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하현 7~8

서연200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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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에 붙은 아르바이트 구함이란 종이에

하현은 홀린 사람처럼 쓱 그 앞으로 다가섰다.

상현이 길길이 날뛰던 모습이 걸음을 제지했지만

그보다는 반발심과 불안감이 먼저였다.

이대로 있으면 자신만 뒤에 남긴 채

상현이는 보이지 않는 미래속으로 달려나가버릴 것 같았다.

 

상현이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오빠라고 자신을 보호해 주고 싶겠지.

만약 입장이 바뀌어 자신이 누나이고 상현이가 동생이라면

안달하며 챙기는 것은 자신 쪽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도 상현이의 태도는 부담스럽다.

왜 나눠 지자고 말해주지 않는 걸까.

어째서 고집스럽게 끝끝내 혼자서 그 짐들을 다 떠메려 하는 걸까.

힘들어도 같이 손을 잡고 가는 길이라면 최소한 외롭지는 않을 텐데.

 

상현이는 부쩍 얼굴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가수가 되겠다고 말한 뒤로 육개월간은

잠깐이라도 꼬박꼬박 집에 들어와 잠을 자고 아침을 챙겨먹고 나가더니

그 이후로는 아예 숙소에 들어가 버렸다.

학교에서도 가끔 얼굴만 비치고 갈 뿐, 말 한마디 나눌 시간도 없었다.

 

곧 데뷔할 거라고 전해듣긴 했지만

달라진 상현이의 모습은 너무 낯설어서 타인같았다.

머리카락을 기르고 홀쭉해진 몸으로 우아하게 걷는 것을 보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몹시 우울했다.

 

알기나 하는 걸까.

내가 가장 못 견디는 게 뭔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해 나간다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호강같은건 바라지도 않아.

여태 나 충분히 호강하고 살았어.

절실한 건 체온이야. 같이 있어줄 사람이라고.

대체 넌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모르니.

 

지금의 넌, 상현이가 아니란 말이야.

상현이는 너처럼 웃지 않아.

너처럼 걷지 않고 너처럼 차가운 눈을 하지도 않아.

적어도 나한테만은 그랬단 말이야.

그러니까… 넌 상현이가 아니야.

 

기억은 하니?

너랑 나랑 아빠가 살았던 그 이층집.

정말 작은 정원에 달랑 놓인 그 벤치를.

거기서 우리 셋, 행복하게 살았던 것도 알아?

그럼, 오늘이 아빠가 떠난지 일년째라는 것도, 기억해?

작년 오늘, 너 내가 좋다고 말했던 것도……

우리 서로에게 기대서 춥지 않았던 것도……

넌 잊어버렸을 거야.

지금의 너는, 내 오빠 상현이가 아니니까.

넌, 이안일 뿐이잖아.

화려한 얼굴로 노래하는, ‘Lunacy’의 이안이니까.

 

하현은 신경질적으로 맥주캔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취기가 돌기 시작한 머리가 무거워 괜히 웃음이 났다.

바닥에 놓인 까만 색의 씨디를 들어서 물끄러미 들여다보니

낯선 얼굴의 상현이 차가운 눈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정말 모르겠다.

상현이 같은 구석은 하나도 없어.

숙소생활은 어때? 힘들지 않아?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다는데…..

너처럼 잠팅밥팅이 대체 어떻게 견디고 있는거니?

 

“쳐다보지 마. 너같은거 보기 싫어.”

 

하얀 얼굴의 상현이는 예뻤다.

어깨길이까지 기른 밝은 색깔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부드럽게 물결쳤지만 화사하게 물들여져 있었고

화장한 얼굴에 유난히 튀는 붉은 입술은 반짝반짝 빛났다.

그래도 아무리 예뻐도 상현이는 대답해 주지 않는다.

 

하현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져 상현의 얼굴을 덮었다.

상현이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멍하니 손가락으로 눈물을 문지르다보니 상현의 얼굴은 온통 젖어 있었다.

 

“꼴좋다, 나쁜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며 울리기나 하고.

너 없는 사이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넌 모를거야.

너한테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아니지?

너, 대체 뭣 때문에 그걸 하겠다고 나섰는지 잊고 있는 거 아냐?”

 

눈앞이 흐렸다.

상현이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현은 쉴새없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자신의 눈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바보같아.

울면서 하현은 정말로 스스로 꼴불견이라고 느꼈지만

도무지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하현은 다시 상현을 손가락으로 덧그리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바보야… 거기 있는 너는 내가 모르는 상현이야.

