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날. 주호민 일병은 상병 두 명과 함께 전투수영장 도색작업에 소집됐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주일병은 간판을 칠했다. 색은 검정색, 글자체는 고딕체로 미리 정해져 있어 미적 감각은 필요없었지만 그 정도면 꽤 전공에 가까운 셈이다. 군대에서 피아노 전공자는 피아노를 옮긴다. ‘짬(동양문고 상상공방)’은 훈련소 입소부터 병장 제대까지 저자가 직접 경험한 군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군대만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연재된 후 인기를 얻어 최근 책으로 출간됐다. 저자 주호민씨(26)는 훈련소때부터 군대 이야기를 꼭 만화로 그리겠다고 다짐했었다. “어떻게 이런 세계가 있을 수 있을까. 왜 이런 특이하고 엄청난 곳을 아무도 안 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규율로만 움직이는 세상. 밥먹을 땐 숟가락만 쓰고, 편지 나눠주는 시간은 로또 추첨때보다 떨리고, 초코파이 두 개면 따끔한 향불의식도 감사한 군대생활. 군대를 거쳐간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화생방 훈련, 유격 훈련, 100일 휴가와 마지막 휴가 등 군대생활에 대한 정보들도 많지만 그보다는 함께 지낸 사람들과의 따뜻한 추억이 더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에게 처음 보낸 편지와 훈련때 몰래 찍은 사진,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군대동기들의 최근 소식까지. 실사와 만화를 넘나드는 편집으로 한 권의 멋진 ‘군대 수기’가 탄생했다. 주씨는 만화작업을 위해 군대에서도 매일 일기를 썼다.
“군대를 너무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아요. 정말 힘들기도 했고,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즐거운 추억이 더 많아서 나쁜 기억은 일부러 뺐어요.”주씨는 정말 비인간적이고 완전히 전투만을 위해 조직된 곳인 줄 알았던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조직생활에서 개성 따위는 다 없어질 것 같지만, 군대 안에서도 각자 뚜렷한 개성이 넘친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짬 2’를 그리게 된다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처럼 군생활의 안 좋은 점까지 좀 더 건조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04년 11월7일’. 그는 아직 제대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제대 2년 만에 ‘짬’을 출간했고, 만화와 미술을 접목한 이미지 밴드 ‘에린고브라’의 멤버로 2006 부산 비엔날레에 ‘폭식’이라는 주제의 벽화를 전시했다. 다음 작품의 소재는 연료없이 영원히 돌아가는 엔진을 연구하는 ‘무한동력연구기관’이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데 해마다 특허를 출원하는 이들이 100명을 넘는다는 게 신기하단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왜곡된 소문이 무성한 군대를 일상적인 공간으로 그렸던 그가 불가능한 과학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그려보일지 기대된다.
[별을 쏘다]주호민씨 군대만화 ‘짬‘ 출간
‘짬(동양문고 상상공방)’은 훈련소 입소부터 병장 제대까지 저자가 직접 경험한 군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군대만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연재된 후 인기를 얻어 최근 책으로 출간됐다.
저자 주호민씨(26)는 훈련소때부터 군대 이야기를 꼭 만화로 그리겠다고 다짐했었다.
“어떻게 이런 세계가 있을 수 있을까. 왜 이런 특이하고 엄청난 곳을 아무도 안 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규율로만 움직이는 세상. 밥먹을 땐 숟가락만 쓰고, 편지 나눠주는 시간은 로또 추첨때보다 떨리고, 초코파이 두 개면 따끔한 향불의식도 감사한 군대생활. 군대를 거쳐간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화생방 훈련, 유격 훈련, 100일 휴가와 마지막 휴가 등 군대생활에 대한 정보들도 많지만 그보다는 함께 지낸 사람들과의 따뜻한 추억이 더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에게 처음 보낸 편지와 훈련때 몰래 찍은 사진,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군대동기들의 최근 소식까지. 실사와 만화를 넘나드는 편집으로 한 권의 멋진 ‘군대 수기’가 탄생했다. 주씨는 만화작업을 위해 군대에서도 매일 일기를 썼다.
‘2004년 11월7일’. 그는 아직 제대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제대 2년 만에 ‘짬’을 출간했고, 만화와 미술을 접목한 이미지 밴드 ‘에린고브라’의 멤버로 2006 부산 비엔날레에 ‘폭식’이라는 주제의 벽화를 전시했다. 다음 작품의 소재는 연료없이 영원히 돌아가는 엔진을 연구하는 ‘무한동력연구기관’이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데 해마다 특허를 출원하는 이들이 100명을 넘는다는 게 신기하단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왜곡된 소문이 무성한 군대를 일상적인 공간으로 그렸던 그가 불가능한 과학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그려보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