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띠동갑 과외하기 4 (실화)

천사주부200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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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희망찬 발걸음으로 아파트로 갔슴다. 그 아파트로 들어설 땐 와그리 딴 세상

에 가는 것 같은지... 주변의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고층이거든요...맑은 날 보면 구

름 사이에 아파트가 떠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사치스런 아파트는 아닙니

다. 소위 중산층(?)들이 사는 아파트인 셈이죠...


초등생 과외는 이전에도 꽤 여러 번 해본지라(자주 잘려서 그렇죠..하하^^) 아무 부담

없이 갔슴다. 그땐 지연이가 4학년이었죠... 그러니 제가 준비한 건 쉬운 단어카드들

하고... 알파벳 카드들하고..그런 것들이었슴다.

제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초등생 과외는 한마디로 인내심 테스트임다.

그 조만한 것들의 머리에 한 두시간동안 얼마나 쑤셔 넣을 수 있겠습니까...

애들은 보통 이십분을 견디지 못하는데 부모님들은 두시간 해 달라하시고...

그 두시간을 버텨낼려니 유머도 많이 알아야하고... 한마디로 애를 웃겨가며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그 선생 재미없어. 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죠...


그런데 저는 한참 잘못 짚고 말았슴다. 제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단어카드 같은 게

아니라 강심장이 아니었나 합니다...--;; 아님 잘빠진 연예인들의 사진같은거요...그

리고...그룹 신화의 멤버들의 프로필같은 것...


지연이네 어머니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예의바르신 분이었슴다.

지연이를 보면 마치 지가 재벌집 딸인 것 마냥 행동하는데 정작 지연이네 집은 생각보

담 소박한 편입니다.(지연이 입버릇: 난 이뻐, 머리도 조아, 그리고 돈도 많아! 그래

서 난 킹카!! ^.^ 선생님은 안이뻐, 머리는 대학간거 보니까 중간쯤은 되는 것 같

고... 암튼 킹카되기는 불가능해! --;;)

지연이네 집은 35평쯤 될 것 같은 평수의 아파트인데...

벽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평면 티비를 제외하고는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슴다.

물론 과외한번 못 받아보고 성장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대한민국 아이들보다는

대단히 화려한(?)환경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지만요..


하지만 문제는 지연이가 자신을 무슨 재벌집 딸로 생각한다는데 있죠...--;;


지연이네 부모님은 교육열이 대단하셔서 미술, 피아노, 수영 등등 많은 것을 시키고

싶어하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들이십니다. 한국 부모님들의 교육

열 알아주니까요..

항상 지연네 집에 가면요 지연이의 다섯 살 난 동생의 영어 과외가 한창 진행되고 있

는데요...(그 애는 한글도 아직 못 땠지만 알파벳은 잘 압니다)동네의 잘 차려입으신


어머니들 대여섯명이 몰려와 계십니다.

소위 중산층 어머니들끼리 아이들을 그룹으로 모아 과외를 하고 있는 것이죠...

모두들 모이셔서... 어느 집은 어떤 과외선생에게 과외를 받는다더라...그 선생은 어

떤 점이 좋고 이런 점은 안 좋다더라...등등...

새로 생긴 상가에 영어 학원이 들어섰는데 외국인 강사들이 허접이 아니고 다들 잘 교

육받은 엘리트들이라더라...뭐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있슴다.

나중에 부모 될 생각하면 아찔하더군요.. 전 그냥 방에 풀어놓고(?) 기를 생각이었는

데...


남친 왈: 야! 자식이 무슨 개냐?!

나: 누가 개래...... 뭐든 풀어놔야 바로 자라는 거얌...


지연이 동생의 과외가 있는 날이 아니면 보통 지연이는 제가 오기 전 피아노 과외를

받고 있슴다. 그러니 지연이의 하루는 과외로 시작해서 과외로 끝난다고 할수 있죠.

피아노, 영어과외, 미술(미술을 하는 이유는 권상우 때문이라고 함다^^), 논술(초딩들

도 대입준비 벌써부터 합니다.. --;;), 몸매 관리를 위한 수영 아니면 발레...하하...

요즘 어머니들은 자식 몸매관리 어려서부터 시켜줍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고요...

그러니 지연이네 집은 생활자체를 그리 사치스럽게 하는 것은 아니나 자식들의 교육

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투자를 하고 있는 집입니다. 자신들의 생활비를 줄이면 줄였지

남들 자식들하는 거 모두 시키고 싶어하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사실 과외비도 그리

많이 못받았슴다.

왜냐면 많은 것을 골고루 시키고 싶어하시니까 한가지에 많이 못주시는거죠..

가장 중요한건 교육이고 교육을 위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듯....

지연이 방엔 초딩 여자애에게 필요한 것은 전부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고급 컴터... 오디오.. 책상...에어컨... 등등 그리고...방은 대체적으로 핑크색입니

다.

헬로 키티 캐릭터가 방안을 도배하고 있고요...

한눈에 온갖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란 걸 알 수 있었죠...

게다가 지연이는 서울의 모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슴다. 왜 있잖아요..등록금

꽤 비싼...


그 학교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부잣집 아이들이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연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돈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은 것 같았슴다.

