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없는 기다림......

찬바람2003.07.31
조회588

벌써 보름이 흘러가고 있다....
속초를 내려간다며 이것저것 준비하고
후배들과 연습도 하고 옷가지며 필요한 것들을
가방 가득 담아 놨건만...
그쪽에서 선금이 준비가 안된 탓에 하루 이틀 미뤄지더니
벌써 보름이 흘러가고 있다.
휴.... 쉽게 되는 일이 없구나.... 참 팔자하곤...
저마다 내려가야 될 사연들이 있는 후배들
" 형 언제 내려가요? " " 응... 조금만 기다려 보자..."
날 믿고 벌써부터 일을 정리하고 있는 후배들....
미안한 생각이 앞선다.
속초 일을 취소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내 얼굴보고 일을 접은 후배들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고....
그 사이 낚시를 다녀왔다.
지난 토요일 연습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던 중 어부란 별명을 가진 후배가 " 형 일요일 모해요? " " 글쎄..."
" 낚시나 갈 까요? " 일요일 작업실 문을 닫는 날이니...
" 그래.. 가자" " 결국 집으로 향하던 차를 돌려 평택으로
향했다. 후배가 얼마 전 다녀온 평택 수로로 바다와 연결된
곳이고 인공 낚시터가 아니라 물고기들도 힘이 좋단다.
그래 답답한데 잘됐다 싶었다.
12시 넘어 도착해서 자리를 피려 하니 이미 좋은 자린
다 사람들이 있다. 음.... 우리말고도 답답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높이 자란 풀숲을 헤치고
괜찮은 자리를 잡아 낚싯대를 편다.
찌 높이를 맞추고 미끼를 달아 케미라 불리는 자그마한 야광
막대를 끼우고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해 어두운 강물 위로
던진다. 푱 소리와 함께 날아간 찌가 물 속으로 자맥질하다
서서히 떠오르더니 이내 사뿐하게 가라앉고 케미만 고개를
내민다. 음... 딱 좋군~! 등뒤로 개구리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달도 없는 밤이다. 먹구름이 잔뜩 낀 것이 왠지 비가 올 것
같은 분위기지만 이미 하나가 된 찌와 나는 애써 외면한다.
드디어 찌 움직임에 변화가 온다. 낚싯대를 던 진지 5분도
안 되는데... 숨을 멈춘다. 이미 두 눈은 찌에 고정 돼있고
내 오른 손도 낚싯대로 향해 있다. 잠시 꿈틀 하더니 이내 찌가 위로 솟구친다.

그 와 동시 내 오른 손도 낚싯대를 챈다.
걸었을까? 낚싯대를 잡은 손으로 무언가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걸었다~! 물고기의 힘쓰는 기운이 이젠 온몸으로 전해온다. 낚싯대는 활처럼 휘었다.

잡아 올리려는 나와
잡히지 않으려는 물고기와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제법 힘이 센 놈이다. 왠지 큰놈인 것 같다.
근교의 저수지에서 얼마 전 잡았던 50센치 가량의 잉어가
떠오른다. 결국 얼굴을 내민 녀석은 붕어다.
은빛 비늘이 어둔 밤에도 또렷하다. 미늘 없는 바늘이다 보니 잘못하면 빠지고 만다.

( 바늘 뺄 때 고기 안 아프게.. 그러려면 낚시를 하면 안되지만... ^^;;)
짧은 시간이지만 머릿속으로 물고기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작전이 구상되고 몸은 실행한다. 잠시 후
뜰 채로 들어 올린 녀석은 참붕어다 크기는 손바닥만한...
허~~ 이만한 녀석이 이리 힘이 좋았단 말야?
갇힌 곳에 사는 녀석이 아니라 서인지 힘이 보통이 아니다.
흐르는 강물에서 맘껏 노닐며 건강하게 자란 녀석답게....
사 가지고 간 캔 맥주를 한 모금하며 잠시 모든 걸 잊을 즈음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진다. 이런~!~~~~
졸지에 비 맞은 생쥐가 되 버렸다. 쉬이 그칠 비가 아니다.
바람도 제법 사납다. 결국 낚시를 접기로 했다.
역시.... 쉽게 되는 게 없나 보다.
잠시지만 찌를 바라보며 답답함을 지웠다.
보이지 않는 물 속의 고기를 걸어 올리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찌의 움직임을 읽고 낚싯대를 채는 순간은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 된다.
그래서 꾼 들은 인생을 낚시와 비교 하나보다.
고속도로를 들어서 군자 요금 소를 지나니 비가 멎는다.
이런~! 모야?
이미 훤하게 날 이샌 하늘은 그래도 아직 찡그려있다.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씩 할 량으로 문을 연 식당을 찾아보니
아직 문연 곳이 없다.
옆에 있던 후배가 " 형 그냥 뒷방 울 갈까요? 낚시하다가
매점 문열면 거기서 아침 먹죠 뭐~! 아깝잖아요 이제 막
시작인데~~" (월곶 근처에 있는 저수지다 뒷방 울은)
그래~! 그러자~!
아까 평택수로에서 잡은 붕어가 생각난다.
올 때 다 풀어줬지만 그 녀석만큼 뒷방 울에 있는 녀석들도
힘이 좋을지......
난 기다림을 배우러 또 낚시터로 향한다.
기다림.... 인생이 Only 기다림이니....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