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이야기2...

검은천사2003.07.29
조회581

교수님과의 프로젝트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나간 월요일 오후,

지하철에서 오늘 시간이 안되겠다는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

친구가 있는 서울대 입구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와 굉장히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그 친구는,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해 주려 무던히 애를 썼다.

파주에 사는 오랜 친구가 그 자리에 합석하겠다는 연락이 오고,

다같이 저녁 먹기로 결정을 한 다음

비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단골 노래방을 찾았다.

 

노래방에서 첫 곡으로 Tim의 '사랑합니다'를 부르고 있던 도중

몸이 안 좋다던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힘없는 목소리속에 반가움이 묻어나던 여자친구는

내 노래가 듣고 싶다고 했다.

전화기를 열어둔채, 벌써 며칠째 잠을 잘 못자 갈라진 목소리로,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나비효과의 '첫사랑'을 불렀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내 친구는 '너 오늘 그목소리로 노래부르믄 100% 깨진다'며

혀를 끌끌 찼지만, 여자친구의 촉촉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너무나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요새 종종 우울해지는 그녀를 위해, 그리고 내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나 자신을 위해,

나와 내 친구의 노래방 원격 콘서트는 그렇게 30분 가량 계속되었다.

부족한 잠과 끊었다가 잠시 손을 댄 담배 때문에 내 목소리는 엉망이었지만,

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내 모든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내 친구는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열심히 받아서 불러주기도 하고, 여자친구가 듣고 싶어했지만

내가 아직 불러본 일 없는 Nell 'stay'를 대신 불러주기도 했다.

우리가 너무나 자주 불러서 호흡이 척척 맞는 skid row의 'monkey business'를 끝으로

노래방 시간이 종료되었을때, 밝아진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내 마음이 솜털처럼 가벼워짐을 느꼈다.

 

노래방을 나온 후, 파주에서 온 친구가 합류하고

우리 셋은 근처 Cocos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의 20년 지기이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인 파주친구는

한참 어리고 방황하던 고등학교 때,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나와 함께 기타를 배웠었다.

대학때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며, U2의 노래를 유독 잘하던

그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던 나와 다른 친구는

어처구니 없게도 저녁을 먹고 또 다시 노래방으로 향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물을 사들고 나서던 무렵, 다시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여자친구의 목소리는 다급함과 불안함이 짙게 배어있었다.

어디 있느냐고...

나를 만나려고, 잠시라도 얼굴 보려고, 힘들게 길을 나섰는데, 내가 너무 멀리 있다고...

왜 우리는 이렇게 엇갈리는 거냐고... 그녀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

그녀는 그렇게 울먹였다.

시간이 없는데....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얼굴만 볼 수 있다면....

나는 멀리 나와서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었던 내 자신의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에게 있던 시간은 불과 10~20분.

서울대에서 우리 집까지 최소한 40~50분이 걸린다.

 

울먹이던 그녀가 전화를 끊은 후,

나는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던 두 친구에게 억지웃음을 지어보이고,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기 위해 억지로 노래방에 들어갔다.

대중가요 가사같은 것에 마음아파하는 일은 정말 유치한 짓이라고 여겼던 내가,

고현욱의 '헤어지지 말자'를 부르면서, 왠지 속에서 울컥 치밀어오르는

그런 무언가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미 낮에 한계를 넘어 버린 목소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눈까지 뜨겁게 만들어버린 울컥거림을 토해내려,

바보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내 자신이 비참했다.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채,

최소한 보고 싶을때 달려가주지도 못한 채,

이런 곳에서 궁상을 떨고 있는 내 자신이 죽을 만큼 비참했다.

 

'미안, 나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겠다.'

어느 정도 사정을 눈치채던 한 친구는 말없이 안쓰러운 눈으로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었다.

혹시나 전화기 진동을 못 느낄까봐 왼손에 전화기를 들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한손으로 한참 세수를 했다.

물소리에 내 흐느낌이 묻히고, 수도물에 내 눈물이 감춰질때까지 한참을 세수를 했다.

당분간은 노래를 부르기 힘들겠구나....

감각이 없어져버린 목과, 그만큼 예민해져버린 심장때문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지하철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