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1

울신랑빡빡머리200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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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5월 7일 울 신랑 첨 만난날

2000년 3월 12일 우리 결혼식날

2001년 6월 18일 우리딸 태어난 날.

2003년 7월 30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M2라는 진단 받은 날..

 

참 그동안 웃고 울고...많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처음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렸을때는 수영선수를 꿈꾸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날까지도 헬스를 했던 우리 신랑...

 

한달전부터 우리 신랑은 무기력한 증세를 보였다.

매일 피곤하다며, 누워 자기가 일수였고...

어느날인가 자다 일어 나더니...

" 나 어제 밤에 코 골았니?" 하더라...

"아니...왜?"

"목이 아프네....."

 

한여름에 목이 아프니, 혹시 몸살 감기가 아니냐며, 딸한테 감기 오를지 모른다고,

종합감기약을 사서 먹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열은 심해졌고, 열이 심해지면서 신랑이 약먹는 갯수도 늘어 났다.

한달만에 온집안이 신랑 약으로 싸여 갔다.

종합감기약, 펜잘, 화콜....등등.....

 

난 감기인줄 알았다.

여기 저기 내과 두군데, 이빈후과 2군데를 갔다..

편도염이란다..주사도 맞고, 약도 먹구 쉬어야 한다고 해서 쉬기도 했따..

하지만 증세는 더 심해지기만 하고, 아침엔 일어 나지를 못했다.

그리고 관절염이 오기 시작했따. 여기 저기 쑤시고, 멍들고....

 

미련하게도 신랑과 난 여름이라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했다..

너무도 미련했다.

 

동네병원을 다니면서도 증세가 약해지지 않자..이상한 생각이 들어 종합병원으로 갔다.

이빈후과에선 편도염과 인후염이라고 했다.

편도염과 인후염을 동반한 관절염도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 담당 주치의에게 입원을 시켜 달라고 했다.

 

입원수속을 하고, 피검사를 하는데...

 

주사기에 뽑아져 나오는 신랑의 피는 무지 검붉은 색깔이었다.

주사기 피스톤이 올라 가지 않을 정도의 검붉은 피가 나오지 않자, 간호원은 다른 주사기를

가지고 와서 다시 뽑아 갔다..

 

"ㅋㅋㅋ 울 신랑은 속이 새카매서 피색깔도 이런가봐여..호호호호.."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장난을 쳤다..

울신랑도 함께 웃었다..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도, 열은 내려 가지 않았다.

잇몸은 헐어 가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다음날 아침....

의사선생님이 보호자를 부르신다...

 

의사 : "환자와 어떻게 되시져?"

나 : 처인데여...

의사 : (무지 심각한 표정) 피검사 결과 백혈병이 의심됩니다...

나 : 네?????????????????????????????????

 

푸하하하...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주저 앉았다...하늘이 노랬다...아무것도 안보였다....눈앞이 희뿌여졌다...

 

나 : 네? 죄송합니다...모라구여? 제가 잘 못들어서여...

의사 : 아직 정확한 결과는 골수검사를 하셔야 하는데, 현재 피검사 결과 백혈구의 수치로 봐서

        백혈병이 의심됩니다.

나 : 네? 백....혈...병...여? 그건 애들만 걸리는 병이 아닌가여.......

의사 : 우선 급합니다...저렇게 환자를 놔두면, 죽을수 있습니다....우선 앰브라스를 타고 다른병원

         으로 가십시요...저희 병원엔 현재 무균실이 없어서 치료가 불가피 합니다...

         환자에겐 안정을 시켜야 되니깐 ...너무 울지 마시고여..자...어서 출발합시다...

 

너무 무서웠다...두려웠다...앰브라스를 타보다니...그런 차는 죽을때까지 한번도 안타볼지 알았는데.

 

너무 무서웠다...

 

"왜 나한테...이런 병이...난 죄짓고 산것도 없는데...."

신랑 눈에서 첨으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마음이 찢어 졋다..

아직 우린 할일이 많은데....우리딸은 이제 3살인데.....가슴이 메였다...

 

난 이성을 잃고 울고 있었다...울 신랑은 나를 달래 주느라, 태연한척 웃고 있다..

그러면서 날 위로해 주었다.....난 그런 모습이 더 슬펐다...

 

어머님은 정신을 잃었다. 쓰러지셨다....

마음이 아파 왔다..

 

물한모금도, 밥한수저도 넘길수가 없었다...

 

이래 저래, 응급실로 들어와 입원실로 옮기고, 약간의 치료가 끝나고

지금은 무균실에 있다.

 

오빠의 항암치료를 위해 무균실로 들어온지 4일째다.
도노루비신이라는 빨강색 항암제 85.5mg을 한시간동안 투여하고,
에노시타빈 이라는 항암제 570mg를 4시간동안 투여하는 작업을 오후 12부터 시작한다.

팔에 맞던 수액들을 심장옆 정맥을 통해 연결한 히크만을 통해
항암제와 모든 수액들이 들어 간다.
심장 정맥에 호수를 꽂아 논 샘이다.

그 관을 타고, 모든 약물이 투여되고, 항암제도 거기로 들어 간다.
들어 갈수 있는 관은 2개가 있는데, 한쪽으론 항암제가 한쪽으론
일반 수액이 들어 가서, 항암제가 들어 가는 동안은 소변을 2000cc도 넘게 본다.
소변색은 항암제 색깔인 분홍빛이 도는 색이 나온다.