그러니까 난 네 팬 안 해.

우리 오빠라면 내가 팬 일호가 되었을 건데. 넌 아니니까… 안 할래.”

 

하현은 문득 왜 이렇게 서럽고 슬픈지 깨달았다.

그것은, 상현이가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상현을 잘 아는 것은 자신인데, 자신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앞으로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겠지.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눈물이 점점 더 크게 떨어졌다.

아득한 어둠 속에서 하현은 아픈 예감으로 둥글게 몸을 말았다.

자신의 팔은 아무리 꼭 껴안아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게 슬퍼서 더욱 눈물이 났다.

 

 

 

 

 

     8

 

처음 하는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사람들을 대한다는 건 의외로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하루에 여섯 시간일 뿐인데 이렇게 힘들다니.

하현은 새삼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위대해 보였다.

 

“어때, 할만해?”

 

아, 민후오빠다. *ㅁ*

열라 짱으로 멋지다.

이제 대학교 3학년인데 이 책방에서 알바만 경력 2년째란다.

덕분에 사장님의 전폭적인 신뢰를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이건 오전알바인 재련언니가 말해준 거다.

아주 얄미워 죽는다, 이 언니는. -_-;;

근데 참 이상한 것이 이 책방은 알바를 얼굴로 뽑나 싶을 정도라서…

가운데 낀 나는 정말 초라하다. ㅠ_ㅜ

민후오빠, 재련언니도 그렇지만 오전에 언니랑 같이 일한다는 지아언니도

보통의 미모는 가볍게 뛰어넘는다. 젠장. 기죽어서 살겠냐고. 띱. -_-)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에 다니는 민후오빠는 겉보기에도 무쟈 똑똑해 보인다.

범생틱하긴 하지만 그 분위기가 차가운 표정이랑 어우러지면 죽음. >_< 꺄아.

뭘까,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얼려 죽일 수 있을 거 같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무지무지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채용되었다고 전화가 왔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뭘 어째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왕이면 좋은게 좋은 거라고

오빠만 보고 있어도 입이 헤 풀리는 걸. 히히.

 

“오빠가 많이 힘드시죠. 아직 초보라 실수도 많이 하고…”

 

네, 나 바보예요. ㅜ_ㅜ

아까도 입력미스를 해서 날짜를 다 고쳐야 했다.

낑낑대고 있으려니 민후오빠가 손님들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민후오빠가 했으면 간단했을 일인데

내가 아직 책 위치를 다 못 외어서 그나마 쉬운 일 시킨다고 봐준거다.

그런데 오히려 그걸 복잡하게 만들어놨으니. -_ㅜ

 

“괜찮아, 처음엔 다 그런 거야. 차차 익숙해질거야.”

 

아아, 오빠란 이런 느낌일까? *_*

역시 나이차이가 나면 표정부터 다르구나.

이렇게 따스하고 자애로운 미소라니.

 

“근데 재수생이랬지? 근데 이렇게 알바같은거 뛰어도 돼?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셔?”

 

뜨끔. 아아, 그렇다. 문제는 이것. 난 재수생이라고 뻥을 깐 것이다. -_-

하지만 어쩌겠어. 그러지 않으면 여기 못 들어왔을걸.

친구뇬들이 그러는데 그나마 책방 알바가 제일 쉽고

편하고 생기는 것도 많다고 적극 밀어서뤼… -_-;;;

 

더구나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저 민후오빠였단 말이다!

오빠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와 수줍은 목소리로,

‘저, 아르바이트구해요?’라고 묻고 있었는걸.

나이를 물어보길래 나도 모르게 스무살이라고 해버렸어.

고딩을 누가 써주겠냐고.

덕분에 이렇게 나이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 찌릿찌릿한 신세지만. -_-

 

다행히 우리 학교는 교복도 안 입고

난 대학 안 간다고 미리 말해 놓은 바람에 자유로운 편이다.

성적을 아까와한 담임한테 상담도 많이 받았지만

대학을 간다고 해도 나 혼자 갈거다.

학교에서 죽치고 앉아 공부만 할 처지가 아니란 말이다.

고3이라고 주위에서 챙기는 건 팔자좋은 애들이나 할 짓이지.

그래, 난 박복한 뇬이었어. 크흑.

 

“같이 안 살아요. 미국에 계시거든요.”

“그래? 외롭겠네.”

 

대견하다, 하면서 오빠는 내 머리를 큰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은 오랜만에 접하는 체온이라 그런지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눈에 눈물이 고일 찰나 재련언니가 들어왔다.

