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경험담--"특명! 식칼을 찾아라"

박성진2003.08.12
조회2,644

언제나 부족한글 봐주시고 코멘트에 추천까지 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일반병사들에게 있어서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 총이라면.....

취사병들에게 있어서는 일반 병사들의 총보다 100배 정도는 더 중요한것이

바로 식칼이다 . ^^;

오늘은 이야기는 바로 식칼때문에 일어났던 해프닝이다...


취사병짱:<비장한 표정으로 숯돌에 칼을 갈고있다> 스스슥 스슥 ^^;

나: 칼을 참 멋지게 갈고 계십니다. ^^

취사병짱: <갈던 칼을 나에게 건네주며> 이 칼로 오이한번 썰어보거라....

나:<취사병짱이 건네준 칼로 오이를 썰며> 우와! 칼이 너무 잘 듭니다.

칼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

취사병짱: <우쭐한 표정으로> 솔직히 사회에 나가서 취직이 힘들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렇게 외치고 다닐생각이다.

"칼 갈아요~~~~~" ^^;


나: <취사병짱의 눈치를 살피며> 오늘 칼을 갈고 계시는 모습은 예전과는

무척 다른 모습입니다.....

취사병짱: 그럴수 밖에 없데이.... 니도 눈이 있으니 보일것 아이가?

감자 한박스, 오이 한박스를 다 썰려면 한시간동안 칼질만 죽어라

해야한데이 ^^; 막내 니는 아직 칼질을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한시간동안 칼질하다가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들면......

알콜중독 환자 처럼 손이 마구 떨린다 ^^;

나: 예 ^^;

취사병짱: 막내 니도 식칼 한번 갈아볼래?

나: 저는 칼을 한번도 갈아본적이 없어서 .....

취사병짱: <숯돌에 칼을 문지르며> 이렇게 비스듬하게 칼을 뉘여서

천천히 숯돌에 문질러 주면 된다......

나: 아 무척 쉽군요 ^^

취사병짱: 그래? 그럼 니가 한번 해봐라....

나:<숯돌에 칼을 무식하게 문지르며> 쓰슥!!!!! 쓰슥!!!! ^^

취사병짱: 허거걱!!! 막내야 당장 칼가는거 멈춰라.....

니는 숯돌로 식칼을 가는기가? 아니면 식칼로 숯돌을 가는기가? ^^;

니같이 갈았다가는 우리식당 식칼 하나도 안남아 나겠다.

나: <식칼없으면 면도칼로 음식 썰면 안되나? ^^;> 죄송합니다.


그날 저녁 취사병짱이 정성들여 갈아놓은 것을 눈치챘던 까닭인지

그날따라 부엌에 식칼을 빌리러 오는 병사들이 유독 많았는데.....


나: 다들 왠일이십니까?

병사 1: 막내야, 식칼좀 빌려줘..... 오늘 간식으로 수박이 나왔잖냐

나: 어.... 식칼은 취사병짱 허락 받아야 빌려드릴수 있는데요....

병사 2: 취사병짱은 어디 가셨는데?

나: 아마 노래방 가셨을겁니다.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노래 후렴부가

잘안된다고 그거 연습하러.... ^^;

병사 3:어휴 지금 노래방 까지 갔다올수도 없고....

병사 1:막내야. 그러지 말고 우리가 잠깐만 쓰고 돌려줄테니까....

식칼좀 빨랑 빌려줘.....

나: <무척 곤란한 표정으로> 취사병짱 허락없이 빌려줬다간......

병사 2:<애절한 표정으로> 막내야,만약 식칼을 못빌려가면 수박에

내머리를 부딪쳐서 깨먹어야 할지도 몰라 ^^;

요즘 수박은 무척 단단하던데....막내너는 병원에서

내 얼굴 보고싶냐? ^^;


나: 그럼 안돼져, 식칼 갖고 가세요 ^^;


결국 식칼을 금방 갖다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채로 식당에 있는 식칼 3자루를

각내무반 병사들에게 빌려주게 되는데......


