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골초나도끝엇다!!!!!!

특종 발굴인2008.01.01
조회2,249

[중앙일보 김상진.송봉근] 우리나라 남쪽 끝에 자리 잡은 섬 남해, 그 섬에서도 가장 남쪽 마을인 남면 홍현2리 무지개 마을. 49가구 81명이 모여 살고 있다. 이 마을 김현이(75) 할머니는 스무 살 때 담배를 물기 시작했다. 처녀 시절 배가 자주 아파 “담배 피우면 낫는다”는 말을 듣고서부터다. 김동현(75) 할아버지도 열여덟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괜스레 멋있어 보여’ 시작한 습관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하루에 반 갑이나 한 갑 정도를 피우며 금연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끼라고 담배가 유일한 낙인데…”라고 자위했다.

지난해 초까지 보건소가 조사한 결과 김 할머니와 김 할아버지를 포함해 이 마을 흡연자는 모두 11명. 대부분 수십 년간 담배를 피워 온 60, 70대 노인들이었다. 바다까지 이어지는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에서 일하던 노인들은 하얀 담배연기를 피워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9일 마을회관 앞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박원호(75) 할아버지를 비롯한 ‘골초 어르신’을 상대로 담배에 함유된 일산화탄소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음’이라는 ‘합격 통지표’가 나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2007년 12월 31일엔 남해군청에서 이 마을을 ‘담배연기 없는 마을’ 로 선정했다. 기념패와 상금 500만원도 받았다.

김현이 할머니는 그동안 담배 생각이 나면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가 미친 듯이 일을 했다고 한다. “땀을 흠뻑 흘리며 일하고 나면 시원해지더라”는 것이다. 요즘은 “55년 동안 담배 때문에 텁텁했던 입안뿐 아니라 가슴까지 속이 시원해졌다”며 “이젠 백살까지 건강하게 살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무지개 마을이 금연에 도전한 것은 지난해 초. 남해군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국제건강도시’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금연 클리닉 참가 마을을 모집했다. 주민들은 총회를 열어 참가를 선뜻 결정했다. 하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일부 골초 노인이 반대하고 나섰다. 2주마다 호흡 속 일산화탄소량을 측정받고, 두 달마다 소변 속 니코틴 함량도 검사받아야 하는 엄격한 과정 때문에 반대는 격했다. 남해군이 상금으로 1등 500만원, 2등 300만원, 3등 100만원의 상금을 내걸었으나 골초 노인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였다.

남해군 보건소 양현주(31) 금연상담사는 “몰래 담배를 피워도 들키지 않고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노인들의 반대가 컸다”고 설명했다.

3월 말까지 네 차례의 마을회의가 더 열렸다. 버티던 골초 노인들도 “건강도 좋아지고, 상금도 받을 수 있지 않으냐”는 설득에 무너지면서 금연마을 도전이 결정됐다. 4월 들어 본격적인 금연운동에 돌입하면서 일부 ‘골초 노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김동현(75) 할아버지는 마을 앞 바닷가를 배회했다. 열여덟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기에 가슴에 바닷바람을 채워 담배를 대신했다. 열다섯 살 때부터 담배를 물었다는 박원호(75)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정신 나간 듯이 들녘을 돌아다녔다. 그는 “매(매우) 풋고(피우고) 싶을 때는 손이 담뱃갑을 찾느라 나도 몰래 움직이더라구. 그때마다 보건소에서 준 은단을 씹었지”라고 말했다. 이어 “60년 골초 나도 끊었다 아이가”라며 밝게 웃었다.

마을의 금연 성공을 이끈 정주성(43) 이장은 “의지가 약한 노인들에게는 마음에도 없는 협박을 했고, 노력하는 분들에게는 격려를 했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새해를 담배연기 없이 맞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흡연에서 탈출한 조평아(76) 할머니는 “60여 년 피워 온 담배를 끊느라 병이 다 났다 아이갚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 할머니는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마을 주민들의 눈총과 격려 덕택”이라며 마을주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요즘 이 마을에선 농촌에서 흔히 있는 노인들의 기침과 가래 끓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무지개 마을의 2008년 새해 공기는 어느 해보다 깨끗하게 다가왔다.

 

자세한 내용과 이미지 는 이리--> http://www.cyworld.com/rkskfk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