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닭을 튀기다가 대학을 가게됬습니다..

되돌아보며...2007.12.20
조회1,312
잘할 수 있을까요..? 요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선 저는 21살때까지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때 공부를 그렇게 못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에서 10등정도 했었으니까요.

긴 말은 생략하고 저는 그때 닭을 튀기는 역할을 했는데요. 사장님은 5시에 나오시고, 다른 종업원도 5시에 나오기에

청소나 그 전까지 배달 등은 온통 제 몫이었죠. 한달에 120만원에서 150만원정도 받은 것 같은데요,

년말 정산을 해보면 1600만원 정도 번 것 같습니다.





한 3년정도 그러니까 19살때부터 21살때까지 했는데요. 닭을 튀기다 보니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요.

심하게 말하면 이대로 닭이다 튀기다 청춘 다 가는건 아닌가 하고.. 이제 곧 군대가야 하는데.. 제대하면 뭘 할지..

한달정도 그런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대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죠.

장가를 가도 대학은 나와야 좋은 여자와 결혼을 할거 아닙니까..

수년동안 모았던 돈을 보니 3천만원정도 되더라고요.. 우선 군대를 갔다왔고 제대 후 저는 그걸로 입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생활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침 7시 일어나 대충 아침먹고 학원가서 밤 11시에 집에 돌아왔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사회의

들러리가 되긴 싫었습니다. 정말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했고, 시작한 해에는 전국 50%정도의 성적이

그 다음 해에는 10%정도의 성적이 나왔습니다. 다들 수능 끝나면 한달정도는 쉬지만 저는 지난 닭튀긴 세월을

만회하기 위해 한달 아니 일주일도 쉬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번째 해 그러니까 제 나이 26세가 되던 해. 재수생등을

포함하여 상위 2%의 성적이 나왔습니다.

기쁨도 잠시.. 저는 지원할 대학을 알아보고, 논술 공부를 하였습니다.

해방감에 며칠 놀다가 이 미칠 것 같은 수험생활을 또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결국 저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을 하였고, 학교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 27세였습니다.

국가에서 보내주는 유학도 가려고 노력했지만.. 경쟁이 쉽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머리도 안돌아가고.. 하지만 다짐했죠.

니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으로 이긴다고요. 나는 이렇게 고생해서 대학 왔는데 절대로 너희들의

들러리가 되진 않을거라고요.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학점은 3.8정도 나왔고요. 상위 30%정도 한 것 같았습니다.

닭튀기던 알바에서 이정도면 많이 성공했죠.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저는 서른의 나이에 졸업을 했습니다.

튀김 배달하던 손으로.. 공부를 해서 연대상대 졸업했다는 것에 저는 너무 감격이었습니다.

겨울이라 날씨도 쌀쌀하고 감상에 젖어있기도 잠시.. 저는 취직 준비를 했습니다.



서울대 생은 아니지만, 나름 연고대 나왔다는 자부심에 저는 여러군데 원서를 넣었습니다. 비록 방황하던 시간이 길었기에 서

른에 졸업을 하였지만 취직이 되었습니다. 남들 좋아하는 삼성,현대 이런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취직시 나이의 벽은 정말로

넘기 힘들더라고요..) P식품회사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취직이 목표였던 저에게 취직후의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정말

어불성설이었습니다. 나이먹어 취직하니 저보다 7살 어린 상사도 있었고.. 그런 나이어린 상사에게 일 좀 잘못했다고

닭대가리 아니냔 소리까지 듣고.. 나이가 많으니 남들보다 빨리 승진해야 할텐데.. 오히려 승진심사에는 밀리고.. 말 그대로 피

튀기는 전쟁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저만의 목표가 있었고.. 그 길을 따라왔을 뿐인데.. 제가 정말 원해서 선택한 길이 쉬운

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하고.. 과장까지 승진한 친구도 많고.. 부모님은 저 볼때마다 언제 결혼할

래? 하고 성화시고.. 하지만 저는 버텼습니다. 승진이 되던 안되던 내 갈길을 가겠다고... 그런데... 그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오고야 말았습니다. 회사에서 잘리게 된 거죠.. 그게 2005년 겨울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제 책상이 없어졌죠. 인생에서

리턴할 시기를 놓친 겁니다. 상사는 그만큼 눈치를 줬으면 나가야 하지 않느냐며 머리를 서류로 내리쳤고.. 전 그때 모든걸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나이 33에.. 변변한 경력도,퇴직금도,모아놓은 돈도없이..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것입니다. 10년이란

기간만 빠져 있을뿐.. 결국 저는 똑같이 된 것이죠..

하나 남은 것이 있다면.. 연세대학교 다녀봤다는 사실.. 그 의미없는 한가지...괜히 남들 앞에 가서.. 나는 연세대

고려대 나왔다. 이렇게 자랑할 한가지.. 그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저는 변한게 없었습니다. (자랑을 하면서도 재거 한심합니다.)

닭튀기던 19살 시절과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죠.. 의미없는 졸업증밖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놀고 있습니다.

튀김 배달하던 그때는 젊기나 했지.. 지금은 뭘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차마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나와 살고는 있지만

겨울에 추운데 보일러값 낼 돈도 없습니다.. 전 이제 무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