시간은 흘러흘러 나는 내무반으로 청소를 하러 올라갔고, 식칼을 빌려줬다는

사실 마저 깜빡 잊어먹게 되었는데.......

그리고 다음날 아침은 밝아왔는데............


취사병짱: <취사병 1을 바라보며> 오늘 돼지고기 몇Kg이나 썰어야 하나? ^^;

취사병 1: 돼지고기 5kg하고 소고기 3kg 썰어야 하는데요.....

취사병짱: 어제는 오이와 감자를 썰었으니 야채가게고.. 오늘 고기를 썰어야하니

정육점 분위기구나 ^^; 막내야! a급 식칼 3자루 곱게 모셔오도록

해라!

나:<식칼이 없다는 사실도 잊은채로> 식칼 3자루 오케이! ^^;

<식칼이 들어있던 케비넷을 열며> 허걱!!! 칼이 하나도 없습니다.


취사병짱: 무슨소리가? 식칼이 하나도 없다니? 다시한번 찾아봐라!

나:<케비넷을 쥐잡듯 샅샅이 뒤져보며> 없습니다. 칼이 안보입니다....

취사병짱: 허걱!!! 그럼 칼에 발이달린것도 아니고 하늘로 솟았단 말이가

땅으로 꺼졌단 말이가? ^^;

취사병 1: 막내야! 너 어제 내무반 병사들한테 칼 안빌려줬냐?

어제 수박먹는다고 칼들고 왔다갔다 하던데....

나: 아하!!! 맞습니다. 어제 빌려달라고해서....


취사병짱: <열받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막내 니 제정신이가?

칼을 내 허락도 없이 빌려주고, 그것도 모잘라서

칼이 어디있는지도 파악도 못하고 있나?

나: 죄송합니다.....

취사병짱: 빨랑 내무반 올라가서 칼 찾아오기라!!!!

나: 예 알겠습니다. ^^;


결국 나는 식칼 3자루를 찾기위해 내무반으로 올라왔고 무려 10개나 되는

내무반을 차례로 뒤지고 다녔는데.......

나: 먼저 1내무반.....없고 ^^; ...2내무반... 역시없고 ^^;

3내무반... 있다!!! ^^;


결국 이런식으로 10개 내무반을 모두 돌아다녔으나

내무반에 있는 식칼은 2개뿐....... 나머지 식칼 한자루의 행방은 묘연했는데

식당에 내려가 취사병짱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자.....


취사병짱:<내앞에서 사극에 등장하는 망나니처럼 ^^; 칼을휘두르며>

막내 니는 오늘 점심밥 하지말고....돌아다니면서 식칼을 찾아라

만약 점심시간까지 잃어버린 식칼 찾지 못하면 식당에 발도

들여놓을 생각 하지 말아라 알겠나?

나:<야호! 점심밥 안해도 된다 ^^;>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흑흑!! ^^


취사병짱의 분노때문에 나는 잃어버린 칼을 찾아 정처없이 부대를 떠돌게

되는데.......


나:<지나가는 병사들을 붙잡고> 혹시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칼 못보셨습니까?

병사 1: <눈이 휘둥그래지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막내야, 진정해 임마!!!

나: 진정하라니요?..... 식칼을 찾아야돼요... 못찾으면 저는 .....

병사 1: 그래 충분히 이해해.. 취사병짱... 가끔씩 쫄병 놀려먹고 열받게 하는거

내가 잘안다 ^^; 한마디로 깐죽대는 성격이지,그렇다고 식칼을

사용해? 그럼 니 인생도 끝이야 임마! ^^;

나: <뭔소리 하는거야 지금...... 소설쓰냐? ^^;> 그게 아니고요 잃어버린

식칼을 찾으러 다니는거라고요....

병사 1: ^^;


이곳 저곳 식칼을 찾아 1시간 가까이 헤맷지만 식칼은 발견되지 않았고.....

점심시간은 채 40분도 남아있지 않았는데.... 바로 그때.....


