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샷 -소설- 프롤로그

소설지기200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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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Adam Garcia

2023년, 필라델피아.

거친 프로펠러 소리가 연달아 귓가에 울려 퍼진다. 

이 소리를 장장 두 시간 동안 들으며 왔다. 헬기 안의 대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저들도 나처럼 자신을 분노케 할 무언가를 떠올릴 것이다.

이유 없는 분노라도 떠올리면 전투는 그나마 쉽게 진행된다. 쓸데없는 고민 따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적에게 총구를 들이밀 때, 나는 십 년 전 그날을 떠올린다. 

아니,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내 머리는 온통 그날의 생각들로 가득 찬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들려오던 포탄 소리와 비명이 떠오르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분노는 최고조에 달한다. 

나도 모르게 소총을 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안대에 둘러싸인 왼쪽 눈가에 땀이 찬다.

“……합니다……중위님…중위님?”

조종사의 목소리가 멀리서 가까이 오는 듯 들렸다. 나는 몸을 돌려 조종석을 바라보았다. 

조종사가 고개를 돌린 채 내게 말하고 있었다.

“아담 중위님, 5분 후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고 헬기 안의 대원들을 보았다. 다들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뭐하나! 작전 개시까지 3분도 안 남았다!”

대원들은 움직임을 더 빨리했다. 나는 방탄조끼 안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늘 닦아두기만 하고 잘 쓰지 않는 데저트 이글이 얌전히 손에 잡혔다. 

나는 시가를 입에 물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점점 지상과 가까워지며 흐린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필라델피아. 황폐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도시. 회색 도시라는 느낌 때문에 

우리는 이곳을 ‘브로큰 시티’라 부른다. 

자잘한 사건이 끊이지 않아 이미 여러 번 여기 온 적이 있다. 

그때마다 살아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더는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이 헬기 안을 휘감았다.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이었다.

“모두 강하 준비! 작전명 블랙코인! 인질 구출과 폭탄 해제에 성공하면 ‘블랙코인’이라고 외친다. 

  어이, 신입!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얼이 빠진 것처럼 보이던 신입이 고개를 바짝 들며 답했다. 

지나치게 큰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었다. 

사실 전투 전에 긴장된 것은 작전이 처음인 신입이나, 벌써 이 생활이 십 년째인 나나 다를 바 없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똑같이 긴장하고, 죽음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헬기가 한 지점의 상공에 멈춰 섰다. 그에 맞춰 내가 외쳤다.

“강하!!!”

우리는 신속히 레펠을 타고 건물들 사이에 내려섰다. 

착지하자마자 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은행 건물 옆으로 붙어 섰다. 

필라델피아 중심가에 있는 VTG은행 주변에는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현재 적들의 거점인 은행 주변의 정류장과 상점 건물에 탄흔과 수류탄 터진 흔적들이 보였다. 

본부에서 받은 보고에 의하면 은행 건물 안에는 우리 용병회사와 조약을 맺은 T&H그룹의 기술개발 고문인 

장 박사가 인질로 잡혀 있었다.

기업 측에서는 박사가 개인적인 일로 이곳에 왔다가 괴한에게 잡힌 것 같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분명히 어떤 거래를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거란 게 내 예상이다.


벌써 이 생활도 십 년째. 

그 정도는 파악하게 마련이다. 장 박사를 무사히 구출하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였다. 

그뿐 아니라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 

오늘 작전에서도 일반인 피해는 막기 어려울 것이다. 


군복을 입기는 했지만 적들이나 우리나 많은 수의 인질과 뒤섞이면 서로 구분 안 될 게 뻔했다. 

더군다나 적들은 지금 T&H그룹 측이 어떤 비밀문서를 내놓지 않으면 자폭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만일 그 협박을 실행에 옮긴다면 건물을 포함한 100미터 근방까지 피해를 당할 것이다. 

우리의 두 번째 목표는 바로 그걸 막는 것이다.

두 번째 헬기에서 내린 나머지 대원들이 차례차례 건물로 뛰어왔다. 

나는 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건물 입구를 바라봤다. 정문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아, 아담 중위, 들리나?

본부의 목소리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늘 작전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전 지휘를 내리는 목소리다.

“들린다, 오버.”

-CCTV 확인 결과, 1층에 아홉, 2층 복도에 셋. 장 박사는 확인 불가능한 위치에 포위된 듯함. 
 
 모두 무장 상태.

“주변 100미터에 대피 경보를 내렸습니까?”

-이미 마쳤다. 한시가 급하다. 작전 준비.

“라져.”

“첫 번째는 장 박사를 비롯한 인질 구출이다. 둘째, 절대 폭탄이 설치되지 못하도록 한다. 

  셋째, 무장한 적은 보는 즉시 사살한다, 이상!”

나는 안대를 고쳐 쓰며 AK-47을 바짝 들었다. 벽에 붙어선 대원들 모두 정면을 주시하고 있다. 

나는 반대편 벽에 붙은 대원들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저들은 정문으로, 그 나머지는 뒷문으로, 그리고 나를 따르는 대원들은 계단 입구로 들어가는 거다. 

각 대열의 맨 앞에 선 대원들이 고개를 까딱한다. 나는 무전기에 대고 낮게 속삭인다.

“셋을 세면 진입한다. 셋, 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