린 엄마 아빠가 없어?"

"엄마 아빠가 없어서 싫어??",

"...나는 세상에서 계란말이가 제일 좋은데...엄마가 해주는 게 먹고싶단말야.."

"삼촌도 계란말이 잘하잖아~...삼촌은 말야... 결혼 같은거 안해도 이쁜 딸 수정이랑 잘생긴 아들 현규를 키우고 있어서 너무 행복한걸?

"삼촌! 결혼이나 해라!!"

"이녀석이~ 삼촌이 이번 농사 끝나면 스키장 데려간다!"

"정말??!!! 우와! 이힛 삼촌아 또 돈벌면 나 하얀양말 사주"

"왜?? 지금 양말 있잖아" 

"맨날 검정얄망만 신고!! 나도 흰양말 신고 싶단말야 우리반에서 맨날 놀림받아 나도 다른 여자얘들처럼 흰양말 신고싶다고"

"알았어~ 삼촌이 흰양말 많이 사줄께!!"

"삼촌!!! 현규능!~~ 사탕사져!!"

"우리 현규 사탕? 당연하지!!!하하하"

 

 

"삼촌...우리 스키장가기로 했잖아...농사도 끝났다고 너무 푹쉬는 거 아니야?...우리랑 놀아야지..

삼촌 내가 의사선생님한테 말하면....나아서 우리 스키장도 갈 수 있을꺼야....그리고 스키장 가서 재밌게 놀자...삼촌 그때는 아빠라고 부를꺼야....왜냐면 난 삼촌 딸이니까....."

 

---------------------------------------------------------------------------------#2는 반응보고 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