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제5화 - 유적이 되어버린 도시 #1

사나토스200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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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이소령."
".........."
"왜? 싫냐? 그 스파큰지 스파킨지 그게 좋냐?"
".........."
"버르장머리 하고는....... 툭하면 대답이 없어. 에잉~"
"왜 불렀습니까?"

 

스파키는 어제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리아가 자꾸 달라붙는 바람에 떼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도 신체건강한 남자인지라 자꾸만 달려드는 아리아의 손길과 숨결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와 너무도 닮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떠오르는 회상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그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자신의 후손일지도 모르는 여자의 본능적인 유혹은 묘한 고통이었다.
400년이 지난 지금 무의미한 아시안의 고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호파스의 말에 의하면 그녀의 몸에도 길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전혀 그녀의 몸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뇌속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위험한 순간마다 진한 공포의 표정으로 웅크리던 그녀의 행동은 어쩌면 길트에 의한 영향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걸 호파스에게 말하진 않았다.
그러면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그녀는 어떤 실험을 당할지도 모르다.
그녀를 아끼진 않지만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호파스의 얼굴을 보며 정말 이 노인네가 그런 짓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아는지 짜증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말한 위치에 다 왔다."
"내려주십시오."
"꼭 가져와라."
"........."
"이거 가져가라."
"뭡니까?"
"군인이었다는 놈이 이것도 몰라?"

 

호파스는 작고 네모난 것을 내밀었다. 무전기였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 예를 들어서 술이 너무 많다던가.... 뭐 그런거말야."
"........."
"참, 아리아가 따라간다고 안해?"
"재웠습니다."
"허허. 너무 무리하는 것 아냐?"
"..........."

 

비행선이 착륙하자마자 내려선 스파키는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앞에 보이는 도시로 향했다.
상공에서 본 모습은 그런대로 도시의 모습을 갗추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가보니 전혀 그렇질 않았다.
도시의 윤곽은 있었지만 핵폭풍에 의해 거의 모든 건물이 날아가버린 흉한 몰골이었다.
가끔씩 거의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아직도 쓰러지지 않고 서있는지 신기한 것들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기엔 그리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스파키는 스캇이 말해준 위치를 기억해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던 그는 서서히 왼손에 전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천천히 전력을 돌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전력을 올리며 왼쪽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쿠앙~!"

 

폭음이 울리며 벽 모서리가 날아가 버렸다.

 

"나와라!"

 

스파키가 다시 전력을 쏠 준비를 하며 소리쳤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본 건가....."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뒤쪽에서 어떤 남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캔은 몸을 바짝 낮추고 숨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상대가 그렇게 먼 거리에서 눈치를 채고 공격을 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맞았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캔은 스파키가 충분한 거리를 갈때까지 기다렸다가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번 사냥감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닐거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쥐새끼가 있군......"

 

아무리 먼 거리였다 하더라도 수많은 전투에 몸을 굴리던 그가 신경을 집중하는 동안 들키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힘들었다.
스파키는 오른손을 칼에 얹었다.
아무래도 이 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조금 더 들어가자 바닥에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널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 다른 것도 발견되었다.
바닥에 교묘하게 위장된 함정이 보였다.
바로 옆에 있는 가로등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기둥에 위장된 줄도 보였다.
스파키는 우선 그 자리에 멈춘 다음 주변을 살폈다.
전혀 훈련받지 않은 놈들이 주변에 잔뜩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단단한 것이 바닥에 닿는 소리도 들렸다.
놈들은 각자 무언가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들고 자신을 노리고 있다.
자신이 이 함정 위로 올라가면 바닥으로 꺼지든 위호 치솟든 걸려들 것이고 그러면 바로 놈들이 화살등을 쏘아서 자신을 잡을 것이다.
그는 천천히 칼을 뽑은 다음 바닥에 내려놓았다.

 

"난 스캇의 친구다. 친구의 부탁으로 술을 가지러 왔다."

 

그가 그렇게 소리치고는 바닥에 앉자 주변의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파키는 상당히 놀랐지만 태연한 모습으로 슬쩍 웃었다.
놈들은 전부 몸의 일부나 전체에 변이를 일으킨 흉한 몰골이었다.

 

"물건은 가져왔나?"

 

대장처럼 보이는 놈이 먼저 나서며 말을 걸었다.

 

"여기 있다."

 

스파키는 허리춤에서 증폭기를 꺼내 그자 앞에 던졌다.
근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놈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외쳤다.

 

"이자식..... 죽여라!"
"이봐. 기다려!"
"할말이라도 있나?"
"난 술만 가져가면 돼. 너희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미친놈. 그딴 물건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이걸로 부족한가? 술과 바꿔주지 않을텐가?"
"아무것도 모르는군."
"뭘?"
"스캇은 언제나 사람을 데려왔다. 이런 물건같은 것이 아냐. 넌 가짜다."
"사람?"

 

스파키가 더 얘기를 해보려고 했지만 놈들은 다짜고짜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온 몸에 전력을 돌리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방금 자신과 얘기를 나누던 놈 쪽으로 달려가 녀석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놈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갔고 그놈을 보호하려는 수작인지 양쪽에서 다른 놈들이 달려들었다.

 

"죽어도 모른다!"
"으아아아아!"