7일간 항암제를 투여한다음 다시 골수검사를 해서 상태를 보고
암세포가 많이 죽지 않았다면 다시 항암제를 칠 생각인가 보다..

아직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항암제 탓으로, 밥맛이 없고, 밥냄새가 싫다고 하지만,
그럴때마다,딸 사진을 보여 주고,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동영상을 보여 주며, 오빠의 마음을 열어 보려 애쓴다..

난 알고 있다. 오빠 마음속의 흘러 내리는 눈물을....

항암제가 들어 가면, 온몸이 간지럽다고 한다.

앞에 아저씨는 온몸을 마구 끌어 대지만, 울신랑은 꿋꿋하게 참는다.
워낙의 참는건 알아 줘야 하니깐....

하루 종일 노트북을 가지고 놀더니, 한시간 전에 잠이 들었다.

나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새벽 5시 : 간호사가 들어 온다. 환자의 혈압체크, 체온체크, 몸무게
그리고, 밤새 소변량 체크...

아침 7시 30분 : 아침이 나온다. 오빠 아침 먹이기 위해 온갖 머리를
써가며, 전쟁을 한다. 한수저라도 더 먹이기 위해
예린이 이야기며, 어머님 이야기며......

아침 8시 : 양치준비 해주며, 양치하는 동안 좌욕물을 준비한다.
좌욕대야를 놓기 위해 화장실를 락스로 닦아놓고
좌욕대야도 락스로 닥아 약물을 넣고 미지근한 물로 농도를
맞추어 화장실 병기에 갖다 놓는다.

아침 8시 30분 : 좌욕이 끝나면, 아침 약을 챙겨 주고, 가글을 하도록
해준다. 가글을 하는 동안 좌욕한 대야를 소독한다.

아침 9시 : 세수대야에 락스를 타서 침대며, 링거대며, 오빠 손이가는
구석구석을 닦는다. 병실 바닥이며, 벽이며, 모든것을 락스로
닦는다. 그렇게 역겹게만 느껴지던 락스를 ......
청소는 거의 2시간 가량 진행됨.

아침 11시 : 겨우 정리가 되고 나면, 오빠 옆에서 책을 본다.
물론 백혈병에 관련된 의학서적이며, 암환자에게 좋다는
음식내용이며, 옆에서 어떻게 간호를 해줘야 하는지...
(선배언니가 보내준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너무
고맙다..얼굴도 못본 내게..많은 걱정을 해주는 언니...)

오후 12시30분 : 점심이 나온다. 보리차 준비,
점심 먹을때까지 기둘린다.

오후 1시 : 오빠 양치 하고 있을 동안 오전과 마찬가지로 좌욕 준비
한다.

오후 2시 : 오빠와 앉아 책도 보고, 오빠에게 희망적인 내용의 대화를
통해 이미지화 시켜 주는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백혈병 암세포를 오빠 몸에서 퇴치 시킬수 있게 이미지화
시켜 그림으로 상상할수 있도록 자꾸 자꾸 생각해 준다..
간식도 먹이고, 오빠가 먹고 싶어하는 음료수도 먹인다.

오후 3시 : 낮잠을 잔다...난 따라 자던지, 아님 오빠 자는 동안
소변기도 소독하고, 오빠 주변에 소독약을 뿌리기도 하고,
이것저것 락스로 닦아 준다.

오후 5시 30분 : 저녁이 나온다.

오후 6시 : 식후 똑같이 가글을 시키고, 좌욕도 시킨다.

오후 8시 : 또 함께 인터넷도 보고, 책도 보고, 간식도 먹이고...

오후 10시 : 자기전 또 좌욕 준비해 주고, 가글도 시키고...

...........이렇게 하루가 간다..
항암제를 투여하게 되면, 항암제는 독약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면, 바로 죽음이란다..
독약이기 때문에...

이러한 독약을 암환자에게 투여하는 목적은 암세포가 독약보다 더
독하고 강하기 때문에, 그넘의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서 란다.

항암제를 투여하게 되면, 암세포만 죽는게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들도
다 죽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몸에서 제일 약한 세포가 있는
입안이나, 똥구멍, 간, 위, 같은 곳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이러한 합병증이 사망을 하게도 한다고 하니....

암튼 그래서 좌욕과 가글은 환자에게 보호자가 해줄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이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매번 오빠를 위해 해준다...

오늘도 하루가 간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내겐 이것도 행복이다.
이것 조차 해주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보냈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니라, 치유 가능한 병이라 믿는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좋은 약이 개발되고, 좋은 의약재가 나오니,
모든것들을 병원에 맡기고, 오빠와 나 우리를 아는 모든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기도할것이다.

어서 빨리 백혈병이라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보다 못한
이웃에게 봉사하고, 여행도 다니고, 서로의 대해 더욱더 사랑을
확인 할수 있고, 더욱더 겸손하게 살아 갈수 있도록 .....

오늘도 63빌딩 사이로, 잿빛 하늘이 보인다...

오빠 1차 항암 끝나고 퇴원하는날 꼭 63빌딩에 올라가리라..
그리고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 고수부지를 걸어 보리라...

오늘도 항암제를 맞고, 암세포에 투쟁하고 있는 울 신랑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수 있도록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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