 

“한풀꺾였네.”

“왔냐.”

 

재련언니는 카운터 옆의 작은 탁자위에 들고 있던 것을 턱 내려놓더니

긴머리를 둘둘 말아 볼펜으로 고정시켰다. 정말 예쁘다. *_* 

게다가 아앗, 저건 간식!!!! ((((0ㅇ0)))

 

“뭐 사왔냐?”

“탕수육이랑 떡볶이.”

“이게 어째 이런 조합이야?”

 

못마땅한 듯 이마를 찌푸리는 민후오빠는 귀엽기도 하지. 헤헤.

 

“하현아, 와서 간식먹어.”

 

지금은 밤 12시. 이제 손님들도 거의 끊어질 시간이다.

1시에 오빠랑 같이 문을 닫고 들어가면 그걸로 일은 끝.

초보인 내가 끼여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 요즘은 조금 빨리 시작한다.

 

“근데 니가 왠일이냐, 이 시간에.”

“들어가는 길에 우리 하현이 환영파티해줄려구.”

“음, 그러고보니 아직 그것도 안 했네. 지아는?”

“지아는 코스땜에 못 온대. 내일 코엑스에 가야 하는데 아직 완성 못 했다고 거의 죽어가.”

 

우옷! 지아언니가 코스뛰었어? 와아, 보고싶다. *ㅇ*

 

“아참, 그래서 말인데 하현아,”

“예?”

“내일 일요일이니까 아침에 나올 수 있지?

지아가 간다 안간다 자꾸 말을 바꾸는 바람에 너한테 아직 이야기도 못 했다.

지아랑 시간 좀 바꿔줘.”

“내일요?”

“응.”

“그렇게 할께요.”

“고맙다. 아유, 하현인 이쁘기도 하지.

보고 있으면 정말 꼭 끌어안고 놓고 싶지가 않아.”

 

재련언니는 날 끌어안고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언니한테는 좋은 냄새도 나고

나보다 키도 10센티가량 더 크니까 감싸인 느낌이 포근해서

나도 모르게 언니가 안아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헤헤. 아마 엄마가 없는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성인여자들한테 꽤나 약하다. ^_^

 

“야, 야. 떨어져. 네 악의 손길이 순진한 애 물들일까 걱정된다.”

“흥! 질투하지? 넌 못 하지? 메에롱.” >_<

“근데 지아언니 코스 뭐 해요?”

“왜? 너도 관심있어?”

“보고 싶어요. 지아언니라면 뭘 해도 어울릴 것 같으니까.”

“흠, 왠만하면 내일 가서 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 이렇게 하자. 시작은 10시부터지만 8시면 왠만한 준비는 다 할 테니 보고와.

사진도 같이 찍고. 지아 인기 많으니까 찍어두면 기념이 될거야.”

‘예? 그래도 돼요?”

“애초에 무리하게 말을 꺼낸 건 나니까,

이 정도는 서비스해줘야지. 안 그래? ^_^”

“그치만 언니 혼자 문열기 힘들잖아요.”

 

에휴, 하면서 언니는 내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신참, 네가 도대체 무슨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냐?”

“히잉, 언니이~” ㅠ_ㅜ

 

그런 말을 하면 제 존재가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ㅠ.ㅠ

 

“아, 그리고 민후 니가 하현이 데리고 갔다와. 최대한 빨리 밟을 것. 알았지?”

“어, 언니. 저 혼자 가도 돼요.”

“됐어. 남자새끼 이럴때나 써먹지 언제 써먹냐?

어차피 저것도 내일 코엑스 갈꺼야. 묻어서 갔다와.”

“오빠도 가요?”

“몰랐냐? 민후도 코스, 웁.”

 

그러고는 난장판이었다.

드럽다느니 주책이라느니…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유치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이 사람들도 어떤 의미로는 가족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은 거짓말을 하고 이 안에 섞였다.

거짓말을 한 걸 알게돼도 오빠나 언니는 여전히 나를 좋아해줄까?

그러면 좋겠다. 좋아하게 된 사람들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아.

조금만… 조금만 더 지나고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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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오랜만입니다. 

별로 기다리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

 

나름대로는 날마다! 를 목표로 한 거라서 

빼먹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닥 재밌는 얘기도 아니고 축축 처지는 내용이라 

봐주시는 분들께 죄송하네요. 헤헤. 

그런데다 게으르기까지!

아아, 죽여주세요. ㅠ.ㅠ

 

이제 안 빼먹을거얍!

보시는 분들도 저도 다같이 홧팅! 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