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리 나무 #20

아레쿠스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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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잘 먹었다.”


희진은 냉장고 문을 열고 캔 맥주를 꺼내온다.


‘저게 아직도 남아 있었나?’


그러고 보니 희진이 소영의 집에 들어와서 유일하게 자기 돈을

쓴 게 바로 이 캔 맥주뿐이다.

 

“느끼한 걸 먹어서 그런지 맥주가 땡기네.”

 

 역시 희진이 한마디 한다.


 정말 그래서 일까?

 소영 생각에는 희진이 알콜 중독자가 된 게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였다.


 소영은 희진이 내민 캔 맥주를 굳이 사양하고

 커피를 타서 홀짝거리면서 마신다.


“..........선배?”


“.........?”



“오늘 하루종일 집에 있었어요?”


“응.”


‘뭐, 내내 잤겠지.’


소영은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쨌든 고국에 와서 이렇게 집에만 있어서 되겠어요?”


희진은 소영의 물음에 뜻밖의 대답을 한다.


“아니, 내일부터는 밖에 좀 나가봐야겠어.”


‘예쓰!’


소영은 마음 속으로 환성을 질렀다.


드디어 해방의 날이 오는구나!


너무 좋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묻는다.


“그럼 이젠 집으로 가시는 거예요?”


“아니. 당분간은 여기 있으려고.....”


전혀 기죽지 않는 말투다.


에이.............뭐야.


희진이 말을 계속한다.


“내일부턴 늦게 들어올 것 같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너 먼저

 저녁 먹어라.”


소영은 그래도 희진이 집 안에 죽치고 있는 것보다는 상황이 좋아진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했다.


“뭐, 일이라도 슬슬 시작할 건가보죠?”


소영의 물음에 대꾸도 없이 희진은 캔에 남은 맥주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다음날과 그 다음날, 희진은 밤 늦게 들어왔다.


보통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어디서 뭘 하다왔는지 모르겠지만 좀 피곤한 기색이다.


소영이 뭐하다 왔냐고 물어도 대답하는 둥 마는 둥하고

상기된 얼굴을 하고 욕실로 직행해서 샤워를 한다.


‘어디서 마라톤이라도 하고 들어오는 건가?’


소영은 의아해한다.



토요일 아침.

주 5일째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달콤한 늦잠에

빠져있던 소영은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흔드는 바람에

눈을 떴다.


“아함....누구야?”


이 단잠을 깨우는 간 큰 인간이 누구야?


'아참! 난 지금 희진 선배와 같이 살고 있지'

 

귓가에 희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깐만 일어나봐. 소영아.”


소영은 잠결에도 손사래를 친다.


“아유...선배 나 잠 좀 자게 내버려 둬요.”


“잠깐만 일어나 보래두.”


희진은 소영의 어깨를 계속 흔든다. 살짝 흔들어 대는 것

같은 데도 소영은 정신이 없다.


으...무슨 여자가 이리 힘이 쎄단 말인가


할 수 없이 소영은 엉거주춤 일어나 침대 위에 앉았다.


반 쯤 덜 뜬 눈으로 벽시계를 바라보니 아침 8시다.


에이, 한참 달게 잘 시간인데.


“소영아, 오늘 저녁 때 별로 할 일 없지?”


소영은 부아가 치민다.


내가 주말에 만날 사람 하나 없는 것처럼 보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