 

소리까지 질러가며 달려드는 놈들은 이제 말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전력을 조금 더 쓰기로 하고 힘을 조절했다.
어쨌든 이런 훈련조차 받지 않은 조무래기들을 그냥 죽이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스파키는 얼른 몸을 뒤로 빼며 옆에서 달려드는 놈들의 공격을 흘리고 헛손질을 하며 지나가는 놈들의 등을 짚었다.
놈들은 각자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땅바닥에 뒹굴었다.
하지만 아직도 뒤에서 두 놈이 달려들었다.
그는 그대로 앞으로 엎드리며 놈들의 공격을 피한 뒤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나아가는 놈들의 발목을 잡았다.

 

"깜짝 놀랄거다."

 

스파키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놈들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놈들이 앞으로 꼬꾸라지는 것과 동시에 벌떡 일어선 스파키는 다시 큰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날 이기지 못한다. 포기해!"

 

그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그것은 바람을 일으키며 그의 뒤로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엉겁결에 내민 팔이 피를 튀겼다.
시선으로조차 잡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캔!"

 

스파키가 고개를 돌리자 두목으로 보였던 놈의 옆에 캔이라 불리운 자가 서있었다.

 

"하하하. 이 괴물같은 놈. 이젠 너도 별수 없을 것이다."
"누가 괴물이라는거야."

 

스파키가 캔이라는 놈의 엄청난 속도에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다시 손에서 스파키를 튀기자 두목이 소리쳤다.

 

"잠깐! 어차피 너도 길트 때문에 이상한 힘이 생긴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얘기를 하자."
"난 길트따윈 없다."
"뭐? 웃기지 마라. 길트도 없이 그런 힘이 생겼다는 걸 믿으란 거냐?"
"이제 얘기할 마음이 없어졌다."
"술을 가지러 왔다고 했잖아!"
"내가 찾겠다."
"흥, 캔. 놈을 처치해라."

 

두목이 명령하자 캔이란 놈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스파키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말했다.

 

"그냥 가라."
"........."
"안그럼 죽는다."
"엄청나게 빠르군."

 

스파키는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녀석의 얼굴은 아직 어려보였다.
캔은 스파키가 자신의 공격에 당했으면서도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하자 인상을 구기며 협박했다.

 

"여긴 저런 놈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다. 어서 돌아가라."
"저런 놈들이라니?"

 

스파키가 캔과 얘기를 하려고 하자 두목이 다시 소리쳤다.

 

"캔! 뭘 하는거야? 어서 죽여!"
"칫..."

 

캔은 다시 스파키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도저히 사람의 몸으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스파키는 급하게 전력을 돌려 사방으로 전력을 뿌렸다.
이 지독하게 빠른 놈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놈이 덤벼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바닥을 향해서 뿌렸지만 커다란 폭음을 내면서 사방으로 파편을 뿌리자 놈들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스파키의 전력맛을 본 놈은 필사적으로 기어서 도망가고 있었다.
그때 캔이 바람을 일으키며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스파키의 팔에 칼자국이 생기며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다.
스파키가 놈이 지나간 방향을 바라보는데 어느새 놈은 그의 뒤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다. 그냥 도망쳐라."
"..........."
"싫은가?"

 

그렇게 말하면서 놈은 스파키의 등에 칼을 들이댔다.
그때 스파키는 등쪽으로 전력을 돌렸다.

 

"큭!"

 

놈이 전기의 충격을 받고 놀라는 사이 몸을 돌린 스파키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직격탄을 먹였다.

 

"컥!"
"실수를 했군."

 

캔은 얼른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유지하려 했지만 금새 달려든 스파키의 손에 팔을 잡히고 말았다.

 

"내 실력도 보여주지."
"끄아아아악!"

 

캔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에 온 몸을 떨며 털썩 주저앉았다.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충격이었다.

 

"넌...... 도데체...... 뭐야?"
"어떤 늙은이가 전기뱀장어라고 하더군."
"뭐?"

 

스파키는 캔이라는 녀석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건 캔이라는 녀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인 행동도 그렇고 자신의 팔만 공격한 것도 전혀 자신을 죽이려는 공격이 아니었다.
스파키가 당황하고 있을 때 놈이 죽이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왜 죽이지 않지?"

 

녀석이 묻자 스파키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왜 죽이지 않았나?"

 

하지만 캔은 대답대신 몸을 옆으로 굴리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금새 스파키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이런. 약했나?"
"아니.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 그럼 이것도 먹어봐라."

 

스파키는 허리춤의 증폭기를 꺼냈다.
그 증폭기를 칼에 부착하는 사이 캔이 다시 속도를 높이며 스파키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스파키는 땅에 칼을 박으며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야아앗!"

 

스파키의 몸이 주위를 밝히기 시작했다.
버닝타임이 지나고 햇볕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시간 또 하나의 태양이 지상에서 떠오르듯 그의 몸은 순식간에 밝은 빛을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몸에서 스파크가 일지는 않았다.
예전에 처음 해보았던 시도를 이번엔 아주 쉽게 하고 있었다.

 

"심장 밑이라..... 좋은게 생겼군."

 

그는 서서히 몸에 전력을 모으며 몸 안에서 회전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더욱더 밝은 빛을 사방으로 뿌렸고 눈에선 붉은 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걸 본 놈들이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