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쓰러져있는 여자를 보면..

2006.11.09
조회4,742

요즘 사회가 너무 인정이 없다거나 메말랐다거나 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하긴 그 말이 맞죠...

그런데 저같이 그냥 평범한 입장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으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남 일에 인정쓸 여유없이 자기 앞가림만 하는 생활...

 

그런 생활을 하지 말라면, 대체 그럼 할수 있는 일이 뭐가 있냐고 말이죠.


저는 예전 초겨울에, 길거리에 혼자 쓰러져 있는 아가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가 다 드러나 있었는데, 술을 많이 마셨는지,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 벽에 기대어 있더군요.


어떡하지? 이 여자애를 일으켜 세워서, 영화처럼 모텔에 데려다주고 재워줄까...

 

경찰서나 파출소에 신고라도 할까...

 

그러나, 저는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모텔에 데려가서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해 보세요.

 

과연 저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겠습니까?

 

당장 강간미수로 신고하면 저는 그날로 인생 끝인데요.

그리고, 신고해서 경찰이 와서 데려가게 했다고 해도 그렇죠.

 

이 여자가 제 눈에 띄기 전에 어디서 뭐를 하다가 온건지도 모르는데,

 

제가 추행범으로 몰리면 그 다음에는 누가 제 결백을 책임져 줍니까?

하다못해, 그여자가 자기 지갑이 없어졌다면서 저를 도둑으로 몰면 제가 그 앞에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설혹 나중에 가서 제 결백이 증명된다 하더라도,

 

그걸 위해서는 경찰서에 여러번 들락거리고 난리를 친 다음에나 가능하겠죠.

 


어떻게 할까 하면서 고민하다가,

 

저는 생각 끝에 그냥 이 여자를 냅두고 내 갈길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여자를 거리에 그냥 두고 왔습니다. 누가 딴 사람이 신고하기를 바라며 말이죠.

 


그래도 너무 걱정이 되어서 다시 그 자리를 가 봤는데, 그 아가씨가 없더군요.

 

앞의 담배가게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그 아가씨를 어떤 남자들이 데려갔다고 했습니다.

 

담배가게 아저씨가 제 얼굴을 충분히 보기 전에 전 그 자리를 피해서 잽싸게 아무 버스나 탔습니다.

 

그리고 멀리 이동한 뒤에 집에 갔죠.

 


그 남자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제발 엄한 사람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말로 마음이 무거워서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저는 또 그 자리를 모른척 넘어갈 것입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저는 이름도 모르는 아가씨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제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길을 택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