보급반 김상병: 어! 막내야 니가 여기 왠일이냐? 무슨 음식배달왔냐? ^^;

나: 아니요....그게 아니고....

보급반 김상병: 아참.... 그런데 왜 식당에서 쓰는 식칼을 시설반 병사들이

들고 다니냐?

나: 예!!!!! 시설반 병사들이 식칼을?

보급반 김상병: 응! 아까 시설반 병사들이 식칼들고 오폐수처리장<부대의 온갖

더러운(소변,대변,음식물찌꺼기가 섞인 이른바 똥물 ^^;) 을

처리하는곳> 에서 작업하고 있던데?


김상병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오폐수처리장으로 바람같이 달려갔고^^;

그곳에서 똥물을 묻혀가며 ^^; 눈물나도록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시설반

병사들을 발견할수 있었는데......


나:<땀을 뻘뻘흘리며> 필승! 수고들 하십니다.

시설반 박병장: <깜짝놀라며>막내야! 밥안하고 여긴 왠일이냐?

나: 뭣좀 여쭤볼게 있는데요... 혹시 식칼 못보셨습니까?

시설반 이상병: <바닥에 떨어져있던 식칼을 들어보이며> 이 식칼 말이냐? ^^;

나: <눈물을 글썽이며 칼을 집어들며 > 예 이겁니다. 이게 제가 찾는

식칼입니다. ^^; 아니 그런데 왜 이게 여기 있습니까?

시설반 이상병:오늘 전기작업이 있는데, 면도칼이 잘안들어서 뭐 쓸만한칼이

없나해서 살펴봤더니 내무반에 식칼이 보이더라고.....그래서...

나:<칼을 코에다 갔다대며> 킁킁!, 그런데 칼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는 뭡니까?

시설반 박병장: 아하 그냄새...아까 전기작업하다가 칼을 떨어뜨렸는데....

<손가락으로 똥물을 가르키며> 바로 이곳에 칼이 빠져서 ^^;

나: 허거걱!!!!! 이 똥물에 칼이...... ^^;



결국 똥물에 빠져 냄새가 나는 칼을 들고 나는 가까스로 점심시간 전에

식당으로 들어갈수 있었고.........


취사병짱: <나를 노려보며> 그 칼 어디서 찾았나?

나: <자세한 언급은 자제한체> 예 내무반 구석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

취사병짱: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그런데 이 냄새는 어디서 나는 냄새가?

막내 니가 오자마자 묘한 냄새가 나는데?

나: <하여튼 개코라니까 ^^;> 하하! 아마 땀냄새 겠져, 칼찾으려고 너무 열심히

뛰어다녀서.....

취사병짱: 알았다.... 빨랑 점심식사 나눠줄 준비하거라....

나: 예 ^^


결국 나는 퐁퐁을 무려 반통이나 사용해서 수세미로 이십분동안 그 똥물에

빠졌던 칼을 닦았으나..... 여전히 찜찜함은 남아있었다.....


나:<식칼 냄새를 맡아보며> 아이씨, 20분이 넘게 닦아도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나는것 같다 ^^;


그날 저녁 그 문제의 식칼을 사용해 취사병짱은 고기와 야채등을 썰었고

취사병들이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취사병짱:<밥을 입에도 안대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막내야?

아까 칼잃어버렸다고 내가 성질내서 삐졌나? 화풀거래이!

나:<너같으면 똥물에 빠진 칼로 만든 요리를 먹고싶겠냐^^;> 아닙니다.

오늘은 반성하는 의미로 식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


취사병짱:<대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기특한 짜슥 ^^;

우리막내가 반성이 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구나 ^^;

그런데 오늘따라 똥국맛이 왜이리 좋나?

국물 맛이 진짜 진국이데이 ^^;

나:<칼에 똥물이 묻어서 그런 맛이나는건가 ^^;> 허걱 !!!!!


ps....그사건뒤 3개월 만에 그 문제의 칼은 새로운 칼로 교체되었고....

그이후에야 나는 마음편하게 식사를 할수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