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90년생의 비애.

빠른90200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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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 민원을 신청했던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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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빠른 90년생으로써, 고등학교 예비졸업자이며 곧 대학교에 입학할 학생입니다.
이때까진 학생으로써 그다지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었으나 막상 "18.5세"라는 애매한 신분에 접어들게 됨으로써 여러가지 차별 대우에 관하여 전해듣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알아본 결과, 대한민국에 누가 봐도 이해를 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민원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생일을 기준으로 만 6세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입학을 하게 됩니다. 같은 만(滿) 나이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만 또래들은 12년동안 같은 대우를 받으며 생활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년(年) 나이로 한살 어리게 입학한, 빠른 생일자들은 다른 졸업자들과는 전혀 같지 않은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똑같이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도 다른 졸업자들과 다르게 성인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같은 또래들은 합법적으로 술집도 가고 담배도 피지만, 빠른 생일자들은 사회적으론 동일한 신분이고 동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지 생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것이 "위법"이 되어 버립니다. 같은 고등학교 졸업자들끼리 술자리를 가지려고 해도 빠른 생일자들은 다른 졸업자들과 달리 술집에서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니 같은 졸업자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1년동안 지속되면 대인관계가 흐트러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다른 만나이 또래들은 다 하는 호프집, 비디오방, 만화방방,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고, 심지어는 술과 담배를 판다는 이유로 편의점에서까지 일을 못하게 해 두었으니 이건 명백히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빠른 생일자가 뭔가 잘못이라도 한게 있습니까? 같은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법" 이라는 불합리한 규율때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소외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편의점에 가만히 앉아서 돈계산할때 빠른생일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이나 넣고 새벽에 일어나서 신문이나 돌리라는 겁니까? 법에서 빨리 입학하라고 해서 빨리 입학을 했는데, 법에 따랐다는 이유로,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의 1년동안 이런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건 당위성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것입니다.

아래는 한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에 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www.youth.go.kr)에는 관련 법조항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법과 현실의 괴리'로 불편을 겪는 국민의 의견을 듣고 입법에 반영하기 위해 작년 11월 법무부 홈페이지(www.moj.go.kr)에 마련한 '법이 불편해' 제안센터에는 52개의 게시물 중 40%가 '빠른 생일'과 관련된 불만이다."

"이러한 1,2월생 조기입학자들은 한 학년에 20%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

법을 개정하면 그에 따른 피해자가 생기는건 당연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득이되는 법은 있기 힘든 법이죠. 그런데 빠른생일과 관련된 법의 피해자를 알아 봅시다. 국가통계포탈에 의하면 2006년 기준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57만명입니다. 계속 주는 추세이긴 하지만 55만~60만선은 계속 유지 해 오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자 중 1월, 또는 2월이 생일인 사람은 2/12, 약 1/6정도입니다. 계산하기 쉽게 60만명의 1/6 이라고 하면 약 10만명입니다. 도대체가 매년 10만명 내외의 피해자를 배출하는 법이 몇년간 개정이 되지 않았다는걸 이해 할 수 있습니까? 그 몇년동안 개정된 법이 몇개인데 아직 이런 불합리한 법 하나 개정을 못하고 있었던 겁니까? 집단 따돌림이 문제가 된다고 그에 관한 법은 몇개나 만들어 놓고, 중요한 시기에 1년동안 당연히 은근한 따돌림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피해자를 매년 10만명 씩이나 만들어내는 법은 왜 아직 개정을 안하는겁니까? 제가 보기엔 이건 어린 학생들 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무시해버리는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로 밖에 안보입니다.

""청소년"이라 함은 만 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다만, 만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를 제외한다."

이게 현재 청소년 보호법에 나와있는 청소년의 기준입니다. 좀 이상하고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까? 이해 하기도 상당히 어렵게 만들어 뒀는데 쉽게 해석하면 결국 이겁니다.

"고등학교 예비 졸업자들은 수능치고 그 다음해 1월 1일 부턴 성인이다. 하지만 빠른 입학자는 예외다"

말만 좀 이상하게 해 뒀지 결국 "빠른 입학자를 차별하겠다" 라는 법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대한민국은 국법에 아무 잘못 없는 특정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법이 있는거군요.
그리고 이런 민원이 올라온게 한두번이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 이렇죠.

"청소년보호연령을 만18세미만으로 하는 경우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대부분이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어 유해약물(술, 담배) 또는 유해매체물(인터넷 음란사이트, 성인물)의 접촉이 가능해지고 유해업소(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출입이나 고용이 가능해지게 되어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으며, 이는 또 다른 청소년문제를 유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지만 이런 내용으로 "빠른 입학자"가 입는 피해의 당위성을 주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 됩니다. 차라리 이렇게 하면 되잖습니까?

""청소년"이라 함은 만 18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다만,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만 18세의 자는 청소년으로 간주한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될만한게 없다고 봅니다. 단순히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는 청소년으로 간주 한다고 하기엔 2~3년씩 학교를 쉬어서 당연히 성인 대접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뒤늦게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저씨, 할아버지도 있을 수 있으니 안되겠지만,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만 18세의 자" 만 청소년으로 간주하면 피해보는 사람 없이 "빠른 입학자" 들도 구제될 수 있는게 아닙니까? 이렇게 법을 개정하면 문제가 될만한게 뭐가 있나요? 똑같이 만 18세가 되었는데 학교 일찍 들어와서 일찍 졸업한 사람들은 성인취급 해준다고 고3 재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할까요? 물론 그럴 수 도 있겠지만 "너는 아직 만 18세 밖에 안된 고등학생이니까 청소년이야" 라고 하는게 이상합니까, "법적으로 일찍 입학해야 된다고 해서 입학했고, 다른사람들과 똑같이 대학생이 되었더라도 생년이 빠르니까 넌 청소년이야" 라고 하는게 이상합니까?

빠른 입학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건 지금 빠른 90년생들만 피해를 보는게 아닙니다. 2년전 빠른 88년생들도 피해를 봤었고 빠른 89년생도 마찬가지로 피해를 봤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의 빠른 91년생, 92년생도 차례로 피해를 보게 될겁니다. 약 10만명씩 말이죠.

이 문제는 대안을 찾을 수 없는 딜레마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된 법들은 몇년전부터 수많은 피해자들을 배출해 왔지만 법을 조금만 개정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단순히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어린것들의 투정 정도로 받아 들이지 마시고 진지하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공무원 분들은 그쪽이 누렸었던 고등학교 졸업시절, 대학교 1학년 시절을 생각 해 보십시오. 그 시절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단걸 생각 하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