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한테 당신이 소중한 선물임을..

딸기2003.08.13
조회259

처음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던 날,
당신 손을 꼬~옥 잡고서 들어선 병원 로비..
긴장감이 내 온몸을 감싸던 그 날을..  당신은 기억하는지요.

아주 작아서 알아 볼수 없었던 '점' 하나가 지금은 가슴밑을
파고들며 온갖 애교를 부리고 있지요.

6주가 넘어선 어느 날,
티비에서 보여주던,  그리고 봐 왔던 것처럼
아주 고상하게 입덧을 하고 싶었지요..
당신한테 아주 귀여운 앙탈을 부리며 왕비처럼
우아해 지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변기속에 머리를 처박고 울부짖는 내 모습에선
고상함도 우아함도 티비에서나 존재할 뿐..

하루하루 너무도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였지요.
눈물나게 서러운 날들..
엄마가 보고 싶었지요.

엄마가 해준 음식들이 그리웠고,
엄마 가슴속에서 응석을 부리고 싶었고,
고향 냄새가 몸서리 치게도 그리운 날들이였지요.

물 한모금 넘기지도 못해 결국 병원에 실려 갔던 날들이
출근하던 날보다 더 많았던 그 때.. 

극도로 예민해진 나를..
당신은 너무도 다정하게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잘 버텨 주었지요.

뱃속의 아이보단,
끔찍히도 날 먼저 생각해 주었던 당신..
미련할 정도로 나 밖에 모르는 당신..
그래서, 그렇게 더 못되게 굴었는지도 모르지요.
 
당신곁을 떠날수가 없었어요.
엄마품보다  당신 곁이 더 따뜻해서가 아니라,
엄마보단,  당신을 괴롭히기가 더 쉬웠거든요.

당신한테 가장 미안하고 아직까지도 가슴 아프게 남아있는건,
퇴근하고 돌아와서 라면인지, 우동인지 모를 그 무언가를
끓여 주방 창문 열고 그 밑에서 먹던 모습..

거실쇼파에 누워서
그 냄새 역겹다고 온갖 짜증내던 내게..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우리 다니, 냄새에 민감해서 일부러 냄새 덜 나는걸로 샀는데...."

그 땐, 왜 그렇게 나만 손해보고, 나만 고생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시기적으로 볼때,
직장에서의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던 때였고,
직장상사나 동료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때였는데..

한달중에 거의 반을 나를 위해 휴가를 내야 했고,
남는 시간엔 못다한 업무처리를 해야 했으며,
동시에 내 눈치를 보며,  수발을 들어야 했었던 당신...

변덕이 죽 끓듯 하던 내게..
탈진 하면 안된다며,
엄마가 건강해야 된다며,
땅콩 갈아서 꿀차도 만들어 주고,
잣 갈아서 죽도 만들어 주고..
딸기 사다 갈아주고..

한번 먹고 곧잘 짜증부리고,  손을 내 젓던 나를 보며...
당신은 참을 '忍'를 수도 없이 가슴에 새기고 있었을 텐데..

왜 그땐,
당연하다 생각했는지..

평소, 여자들 임신하면 여왕 대접 받고 싶어 한다 하여,
임신중에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하면 평생 그 고통 죽을때까지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며,
하염없이 당신을 괴롭히고, 세뇌를 시키며, 희생만을 강요했던
나..

그 많은 고통의 시간들을 흘러보내고,
훌쩍 커 버린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그렇게 끔찍했던 시간들이 왜 이렇게도 가슴 아프게 떠오르는지..

바보같은 당신은,
바보같은 당신은 왜 한번도 날 외면하지 않았는지요..

한번만이라도
내게 화를 내 주었다면,
당신한테 평생 미안한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왜,
왜 날 조건없이 사랑하기만 하는지요..

결혼 후,
다음 생에선 당신과 두번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음 생에선 남자로 태어나서 당신과 만나지 않을거라고
온갖 독설로 당신을 괴롭혀 오기만 했던 나였는데..

당신은 그랬지요,
다음 생에선, 여자로 태어나서 나와 꼭 만날거라고..
다음 생에서도 나와 꼭 만나서 결혼할거라고..

바보 같은 당신..
바보 같은 당신..

내가 당신곁에 있어 당신이 행복한게 아니라,
당신이 내 곁에 있어 내 삶이 풍족하다는것을
....

당신은 항상 말하지요..
"우리 다니 곁에서 항상 좋은 남편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하지만,
당신은 이미 좋은 남편이예요..

당신한테 우리 애기가 좋은 선물이 아니라,
우리애기한테 당신이 소중한 선물임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