명품이 뭔지도 알고요.. 루이비통 같은... 그리고 입버릇처럼 돈 많이 벌고 싶다는 말

을 너무 많이 합니다.

신기한 것은 과외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부잣집 아이들이 더 돈에 집착한다는 것입

니다. 비싼 물건에 엄청 집착하고요...

정작 지연이네 집은 사치하고는 거리가 있는 집이었는데(지연이 부모님들께선 지연이

에게도 교육에 관한 것은 아끼지 않으시지만 비싼 물건을 많이 사주시지는 않는 것 같

았슴다) 지연이는 친구하고 자신을 많이 비교하곤 합니다. 하루는...


지연: 누구네 아빠 차는 비엠더블윤데 우리아빠는 겨우(-.-++) 그랜저야...

나: 허걱.... 야... 난 티코라도 몰았음 소원 없겠다.

지연: 선생님 그런 사고방식문제예요. 차는 곧 나 자신이라구요. 그냥 굴러만 간다고

되는 건 아니죠. 언더스텐드? 따라해 봐요. 차는 곧 나다.(끙..어서 주워들었는지...)

나: --;; 시끄러. 자... 차 스펠링이나 외워바. 카를 어떻게 쓰지? 너 언더스탠드 스

펠링은 아니?

지연: ?? k...a...r?

나: (무식한... 차만 있으면 머하냐....) 너 아직도 차 못 외우냐?

지연: 아! 알았다! t e a!

나: --;; 그건 마시는 차고....

이런 일은 아주 일상적인 일입니다.



지연이를 처음 봤을 땐 정말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라고 생각했슴다. 약간 공주같은

옷을 입었는데 마치 소공녀의 세라 같은 인상이었죠......

어쩜 말도 그리 잘하고... 다른 애들은 첫 과외 날 선생님께 수줍어하기 마련인데...

마치... 신입사원의 면접을 보는 사장님 같았다고 할까요? 나를 훑어보는 그 눈빛하

며...

선생님 대하는 능숙한 태도하며......단! 엄마가 함께 있을 땐 수줍어하는 보통 아이

임다. 정말 고단수죠?



지연이 어머니께서 지연아! 이리와... 선생님께 인사드려야지..하는데 동화속에서 튀

어나온것 같은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이쁘장한 아이가 활발하고 예의 바르게 안녕하세

요! 하드만요... 어찌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지..호호...

그러나 저와 지연이만 남게된 방안은 분위기가 좀 전하곤 좀 틀렸슴다.

팔을 꼬더니 눈을 위아래로 내리며 절 훑어보더니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하더라고요.


지연: 음... 생각보다 쉬울 것 같아.


전 뭔 소린 지 모르고.... 알파벳 테스트하고....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제가 만만해보인다는 말이었던 것 같슴다. --;;

지연이가 외국인이 가르치는 영어 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지라...발음도 좋고 다른 애

들 모르는 단어도 잘 알고 하는데...스펠링은 거의 모르더라구요.. b와 d를 잘 구분 못하고...

허나... 자신감이 넘치고... 정말이지 꼭 아역 탤런트 같더라구요... (실제로 지연이

의 꿈은 탤런트입니다.)

첫날이지만 수업을 하기로 했슴다. 그런데 한 이십분 되니까 책을 탁! 덮더니

놀아요! 하는 겁니다.


나: 뭐? 얼마나 했다고? 좀만 더하자.

근데 이 녀석이 치! 하 더니 우리가 상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멀리 떨어져 있는 책상 밑에 들어가 앉아서 무릎을 포개고... 고개를 묻어 버리는 겁니다.

@..@???!!


한번도 이런 아이를 맡아 본적이 없어서 놀랬죠...마치 시체처럼 꿈쩍도 안하고 앉아

있는데 말이죠... 한마디로 지 뜻대로 안 하면 안 하겠다 이 말이죠....

전 직감적으로... 아! 잘못 걸렸다. 다루기 힘들겠군...하면서 그래도 좀더 노력해보

기로 했슴다.

나: (화난 얼굴로)뭐 하는 거야, 지금? 얼른 이리 안 와?

지연: 난 선생님 맘대로 하는 거 싫어요. 공부는 재밌게 해야지 그냥 하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나: (맞는 말이다.....)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니?

지연: 재밌게 해요. 영어 놀이니까... 공부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암튼 첫날은 단어 몇 개 가르치고 걔가 말하는 영어 놀이(영어하고 전

혀 상관없는 원카드놀이) 하고 왔슴다.


지 순서 때마다 ‘my turn(마이 턴-내 차례다)’하고 외친다고 영어 게임이라네요....

전 시간이 다 되서 나오면서 밖에 나가서 어머니에게 못하겠다고 말해야겠다...생각

했지만 나가자마자 손에 쥐어주시는 돈 봉투 들고 그냥 나와버리고 말았슴다.

환하게 웃으며 ‘감사해요. 어머니...토욜날 뵈요...’하면서요....

흐미...그놈의 돈이 먼지...

그만두려면 그때 그만두었어야 하는 것이었죠...


지연이네 집을 나오면서 한마디 했슴다.

허, 참....세라가 아니고 완전 레비니어네....--;;

하지만 첫날은 그저 에피타이저일 뿐이었슴다......

다음 회를 기대해 주세여....^^